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화
막간 - 동아리 레벨 LV.5
“바이 바이.”
“내일 또 보자~”
그날 오후, 하굣길에 부원들과 함 께 정문을 나선 후, 나는 집에 가는 척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려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덕훈이에게 조언을 들은 대로 지금부터 포인트를 사용해 동아리의 레벨을 올릴 계획이었다.
‘녀석들이 알면 곤란하지.’
괴현상에 대해 어느 정도 받아들인 선아, 경원이, 하윤이조차도 이 게임 같은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
언젠가는 말해 줄 기회가 오겠지만 지금은 곤란한 상황.
그래서 나는 혼자 동아리방으로 향 하는 중이다.
야자를 준비하는 몇몇 선배들만이 남아 있는 조용한 교실.
내가 전에 다녔던 학교는 강제 야자였는데, 여기 낙성고는 좀 더 풀어 주는 모양인지 사람이 얼마 없었
다.
지금의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학원에 다닌다든가 독서실이 더 공부 가 잘된다든가 하는 이유로 학교와 타협해서 야자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다.
물론, 그건 학부모의 동의가 필요 한 일이었기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 선배들은 이렇게 남아 야자를 준비 하는 것이다.
‘끔찍하군. 나는 무조건 빼야겠다.’
전생에서 이미 수능까지 치고 대학까지 붙었다가 돌아와 버린 나.
아직은 새 학기 한 달 차라서 그나마 버티는 중이지만, 내 성격상
그 지겨운 수험 생활을 또다시 할 자신이 없다.
이 현실을 조작해 버리는 시스템을 이용해서 수업을 뺀다거나 하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동아리방에 올라갔다.
드르륵-
문을 열자 석양이 지는 도시가 동아리방 창문 너머로 보인다.
“누가 창문 안 닫아 놓고 간 거야.”
다가가서 창문을 닫고는 동아리방을 천천히 둘러봤다.
책상, 의자, 화이트보드.
단출하지만 아늑한 우리 괴담 동아리만의 공간.
‘아무도 보는 사람 없지?’
잠시 복도로 고개를 내밀어 살펴봤다.
다행히 조용했다.
“동아리 상태창!”
파앗-
[괴담 동아리 LV.2]
① 동아리 관리
② 부원 관리
® 상점(잠금)
④ 설정
‘1번. 동아리 관리.’
파앗-
[괴담 동아리 LV.2]
[괴담 포인트를 투자하여 동아리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0/100]
[능력치]
- 공간 확장 LV.1
지난번에 시험 삼아 동아리의 레벨을 올렸을 때는 공간 확장을 선택해 서 방의 크기를 늘렸었다.
그때 공간 확장 말고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능력치들이 아마 ‘괴담 수집력’과 ‘인재 수용력’이었을 거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능력인지 감이 잘 안 오는 단어들.
“오늘은 레벨을 올려 상점도 열어 보고 그 능력치들도 하나씩 얻어 봐야겠군.”
아마 레벨이 하나 오를 때마다 능력치 하나를 올릴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 레벨업!”
눈앞 허공에 떠 있는 레벨업 버튼에 손가락을 갖다 대어 꾸욱 눌렀다.
그러자 눈앞에서 포인트가 빠져나 가기 시작했다.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1 7… 28·” 52·- 75·- 99··- 100/100]
띠리링!!
퍼버벙~♬
[동아리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괴담 동아리 LV.2 -〉 LV.3]
[능력치를 (1) 고르실 수 있습니다.]
“좋아, 그대로 레벨 5까지 전력 질 주! 상점 한번 열어 보자구!”
이어서 레벨 5까지 연속해서 레벨 업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그…
36- 57- 83- 100/100]
띠리링!!
퍼버벙~♬
[동아리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괴담 동아리 LV.3 -〉 LV.4]
[능력치를 (2) 고르실 수 있습니다.]
“좋아! 가즈아!”
이 시스템은 게임의 형식을 갖추긴 했지만, 포인트를 얻어서 레벨 하나를 올리는 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보통 온라인 MMORPG 게임에서 노가다로 하루 만에 몇십 계단을 건 너뛰며 레벨업을 하던 것에 비하면 좀 많이 답답한 편.
그렇기에 이렇게 한 번에 연속해서 레벨이 상승하자 짜릿한 쾌감까지도 느껴졌다.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그… 36- 57- 83- 100/100]
퍼버벙~♬
[동아리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괴담 동아리 LV.4 -〉 LV.5]
[능력치를 (3) 고르실 수 있습니다.]
