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여덟 번째 괴담 -
저주받은 중간고사 (3)
중간고사 하루 전, 점심시간.
나는 동아리방에 모여 있는 부원들에게 방금 내가 겪은 일을 설명해 주었다.
“뭐라고!”
설명을 다 듣고 난 경원이가 기가 차다는 듯 외쳤다.
“어떻게 그런 일이.”
“진짜야. 그렇게 죽고 방금 돌아온 참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녀석.
하지만 선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믿어, 준아……
오오!
새삼스럽게 감동이 밀려왔다.
“미, 믿어 줘서 고마워!”
“헤헷
홍조를 띠며 웃는 선아.
“사실 답도 알 것 같아……
“정말?”
깜짝 놀란 내게 선아가 뭐라 뭐라 속삭였다.
나는 답을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확실히 그것 말고는 정답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보다 선아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라고 궁금해하던 차에 선아가 속삭이며 덧붙였다.
“나였어도 그렇게 할 것 같아 서……
···그렇구나.
나는 목청을 가다듬고는 다시 한번 부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너희는 어때? 방금 내가 한 말 믿어 줄 수 있니?”
하윤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경원이 역시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눈치.
우리 넷은 몽중몽 괴담을 한 차례 겪은 후, 끊임없이 귓가를 맴도는 귀신 들린 노래와 얽힌 소동을 한번 공유한 적이 있기에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노래 사건의 경우엔 내 체 험담을 전해 들은 것뿐이긴 하지만.’
덕훈이와 진희는 역시 괴현상에 처음 얽히는 입장이다 보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곧 팔짱을 낀 채 불평이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는 덕훈이.
“나는 믿진 않지만, 그거 일본 쪽 괴담 아냐?”
“오오, 맞아. 너 아까도 그 말 했었어!”
“보라색 거울이라든가……
순간 경원이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오덕훈, 너. 좀 아는가 본데. 보라 색 거울. 나도 아는 게-”
“오이오이- 좆경. 그만.”
덕훈이가 손을 내밀어 경원이의 말을 제지하더니 고개를 젓는다.
“혼자서만 설명을 독차지하는 건 너무 욕심 아닐까. 이건 나의 ‘몫’이다.”
“후후. 설명충의 본능을 억제할 수가 없어서… 그 부분은 사과하겠다.”
“아아- 괜찮다. 그것이 너의 쵸우쇼와. ‘장점’이니깐.”
“그런가. 후후.”
“쿡쿡쿡.”
“너도 참.”
“오이오이.”
“찐따 두 새끼, 기립.”
“기… 기립~~~!해
“기립쿠데스요오오옷!”
어느샌가 깨어서 가만히 듣고 있던 진희가 차갑게 말하자, 둘은 번개 같은 속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가로 가서 대가리 박아.”
“대가리 박아, 실시!”
“실시쿠요!”
헐레벌떡 책상을 빙 돌아 창가 쪽으로 가더니, 그대로 원산폭격 자세를 취하는 둘.
진희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 없이 슥 일어나 둘에게 가더니, 머리를 박고 있는 덕훈이의 커다란 등 판에 올라탔다.
그리고 다리를 바로 옆 경원이의 엉덩이에 걸쳐 둔 채 나에게 계속하라는 눈치로 고개를 까딱였다.
“고마워, 진희야.”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부원들끼리 친해지며 관계에 소소한 변화가 몇 개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금 진희의 모습.
경원이와 덕훈이가 자신들의 끼를 억누르지 못할 때면 어김없이 진희가 나서서 둘을 패 주며 분위기를 정리시켜 주었다.
“무슨 얘기하고 있었더라? 그러니 깐, 20살까지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으면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는 괴담인 거지?”
“그, 그렇다, 부장… 문제의 형식인 건… 처음 보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골자다.”
“근데 20살에 전화가 온다며. 나는 왜 접한 지 하루 만에 전화가……
의문점을 중얼거리다가 문득 혼자서 깨달아 버렸다.
