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화
일곱 번째 괴담 - 싸이코패스 테스트 (3)
석양이 비추는 방송국 옥상.
선아와 나는 난간에 기대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다.
“선아는 얀데레.”
“양대… 레?”
“선아는 얀데레.”
« ”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선아.
“주머니에 커터칼 숨기고 다니면서... 아닌 척하기는.”
“드, 들켰다……
샥 하고 분홍색 커터칼을 꺼내드는 선아.
“주, 준아... 이제부터 준이 집은 우리집 냉장고야……
푹 푹 푹 푹
“아아아]’······
* * *
“아으h 으음...?”
게슴츠레 눈을 떠 보니 아직 한밤 중이다.
내 방 침대.
보름달이 내뿜는 푸르스름한 빛이 커튼을 뜷고 방 안으로 비쳐 들어온다.
‘몇 시지?’
나는 평소처럼 상태창을 열어서 시간을 확인했다.
[2019년 3월 19일 화요일, 02: 07]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36]
[인과율 : 10%]
새벽 2시.
아직 5시간이나 더 잘 수 있었다.
‘개이득이군.’
잠에서 깼는데 더 잘 수 있는 시간이 한참이나 있을 때, 왠지 이득을 본 기분이 든다.
나는 기분 좋게 다시 잠들었다.
“선아는 얀데레.
“선아는 얀데레.”
“드, 들켰다… 우리 집 냉장고에서 살아 줘, 준아……
푹 푹 푹 푹
“아악, 으음?”
게슴츠레 눈을 떠 보니 아직 한밤 중이다.
내 방 침대.
보름달이 내뿜는 푸르스름한 빛이 커튼을 뚫고 방 안으로 비쳐 들어온다.
‘몇 시지?’
나는 평소처럼 상태창을 열어서 시간을 확인했다.
[2019년 3월 19일 화요일, 02: 07]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36]
[인과율 : 10%]
‘뭐야, 아직도 5시간은 더 잘 수 있겠군.’
이렇게 중간에 깼는데 아직 한참이나 더 잘 수 있을 때는 왠지 이득을 본 기분이 든다는 생각을 좀 전에도 했던 것 같지만, 일단은 기분 좋게 다시 잠들었다.
“선아는 얀데레~”
“양대래?”
“선아는 얀데레래요~”
“알아챘구나, 준아……
푹 푹 푹 푹
“···으음.”
눈을 뜨니 아직 한밤중.
보름달이 비치는 방 안.
‘뭐지, 아직도 깜깜하네… 한참 잔 것 같은데.’
아까부터 자다 깨다 계속 뒤척여서 그런 걸까?
정신은 한참 잔 기분인데 육체의 피로가 전혀 안 풀려 있다.
나는 상태창을 열어서 시간을 확인
했다.
[2019년 3월 19일 화요일, 02: 07]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36]
[인과율 : 10%]
‘아니구나. 1분도 안 흘렀네. 방금 잠들었다 바로 깬 거군.’
나는 밀려오는 수마를 못 이기고 다시 잠에 들었다.
“선아는 얀데ㄹ
“저기, 이거 아까도 한 것 같은 데……
“응……?”
석양이 내리쬐는 방송국 옥상.
폐허가 된 도시.
커터칼을 쥔 채 물끄러미 나를 보는 선아.
‘꿈인가?’
나는 지난번 몽중몽 괴담에서 경원이에게 배운 대로 RC체크, 현실인
지 꿈인지 구별할 수 있는 여러 가 지 행동들을 시작했다.
손가락을 뒤로 꺾어도 보고, 코를 막고 숨을 쉬어 보기도 하고.
“준아, 뭐 해……?”
“어디 보자. 이걸 이렇게… 후우. 역시 이거 꿈이구나.”
꺾이는 대로 쭈욱 팔까지 꺾여 나 가는 내 손가락.
코를 막아도 쉬어지는 숨.
“같은 꿈을 세 번째 꾸고 있어.”
눈앞의 선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으으 그고 ”
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했다.
“이상하게 깨도 깨도 시간이 안 흐르고 있고 계속 같은 꿈을 꾸고 있네.”
“여기는 꿈속이야. 선아 너도 진짜 가 아니고 내 무의식이 만들어 낸 가짜야.”
“내가 ·· 가짜
선아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응. 어쨌든 일단 깨서 다시 확인 해 봐야겠어. 아까처럼 나를 난도질 해 줄래?”
꿈에서 깨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죽는 것.
나는 아까부터 꿈속의 선아에게 죽었고,
깨어난 뒤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잠들고, 다시 같은 꿈을 꿨다가 깨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과정에서 시간이 전혀 안 흘렀다.
