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43화 (43/130)

43 화

일곱 번째 괴담 - 싸이코패스 테스트 (2)

장화은 선생님께서 손가락에 침을 바르시고는 종이를 넘기셨다.

정독실의 감독을 하던 중 노닥거리던 선배한테서 뺏어 온 싸이코패스 테스트의 답지다.

“자, 먼저 첫 번째 문항.”

[두 자매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장

례식에 같이 갔다가 아주 멋진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두 자매는 그 남자에게 완전히 푹 빠져 버렸고, 그 날 밤 동생은 언니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왜 죽였을까요?]

“뭐라고 생각했어?”

“으음, 글쎄요.”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역시 당연한 대답밖에 안 떠오른다.

“그야 당연히 질투했다든가 그런 거 아닐까요? 언니도 그 남자를 좋아하니깐, 자기가 독차지하려고

물론, 그런 걸로 가족을 죽이는 사람이 있기야 하겠냐만은.

지금의 내 대답도 심히 싸이코스러운 것 같아서 갑자기 걱정된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안심하라는 듯 손을 까딱거리시며 웃으셨다.

“정상적인 대답이야.”

“ 진짜요?”

“응. 보통 일반인들의 대답은 남자를 두고 싸웠다는 식의 질투에서 비 롯된 감정을 얘기하거든. 하지만 싸이코패스들은 ‘장례식을 한 번 더 열어 그 남자를 다시 보기 위해서’

라고 대답한다고 해.”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확실히 정상적인 대답은 아니네요.”

“그렇지?”

으스대시는 선생님.

“질투나 다툼이나,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기에 나올 수 있는 감정들이야. 하지만 싸이코패스들은 그런 감정이 결여돼 있고, 오로지 목적만이 남아 있기에 이런 괴상한 대답을 한다고 해.”

“그렇군요. 그런데 거기 적힌 거

읽는 것뿐이시면서 왜 이렇게 으스 대시는……

“야! 내가 생각한 거거든!”

“정말요?”

들고 계신 답안지를 보려고 몸을 벌떡 일으키자, 선생님이 당황하며 종이를 뒤로 숨기셨다.

“스포일러 금지!”

“알겠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일단 제가 정상인이라 다행이네요.”

“그래, 맞추면 큰일 난다구. 그럼

두 번째 문항!”

선생님이 기운차게 외치셨다.

[당신은 방 안에서 혼자 거울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못생겨서?”

“정답은 거울이 더러워서야!”

해답지를 들고는 으스대시는 선생님.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계속 우쭐한 표정을 지은 채 있으셨다.

결국, 한숨을 쉬고는 궁금한 척 물어봤다.

“거울이 더러워서 그렇다니… 흠. 확실히 생각 못 한 대답이긴 한데, 딱히 못 나올 대답도 아닌 것 같은 데요. 왜 그게 싸이코들의 답인지 궁금하네요.”

“그건 말야!”

기다렸다는 듯 콧김을 뿜으시는 선생님.

“싸이코패스는 문제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그렇지!”

자기도 해답지를 보고서야 안 거면서 되게 잘난 체한다.

“일반인들은 못생겨서, 살쪄서, 피 부가 안 좋아서 등등 모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대답을 하지만 싸이코패스는 거울이 더러워서, 조명이 이상해서라는 식으로 문제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린대.”

“그렇군요. 그렇게 들으니 이해가 가네요.”

내 반응에 선생님께서 양팔을 허리에 올리셨다.

“재밌지?”

“네… 그런데 학생한테 공부하라고

압수하신 장본인치고는 굉장히 이걸로 즐기고 계시네요.”

그러자 ‘캬하핫’ 하고 웃으시는 선생님.

“재밌는 건 재밌는 거잖아! 자, 3 번 문제!”

[크리스마스 날, 산타가 한 꼬마에게 축구공과 자전거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꼬마는 오히려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정답은 다리가 없어서야!”

“세상에.”

상상도 못 했다.

다리가 없어서라니, 단순한 산타 이야기를 굉장히 소름 끼치는 내용으로 바꿔 버리는 대답이었다.

“그냥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서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그렇지? 생각도 못 했지?”

그런 못된 장난을 치는 산타라고 하니 갑자기 머릿속에서 배가 튀어 나온 담임이 연상된다.

이미지가 비슷해서일까.