나, 그러고 보니 스무 살이다.
신체 나이는 17살이지만 전생에서의 3년을 더하면 지금 딱 20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문제를 보자마자 오늘 바로 전화가 걸려 온 걸까.
이미 20살이니깐.
“부... 부장? 왜 말을 하다 말고... 뭔가 짚이는 거라도?”
엎드린 채 부들대며 묻는 경원이.
하지만 아직은 말해 줄 수 없었다.
약간의 괴담이라든가 회귀 같은 걸 공유하기는 했지만, 무려 3년을 더 살다 왔다든가.
상태창, 마왕 같은 어마어마한 부 분까지는 아직 이 녀석들도 모르는 상태.
‘···그걸 완전히 생초짜인 진희와 덕훈이까지 있는 지금 자리에서 설 명하기는 무리겠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녀석들 모두에게 나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말을 돌렸다.
“아니, 그냥… 17살인데 왜 전화가 걸려 왔나 해서.”
“흠... 그... 러고 보니.”
경원이와 덕훈이가 머리를 박은 상태에서도 뭐라 뭐라 밑에서 열띠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이건… 아니, 그렇게 보면……
“아니, 그것보다는… 내가 아는 건... 좀 다른데......
그 위에 가만히 팔짱을 끼고 올라 타 있는 진희가 하품을 한다.
잠시 후.
경원이가 부들거리며 설명을 시작 한다.
“우리 의견은 이래… 이런 류의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일본에서 건 너온 ‘보라색거울’이나 ‘돌고래다리’ 괴담의 경우… 괴담이 전승되는 지 역에 따라… 15살이기도 하고, 20살 이기도 해… 현지 내에서도 뒤죽박 죽인 만큼… 뭐 굳이 나이에는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그… 그러하다능……
“어쨌거나… 부장이 접한 문제… 부분부분 요소들은 어디서 읽은 것 같기는 한데… 이런 형태는 우리도 처음 봐… 사실은 잘 모르겠어… 세 세한 건 너무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 은……
나는 부들거리면서 대답하는 둘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역시 우리 부원들은 최고야.”
다음 날, 다시 시작된 중간고사.
직전에 한 번 풀었던 문제들이기에 나는 빠르게 답을 체크하고 시험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1교시 수학이 지나가고 2교시 영 어.
“진희야, 자니?”
장화은 선생님이 물으시자 진희가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찍고는 자야지. 자, 어서.”
선생님의 부추김에 마지못해 OMR카드를 체크하는 진희.
곧이어 3교시 과학 시험이 되었다.
“너는 왜 문제를 안 푸니?” 죽기 전에 한 번 풀었기에 빠르게 답만 체크하고 놀고 있던 나에게, 과학 선생님이 오셔서 물으셨다.
“다 풀었는데요.”
“대충 찍은 것 같은데.”
실제로 내 시험지에는 문제를 푼 흔적이 전혀 없다.
“농땡이 부리지 말고 제대로 쳐.”
무뚝뚝하게 그 말을 내뱉고 지나쳐 가시는 선생님.
하지만 눈길은 계속 나를 향한 채다.
‘…참 기분 나쁜 아저씨야.’
나는 할 수 없이 시험지를 들고
문제를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36]
이 문제를 20살까지 기억하고 있으면 20살이 되는 해에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서 답을 묻는다고 한다.
장님의 남자가 아내와 함께 무인도에 표류되었다.
굶어 죽기 직전, 아내는 간신히 갈 매기를 잡아서 남편에게 먹여 주었고 둘은 그렇게 구조를 기다렸다.
며칠 후 구조선이 왔지만 아내는 안타깝게도 이미 사망.
남자는 홀로 슬퍼하며 구출되었고, 세월이 오래 흐른 후 그때 아내가 해 주었던 갈매기 고기가 생각이 나 갈매기 고깃집을 찾았다.
남자는 고기를 한 점 베어 물고는 앞에 있던 포크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하고 말았다.
남자가 자살한 이유는?
