39화
여섯 번째 괴담 - 수능 금지곡 (13)
[A급 괴담 - 원한 서린 노래와 마주쳐서 살아남았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40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은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여 오히려 노래에 서린 원한을 풀어주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200 획득하였습니다.]
[함께한 부원들 한 명당 10%의 보너스 포인트를 얻습니다.]
[참여한 부원 (6명) : 안경원, 오덕훈, 윤선아, 이진희, 인하윤, 장화은.]
[총 획득한 포인트 240에 대해서 60%의 보너스 포인트 144를 추가 획득합니다.]
[현재 괴담 포인트 : 52 +240 + 144]
뾰로롱~》
[현재 괴담 포인트 : 436]
[괴담 포인트가 충분한 수치까지 쌓였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소모하여자신을 성장시키거나, 동료의 능력을 개방하십시오! 동아리의 기능을 확장하고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습니다!]
[2019년 3월 15일 금요일, 10:05]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436]
[인과율 : 10%]
“조용! 조용! 지금 누가 엉뚱한 소리 내요?”
음악 선생님께서 피아노를 멈추시고 외치셨다.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오오... 오우예♬
조용한 음악실, 어딘가에서 요즘 유행하는 포린세스의 신곡이 들린다.
“누가 휴대폰 켜 놨어요? 빨리 꺼 요!”
선생님께서 날이 선 목소리로 외치 시자 꺼벙해 보이는 학생 한 명이 허겁지겁 자기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노래를 끈다.
“휴, 왜 이놈의 학교는 휴대폰을 안 걷는 건지 원.”
조용해진 걸 확인한 후 음악 선생님께선 짜증스런 한숨과 함께 다시 피아노를 치신다.
“아아아아,아아~”
나는 눈앞에 떠 있는 A급 괴담을 처치했다는 메시지를 가만히 바라보며 입을 벙긋거렸다.
‘A급 괴담이라……
처음 마주쳐 본 등급의 괴담이다.
지금까지의 사건들은 학교 안에서 만 일어났거나, 소수의 몇 명만이
휘말렸던 것에 비하면, 이번 괴담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그리고 해결 방법 또한 복잡했다.
기존에는 현장에서 약간의 잔머리만 굴리면 해결되었는데.
이번엔 괴담이 발생한 장소로 직접 찾아가 거기에 얽힌 뒷배경까지 모두 조사해서 원한을 푸는 것까지 해야 했다.
나는 어제 아침 과거로 돌아온 직후, 포린세스 막내 멤버의 번호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었다.
[안녕하세요. 최근 당신이 방송에 서 입 모양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보고 연락드립니다. 지금 포린세 스를 둘러싸고 있는 괴현상의 원인 은, 살해당한 한 연습생의 원한이 서려서 그렇습니다. 물구나무를 시 켜 보세요. 멤버 중 한 명은 귀신입니다. 그리고 음악 방송국 3번 대기 실의 구석 마루 바닥을 조사해 보면 시체가 나올 텐데, 범인은 방송국의 사장이고 동기와 증거는…….]
너무 뜬금없는 내용이라 답장은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막내가 문자 내용이 신경 쓰였는지 나름대로 알
아본 후 신고를 한 것 같다.
지금 인터넷 뉴스는 온통 그 사건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연습생 실종’ 방송국 대기실에서 숨진 채 발견]
[청담동 모 방송국 건물서 10대 여성 시신으로 발견(종합2보)]
그리고 범인과 증거까지 다 고발해 놓은 상태여서 경찰의 수사망이 하루 만에 그 남자를 잡아냈고, 수사에 들어간 오늘 갑자기 이렇게 괴담을 퇴치했다는 메시지가 뜬 것이다.
음악 시간에 갑자기 이 메시지가 떴다는 건, 남자가 어딘가에서 긴급 체포되었다는 얘기인 걸까.
아마도 시체를 그곳에서 꺼내는 것과 경찰이 남자를 체포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노래에 얽힌 원한을 푸는 조건이었나 보다.
DNA 대조가 이루어지고 판결이 나는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누가 휴대폰 또 켜 놨는데! 아 앙!”
한창 생각에 빠져있던 도중, 선생님께서 피아노를 멈추시고 꽥 소리를 지르셨다.
학생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누가 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켜 놨냐며 짜증을 내는 사람들도 보였다.
하지만 음악실은 조용할 뿐이다.
“어라?”
선생님도 귀를 기울이시더니, 조용 한 걸 확인하시곤 이내 갸웃거리셨다.
“···잘못 들었나 봐요. 미안합니다~ 자, 다시 따라 합시다! 아아아아~”
“아아아아~”
* * *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CA 시간을 마치고 오후 5시쯤, 나는 부원들을 데리고 신림역 앞의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원래는 모두에게 햄버거를 사 줄 예정이었지만.
덕훈이는 애니를 본다며 집에 가 버렸고, 진희는 알바를 하러 간다고 차갑게 돌아섰다.