순간, 눈앞에서 홀로그램 느낌의 폭죽 이펙트·가 펑펑 터지더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축하드립니다! 동아리의 레벨 5를 달성하였습니다!]
[상점 기능이 해제됩니다!]
[괴담 동아리 LV.5]
① 동아리 관리
② 부원 관리
© 상점 < NEW !!
④ 설정
[능력치를 (3) 고르실 수 있습니다.]
[동아리의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동아리에 능력치를 하나씩 부여할 수 있습니다. 선택해 주세요. 현재 가능 : (3)]
[괴담 수집력 LV.0]
[인재 수용력 LV.0]
[공간 확장 LV.1]
“후, 됐다.”
상점 기능이 해금되었다.
그리고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동아리에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도 세 개 획득하였다.
“상태창. 상태창… 흠.”
뒤로 넘겨서 오픈된 상점 기능부터 살펴보려 했으나, 화면이 움직이지 않았다.
“능력치의 배분부터 먼저 하라는 건가.”
앞서 시스템에서 제시해 주는 활동부터 수행해야 다음 창으로 넘어가는, 전형적인 옛날 고전 게임의 방
식이었다.
“세 개… 어디 보자.”
마침 선택할 수 있는 능력치도 세 가지.
그럼 공평하게 하나씩 배분하는 게 역시 좋겠지.
“그런데 공간 확장은……
원래 지나치게 좁았기에 갑자기 넓 어져도 한 번 정도는 안 들킬 수 있었지만, 여기서 더 넓어져 버린다면 그건 너무 티가 날 거다.
“어쩐다?”
잠시 고민했지만, 발상을 바꾸자 오히려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녀석들을 설득해 야만 하는 일.
그런데 동아리방이 하루아침에 갑 자기 넓어졌다!
그건 나중에 녀석들에게 게임 시스템에 대해 설명할 때 증거로 쓸 수 있을 법했다.
그리고 여태껏 부원들의 반응이 걱정돼서 숨기고 있었지만, 생각해 보니 내가 딱히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다.
마왕을 무찌르고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게 뭐 숨기고 다닐 일이란 말인가.
언젠가는 이 괴상한 모든 것에 대하여 부원들과 공유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것인데, 그게 내일이 될지 다음 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늘리고 보기로 결정했다.
“좋아. 세 가지 능력치 모두 다 하나씩 올리겠어.”
손가락으로 톡톡톡 클릭하자.
[동아리방의 공간이 확장됩니다.]
[동아리에 괴담 수집력의 능력치가 추가됩니다.]
[동아리에 인재 수용력의 능력치가 추가됩니다.]
기존에 있던 능력은 레벨이 올라갔고, 다른 두 가지 능력치가 내 동아리에 새롭게 추가되었다.
[능력치]
- 공간 확장 LV.1 -〉 LV.2
- 괴담 수집력 LV.0 -〉 LV.1
- 인재 수용력 LV.0 -〉 LV.1
세 가지 능력이 동시에 추가되었고.
인터넷 팝업이 여러 개 뜨듯, 메시
지창이 파바밧 겹쳐서 내 앞에 나타 났다.
제일 표면에 떠 있는 메시지는 공 간 확장에 대한 내용이었다.
[공간 확장 LV.1 -〉 LV.2]
[동아리방의 크기가 확장됩니다. 로딩을 위해서 문을 닫고 밖으로 나 가 주세요.]
“아니, 매번 이렇게 나가야 해? 그 냥 안에 있으면 안 되나?”
투덜거렸지만 시스템은 답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로딩 중의 동아리방 안은 도대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동아리방 안에 휴대폰으로 영상 촬 영을 해 놓고 나간다든가, 하는 방 식으로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보자.”
조심조심 책상에 휴대폰을 세워 놓고 나가려고 동아리방의 문을 열었다.
“각도가 영 아닌데. 바닥 구석에 세워 놓는 게 화면에 잘 들어오려
나.”
휴대폰을 고쳐세우려 동아리방의 문을 다시 닫는 순간.
[동아리방을 다시 로딩합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어라.”
방 안에 있는 채로 동아리방이로 딩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문을 여닫는 게 트리거였던 모양이다.
“궁금했는데 잘됐네.”
뭐, 죽지는 않겠지.
로딩 중인 동아리방의 내부.
그것을 관찰하고자 팔짱을 낀 채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으니, 방 내부 가 파르스름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파밧-
방 전체가 엘리베이터가 된 듯이 진동과 함께 공간이 통째로 어딘가로 옮겨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갑자기 이동할 때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과 함께 창문 밖으로 풍경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파밧- 파바밧-
0%.
8%.