마지막 문제에 적혀 있는 문항.
어째서 이런 이상한 이야기가 내 시험지에 적혀 있는 걸까?
‘흠.’
괴담이라는 현상은… 일단은 덕훈이가 RPG 게임을 예로 들어 설명 했을 때, 마왕이 보내는 공격 같은 걸로 이해하기는 했었는데.
겪는 입장에서는 마치 자연 발생한 것처럼 느껴졌었다.
예를 들면, 가짜 엄마의 경우 학교 밑에서 기어 나와 우리 집 문을 따고 들어온 건 아니었다는 소리다.
마치 집 안에서 어느 순간 스르륵 생성된 듯한 느낌.
원한에 씌인 노래도 학교 밑의 마왕이 작사 작곡 한 게 아니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 바닥에 묻었고, 그 원한을 다시 사람이 작사했고 방송을 타고 퍼트렸다.
‘이 괴담이라는 현상. 매커니즘은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마왕이 나를 공격하려는 건 일단 분명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그 괴담에 쓰이는 요소요소들은 분명히 원래부터 세상에 있던 것들.
직전에 마주쳤던 싸이코패스 테스트도 허공에서 생겨난 게 아니다.
정독실에서 장난치던 학생들에게서 장화은 선생님이 뺏어온 물건.
분명히 근본이 되는 실체가 원래부터 존재했었다.
‘그렇다면 이 시험지는 어떨까?’
지금까지는 괴담에 얽혔기에 멀쩡 했던 시험지가 저절로 변형됐겠거니 하며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들었다.
괴담이 먼저일까, 이 문제가 먼저 일까.
내가 괴담에 휩쓸렸기에 이 문제가 슬쩍 시험지에 생겨난 걸까.
아니면 내가 시험지에 적혀 있는 이 문제를 보았기 때문에 괴담에 휩 쓸린 걸까.
‘양쪽의 가능성을 다 검토해 보자.’
전자, 괴담이 먼저라고 결론짓는다면 더 생각할 것도 없다.
마왕이 나에게 괴담을 보냈고, 그 것 때문에 시험지에 이상한 문제가 생겼다, 끝.
‘하지만 후자라면.’
시험지에 괴담이 먼저 적혀 있었고, 그걸 보았기에 휩쓸린 거라면 어떨까?
내 시험지에만 적혀 있는 이 마지 막 문제.
누군가 나에게 보여 주려고 일부러 적어 놓은 것이라면?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지금 내 앞에서 시험 감독을 하고 있는 과학 선생님.
본인이 문제를 만들었고, 본인이 시험지를 나눠주었다.
이 괴담을 적어 놓은 시험지를 하나 따로 제작해서 나에게 오게 하는 건 그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가정해 보면 또다시 의문이 생긴다.
‘어째서?’
과학 선생.
이 사람이 어째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걸까?
그것도 괴담을 이용해서.
띵~ 동~ 댕~ 동 ♬
시험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지만, 나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과학 선생님은 무뚝뚝하게 말없이 학생들의 OMR카드를 회수해서 차 곡차곡 정리 중이시다.
‘너무 넘겨짚은 걸까.’
그저 말수가 적을 뿐인 중년의 아 저씨를, 너무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는 걸까.
가만히 그 사람의 얼굴을 보다가, 문득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왜 나한테 시험을 제대로 치라고 주의 준 거지?’
시험을 제대로 안 치는 걸로 따지면 늘어져서 자고 있는 진희 쪽이 훨씬 심기가 불편할 텐데.
최소한 엎드려 자지도 않고, 가만히 멍 때리고 있을 뿐인 나에게 주의를 준다고.
그것도 평소 학생들과 교류가 없기로 소문난 과학 선생님이?
괴담이 적힌 마지막 문제를 안 읽을까 봐.
그것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다.
곧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셨고, 학생들이 시끌벅적하게 자리에서 움직였다.
경원이, 덕훈이, 선아, 하윤이 역시 급히 내게로 모였다.