선생님마저도 학생에게 뭘 얻어먹 냐며 괜찮다고 하셔서 결국 이곳에 온 건 경원이, 선아, 하윤이 그리고
나까지.
다시 4명뿐이다.
“뭐라고오오오~!”
경원이가 패티가 두 장 들어간 햄 버거를 집다 말고 턱을 쩍 벌리며 소리 질렀다.
“믿을 수 없다! 부장!”
내 이야기에 황당한 표정을 보이는 건 선아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황당해……
별 반응이 없어 보이는 건 하윤이 뿐이었지만, 감자튀김을 집다 말고 가만히 멈춘 얇은 손목이 보였다.
“정말이야. 그 증거로, 안경원. 네
가 처음 산 휴대폰은 클로버 기업의 아몰레드 피쳐폰. 맞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녀석.
“···살짝 놀랍긴 하지만. 갑자기 그런 걸로 믿어 달라고?”
곧 고개를 저으며 햄버거를 베어 문다.
젠장. 이놈의 안경놈.
자기가 이거면 될 거라고 말해 놓고선.
“아무리 준이라지만… 좀……
선아도 당황한 얼굴로 콜라를 마신다.
“넌 어때, 하윤아? 내 이야기 믿 겨?”
“응?”
하윤이가 감자튀김을 케찹에 찍다 말고 웃는다.
“왜 나한테, 아하하.”
“그냥. 별로 반응이 없어 보여서.”
“으음… 후후.”
하윤이는 쿡쿡 웃더니 몰라, 하고 짧게 넘길 뿐이었다.
“역시 다들 믿어 주지 않는구나, 참나.”
“푸후후.”
고개를 젓는 경원이와 힐끔 쳐다보는 선아, 그리고 조용히 웃는 하윤 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내가 사는 거니깐 마음껏 먹어.”
“그럼 부장, 나는 쉐이크를 하나 더 먹겠다.”
“맘대로 해.”
일어서서 추가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가는 경원이.
[띠 링~]
순간 문자가 하나 왔길래 보니 포린세스의 막내 멤버에게서 온 문자였다.
[통화 가능하신가요?]
우리보다 한 살 어린 중학생 멤버. 이름이 다솜이었던가.
가능하다고 답장하자 잠시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저…….
선아랑 하윤이가 누구냐는 눈짓으로 묻길래 ‘포. 린. 세. 스’ 하고 입
모양으로 말해 주었다.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그래도 일단 말씀하신 대로 해 봤더니, 잘 해결된 것 같아서… 감사 인사를 드리려 전화했어요…….
“다행이네요.”
-네…….
휴대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막내가 무언가를 물었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많이 젊으시네요?
“저 고등학생이에요.”
-어머. 정말요?
진심으로 놀란 목소리의 막내 멤버 다솜.
-전 중후한 나이의 퇴마사 아저씨 같은 분일 줄 알았어요! 저도 영감이 좀 있는 편이라서… 그래서 척 보고 척 가르쳐 주신 줄…….
“하하. 퇴마사.”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비슷하다.
“뭐, 비슷한 일을 하고 다니기는 합니다. 어쨌든 잘 해결됐다니 다행 이네요.”
그녀의 얘기를 대충 들어 보니, 문 자를 받고 생각하다가 춤 연습 중
언니들을 다그쳐 물구나무를 세워 봤다고 한다.
그리고 한 명의 얼굴이 뒤바뀐 걸 발견했고, 이미 세상에 크게 미련이 없던 귀신은 그대로 들키자 그냥 소멸했고.
당황해하는 언니들을 설득해 자신 들이 살해 현장을 슬쩍 봤다느니 뭐 니 하며 증언을 꾸며서 어떻게든 신 고를 일단 해 봤고, 바닥을 파헤치자 정말로 시체가 나와서 그대로 CCTV 등 이것저것 수색해 사장이 체포되는 것까지 걸린 시간이 하루였다고 한다.
-저, 그래서 말인데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무언가를 제 안하는 그녀.
-혹시 서울에 사시나요?
“네, 신림동이에요.”
-아! 가깝네요. 조금 이따가 6시에 음악 프로그램 무대를 녹화하거든요. 저희가 좋은 자리 구해 드릴 테 니 괜찮으시면 오셔서 보고 가셔 도…….
“정말입니까?”
그러고 보니 세상이 개판이 되느라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던 라이브 무대.
잠시 후였다!
“저야 완전 감사하죠!”
아이돌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원래 그런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 도, 이렇게 공짜로 좌석을 준다면 당연히 땡큐다!
-네에, 오늘은 일정이 꽉 차서 이 정도밖에 못 해 드리지만… 다음에 저희가 밥이라도 한번 대접할게요!
“아뇨, 아뇨, 밥이라니 무슨. 바쁘실 텐데……
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전화 속 상대에게 굽신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선아가 입을 우물거리며 떨떠름한
눈길로 본다.
-그럼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네, 파이팅입니다~”
헤실거리며 전화를 끊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두 여학생.