“자, 빨리. 나를 죽여 줘!”
나는 팔을 쭉 피고는 목을 선아에게 내밀었다.
선아가 움츠러들며 몸을 뒤로 물렸다.
“뭐 해? 빨리 죽여 달라니깐!”
“내가 준이 너를 어떻게 찔러
바들바들 떨며 대답하는 선아.
“아까는 잘했잖아!”
“그, 그런 적 없어……
그렇다.
다시 시작된 꿈이다 보니 선아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논리에 맞나?’
역시 꿈이라 그런지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기분.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선아에게
윽박질렀다.
“아까는 잘도 찔렀잖아! 빨리 깨야 한단 말야, 찔러 줘!”
“뛰어내리면 되잖아……
“그건 무섭단 말야!”
“시, 싫어… 그런 거 못 해……
겁에 질린 햄스터처럼 움츠러들어 서는 다다다 멀찍이 떨어지는 선아.
“이런······
할 수 없다.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수밖에.
“후욱, 후욱.”
나는 다리를 달달 떨며 난간에 선
후, 몇 번이나 망설이다 눈을 질끈 감고 점프했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악!!!!!!!!!!!!!!”
“아아악?”
힘껏 소리를 질렀던 것 같은데 깨고 보니 나는 그냥 신음하고 있을 뿐이었다.
눈을 뜨니 아직 한밤중, 내 방 침대 위.
환하게 뜬 보름달이 어두운 방 안을 파랗게 비춘다.
정신은 한참을 잔 기분인데 육체의 피로가 전혀 안 풀려 있다.
나는 졸린 눈으로 상태창을 열어서 시간을 확인했다.
[2019년 3월 19일 화요일, 02: 17]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36]
[인과율 : 10%]
아까는 계속 2시 7분이었는데 지금은 10분 정도 시간이 더 흘러 있었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 걸까.
너무 졸려서 잘 안 돌아가는 머리를 굴려 봤다.
눈을 뜨니 계속 같은 시간.
그리고 반복되는 꿈.
자도 자도 풀리지 않는 피로.
피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육체.
육체를 제거한다.
피로의 근원을 찾아 제거하는, 그 것이 진정한 피로 회복이 아닐까.
Zzz.
앉은 채로 생각하다 잠결에 의식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꾸벅꾸벅 졸다가 문득 거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인기척에 눈을 떴다.
스윽“
벌떡.
조용한 집안.
잘못 들었나?
스윽- 스윽.
아니다.
누군가 있다.
닫혀 있는 내 방문 너머로 발소리 가 들린다.
양말과 마루가 스치며 나는 소리.
스으-
스윽-
일부러 들키지 않으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이동하는 소리.
부모님은 확실히 아니다.
누가 자기 집에서 저렇게 걷는단 말인가.
누군가 우리집 안에 있다.
스윽-
스윽-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 와서 방문을 잠궈 봤자 틱 하는 소음 때문에 들키겠지.’
나는 조심스레 소리를 죽이며 이불을 정리했다.
아무도 없던 것처럼 꾸민 후 침대 밑으로 몸을 숨길 생각이다.
스윽”
스윽 _
멈칫.
이불을 직각으로 반듯하게 정리하는 것과 동시에 방문 앞에 멈춰 선 누군가.
스르륵-
소리를 죽이며 문고리를 천천히 돌렸다.
그와 동시에 나 역시 숨을 죽이고
는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사사삭-
끼이 익-
문이 열리기 직전, 간신히 다리 하나까지 집어넣고 침대 밑에 숨는 데 성공했다.
완전히 열린 방문.
침대 밑의 좁은 시야로 누군가의 발목이 보인다.
바바리 코트를 입은 걸까.
발 옆까지 내려와 있는 기다란 옷 감도 눈에 들어온다.
스윽- 스윽-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괴
한.
침대 바로 앞에 멈춰 선다.
검정색 양말을 신은 괴한의 발이 바로 내 눈앞에 있다.
나는 혹여나 숨소리가 새어 나갈까 두 손으로 입과 코를 감쌌다.
그마저도 들릴까 봐 코로 숨 쉬는 대신 입을 크게 벌린 채 한 호흡 한 호흡 천천히 들이마셨다.
풀썩!
갑자기 괴한이 내 침대 위에 올라 타더니.
푹 푹 푹 푹
그대로 무언가를 정신없이 찌른다.
푹 푹 푹 푹
코앞에서 들썩거리는 침대.
그 바로 밑에 누워 있는 나.