“어땠어? 역시 이번에도 그 이상한 문제 있었어?”
시험지를 확인하려는 녀석들을 제 지하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과학 선생님이야. 그 사람이 의심스러워.”
“뭐?”
어리둥절해하는 부원들.
하지만 경원이만큼은 안경을 빛내며 즉각 대답했다.
“역시, 나도 방금 시험을 치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바로 눈앞의 과학 선생밖에 안 떠오르더군.”
“쫓아가자!”
“가, 갑자기?”
선아가 당황하며 물었지만, 나는 이미 걸음을 서두르는 중이었다.
“곧 전화가 걸려 올 거야. 나도 내 가 뭘 확인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과학 선생이 지금 어디 가서 뭘 하는지 쫓아가 봐야겠어.”
“가, 같이 가자!”
무심하게 뒷자리에 앉아 이쪽을 쳐 다보는 진희를 제외하고, 우리 5명은 우르르 몰려서 교실을 나섰다.
다행히 발걸음이 빠르지는 않은지 이제 막 코너를 돌아 계단을 올라가는 과학 선생.
“따라가자. 안 놓칠 정도로만.”
우리도 천천히 거리를 벌리고는 나를 선두로 선생님을 미행했다.
우르르.
“미행하기엔 숫자가 좀 많은데.”
“어떻게든 조심해 보자.”
학교 안에서 이렇게 우르르 모인 채 선생님을 미행하는 것도 웃긴 그 림이었다.
“ 쉿.”
계단을 돌고 도는 동안 선생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코너에서 슬쩍 고개를 계속 내밀며 미행했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4층이었다.
“역시 과학실로 들어가시는구나.”
과학실, 음악실, 컴퓨터실 등등 수 업 목적의 시설들이 모여 있는 4층.
선생님은 그 층에서 멈추시더니 조용한 복도를 걸어 과학실 안으로 들어가셨다.
“사무실로 간 것 같지?”
응 ”
과학실 안에는 학생들이 수업하는 공간 말고도 구석에 방이 하나 더 있는데, 자재실 겸 과학 선생님 본 인의 사무실로도 쓰이는 공간이다.
보통의 선생님들이 교무실에 자기 자리가 있는 것에 비해 과학이나 음악 같은 일부 과목의 선생님들은 이렇게 전용 교실 안에 머무르는 시간 이 더 많았다.
“이래서는 미행한 보람이 없는데. 뭘 하는지 엿 볼 수가 없잖아.”
“병신들.”
누군가 갑자기 우리를 보고 욕하길래 뒤돌아보니 진희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냥 확인해 보면 되잖아.”
과학실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리 사이를 진희가 가로지르더니 미닫이문을 열어젖혔다.
드르륵-
그와 동시에.
[ ··· }··· ♬… ]
영화 착신아리의 벨소리처럼 오르골이 울려 퍼지는 불길한 멜로디.
내 핸드폰이다.
“받을 거야, 부장?”
“X발, 잠시만.”
핸드폰을 꺼 보기도 하고 무음으로 조작도 해 봤지만 벨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들키겠는데.”
“그냥 받아 볼게, 후우.”
어차피 문제의 정답은 알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건 없겠지.
띡_
“여보세요?”
[남자가 자살한 이유는?] 기계음으로 변조된 남성의 목소리 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다.
그리고 동시에 진희가 거칠게 과학실 안으로 들어가 사무실 문을 열어 젖혔다.
벌컥-
[뭐, 뭐야! 너 누구야!]
휴대폰 안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변 조된 남성의 목소리.
나도 과학실 안으로 고개를 내밀고 사무실을 들여다봤다.
보란 듯이 고개를 까닥이는 진희와 휴대폰을 든 채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과학 선생님이 보였다.
“너, 너희들 뭔데 갑자기! 여기는 학생들이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야! 나가!”
“참나.”
역시 이 사람이었나.
우리는 잽싸게 과학실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얘들아, 도망 못 가게 막아.”
응 ”
선아가 과학실 입구를 안에서 잠그고 덕훈이가 사무실을 가로막는다.
