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48화 (48/130)

48 화

막간 - [2026년 ?월 뚯씤일 수?11일, 03:+0]

[2026년 ?월 뚯씤일 수?11일, 03:

+ 이

[이준 - 1회차]

[괴담컺인긮 : 2슦日]

[인??율 : 83%]

“ 대장.”

“···경원이구나.”

“아직 안 자고 있었어?”

“후우.”

나는 지도를 정리하던 걸 그만두고 두 눈을 비볐다.

그리고 습관처럼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새벽 3시네. 진희는 돌아 왔어?”

“방금

“···어떻데?”

“대장의 예측대로 가짜 63빌딩의 중간에 불이 켜져 있던 층, 생존자가 아니고 함정이었어.”

“ 역시……

“먼저 진입한 대원들 3명의 신체가 결합되더니 그대로 뇌까지 합쳐져서는 불길한 예언들을 내뱉길래……

“…처리했구나. 고생했어.”

나는 피곤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이마 뒤로 쓸어넘기고는 이어서 물었다.

“진희는? 무사해?”

고개를 끄덕이는 경원이.

“무사해.”

“고마워. 고생했어, 정말.”

“대장은 이제 들어가서 눈 좀 붙 여. 지도는 내가 마저 정리할게.”

“그래, 좀 부탁한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지하철 노선도가 부각된 서울특별시의 지도.

각 구역별로 현재 목격된 괴담과 피해가야 할 위험한 장소, 그리고 생존자 쉘터와 보급품의 위치가 세 밀하게 정리돼 있다.

가끔씩 지도가 멋대로 변형되며 모두 전멸하고 생존자가 없는 미래를 그려내려 하기에.

우리는 주기적으로 지도를 수정하고 여러 복사본을 만드는 작업 중에 있다.

“여기. 노량진역 중심으로 복사본이랑 다시 비교하던 중이었어. 여기 서부터 하면 돼. 뭔가 달라진 것 같아서……

« 응 ”

“특히 여기 신림역 앞의 패스트푸드점… 적어 놨던 설명이 달라진 것 같은데 잘 읽어 보고.”

“알겠어, 알겠어. 알겠으니깐 정말 들어가서 자. 화내기 전에.”

“고마워.”

나는 집무실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며 복도로 나섰다.

막 탐사를 마친 대원들이 지상에서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곳 지하의 작전기지까지 내려와서는 다이아 문양이 그려진 보호구를 벗으며 부

산스럽게 떠들었다.

그들을 통솔하는 진희와 멀리서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히 인사를 나누 고는 모니터룸으로 향했다.

“대장, 아직 안 자고 있었냐능.”

덕훈이가 땀을 흘리며 컵라면을 젓 가락으로 퍼 올린 채 나에게 인사한다.

“별일 없어?”

“없어. 대원을 또 세 명 잃은 것 빼고는.”

“대원들에게 달려 있던 바디캠, 죽기 직전의 순간을 보고 싶어.”

“안 그래도 잘 녹화돼 있지. 틀어

줄까?”

« 응 ”

덕훈이가 라면을 우물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몇십 개의 감시 모니터 중 세 개 가 대원들의 바디캠 영상으로 전환 되었다.

세 개의 모니터 중 두 개는 가짜 63빌딩 내부로 진입하는 대원들의 영상.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얼굴이 새빨 갛게 피투성이인 여자가 미친 듯이 웃으며 화면 가득 고개를 들이미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크, 영상 하나는 벌써 오염됐 네.”

덕훈이가 재빨리 웃는 여자의 영상을 삭제했다.

마왕이 부활한 후부터 서서히 세상은 광기와 괴담에 오염되고 있었다.

남은 두 개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바디캠 영상.

가짜 63빌딩의 내부를 돌아다니는 대원들, 그들의 1인칭 시점 영상에 집중했다.

차마 건물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마치 어느 생물체의 뱃속을 돌아다 니는 듯 내부는 온통 끈적거리는 점

액질로 가득하다.

[여기다. 대기해라.]

녹화된 영상 안에서 대원들을 통솔 하는 진희의 음성이 들렸다.

