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화
일곱 번째 괴담 - 싸이코패스 테스트 (5)
다시 옥상 바로 밑의 가정집이 있는 최상층.
잡다하게 널려 있는 청소 도구들을 넘어 복도로 향했다.
아까처 럼 엘리베이터를 이 용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이미 들켰을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1층에서 계속 서성거렸다면, 엘리 베이터가 움직이는 걸 알지 않았을 까?’
엘리베이터가 현재 몇 층에 서 있는지 표시해 주는 LED.
계속 1층에서 서성거린 선생님은 아마도 그걸 확인했을지도.
‘어디 보자.’
나는 복도에서 다시 비상구 계단 쪽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비상구 안의 센서 등이 내 움직임을 감지하고 불을 켰다.
그대로 저 밑까지 이어지는 계단의 틈새를 한번 내려다보자, 층층이 보
이는 수많은 계단 가운데 한 층의 불이 막 점등돼 있다가 꺼지는 게 보였다.
‘···7층?’
아마도 우리 집이 있는 7층 부근.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대신 살금살금 비상구 계단을 통해 서 올라와 집 앞에서 대기하려는 모양.
그걸 센서 등이 감지해서 방금까지 불이 켜져 있다가 이제 막 꺼졌나 보다.
마찬가지로 내가 서 있는 최상층
역시 불이 곧 꺼졌고, 다시 어두컴 컴한 아파트의 계단 틈새만 시야에 들어왔다.
가만히 쳐다보며 고민하고 있다가 까마득한 높이에 현기증이 나서 고개를 돌렸다.
‘…이제 어떻게 하지.’
나는 아파트 최상층.
선생님은 7층에서 대기 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선생님이 대번에 알아채고 7층에서 버튼을 눌러 잡겠지.
계단을 통해서 내려가더라도 연이어 터지는 센서 등 때문에 8층쯤에
서는 눈치챌 테고.
어떻게 할까.
[어두운 집 안. 살인마가 칼을 들고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숨을 건가요?]
···역습할 수 있는 위치와 상황을 만들어 보자.
‘왔군.’
장화은 선생은 칼을 치켜든 채로 생각했다.
엘리베이터의 LED 점등판의 숫자.
최상층에 있더니, 천천히 숫자가 움직이고 있다.
18··’ 14··- 11.
띵.
11층에서 잠시 멈추길래 의아했지만, 곧 다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화은은 재빨리 버튼을 눌러 7층에 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10, 9, 8…….
집 안에 안전하게 숨어 있으면 될
것을, 어째서 갑자기 옥상에 올라갔다 오는 걸까.
하지만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감정이 절제된 그녀에게 지금 중요 한 건 자신을 놀린 이준을 혼내 주는 것뿐.
‘죽여 주마.’
선생인 자신이 어째서 학생을 죽이려 오밤중에 찾아온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기묘 한 흥분감을 지금 느끼고 있었다.
마치 원래 이런 걸 즐기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녀 안에 꿈틀대는 가학성.
34살이 될 때까지 결혼을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자신만 빼놓고 교직원 족구 동호회를 만들어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동료 선생들.
신기가 부족해 대대로 물려오는 집 안의 가업을 잇지 못하고 힘들게 선생질이나 하는 데서 오는 분노.
왜 이렇게 무엇을 위해 스트레스받으며 사는지에 대한 억압감, 압박감.
평소에는 그런 감정들을 높은 텐션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풀고 다니던 그녀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그 모든 강렬한 감정들이, 지금 자신보다 17살이나 어린 남학생 이준을 향해 폭발하고 있었다.
‘괴롭히고 싶다!’
이제 막 변성기가 끝난 사춘기의 남학생이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어른 여성인 자신에게 엎드리는 걸 보고 싶다.
네 발로 설설 기어 다니게 만들어 모든 감정을 발산해 버리고 싶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식칼을 혀로 할짝대는 화은.
그렇게 선생 본인은 스스로를 영화 속 살인마의 이미지로 생각 중이지
만.
실제로는 스타킹 복면에 얼굴이 마구 구겨져 마치 삼류 코미디언처럼 보이는 모양새다.
아파트 복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이 싸구려 빌런이 된 선생의 모습을 비춘다.
[띵~]
마침내 7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화은은 센서 등의 감지를 피하려 가만히 숨어 있던 것도 그만두고,
이준을 맞이하러 엘리베이터 앞으로 뛰쳐 나간다.
‘반가워! 선생님이야! 또 왔단다!’
온몸에 끓어오르는 기대감, 전율하며 칼을 치켜드는 화은.
이윽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스르륵-
헐레벌떡!
괴상한 웃음을 지으며 난입하는 화
으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은 비어 있었다.