산타 옷을 입은 담임이 다리가 없

는 꼬마에게 죽구공과 자전거를 선 물해 주고는 옆에서 킬킬대는 모습 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 4번!”

[한밤중에 당신은 바람을 쐬러 옥 상에 올라갑니다. 경치를 구경하던 중, 갑자기 당신 뒤에서 무언가가 스윽 지나갑니다.

무엇이 지나갔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먼저 집에 옥상이 있어야 할 텐데. 그치?”

“저는 아파트에 살아서 옥상 있어

요. 올라가 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등 뒤로 뭐가 지나갔을 것 같아?”

«음...

한밤중의 어두운 옥상, 갑자기 뒤를 지나가는 것.

이건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귀신 아닐까?

“귀신요.”

“정상!”

“정답은 뭔데요?”

“자, 들어 봐.”

선생님께서 헛기침을 한 번 하시고는 문장을 쭉 읽어 내려가신다.

“한밤중의 옥상, 무언가 뒤를 지나 간다면 으스스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법. 보통은 귀신이나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감정이 결여된 사이 코들은 무서운 걸 느끼지 못하기에, 한밤중의 옥상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고 뜬금없이 동물이나 이성을 대답한다고 한다.”

“그렇군요.”

역시 자기가 생각한 게 아니고 그 냥 답안지를 읽는 것뿐이었잖아.

“자, 5번 문제.”

[당신은 한밤중, 잠에서 깨 베란다

로 나왔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어떤 남자가 칼을 들고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 당신. 그 남자가 갑자기 검지손가락을 들어서는 당신 쪽을 가리키며 까 딱거립니다.

왜 그랬을까요?]

“음, 나를 지목하며 위협하려고?”

선생님께서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하셨다.

“너, 일부러 정상적인 답변만 골라 하는 거지?”

홱 쏘아붙이시는 선생님.

“몰라요. 그냥 생각나는 거 말한 건데요.”

“좋아. 이번만 봐주지. 정답은 ‘내 가 있는 층수를 세려고’야.”

그러더니 갑자기 킬킬대며 웃으셨다.

“선생님은 19층에 살 거든? 살인 마가 다 세려면 꽤 헷갈릴걸. 너는?”

“저는 7층이라 금방 들킬 것 같네요, 하하.”

[5번의 직후, 당신은 주방으로 제일 먼저 갑니다. 왜일까요?]

주방. 주방이라, 흠.

“신고를 해야 하는데 휴대폰이 주방에 있어서?”

다시 한번 나를 노려보시는 선생님.

“너, 이거 혹시 해 본 적 있어?”

“아뇨. 처음 하는 건데요.”

“그런데 왜!!”

탕-

선생님이 답안지로 책상을 내려치 셨다.

“정상적인 대답만 골라 하는 건

데!”

“정상인이니깐 그렇죠!”

“못 믿겠어! 다른 걸로 말해 봐!”

“후, 좋아요. 갑자기 주방으로 간 이유. 식칼 같은 걸 호신용 무기로 삼으려고?”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시는 선생님.

“정답은 배고파서야.”

뭐지.

짐작도 안 간다.

“아까도 말했듯이 공포라는 감정이 결여된 싸이코패스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주방이라고 하니,

배가 고파서 그런 건가 하고 생각할 뿐인 거지.”

“그렇군요.”

“자, 거의 다 끝나간다. 7번!”

[갑자기 어떤 사람이 당신 집의 초인종을 누릅니다. 인터폰으로 누구 냐고 묻자, 지나가던 사람인데 화장 실이 급하다며 문 좀 열어 달라고 합니다.

당신의 대답은?]

“일단 저는 7층에 사니깐, 그렇게 급한데 어떻게 7층까지 올라왔는지

따질 것 같아요.”

“뭐!!!!!!!!!!!!!”

선생님이 갑자기 책상을 탕 치시며 일어섰다.

“너 방금 뭐라고 했니!!!!!!!!!!!!!!!!!!!”

“뭐가요.”

“네가 방금 한 대답! 그거!”

“싸이코가 하는 대답이란 말

야!!!!!!!!!!!!!!!!!!!!!!!!”

“시끄러워요. 조용히 좀 해요, 진짜!!!! 귀청 떨어지겠네!!!!!”

“싸이코야~!!!!!!!!!!!!!!!!!!!”

드디어 건수 하나 잡았다는 듯 방 방 뛰시는 선생님.

이 사람, 진짜 브레이크란 걸 모르나.