이윽고 경원이가 밀크쉐이크를 가져와서는 자리에 앉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다, 부 장. 어이가 없지만 믿을 수밖에 없군. 그 핸드폰 말이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건데, 산 지 하루 만에 고장 나서 다른 기종의 제품으로 교환했었다.”
“호오.”
“아무리 생각해도 부장이 그걸 알 아낼 도리가 없는데… 내가 말해 주지 않고서야.”
녀석은 쉐이크를 한입 쪽 빨아 먹더니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참나.”
“뭐 그런 일도 있는 거지, 하하.”
내가 너스레를 떨며 웃자 선아랑 하윤이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까 포린세스 멤버와의 통화, 그리고 지금 경원이의 반응으로 둘 다 조금은 납득했나 보다.
같이 고생한 덕훈이나 진희, 선생
님께는 미안하지만, 아직 말할 수 없다.
이미 함께 한 차례 괴담을 겪은 이 녀석들조차도 이렇게 납득시키기 어려운데, 다른 인원들은 오죽할까.
“정말 같이 안 갈 거야? 지금 최고 인기 아이돌인 포린세스가 중간에 나온다니깐.”
“후후. 학원 가야 한다.”
“선아, 너는?”
“그런 시끄러운 곳… 안 좋아해 서……
“그, 그렇구나.”
역시 우리 동아리 부원들은 ‘아싸’ 들밖에 없었다.
내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하윤이가 물었다.
“나한테는 안 물어봐, 준아?”
“으, 응. 그렇지.”
왠지 모르겠지만, 하윤이와는 뭔가 같이 있기 어색했다.
“너, 너는... 시간, 되니?”
“우후훗.”
하윤이가 입을 가리며 웃는다.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미안. 오늘은 바빠.”
신림역 앞에서 부원들과 헤어진 후, 나는 집으로 가는 대신 버스를 타고 청담동의 방송국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좀 늦긴 했지만, 포린세 스의 순서에는 간신히 맞출 수 있었다.
“와아~ 와아아아~”
커다란 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사람들이 저 마다 응원봉을 휘두르는 걸 지나쳐 한 좌석으로 향했다.
“아얏! 발밟았잖아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람들의 발을 열심히 밟으며 가다
보니 멤버 다솜에게 들은 대로 자리 가 하나 비어 있는 게 보였다.
순서가 시작되기 전인지 대형 스크린에서 포린세스 멤버들의 티저 영 상이 먼저 재생되고 있었다.
‘후. 존나 정신없네. 포린세스 무대만 보고 그냥 가야겠다, X발.’
간신히 자리에 착석하자, 연예인 사회자의 인사말과 함께 네 명의 소녀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 분위기를 잡았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자, 번쩍이는 무대 조명과 휘날리는 색종이, 사람들의 응원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와아! 차지원! 차지원!”
“다솜이! 다솜이!”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커다란 앰프 가 귀를 먹먹하게 하고 음파가 뼛속까지 때리는 것 같다.
귀가 어떻게 될 것 같은 먹먹함.
이런 공연장 데시벨엔 내성이 없던 나는 순간 귀를 틀어막으려다, 문득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참고 공 연을 감상했다.
간결한 처음 부분이 흘러가고 흥겨운 후렴구가 시작되자 다 같이 외치
는 소리가 들렸다.
“다 같이! 포! 린! 세! 스!”
“오 오우예~ 오오우예~”
후렴구에는 그 이상한 노래 가사는 사라졌고, 내가 전생에서 기억하던 평범한 추임새들만 가득했다.
1절이 끝나고 2절의 후렴구가 다시 시작될 때, 갑자기 멤버 다솜이 깜짝 이벤트인지 제일 앞으로 뛰쳐 나와서는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와아! 와아아아!”
“다솜! 다솜!”
신나게 환호하는 팬들도 있는 반
면, 쟤는 자기 차례도 아닌데 왜 갑 자기 앞에 나오지 하고 갸우뚱하는 팬들도 보인다.
다른 멤버들도 당황한 듯했지만 이 내 다솜을 중심으로 대열을 다시 갖 춰서는 열심히 춤을 춘다.
다솜의 춤은 마치 시체가 관절을 비트는 듯한, 좀 기괴한 동작이었지만 신나는 노래와 합쳐지니 흥겨운 안무로 보일 뿐이다.
그녀가 머리를 털자 귀여운 갈색 머리칼 사이로 땀 몇 방울이 튀며 무대의 조명에 반짝이며 반사했다.
후렴구가 끝나고도 여전히 앞에 선 채 무언가를 찾는 듯 좌석을 두리번
거리던 그녀는 이내 내 쪽으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고”]
[“ 마“]
『워“]
『요”]
리더인 차지원이 잽싸게 다가와서 안무인 척 어깨를 팍 치자, 그제야 빙의가 풀린 듯 막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대열에 합류했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서 일어나 천천히 공연장을 나섰다.
무대가 끝났는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뒤에서 울려퍼진다.
역시 이렇게 시끄러운 곳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미소 지은 채 공연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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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