누군가 이미 눌러놓은 1층 버튼만 빨갛게 불이 들어올 뿐.
‘어디 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좁은 엘리베 이터 안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다다닥-
순간 반대편 비상구 계단에서 발소리를 듣는다.
U I 99
다시 헐레벌떡 계단으로 쫓아가는 화은.
계단의 틈새 사이로 밑을 내려다보자 센서 등이 층마다 하나씩 켜지고 있는 게 보인다.
누군가 급하게 계단을 내려가는 중 이다!
헤헤.
헤헤헤.
아드레날린이 34살 노처녀 화은의 온몸을 지배한다.
너무 흥분해서 침을 흘리는 줄도 모르고, 그녀는 사냥감을 쫓는 기분으로 계단을 급히 내려갔다.
‘도망친다! 이준이 도망친다!’
농구부같이 잘생긴 남고생들이 가득한 스포츠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던 그녀.
난데없이 생긴 괴담 동아리라는 이 상한 곳의 담당을 맡게 되어, 안 그 래도 마음에 안 들던 차였다.
그녀가 황급히 이준을 따라 계단을 두 칸, 세 칸씩 건너뛰며 아래로 향 했다.
“헉, 헉, 헉.”
4층.
3층.
2증.
이윽고 1층으로 내려가는 그녀는 무언가 불길한 소리를 듣는데.
[문이 닫힙니다.]
2층의 코너를 돌아 1층으로 내려 가자, 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드는 이준이 보인다.
‘거기 서!’
계단을 점프해 달려가는 화은, 하지만 간발의 차로 문은 닫혀 버린다.
둥-
[올라갑니다.]
위이잉-
“후욱, 후욱.
쫓아가야 한다!
급하게 1층에서부터 다시 계단을 올라가는 그녀.
하지만 이미 체력을 많이 소진한 상태, 기계로 작동되는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구나!’
이준은 아파트의 중간쯤에서 7층과 1층을 누른 채 빈 엘리베이터를 내려 보냈다.
그리고 화은이 7층에서 멈춘 엘리 베이터를 보며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비상구 계단으로 빠르게 앞서 내려 갔고, 둘이 달리기를 하는 사이 빈
엘리베이터는 먼저 1층에 도착한다.
그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져 1층에 도착함과 동시에 열린 문으로 이준은 바로 탑승한 것.
실로 3초 정도만 시간이 어긋나도 모든 게 틀어지는 간당간당한 계획 이었지만, 어쨌든 이준은 완벽하게 성공해 버린다.
‘안 돼! 집에 들어가지 마! 선생님이랑 영어 공부하자!’
절규하는 심정으로 숨이 차는 것도 잊고, 기어코 땀범벅이 된 채 7층에 도달하는 화은.
하지만 불이 꺼진 채 정적만이 흐르는 아파트 복도만 보일 뿐이다.
“허억, 허억.”
당연히 엘리베이터는 한참 전에 도착한 후.
이준 역시 집으로 벌써 몸을 숨겼다.
‘늦었다.’
로또 1등 복권이라도 잃어버린 것처럼 울상 짓는 화은.
구슬피 눈물을 흘리며 이준의 집 앞에 다가섰다.
꺼이꺼이.
굳게 닫혀 있는 현관문.
이런 일이…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잡았는데… 바로 코앞에서…….
흑흑. 흑흑.
문앞에서 눈물을 닦던 화은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다.
문이 잠겨 있지 않다!
언뜻 보면 닫혀 있는 듯 보이는 현관문.
하지만 급히 들어가며 실수로 잠금 쇠를 약간만 걸친 건지, 도어락이 반쯤 열려 있었다.
“아아, 아아... 아아!”
마치 구원이라도 받은 듯 환희에 찬 기분으로 천천히 문고리를 잡는 그녀.
반쯤 걸려 있던 잠금이 틱, 소리를 내며 그대로 열린다.
열린다!
아하하. 우히히. 우헤헤. 으헤헤.
만화처럼 음습하게 웃는 바바리코 트에 스타킹 복면을 쓰고 있는 화은
마치 애니메이션 속의 못된 악당 같은 모습 그대로다.
우히, 우히, 우히히.
바보 같은 웃음을 마구 지으며 현관문을 살며시 열던 화은은 그대로.
퍽!
쿠당탕.
문 바로 뒤에 숨어 있던 이준에게 후라이팬으로 머리를 얻어맞고는 바 닥에 나뒹굴고 만다.
* * *
“선생님.”
고개를 드니 아파트 복도.
자신의 칼을 흔들며 눈앞에 서 있는 이준의 모습이 화은의 어지러운 시야에 들어왔다.