“여,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고! 당 장 나가!” “조용히 하세요. 당신이 내 시험지에 장난친 거 다 아니깐.”
“뭐, 뭣?”
당황하는 선생님.
그러나 잠시 후, 갑자기 씨익 웃음을 짓는다.
‘ 이크.’
그러고 보니 질문 후엔 5초의 카 운트가 있었다.
나는 재빨리 그에게 대답했다.
“답은 남자가 무인도에서 먹었던 갈매기 고기와 맛이 달라서. 왜냐면 무인도에서 먹었던 고기는 아내의 살점이었거든.”
남자는 장님.
아내는 자신을 희생해서 남자가 굶어 죽지 않도록 자신의 살을 요리해 서 주었다.
그걸 갈매기 고기라고만 믿고 아무 것도 모른 채 혼자 살아남은 남자.
진짜 갈매기 고기를 먹게 되었고, 맛이 완전히 다르자 그제야 진상을 알아채고 마는 씁쓸한 이야기였다.
정답이었는지 다시 표정이 굳는 과학 선생.
말이 없다.
원래도 무뚝뚝하고 음침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더 기분 나쁘다.
‘역시 선아가 말해 준 이게 정답이었군.’
나는 굳어 있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 시험지에 괴담을 적어 놓았죠. 이유가 뭐죠?”
“대답하세요.”
잠시 가만히 있더니, 다시 한번 고목나무 같은 피부를 씨익 움직여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 선생님.
“유럽 연합... 시험지에 괴담을 적은 이유는 당연히 널 죽이려고지. 진짜 문제투성이인 것은 뭐지?”
“네? 뭔 개소리예요. 그러니깐 왜 날 죽이려고 했는지 그걸 말하라구요.”
“ 오.”
“사.”
“···x발, 장난 같아? 어른이라고 봐줄 줄 알아? 대답하라고!”
“삼.”
“근데 이 새끼가 진짜!”
갑자기 카운트를 세는 과학 선생에게 당황해서는 다급한 마음으로 달려드는 나를 경원이가 허둥지둥 말렸다.
그 꼴을 보고는 큭큭거리며 웃는 과학 선생.
“이
퍼억-!
진희가 갑자기 대신 나서서는 과학 선생의 고목나무 같은 얼굴에 펀치를 날렸다.
“컥-!”
여고생의 주먹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힘.
우득-
직격으로 제대로 꽂힌 펀치에 선생의 코가 으깨져 버렸고, 동시에 안 경이 부서지며 공중에 흩날렸다.
우당탕 선반 쪽으로 쓰러지는 선생님.
그 위로 수업에 쓰이는 유리기자재 들이 와장창 쏟아졌다.
나를 돌아보며 씨익 웃는 진희.
“항상 선생이란 작자들 때려 보고 싶었어.”
그와 동시에.
지끈-!
“윽...
다시 타임 오버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심장이 강하게 조여 오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도 눈을 까집고는 가슴을 부 여잡은 채 쓰러지는 나.
“부장! 부장……
놀라며 나를 부축하는 부원들.
입구를 지키던 선아도 나에게 달려 오더니 상태를 살피고는 재빨리 커 터칼을 꺼내서 기절해 있는 과학 선생에게 달려갔다.
“당신, 우리 준이에게 무슨 짓을-”
나를 붙잡고 소란을 떠는 부원들과 선아가 누워 있는 선생님을 위협하며 따귀를 때리는 장면을 배경으로
시야가 흐려진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로딩중…….]
낙성고 5층.
동아리방.
나른한 점심시간.
누워 자고 있는 진희와 의자를 훔 쳐 오는 덕훈이, 양치를 하고 오는 하윤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경원이. 그리고 나에게 말을 붙이러 오는 선아가 보인다.
“준아, 시험 공부 잘 돼가?”
나는 대답 대신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저기, 얘들아.”
나에게 몰리는 시선.
“내가 방금 또 죽었는데 말야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