[내 지시에 따라 진입조가 문을 차고 들어간다. 셋, 둘, 하나. 진입.]

[벌컥-]

1인칭 시점으로 끈적한 문을 걷어 차는 대원의 오른발.

그리고 내부로 진입한 찰나, 영상이 화려한 색상으로 휘몰아쳤다.

으악, 뭐, 뭐야!]

[이런 X발!]

기괴한 형광색이 찬란하게 온통 뒤 섞여서는 마치 우주에서 온 색채처 럼 화면을 뒤섞는다.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 카메라에 쿵, 부딪히더니 화면이 어두워진다.

부딪힌 물체를 카메라가 점점 파고 들며 안을 근접해서 찍는다.

사람의 장기가 보인다.

“후.”

내가 거기서 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자 덕훈이가 영상을 끈다.

“후루룩, 쩝쩝.”

비위가 강한 녀석답게 이런 그로테 스크한 영상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라면을 먹는다.

이 녀석을 모니터룸의 책임자로 임 명한 이유다.

지금 시대에는 활자물, 영상, 그림, 그 어느 것도 정상적으로 가만히 있어 주는 게 없기에 모든 것에 있어 서 우리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시 고개를 돌려 수많은 모니터 중 63빌딩을 비추는 한 CCTV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폐허가 된 밤의 도시를 배경으로 두 개의 커다란 빌딩이 서 있다.

하나는 63빌딩 그리고 하나는 괴담으로 만들어진 가짜 63빌딩.

건물이라기보다는 생물체가 아닌가 하고 우리는 추측 중이다.

그 빌딩 위, 사람의 시체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용이 어두운 구름 위를 날아가는 게 보인다.

“고생해. 난 이만 자러 가 볼게.”

“후루룩, 잘자.”

모니터룸을 나와 수면실로 향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상태창.’

파앗-

[203□년 ?월 뚯씤일 수?11일, 03: t 이

[이?준 - 1회차]

[괴담컺인긮 : 2슦日]

[인??율 : 83%]

언젠가 저 녀석이 내게 설명했었

다.

이 세상에는 배드엔딩을 보고도 게임을 계속하는 미친 사람들이 있다고.

그때는 믿을 수 없었지만.

“···후우.”

마왕이 부활한 이후로 상태창은 점점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워졌고, 이 제는 대부분의 기능이 작동을 안 하고 있다.

나는 몇 년을… 아니, 몇 날을 더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 *

“준아. 준아, 준아!”

“음, 으음? 뭐, 뭔데… 어떤 새끼 가, 서, 선아구나.”

선아가 깨우는 소리에 침을 흘리며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4교시, 국사 시간 대신 직업 설명 회잖아… 일어나……

“음, 으음, 음… 그랬지.”

침을 닦으며 습관처럼 상태창의 시간을 확인했다.

[2019년 3월 22일 금요일, 10:57]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202]

[인과율 : 11%]

‘이런, 3분 남았네.’

두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반의 모두가 벌써 교실을 빠져나간 후.

선아랑 나만 조용한 교실에 남아 있었다.

“아웅, 왜 쓸데없이 직업 설명회 같은 걸 해 가지고, 어차피 로또로 먹고 살 생각인데.”

“빨리 가자……

투덜거리는 나를 보채며 발을 동동 구르는 선아.

나는 할 수 없이 두 눈을 비비며 강당으로 향했다.

본관 기준 왼편에 있는 체육관.

이렇게 행사나 설명회가 있을 때는 강당으로도 쓰이는데, 그곳에 들어 서자 전교생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정숙! 정숙!]

윗 학년 담당이신 무서운 선생님 한분이 강단에 서서 마이크로 조용히 하라고 계속 소리치고 계셨다.

“우리 반은 어디 있지?”

“저기······

정신없이 떠드는 몇백 명의 학생들과 호통치시며 돌아다니는 선생님들 사이를 비집으며, 아는 얼굴을 찾다 보니 저기 멀리서 담임이 느긋하게 배를 내밀고 있는 게 보인다.

“담임이다! 저기로 가자.”