“우리 집엔 왜 오셨어요?”
“···준이니?”
어리둥절한 척 묻는 화은.
“여기는 어디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웠다.
“그걸 몰라서 물어요?”
화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다시 눈앞의 소년에게 묻는다.
“너, 그거 칼… 이니?”
“네.”
“그런 위험한 걸 왜 흔들고 있는 거니? 내려놓으렴.”
“이거 선생님 건데, 기억 안 나세요?”
“내 거‘?”
화은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머릿속으로는 빠르게 계산 중이다.
물론, 기억난다.
자신은 몇 번이고 이렇게 무언가에 홀린 채 괴상한 행동을 했던 적이 있다.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갈 때마다 다 잊어버리고 말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직 홀린 채이기 때문일까, 기억이 또렷하다.
이거라면 속일 수 있다고 확신하며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나 왜 여기 있는 거니? 으음.”
몸을 일으키려는 화은.
그걸 이준이 제지한다.
“가만히 계세요. 칼 맞고 싶지 않으면.”
“너.”
입술을 질끈 깨물며 노려본다.
“선생님한테 지금 무슨 짓 하려는 거니?”
“물어보는 거에 대답만 잘해 주시면 돼요.”
“우리 집에는 갑자기 왜 왔는지 물었어요. 대답 안 하면 칼 들어가요.”
허세다.
자신이 아는 이준은 그런 행동을 할 아이가 아니다.
물론, 깊게 얘기를 나누어 본 적은 없었지만, 괴담 동아리라는 이상한 동아리를 운영할 뿐 생긴 것도 성격도 평범하고 괜찮은 학생.
화은은 그렇게 머릿속으로 이준을 평가하며 다시 물었다.
“장난치지 말고, 선생님 좀 일으켜 세워 주겠니? 으응?”
일부러 끈적하게 말꼬리를 늘리는 화은.
“아아, 머리가 어질거려… 응? 어
서... 선생님 손 좀 잡아 줄래?”
그리고 마치 초대하듯이 이준을 향 해 손을 뻗는다.
“어서, 준아… 응?”
사회인으로서의 닳고 닳은 처세술을 써 보는 그녀.
남자 고등학생을 상대로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지만.
“자, 준아… 어서.”
사악-
따끔!
“아얏!”
이준이 뻗은 화은의 손을 칼로 살짝 벴다.
“아, 아프잖아.”
손가락에 따끔하게 맺히는 피 한 방울.
“무, 무슨 짓이야.”
“존댓말 쓰세요.”
다르다.
분위기가 다르다.
아니, 분위기뿐만이 아니다.
아까까지 자신을 지배해 오던 기묘 한 싸이코스러운 감정.
그것 역시도 다르다.
지금 상황, 단순히 칼을 빼앗긴 것
뿐만이 아니다.
심리적인 역학 관계.
흘러가는 상황.
분위기.
이준이 테스트의 문항지에 반대로 행동한 후 역습까지 완성함으로써, 모든 것이 역전된 것이다.
이제 희생자는 화은이다.
“주, 준아?”
“무릎 꿇어.”
“네, 넷.”
거부할 수 없는 기묘한 위압감에 화은은 서둘러 자신의 학생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답해. 여긴 왜 왔지?”
“그, 그게.”
쩔쩔매는 화은.
비굴하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다시 한번 처세술을 시도해 본다.
“갑자기 네가 보고 싶어져서……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소리 하면 진짜 들어간다.”
차갑게 칼을 치켜드는 이준.
화은의 이마에 식은땀 한 줄기가 주륵 흐른다.
“그… 그게……
“아, 알겠어요. 여기 온 이유… 가, 갑자기 그냥 와야겠다는… 그런 예 감이 들어서……
“ 예감?”
“네……
“어떤 예감.”
“거… 거……
화은은 덜덜 떨리는 자신의 손목을 붙잡으며 사실대로 얘기했다.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그런 예감이 갑자기 들어서......
“갑자기?”
“네, 네.”
“어이가 없군.”
가만히 칼을 손가락 위로 위험하게 돌리는 이준.
화은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앞에 서 무릎을 꿇은 채로 대기한다.
곧 이준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아, 하고는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 혹시 예전에 화장실에서 나 한 번 본 적 있지 않아?”
“화, 화장실요?”
“빨간 휴지, 파란 휴지. 그런 이상한 말 하면서 네발로 기어 다녔잖아. 기억 안 나?”
필사적으로 기억을 떠올려보는 화은
그러고 보니 한 번 그랬던 기억이 있었던 것도 같다.
“네, 네… 기억납니다… 남자 화장 실이었잖아요.”
“맞아. 그때는 또 왜 그런 거야?”
