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42화 (42/130)

42 화

일곱 번째 괴담 -

싸이코패스 테스트 (1)

“…저기, 선생님?”

여전히 두 눈을 부릅뜨신 채 반응 이 없으신 장화은 선생님.

미동도 없이 그렇게 가만히 서 계 신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창문이 아니고 상반신이 그려진 초상화인가 싶을 것이다.

“···설마.”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선생님은 여전히 가만히 서 계신다.

또 괴담에 홀리신 걸까.

문득 첫 번째 CA 시간에 선아가 얘기해 주었던 괴담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이 산을 타다가 길을 잃고 오두막에서 밤을 새웠는데, 그 오두막에 무섭게 생긴 사람 얼굴의 초상화가 엄청 많이 걸려 있더래…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 났을 땐 초상화 대신 창문만 있었대.]

일단 창문을 보고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괴담은 내가 아는 것 중에는 그것밖에 기억 안 나는데.

설마 지금 초상화인 척하고 계시는 건가.

“어이가 없네.”

나는 가방을 열어 교과서를 꺼내, 눈을 부릅뜬 채 서 있는 선생님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선생님?”

“자, 초상화 아닌 거 다 들켰죠?”

전에 하윤이가 뺨을 때렸던 것처럼 약간의 충격이 필요한 걸까.

나는 교과서를 둘둘 말아서 선생님의 머리를 탁 내리쳤다.

탁!

“나가.”

“네.”

[D급 괴담 - 창문이었던 초상화 괴담과 마주쳐서 살아남았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5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은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여 오히려 초상화인 척하는 귀신을 격 퇴하고 말았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20 획득하였습니

다.]

선생님은 멍한 표정으로 자세를 돌리더니, 5층 복도 반대편으로 터덜 터덜 걸어가서 정독실로 들어가셨다.

‘정독실에서 야자 감독을 하고 계 셨던 걸까?’

이곳 5층은 각종 동아리방이나 다 용도실이 위치한 층.

그중에는 정독실이라는 교실도 있는데,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학교의 혜택이었다.

전교 30등 안에 드는 학생들은 정

독실의 멤버로 선정되어서 야자 시간에 교실 대신 이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구경이나 해 봐야겠다.’

나는 선생님이 가신 복도를 따라 걸어 정독실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독서실처럼 개인 칸막이가 쳐져 있는 책상들과 공부 중인 선배 들.

그리고 정독실의 가운데 책상에는 학생들을 감독 중인 장화은 선생님 이 계셨는데, 나를 보시고는 반가운 미소를 띠시며 손을 흔드시더니 이 쪽으로 문을 열고 나오셨다.

“준이구나! 아직 집에 안 갔니?”

“네, 잠시 동아리방에 볼일이 있어 서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너무나 멀쩡 한, 평소 하이톤 모습 그대로의 선생님.

역시 괴담에 홀리셨을 때의 기억은 없으신가 보다.

“잘됐네! 마침 너희 동아리방에 놔 둘 게 있어서 아까 갔었는데, 까먹고 그냥 와 버렸거든”

“저희 동아리방에요?”

“응. 자, 이거.”

선생님은 호치키스로 찝어 놓은 서류 하나를 나한테 건네주셨다.

[절대로 맞히면 안 되는 싸이코패스 테스트]

첫 문단에 적혀 있는 이상한 제목.

“이건······

“정독실에서 너희 선배 몇 명이 공 부는 안 하고 이걸 돌려보며 낄낄거 리길래 압수했거든. 왠지 너희 동아리에 가져다주면 좋아할 법한 물건 같아서.”

이걸 가져다 놓으러 동아리방에 왔다가 동아리방 안을 보던 채 그대로 괴담에 씌인 건가.

이 사람, 일상생활은 가능한 건지 궁금했다.

“감사합니다. 싸이코패스 테스트라, 흥미롭네요.”

“후후, 재밌겠지? 선생님도 방금 훑어봤는데 신기하더라.”

“근데 이거, 문제만 있고 답안지는 없네요?”

“그렇니? 흠.”

선생님이 눈썹을 찡그리셨다.

“아까 그 녀석한테 분명히 다 압수 해 간다고 내놓으라 했는데, 숨겨 두고 있나 보네.”

“하하, 별난 선배네요.”

“일단 그거 풀고 있어 볼래? 선생님이 답안지도 압수해 올게.”

“푸하하……

뭔가 나쁜 장난을 치듯이 씩 웃으시는 선생님.

나이는 우리보다 두 배나 더 많지만, 아직 결혼을 안 하셔서 그런지 묘하게 학생들과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안 그래 주셔도 되는데, 일단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시원하게 대답하시고는 정독실로 다시 들어가시는 선생님.

나는 다시 복도 반대편에 있는 우리 동아리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 갔다.

‘흠, 이게 방금 동아리의 레벨이 올라가며 얻었던 괴담 수집력. 그걸로 가져온 C급 괴담인가.’

일단 겉보기에는 여러 문항이 적혀 있는 게 평범한 심리 검사지처럼 보이는 종이였다.

