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40화 (40/130)

40 화

막간 - 덕훈이와의 문답

[2019년 3월 18일 월요일, 06: 35]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436]

[인과율 : 10%]

황금 같은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다.

다행히 잠은 푹 잤다.

너무 푹 자서 그런지, 월요일 아침 인데도 개운한 기분으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후, 여전히 결정을 못 하겠네.’

방 침대에 누운 채 나는 고민했다.

내가 처음으로 A급 괴담을 격퇴하며 얻은 무려 400이나 되는 포인트.

이 포인트의 사용처를 나는 아직 정하지 못한 것이다.

‘어디에 써야 아쉬움이 안 남을까.’

나 스스로한테 사용해서 새로운 능력들을 얻거나, 아니면 부윈들의 능력을 개방시키거나, 동아리의 레벨을 올리는 등 여러 선택지가 머릿속

에 맴돈다.

나 자신에게 사용할 경우, 동반회 귀라는 능력을 얻는 게 최우선 목표 가 될 것이다.

전에 독순술을 얻을 때 쓸모 있어 보이는 몇 가지 능력들을 외워 뒀는 데, 그중 하나가 바로 동반회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누군가 와 함께 회귀할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이번 A급 괴담, 다 같이 죽을 고생을 하며 위기를 넘겼는데, 결국 그걸 온전히 기억하는 건 나 혼자 뿌

처음에는 괴담도 물리치고 세상도

멀쩡하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싶었지만, 매번 괴담을 겪을 때마다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될까?

다 같이 고군분투하여 진상을 파악 하고, 혼자 회귀해서 마무리.

그건 결코 좋은 결말이 아니었다.

내가 겪은 경험과 부원들 수준의 격차, 그게 점점 커져 버리는 것이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끌고가야 하는 싸움.

특히나 유리멘탈인 나로서는 절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이다.

부원 본인들의 의견이야 어떨지 모

르겠지만, 녀석들을 이 난장판에 끌 어들여서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좀 미안하긴 하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끌어 들이는 게 미안하지만, 나 역시 원해서 괴상한 동아리의 부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세계평화라는 명목이라면 친구들을 끌어들인다 해도 정당방위가 아 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른 아침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 ‘동반회귀’라는 능력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모두가 죽지 않고, 세상도 엉망이 되지 않으면서, 괴담을 같이 이겨 내는 게 가장 베스트겠지만, 상황이 과연 그렇게 돌아갈지……

한 번.

딱 한 번만 함께 겪어 낼 수 있다면, 다음부터는 녀석들을 설득하기 훨씬 쉬워질 텐데.

아니면, 온라인 게임의 캐쉬 랜덤 뽑기를 지른다는 느낌으로, 400포인 트를 몽땅 능력에 투자해서 동반회 귀가 나오길 기도하거나.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했다.

목숨을 내던져 가며 얻은 귀중한

포인트.

아무리 그 능력이 절실하다 해도 그렇게 운에 맡겨 버릴 수는 없다.

그럼 얻은 포인트를 동아리 레벨을 올리는 데 투자하는 건 어떨까.

‘상점!’

무엇을 파는지는 몰라도, 이 시스템에는 동아리의 레벨이 5가 되면 열리는 상점이라는 기능이 존재한다.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동반회귀 능력과는 달리, 동아리에 포인트를 투자하면 상점은 반드시 열린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현재 내 동아리의 레벨은 2.

300을 투자해서 레벨을 5까지 올려 상점을 개방시킨 후에도 100포 인트가 남는다.

‘100포인트라면 상점에서 무언가를 살 수 있을지도.’

동아리에 투자하는 것은 손해 볼 확률이 없는 그야말로 안전한 선택.

하지만 여기에도 단점은 있는데, 이 다음에 마주치게 될 괴담에는 동아리 레벨이 올라가는 게 그다지 도 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아리에 포인트를 모두 사용해 봤자 새로운 요소를 해금하는 데 의미

가 있을 뿐, 따라오는 혜택들은 동아리의 방이 커진다거나 하는 부가적인 기능들이 다였다.