왜 그랬더라.
머리를 굴려 보지만 기억이 안 난다.
“잘 모르겠어요, 왜 그랬는지……
“좋아. 좀 된 일이니깐 기억 못 할 수도 있지. 그럼 바로 어제 일을 물어볼게.”
“어, 어제 일……
“어제 오후, 정독실 감독을 하다가 우리 동아리방 앞까지 와서는 가만히 창문을 들여다보던 것. 기억나?”
“예, 예… 기억납니다.”
이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굽 신거리며 대답하는 화은.
지금은 솔직하게 말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건 또 왜 그런 거야? 이건 어제니깐 기억나겠지?”
기억 안 난다.
행위 자체는 기억나지만 왜 그랬는 지 이유는 모르겠다.
스타킹 복면을 쓴 화은은 땀을 뻘 뻘 흘리다가 가까스로 대답을 해 봤다.
“그, 그것도… 그냥 그래야겠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어서......
차갑게 쏘아 보는 눈길.
“선생님, 무당 집안이라고 했었지?”
“네.”
첫 번째 CA 시간 때 소개했던 게 기억난다.
“아마 그거랑 연관이 있지 않을 까?”
“귀신한테 홀려서 이상한 짓 하는 사람들. 그런 거랑 비슷한 거 같은 데.”
“그, 그런가요.”
«응 ”
“왜 대답이 없어? 한번 말해 봐.”
“뭐, 뭐를요?”
“귀신한테 홀려서 이상한 짓 하는 사람들, 그런 거랑 비슷한 거 같다고.”
“네, 네. 그렇네요… 확실히 비슷하네요.”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이는 화은.
하지만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는지 이준은 차갑게 다시 노려봤다.
“이런 X발,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무당 집안이라며. 그거랑 연관 지어서 선생님의 이상한 행동을 한번 설명해 보란 말야.”
“아, 네, 네. 그런 뜻이었군요.”
허둥지등 팔을 벌려 가며 설명을 시작하는 화은.
“무, 무당 집안인 건 맞지만… 저, 전혀 재능 없어서… 선생님으로 공 무원이나 하는 중이라……
과장된 몸짓으로 팔을 바둥거리며 최대한 아는 걸 이야기해 본다.
“저, 저는 그런 쪽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어릴 때 좀 배우다 재능 없다고 집에서 포기해서……
“알겠어. 그럼 다음 질문. 아까 말 한 이상한 행동들. 제정신일 때도 기억나?”
“제, 제정신일 때는 기억 안 나요… 그냥 멍때리고 있었다는 느낌 만……
“그럼 지금 기억난다는 건 아직 제 정신이 아니란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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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은은 기겁을 하며 변명을 시작했다.
“아니에요! 저 지금 제정신이에 요!”
“거짓말.”
“보면 다 알아.”
‘어떻게 알았지?’
깜짝 놀라는 화은.
“정말로 딱 이번까지만 봐준다. 한 번만 더 거짓말하면… 알지?”
“네, 네.”
사실이었다.
아직 괴담에서 정신이 풀려나지 않은 화은.
무릎을 굽히고 있는 지금도 틈만 나면 역습을 하려고 기회를 살피던 중이었다.
물론, 이준이 그걸 아는 건 시스템 창에 아직 괴담을 퇴치했다는 메시지가 안 뜨길래 짐작하는 것뿐이다.
곧 다시 질문이 날아왔다.
“이 한밤중에 그렇게 차려입고 칼까지 챙겨서 외출하는데, 가족 중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어?”
“저, 혼자 살아서……
“선생님 자취하는구나.”
“네.”
“동아리방에서 우리한테 심리 테스트지를 건넬 때. 그때는 제정신이었어?”
“그, 그때는 제정신 맞았어요.”
“그럼 언제부터 갑자기 우리 집에 와야겠다는 ‘강렬한 예감’을 느낀 건데.”
“저, 저녁 먹고 나서……
“저녁은 뭘 먹었지?”
“치킨····♦·
“어디 브랜드의 무슨 치킨?”
화은은 긴장한 탓에 잘 안 돌아가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짜내며 기억 해 냈다.
“가, 가성비 짱 와우치킨요.”
“메뉴.”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또 거짓말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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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 복면에 가려진 화은의 얼굴 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거기 두 마리 치킨집이잖아. 후라 이드 한 마리, 양념 한 마리겠지.”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떠는 화은.
“소, 속이려던 게 아니고, 보통 베', 반반이라고… 표현하니깐
“다 먹었나?”
“… 네?”
“두 마리. 혼자 다 먹었냐고.”
화은은 새빨개진 얼굴로 대답했다.
“…네……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