눈을 질끈 감는다.
괴한은 분명히 아무도 없을 터인 내 침대를 마구 난도질하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찔러 대던 놈은 천 천히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그대로 내 방을 나가 버렸다.
“후우, 후우.”
그제야 놀란 심장을 가다듬으며 나는 숨을 내쉬었다.
철컥. 끼익-
괴한이 큰 방 문을 여는 소리가 난다.
“누구, 우욱.”
부모님의 목소리.
우당탕-
잠시 소란이 일더니, 곧 다시 조용 해졌다.
‘이… 이 자식, 설마 우리 부모님을 ’
이어서 성큼성큼 걷는 소리가 나더니 괴한이 거실로 나갔다.
이윽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 가 들렸다.
[삐리릭~]
도어락이 잠길 때 나는 소리.
나는 서둘러 침대 밑에서 기어 나와 큰 방으로 향했다.
“어, 엄마, 아빠!”
반쯤 열린 큰방 문을 박차고 들어 갔다.
“허억, 허억.”
그곳에 보이는 건 온몸이 완전히 난자된 채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부모님의 시체.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있고, 아버지는 방바닥에 반쯤 기대어 앉아 있
다.
달빛이 푸르스름하게 두 분의 힘없는 얼굴을 비췄다.
“허억, 허억, 허억.”
안 돼. 안 돼. 안 돼.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아직 따뜻한 부모님의 목덜미를 부 여잡았다.
“허억, 헉… 씨발, 안 돼… 이건 아니야... 헉, 헉.”
정신이 무너질 것만 같은 아득한 감정.
스윽-
문득 내 등 뒤,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자 방 문 앞에 그 괴한이 서 있었다.
“나간 척한 거였는데.”
바바리코트의 괴한이 칼을 들며 말 했다.
“신발 개수가 맞지 않았거든. 너 침대 밑에 있는 거 다 알고 있었어.”
“허억, 허억.”
천천히 뒷걸음질 치는 나.
“개... 개새끼야. 네가 우리 부모님을 ”
괴한이 칼을 치켜들고는 나에게 걸 어왔다.
“문제 아홉. 당신은 어떤 집에 숨어 들어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어린아이를 발견했습니다. 당신은 그 아이까지 죽이고 말았는데요. 왜일까요?”
“허억, 허억.”
중성적인 목소리. 선글라스에 마스 크, 눌러쓴 모자, 바바리코트.
“정상인의 대답은 어린이가 얼굴을 보고 신고할까 봐인데요. 사이코의 대답은 조금 다르다고 하네요.”
“개, 개새끼야.”
급히 옆으로 손을 뻗어 무기로 쓸
만한 무언가를 찾아 더듬어 봤지만, 잡히는 건 베개와 이불.
괴한은 후다닥 나를 향해 달려들어 서는 막을 새도 없이 배를 칼로 찔 렀다.
“커억, 커억!”
피부가 꺼지며 차가운 금속이 내부를 파고드는 불쾌한 이물감.
“사이코패스의 대답. 저세상에서 재회시켜 주려고.”
[당신은 죽었습니다.]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로딩중…….]
“선아는 얀데르……
멈칫.
방송국 옥상.
커터칼을 쥐고 있는 선아.
“준아, 무슨 일 있어?”
말을 하다 말고 멈춰 선 나를 이 상하다는 얼굴로 본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구나.
나는 아까부터 자는 동안 계속 죽어 왔던 것이다.
이번의 체크 포인트는 새벽 2시쯤 일까.
이때 나는 선아의 꿈을 꾸며 잠들어 있다.
그러다 새벽 2시 7분, 꿈속의 선아에게 죽고 잠시 잠에서 깨어 상태창을 통해 시간을 확인한다.
5시간이나 남았다고 좋아하며 잠들 고는 10분이 지난 2시 17분.
괴한이 들어와서 잠들어 있던 나를 죽인다.
그리고 다시 새벽 2시, 잠들어 있던 상태로 되돌아가는 걸 반복.
그래서 정신은 20분 전으로 돌아 갔지만 육체는 잠들어 있었기에 그 시간대에 마침 꾸고 있던 꿈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휴. 선아야, 반가웠어.”
나는 그 말을 하고 난간을 훅을 라탔다.
“주, 준아……! 어디 가! 준아!”
“혼내 줘야 할 사람이 있어서. 안 녕.”
“가지 마! 가지 마, 준아!”
필사적으로 말리는 선아를 뒤로하고 나는 방송국 옥상에서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렸다.
“으으으으윽-!” 후우우우우우욱-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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