반면에 나 자신에게 투자해서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은 다소 위험성이 따르긴 하지만, 당장 마주칠 괴담에 서 바로 써먹을 수 있을 가능성이 컸다.

‘흠, 어떡한다.’

포인트를 분산해서 사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만약, 능력에 투자한다면 동반회귀 가 나올 때까지 다 쏟아부을 생각이고, 동아리에 투자한다 해도 역시 상점이 뚫릴 때까지 다 쏟아부을 계

획이다.

‘골치 아프군.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조언을 구해 보고 싶은 데.’

* * *

잠시 후, 학교.

쉬는 시간.

“게임? 그런 쪽은 아마 덕훈이가 잘 알 텐데.”

“그 녀석이?”

놀라 외치는 나에게 담담하게 대답 하는 경원이.

“짝꿍이면서 왜 모르는데. 그 녀석 이 맨날 보는 애니가 다 그런 내용 이잖아. 이세계로 가서 게임 판타지에 적응하는 내용들.”

“호오.”

그러고 보니 옆에서 슬쩍 훔쳐본 기억으로는 덕훈이가 보는 애니는 죄다 판타지가 배경, 그것도 몬스터를 잡고 경험치를 획득하는 등 게임 이 주가 되는 내용들이었던 것 같다.

“고마워. 근데 너는 게임 같은 거 안 해?”

“나는 공부하기도 바빠서.”

훗 하고 웃으며 대답하는 안경원.

녀석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쿳소, 내가 미소녀 나오는 것만 보는 줄 알았다고? 언제 적 얘기하냐능.”

“어, 미안.”

“묻고 싶은 걸 말해 보라능. 이 몸, 코노스바를 통달하여 게임 판타 지에 관해서는 잘. 안.다.”

코노스바는 또 뭔지 원.

고개를 젓고는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럼 잘 들어 봐, 덕훈아. 내가

요새 하는 게임인데 말야.”

“제목이?”

“그, 제목은… 잘 몰라. 외국어라서 기억이 잘 안 나네.”

“인디 게임인 건가.’’

“인디? 뭐, 그런 거야. 하여튼.”

다시 헛기침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그… 적들을 잡으면서 점수를 많이 획득했거든?”

“ 점수?”

“어, 점수. 그러니깐, 게임 안에서는 포인트라고 뜨더라.”

“후움… 경험치도 아니고 포인

덕훈이가 턱살을 만지며 갸웃거렸지만 일단 설명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 포인트를 어디에 쓸지 가 고민이야. 나 자신에게 사용해서 능력을 강화할 수도 있고, 아니면 게임의 새로운 요소, 상점 기능을 해금하는 데 쓸 수도 있거든.”

“쿠쿡. 뭘 그런 걸 고민하냐능. 준 쿤, 게임 많이 안 해 본 것 같다랄 까.”

“아니, 많이 하기는 하는데…”

롤이나 총 게임 같은 온라인 게임 만 해 와서 그 외에는 잘 모른다.

“쿠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새로운 요소를 해금하는 데 써야 한 다능.”

자신만만한 말투로 단언하는 덕훈 이.

‘호오, 새로운 요소!’

“왜? 이유가 뭐야?”

“야레야레.”

잠시 잘난 체하며 뜸들이는 녀석.

빨리 말해라, 빡친다. 후우.

“그야 당연히 초반이니깐? 눈앞의 가능성에만 몰빵하기 보다는 선택지를 늘리는 게 당연하달까?”

선택지를 늘린다.

“호오.”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상점의 기능을 개방하는 게 타당한 선택인 것 같다.

덕훈이의 말대로 초반이니 좁은 시 야에서 판단하기 보다는, 새로운 요소를 다 밝혀낸 후에 다시 둘러보며 포인트의 투자처를 정하는 게 장기 적으로 봤을 때도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그렇구나. 확실히 도움이 됐어, 고마워!”