“오버 좀 그만하고 앉아요! 일반인도 그렇게 대답할 수도 있는 거죠!”

“후후. 알겠어.”

주책을 부려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내미셨다.

“그런데 말야, 요새는 아파트 동 입구마다 방범문이라 하나? 비밀번

호 다 치고 들어가야 하잖아.”

“네, 저희 아파트에도 있어요.”

“이 사람, 용케도 그걸 뚫고 올라 왔네?”

“흐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제정신인 상태의 장화은 선생님과 일대일로 얘기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선생님, 정말 텐션이 높으신 분 이었다.

“비밀번호라 해 봤자 대충 설정해 놓기 마련이니깐요. 저희 동은 심지

어 ‘5678’인걸요.”

“어머, 그건 너무한 거 아냐?”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가려면 은근히 헷갈리긴 해요.”

“하긴, 주민인 이상 한 번만 틀려도 수상해 보이긴 할 테니깐.”

“그런 거죠, 뭐.”

“좋아. 마지막 문제!”

[어두운 집 안. 살인마가 칼을 들고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숨을 건가요?]

“일반인들은 침대 밑이나 장롱 안

같은 정말로 들키지 않게 숨을 곳을 말하지만, 싸이코패스들은 반대로 공격할 수 있는 장소에 숨는다고 해. 예를 들면 문 뒤라든가.”

“세상에, 그건 생각도 못 했네요. 똑같이 숨어도 오히려 역습할 장소에 숨는다니.”

“소름 돋지?”

드르륵-

때마침 동아리방의 문이 열리며 사복 차림의 선아가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선아구나! 넌 또 웬일이니?”

“제가 불렀어요. 마침 한가하다고

해서요.”

“잘됐네. 너도 해 보자. 자, 여기 앉아 봐.”

“네……

머뭇거리며 선생님의 옆자리에 앉는 선아.

“지금부터 선생님이 들려주는 문제를 읽고 생각나는 대로 답하면 되는 거야.”

“네에.”

“첫 번째 문제! 두 자매가 있었는 데, 어느 날 장례식에 같이 갔다가 아주 멋진 남자를 발견했대요! 두 자매는 그 남자에게 완전히 푹 빠져

버렸고, 그날 밤 동생은 언니를 죽이고 말았는데 왜 죽였을까요?”

“자, 장례식을 다시 열려고……

그렇게 왁자지껄한 심리 테스트가 끝난 후, 선생님은 잘 놀았다는 듯 기지개를 쭉 펴시고는 다시 정독실로 돌아가 버리셨다.

선생님의 텐션에 휘둘리다 보니 나는 기가 다 빨린 기분이 들어서 뒤로 축 늘어졌다.

“후, 뭔가가 휘몰아치고 간 느낌이

야.”

“주, 준아... 동아리방. 또 넓어졌 어……

“···착각이겠지.”

그렇게 나머지 시간은 선아랑 동아리방에 앉아 두런두런 수다를 나누 다 보니 어느새 벌써 초저녁이 되었다.

“아하하……

“진짜라니깐! 그때 네가 옥상에서 나를 밀쳤었다구!”

“준이 너무 웃겨.”

“잘가~ 내일 또 보자~”

“으응, 잘가……

헤어질 때가 되자 역시 아쉬운지 억지로 웃고는 있지만 슬퍼 보이는 표정의 선아.

불쌍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데리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곧 저녁이기도 하고, 나도 집에 돌아가서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

‘내일 또 볼 건데 뭐.’

선아와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문득 아직 아무런 일

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멀쩡하네.’

분명히 C급 괴담이라고 했는데.

왜 아무 일도 없는 걸까.

‘시간 차 공격 같은 건가?’

잠시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는 건 없다.

‘괜히 혼자서 머리 싸맬 필요는 없지.’

방금 했던 테스트의 내용을 휴대폰으로 찍어 경원이에게 보냈다.

녀석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안녕. 이거 오늘 싸이코패스 테스트라고 한 건데. 혹시 짐작 가는 거 있니.]

[사진 첨부]

정확히 뭐를 짐작해 보라는 건지 물어보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냥 그렇게 보내 놨다.

똑똑한 녀석이니 읽어 보고 뭔가 이상한 게 있으면 알아서 찾아줄 것이다.

친구 좋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룰루랄라.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서 저

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경원이는 계속 학원인지 내가 잠들 때까지도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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