한참을 어딘가로 올라가는 기분과 함께 귀가 아파지길래 재빨리 침을 삼켜 먹먹한 고막을 풀어 주었다.
13%.
21%.
파앗-
“윽, 뭐야.”
창문 밖에서 들어오던 햇살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방 내부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 자, 나는 당황한 채 손을 더듬어 전 등을 켰다.
팟-
불안하게 떨리며 켜지는 전등.
그제야 변화하는 동아리방 내부가 보였다.
철컥- 철커덕-
타일들이 도미노가 뒤집히듯이 차 례대로 일어서서 뒤집히며 새로운 타일로 바뀌고 있었고, 벽면은 여러 정사각형으로 나눠지더니 하나둘씩 차례대로 밀려가며 공간을 넓히고 있었다.
35%.
47%.
트랜스포머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거기서 자동차들이 로봇으로 변신 할 때 무언가 정신없이 뒤집히고 접혀 가며 형태를 바꾸던데, 동아리방 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과 비 슷했다.
탁자는 요동치는 바닥의 타일들 속으로 쑥 내려가더니, 잠시 후 새롭 게 넓혀지는 동아리방의 정중앙이라고 생각되는 공간으로 불쑥 올라왔다.
퍽!
“아이고, 정강이야!”
하필 그 가장자리에 서 있던 나는 올라오는 탁자 모서리에 다리를 처 맞고 바닥을 굴렀다.
뒤이어 화이트보드가 천장에서 떨어지더니 판이 돌아가며 내 정수리를 후려쳤다.
퍼억!
“아악! 에프잖아!”
이래서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했던 걸까.
그 안내문은 사용자를 위한 시스템의 배려였던 것이다.
55%.
63%.
정신을 가다듬은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창문으로 다가갔다.
로딩 중에 밖에서 안을 볼 때 창
문이 뿌옇게 변하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게 기억난다.
왜 갑자기 어두워진 건지도 신경 쓰인다.
공간이 통째로 어딘가로 이동해 있는 걸까.
로딩이 끝나기 전에 이곳이 어딘지 확인해 봐야겠다는 호기심이 든다.
“흠, 뭐지. 깜깜하네.”
요동치는 타일을 피해 다리를 오므리며, 닫혀 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봤다.
그곳엔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저 멀리, 아주 멀 리 미세하게 무언가 반짝이는 게 살짝 보인다.
“ 별?”
아까는 분명히 낮이었는데, 뭐지.
나는 눈을 부릅뜨고는 다시 이곳저 곳을 살펴봤다.
여기는 어딜까.
동아리방은 어디로 옮겨져서 로딩을 하고 있는 걸까.
“저건 뭐지?”
창문 귀퉁이 너머 저 멀리 무언가 반짝거리는 게 보였지만 각도가 안 나와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다.
고개를 내밀면 잘 보일 것 같았지만 굳게 닫힌 창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84%.
91%.
유리에 얼굴을 찰싹 갖다 붙여 김 이 서릴 정도로 볼을 밀어붙이자, 그제야 그 반짝거리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건… 상당히 이상하게 생긴 모양 의, 반짝이는 무언가들의 집합체… 성운(星雲)이었다.
“우주?”
과학교과서에서 보았던 여러 성운
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창조의 기둥이나 말머리 성운 등 등… 어두운 우주 한가운데 여러 형 상을 지닌 채 부유하며 빛을 내는 성간 물질들의 집합체.
나는 우주에 있는 걸까.
그런데 그 성운의 모양이 뭔가 이 상하다.
‘아, 거꾸로인가.’
볼을 밀어붙인 상태에서 고개를 반 대로 돌리자, 비로소 전체 모습이 가늠되었다.
‘… 마왕.’
어둡고 어두운 우주의 한복판.
그 가운데 상상도 못 할 크기를 지닌 우주의 분자 구름은 마왕의 형 상을 하고 있었다.
100%
파앗-
순간 풍경이 바뀌며 갑자기 빛이 몰아쳐서 눈을 찌푸렸다.
서서히 눈을 뜨자 창문 너머로 평소의 운동장이 보인다.
로딩이 끝나고 다시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온 것이다.
털썩.
나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대체 뭐지, 그건.
우주급 레벨의 무언가… 생명체가 맞기는 한 건가.
왜 성운이 그런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대체 방금 그곳은 우주의 어디였을까.
저런 모양의 성운이 있었다면 벌써 잡지에 실렸겠지만, 일단 나는 금시 초문이다.
인류의 과학 수준으로는 관측할 수 없는... 아주, 아주 먼. 우주의 반대 편쯤 되는 곳이었던 걸까.