“쿠쿡. 이 몸에겐 뭐, 간단한 일이었다,라는 건가?”

“미안한데, 그런 말투 좀 그만둬 주지 않을래?”

잠시 움찔하는 녀석.

“기껏 대답해 줬더니.”

역시 화난 모양이다.

“미안. 그런데 계속 신경 쓰여서.”

삐 졌나.

“몇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데, 이 것도 혹시 대답해 줄 수 있을까? 두 가지 정도인데.”

“쿠움, 뻔뻔한 짝꿍이로다.”

다시 고개를 돌리는 녀석.

“말해 봐.”

나는 내친김에 그동안 궁금했던 걸

차근차근 물어보기 시작했다.

우선, 바로 지난 A급 괴담 안에서 하위급 괴담을 세 개나 연속으로 마주했던 일.

평소와는 명백히 달랐다.

마치 무언가가 의도를 가지고 우리를 공격해 오는 듯한 느낌.

‘아니, 그때뿐만이 아니다!’

이번 생 전체가 그렇다.

전생에서 전학을 간 후 다른 학교에서 보냈던 3년은 괴담 같은 것과 마주치지 않고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나는 잠시 머릿속으로 정리하다가 일단 설명을 시작하고 봤다.

“내가 하는 게임. 그건… 처음에 튜토리얼로 시작하거든?”

듣고 있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 덕이는 덕훈이.

“그런데 튜토리얼을 마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도망간 적이 있었어. 그때는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지냈거 든? 그런데 게임을 다시 시작해서 이번엔 튜토리얼도 마치고 제대로 퀘스트를 깨며 플레이해 보고 있는 데, 계속 누가 방해를 하는 기분이 들어.”

“우움? 방해?”

눈썹을 찡그리는 녀석.

일단 설명해 봤지만, 너무 애매하긴 하다.

“자세히 말해 보라구.”

“그러니깐… 적들이 막 예상치 못 한 순간에 나타나. 엄청 뜬금없이 계속. 내가 일부러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야레야레.”

녀석은 과장된 몸짓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최종 보스가 누군데.”

“일단 마왕… 같은데.”

“그럼 당연히 마왕이 용사를 제거

하려고 보내고 있는 게 아니겠냐능

“요, 용사?”

내가 깜짝 놀라서 되묻자 뭐 그런 걸로 놀라냐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마왕을 무찌르는 거면, 당연히 용 사지.”

“그. 그렇구나.”

생각해 보니 그렇다.

아니, 당연한 거다.

마왕을 무찌르는 게 목표인 게임이 있다면, 그 주인공은 용사라고 불리는 게 당연할 것이다.

이건 온라인 게임만 해 오던 나조

차도 옛날에 즐겼던 오락실 게임들을 통해 관념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

게임 속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일 텐데, 막상 내 눈앞에 현실로 나 타나자 대입이 안 됐는지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다.

‘용사, 내가 용사!’

그 단어가 왠지 유치하면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렇구나. 지금껏 마왕이 나르

전생에서 처음의 머리 폭발사건을 제외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이유는,

내가 마왕을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차피 방해가 안 되니 건드리지 않았고, 마왕은 시간이 되자 자연스레 부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게임의 흐름에 따라 마왕을 막으려고 발버둥 쳤고.

그에 따라 마왕도 어떻게든 나를 제거하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

게임으로 치면 몬스터… 즉, 괴담이라 불리는 현상들을 이용해서.

‘… 그렇구나. 그렇게 된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채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벌써 5번이 넘는 괴현상을 마주한 게 이해가 간다.

“오덕훈 최고.”

“음!”

콧김을 내뿜는 녀석.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

“오이오이. 듣고 있다고.”

치켜세워 주는 게 나쁘지는 않은지 말해 보라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이번에도 사실을 적당히 숨기며 게임에 대입해서 설명하기 시작 했다.