“응”

선아가 학생들에게 밀리며 낑낑대는 표정으로 따라왔다.

“부장, 왔구나.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안 깨우고 그냥 왔다.”

“그래. 신경 써 줘서 고맙다.”

별 이상한 배려를 다 하는 경원이를 지나쳐 비어있는 옆자리로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불편한 접이식 의자에서 다리를 오므리고 앉아 있자, 곧 사회를 맡으신 선생님 한 분이 강단에 섰다.

“지금부터 낙성고등학교 직업 설명 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오늘 오셔서

강연을 해 주시는 분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10년도 넘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일해 오신 분 들이십니다. 오늘은 평일이지요? 일 하셔야 하는 날인데도 학생 여러분들의 진로에 도움이 되고자 귀한 발걸음을 낙성고에 옮겨 주셨으니, 우리 학생들, 졸지 말고 집중해서 들읍시다. 야, 거기 2층! 2층에 핸드 폰 집어넣어! 야 이 새끼야, 하나, 둘, 셋! 세 번째 줄에 너! 그래, 너 인마! 내가 지금 졸지 말고 집중해 서 들으라고 방금 말했는데 이 자식 이-”

국사 선생님이 놀라서는 헐레벌떡 2층으로 뛰어가는 게 보였다.

자신의 반 학생이었나 보다.

Zzz

“윽!”

상태창 설정에서 오디오 옵션에 들어가 음소거를 하고 조용히 졸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원이가 나를 팔꿈치로 퍽 쳤다.

놀라서 고개를 드니 담임이 멀리서 나를 째려보는 게 보였다.

눈을 비비고 강단을 보니 곰처럼 무섭게 생긴 남자가 마이크를 잡고 입을 벙긋거리는 중이다.

‘후. 어제 새벽에 싸이코 짓 하느라 잠 설쳤다고. 제발 잠 좀 자자, 좀……

오디오 옵션을 열고 다시 소리를 정상으로 돌렸다.

그러자 남자가 말하는 내용이 서서히 들려온다.

“흥미로운 건 목을 매고 자살한 시 신들의 경우에는 정액을 배출하고……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

갑자기 찡긋 윙크하고는 설명을 이어 나간다.

기분 탓이었을까?

몇백 명이나 되는 학생들 중 나한 테 한 건 아니었겠지?

이어서 점심시간.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선아가 이겼네.”

“선아야, 빨리 골라 봐!”

“ 으으

우리는 본관으로 돌아가는 대신 배 달 어플로 점심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치킨 먹을래……

“좋아. 어떤 맛?”

“치즈 가루 뿌려져 있는 거……

다음 시간은 동아리가 자율로 활동 할 수 있는 CA 시간.

우리는 바로 급식실로 가는 대신, 배달 음식을 시켜서 동아리방에서 먹을 생각이다.

“지는 사람이 1층에서 음식 받아 오기로 가위바위보 한 번 더 하자.”

“좋지.”

학교에서 허락했기에 CA 시간에는 특별히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게 허락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본관

건물까지 마음대로 배달원들이 들락 날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층 운동장 부근에서 기다리다가 음식을 받아 와야 했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내가 졌다.

선아랑 경원이가 먼저 킬킬대며 동아리방에 올라갔고, 나는 1층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치킨을 기다렸다.

‘지금 시간에 딱 맞춰서 오는 배달은 수업 시간에 미리 핸드폰 켜서 시켜 놓은 건가. 대단한 용자들이구 만.’

배달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운

동장에 들어와서는 본관 건물 1층에 서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음식들이 든 묵직한 종이봉투를 건네줬다.

저 멀리 입구에서 경비 아저씨가 불만에 찬 모습으로 정문을 서성거리며 오토바이를 째려보는 것도 보인다.

역시 나이 든 분들이 보시기에는 이 장면이 아니꼬우신 거겠지.

세대 차이다.

하지만 학교가 허락한 것을 어쩌겠는가.

잠시 후.

“가성비 짱 와우치킨 스노우치즈

하신 거 드릴게요. 괴담 동아리 어디인가요?”

“아, 접니다!”

본관 입구에서 치킨을 건네받는 나.