“후우.”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목격하고 말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자, 전보다 더 넓어진 동아리방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는 작은 원룸 하나 정도의 크 기였다면, 지금은 웬만한 아파트 거실 정도의 크기는 된다.
두 그룹이 각자 둘러앉아 활동하기에도 충분한 공간.
한쪽에선 테이블에 앉아 회의를 하고, 다른 쪽에선 칸막이를 치고 티 브이를 본다든가 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괴담 수집력 LV.0 -〉 LV.1]
눈앞에서 빨리 클릭해 달라는 듯 깜빡이는 메시지.
“후우. 그래, 알겠다. 클릭.”
그러자 다시 연이어 메시지들이 파바밧 떠오른다.
[동아리에 괴담 수집력의 능력치가 추가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부원들이 주기적으로 괴담을 수집해서 들고 옵니다.]
[C급 괴담 수집 중…….]
“뭐? 안 돼, 씨발! 멈춰!”
[부원 장화은이 ‘C급 괴담 - 싸이 코패스 테스트’를 수집 완료하였습니다.]
털썩.
괴담 수집력이란 건 말 그대로 괴담을 수집하는 능력이었다.
그것도 등급이 붙은 걸 보니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괴담이 아닌, 내가 지금까지 싸워 온 실체가 있는 괴담
s'.
“이럴 수가……
가만히만 있어도 한 달 동안 죽을 고비를 10번은 넘겼는데, 이제부터는 부원들이 그걸 일부러 들고 온다는 말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씨발놈아
애꿎은 시스템을 욕해 봤지만 돌아 오는 건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메시지를 넘겼다.
인재 수용력은 조금 쓸 만한 능력 이기를 기대하면서.
[인재 수용력 LV.0 -〉 LV.1]
[동아리에 인재 수용력의 능력치가 추가되었습니다.]
[해당 능력치의 레벨이 오를 때마 다 시스템이 동아리에 필요한 최적의 인재를 검색해서 추가합니다. 현재 수용 인원은 (1)명입니다.]
[인재는 부원으로는 취급되지 않지만, 학교 바깥에서 여러분들을 도와 조력자의 역할을 해 주는 괴담 동아리의 파트너들입니다.]
[인재를 검색합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호오!”
인재 수용력!
이건 조금 쓸 만한 능력처럼 보였다.
방 크기를 넓혀 주는 공간 확장이 나, 나를 더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노력하는 괴담 수집력에 비하면, 그나마 실질적으로 가장 도움이 될 법 한 능력이었다.
[인재 모집을 완료하였습니다.]
[형사 박강운이 괴담 동아리의 인재로 추가됩니다.]
“형사!”
형사가 우리 편이 된다는 말인가!
그건 굉장히 좋은 소식 같았다.
왜냐면 내가 맞닥뜨리는 이 괴담이라는 현상은 한 번 상대할 때마다 대여섯 죽어 나가는 건 일도 아닌 미친 상황.
경찰, 그것도 형사가 우리의 조력 자가 되어 준다면 앞으로의 활동이 굉장히 수월해질 게 분명했다.
이걸로 메시지는 모두 읽었다.
나는 잠시 멍청하게 앉아서 기다렸지만, 딱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
았다.
“형사는 어딨어?”
형사 내놔, X발.
시스템을 휘저어 봤지만 반응이 없다.
당장 변화가 없는 걸 보니, 아마 내가 처음 동아리방을 얻었을 때처 럼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저절로 엮이며 나타나는 모양이다.
“후, 좋아.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지.”
남은 건 상점을 확인하는 것뿐!
마무리를 짓기 전 자리에 앉아 기지개를 쭈욱 피던 순간, 이상한 기
분을 느끼고 동아리방의 문을 보니 누군가 서 있었다.
문 중앙에 달린 유리창으로 누군가 동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장화은 선생님이셨다.
‘ 언제부터?’
미동도 하지 않고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선생님.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으로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내가 뭔가 수상한 행동을 보인 건 없었을까?
빠르게 기억을 더듬는다.
허공에 손가락을 놀리며 혼자 우왕
좌왕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이 시스템 창은 남에게는 보이지 않을 터.
공간 확장도 로딩 중에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던 게 기억이 난다.
‘방이 넓어진 것만 안 들키면, 별로 해명해야 할 상황은 아니야.’
여러 가지를 머릿속으로 점검하며 수상해 보일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나는 안심하고 자연스레 문에 달린 유리창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거기서 뭐 하고 계세요?”
선생님은 여전히 두 눈을 부릅뜬 채 대답이 없으셨다.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