“그, 게임 안에서 말야. 적이랑 싸우다 죽으면 적을 만나기 직전의 시 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도전할 수 있거든? 근데 이상한 게, 최종 보스를 만나서 지면 보스방 직전이 아니고, 아예 게임의 시작점으로 되돌아가 버려.”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죽으면 괴담과 마주치기 직전으로 되돌아간다,라는 흐름에 따른다면.

마왕에게 죽었을 때는 도대체 왜 3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뛰어 입학식으로 와 버린 걸까?

“…끝2”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던 녀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묻는다.

“어. 마왕한테 죽으면 게임의 시작 점으로 돌아가는 거. 이게 궁금해.”

“쿠우- 참나, 진짜. 그게 어쨌다는 거냐능.”

“안 이상해? 당연히 지금까지처럼 직전에서 부활하는 형식이라면, 보스방 직전에서 재도전해야 하는 게 정상아냐?”

“바카. 엔딩 분기잖냐.”

엔딩 분기?

“보스한테 지는 것 자체가 선택지라는 거다. 그 상태로 베드 엔딩을

보고, 너는 ‘뉴게임+’에 돌입한 거라능 ”

이 녀석, 묘하게 이런 쪽으로 잘 알고 있다.

선택지와 분기가 많은 게임,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을 자주 해 봤던 탓일까.

“뉴, 뉴게임? 자세히 말해 봐.”

“후우.”

어느새 다 끝나가는 쉬는 시간.

덕훈이는 내가 자신의 애니 감상 시간을 다 잡아먹자 조금 짜증이 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대답 했다.

“딱 여기까지만 대답해 준다. ‘2. 회. 차’라는 거다. 전 회차에서의 경 험을 이어받아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걸 의미한다. 끝.”

녀석은 그 말을 끝으로 이어폰을 끼고는 코노스바라는 애니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파란색 머리의 소녀가 방 방 굴러다니는 게 보인다.

‘뉴게임 플러스… 2회차……

게임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주로 온 라인 게임만을 즐겨 온 나.

이런 식으로 엔딩이 있거나, 선택 지가 있는 게임에 대해서는 전혀 문

외한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최종 보스를 무찌르지 않는 게 선 택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게이머 중에는 일부러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인가?

도대체 왜? 어째서?

“후우.”

머리를 저었다.

역시 물어봐야 해.

파악-

덕훈이의 이어폰을 강제로 낚아채 고는 살찐 귓가에 대고 말했다.

“야, 진짜 미안한데 하나만 더. 왜 보스를 안 무찌르는 게 선택지가 되는 거야?”

대번에 성질을 내는 덕훈이.

“노옴! 감히 나의 애니 시간을 방 해하다니!”

진심으로 화난 듯 씩씩거린다.

“매점 가서 빵 사올게. 말해 줘.”

그 말에 놀랐는지 덕훈이의 턱살이 흔들렸다.

“네가 나의 빵셔틀이 되어 준다고?”

“오늘만.”

“쿠쿡.”

즐거운 듯 살을 흔들며 킬킬거리는 녀석.

“이 몸. 항상 남의 빵을 배달하기 만 해 오던 17년 인생, 드디어 내 소유의 빵셔틀이 생긴다? 오이- 장 난치지 말라구~ 그런 일, 현실에-”

“ 대답.”

잠시 고민하던 녀석이 뱉은 한마 디.

“진 엔딩 보려고.”

“···알겠어. 고마워.”

역시 당장은 이해할 수 없는 일투 성이다.

하지만 건진 건 있었다.

마왕.

지금 학교 아래 잠들어 있는 거대 괴수.

괴생명체. 최종 보스. 흑막.

그건 가만히 묻혀 있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놈은 끊임없이 나를 노리며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들어 있는 마왕과 그 위에 동아리라는 이름의 거점을 둔 채 서 있는 나.

학교를 사이에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혈투가 은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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