괴담 동아리라는 이상한 이름에 선 배들 몇이 나를 슥 쳐다봤다.

음식을 받고 뒤돌아서려던 찰나, 급 식실로 가려던 하윤이와 마주쳤다.

“준아.”

“아, 안녕.”

가만히 내 손에 든 치킨을 보는 하윤이.

별생각 없이 원래 다니던 멤버 셋과 시켜 먹는 건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른 부원들이 본다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이제 나는 그냥 일개 학생이 아니고 한 동아리를 이끄는 부장의 위치이니깐.

“이 치킨은, 그게……

물끄러미 나를 보는 그녀.

왜 자신은 초대하지 않았냐고 탓하는 걸까.

“미, 미안… 어쩌다 보니.”

“미워.”

샐쭉 입을 내미는 하윤이.

다행히 일부러 늘리는 듯한 말투

다. 그렇게 화나 보이진 않았다.

“저기, 하윤아… 같이, 치킨 먹을 래?”

“늦었어, 준아.”

친절한 어조로 거절하고는 홱 지나 쳐 그대로 급식실로 가려는 하윤이.

“미안, 진짜 미안……

우리 동아리에 아직 제대로 된 연락망이 없는 탓이다.

단톡방이라도 있었다면 같이 동방에서 점심 먹자고 올리면 그만인 일이었는데.

“아. 하윤아, 잠시만!”

지나쳐 급식실로 가려는 하윤이를

다시 뒤에서 불러세웠다.

“저기, 번호 좀 줄 수 있어?”

“응‘?”

하윤이가 빤히 나를 본다.

“번호. 우리도 단톡방이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머뭇거리며 핸드폰을 내미는 날 보며 빙그레 웃는 그녀.

“내 번호가 궁금해?”

“응. 그게……

“선아가 알면 싫어할 텐데.”

순간 가슴이 덜컹했다.

“아니, 무슨 소리야! 그게 아니고

단톡방 만들려고.”

“우후후.”

놀리는 듯 빙그레 웃는 하윤이.

“준이는 나한테 관심이 많구나.”

“저기, 그게 아니고……

“내 번호가 궁금하다고? 음, 어떡 하지? 생각 좀 해 봐야겠는데.”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이며 날 놀리는 그녀.

늘리는 것조차도 나긋나긋한 말투로 미소 지으면서 하는 게,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뭐라 말을 할수록 왠지 내 변명처 럼 느껴지는 그 순간.

‘가만, 이 구도. 어디서 한 번 있었는데……

언제였더라?

왠지 이렇게 놀려진 적이 한 번 있었던 것 같은데.

꿈에서 깨어난 후 내용을 기억하려 애쓸 때처럼 기억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꿈?’

아, 맞다.

꿈속이었다.

[변태. 준이는 변태.]

생각났다.

꿈속에서 하윤이가 불어주는 숨결에 그만 의식이 날아갔던, 황홀했던 순간.

나는 크게 눈을 뜨고 내 앞의 여학생을 바라봤다.

하윤이는 배시시 웃으며 내게서 핸 드폰을 탁 낚아채더니, 곧 자신의 번호를 입력해서 돌려줬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준아. 나 상처받았어.”

“치, 치킨? 미안, 그건 정말 미안 해… 지금이라도 같이 가면-”

내 말을 끊고는 샐쭉하게 입을 내 밀며 하윤이가 한마디를 툭 뱉었다.

“나처럼 예쁜 여자애를 어떻게 옥 상에 혼자 두고 가니? 준이는 남자 실격이야.”

그리고 우아하게 빙 돌아서 걸어갔다.

나는 한 손에는 치킨, 다른 손에는 하윤이의 번호가 입력된 핸드폰을 든 채 멍청하게 서 있다가, 뒤늦게야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속으로 외쳤다.

‘상태창.’

파앗-

《상태창》

이름 : 인하윤 LV.1 [0/100]

나이 : 17

칭호 : 신붓감

성향 : ???

특수 능력 : 없음

기벽 : ???

이해도 : 5/100

[대상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 합니다. 이 인물과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해서 정보를 얻어 내십시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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