하지만 이 검사지가 c급 괴담이라면 분명히 또 이걸로 괴현상이 발생 할 터.

‘지금 내가 혼자 이걸 풀어도 될 까?’

이 괴담이라는 존재들은 나 혼자 상대하기는 확실히 버겁다.

C급 괴담이라면 어느 정도의 위험 도일까.

일단 내가 마주쳤던 c급 괴담은 빨간 휴지, 파란 휴지 화장실 귀신과 엘리베이터 질식사 괴담 정도.

‘위험한데.’

해결 난이도야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두 번 다 확실히 죽을 뻔했었다.

괜히 혼자서 이걸 읽어 볼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괴담을 퇴치하는 건 함께하

는 부원들이 많을수록 보너스 포인 트를 더 받는다는 것도 생각났다.

물론, 부원이라고 하면 복도 바로 건너편 정독실에 이걸 건네준 장본 인인 장화은 선생님이 계시긴 하지만, 그 사람. 괴담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하신 상태.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누군가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경원이는 학원일 거고, 하윤이는 그러고 보니 아직 번호를 모르고, 선아는 뭘 하고 있을까?’

선아는 같이 놀 친구도 없고 집에 컴퓨터도 없어서, 항상 방과 후에 심심해하던 게 기억난다.

그래서 집에 가면 가만히 티브이를 보거나 잠깐 근처를 산책하다가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

마침 선아가 사는 주공아파트는 바로 학교 옆이다.

선아라면 시간도 되고, 거리도 가 깝고, 상황도 알고 있어 나를 도울 수 있는 준비도 돼 있다.

나는 동아리방에서 창문을 내다보며 선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뚜一

달칵.

-여보… 세,요.

자고 있었는지 갈라진 목소리에 발음도 어버버했다.

“응, 선아야. 나 준인데.”

_주니……?

“응. 자고 있었어?”

-응

“깨워서 미안. 통화 가능해?”

-괜찮아…….

“나 지금 학교 동아리방인데. 또 괴담에 휘말릴 것 같거든.”

?

“좀 도와주러 와 줄 수 있니?”

-아랏서… 금방 갈게!

햄스터처럼 졸린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고 있을 선아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좋아. 선아랑 함께라면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을 거야. 어디 보자.’

나는 기다리는 동안 동아리방에 앉아 테스트지를 읽어 봤다.

[절대로 맞히면 안 되는 싸이코패스 테스트]

*이 심리테스트는 미국의 유명한 심리상담사 로버트 번디가 1971년

싸이코패스를 구별해 내기 위해 만든 테스트입니다. 글을 읽으실 때 자신의 현재 상황인 것처럼 이입해 서 읽어 주시고,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고 직감적으로 떠오른 대답을 바로 답변해 주시면 됩니다.

1. 두 자매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장례식에 같이 갔다가 아주 멋진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두 자매는 그 남자에게 완전히 푹 빠져 버렸고, 그날 밤 동생은 언니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왜 죽였을까요?

2. 당신은 방 안에서 혼자 거울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3. 크리스마스 날, 산타가 한 꼬마에게 축구공과 자전거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꼬마는 오히려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4. 한밤중에 당신은 바람을 쐬러 옥상에 올라갑니다. 경치를 구경하던 중, 갑자기 당신 뒤에서 무언가

가 스윽 지나갑니다.

무엇이 지나갔을까요?

5. 당신은 한밤중, 잠에서 깨 베란 다로 나왔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어떤 남자가 칼을 들고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 당신. 그 남자가 갑자기 검지손가락을 들어서는 당신 쪽을 가리킵니다.

왜 그랬을까요?

6. 5번의 직후, 당신은 주방으로 제일 먼저 갑니다. 왜일까요?

7. 갑자기 어떤 사람이 당신 집의 초인종을 누릅니다. 인터폰으로 누 구냐고 묻자, 지나가던 사람인데 화장실이 급하다며 문 좀 열어 달라고 합니다.

당신의 대답은?

8. 어두운 집 안. 살인마가 칼을 들고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숨을 건가요?

* * *

하나같이 조금은 으스스한 질문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상황을 대입해 보며 곰곰이 답변을 생각하고 있자, 선생님께서 동아리방의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어때? 잘 생각해 봤어?”

“아, 네. 답이 궁금해지네요. 그런 데 정독실 감독은요?”

“1학년이라 역시 모르네. 야자도 쉬는 시간이 있거든. 그런데 너희 동아리방, 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손에 답안지를 든 채 주위를 두리 번거리시는 장화은 선생님.

한 번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두 번이나 확장을 한 후의 동아리방이다.

제일 처음 동아리방이 생성됐을 때 보다 세 배 정도는 되는 크기.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러게요. 저도 놀랐어요. 갑자기 넓어졌죠?”

“응, 이상하네?”

다행히 대수롭지 않게 넘기시고는 ‘읏차’ 하시며 자리에 앉으시는 선생님.

“좋아. 답변 잘 기억하고 있지? 지금부터 풀이를 시작할게.”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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