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58화 (58/130)

58화

막간 - 상황 정리 (1)

[C급 괴담 - 저주받은 시험 문제와 마주쳐서 살아남았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10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은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여 오히려 저주를 시전자에게 되돌리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50 획득하였습니다.]

[함께한 부원들 한 명당 10%의 보너스 포인트를 얻습니다.]

[참여한 부원 (5명) : 안경원, 오덕훈, 윤선아, 이진희, 인하윤]

[총 획득한 포인트 60에 대해서 50%의 보너스 포인트 30을 추가 획득합니다.]

[현재 괴담 포인트 : 202 +60 +30]

뾰로롱~〉

[현재 괴담 포인트 : 292] 과학 선생의 결말은 싱거웠다.

형사님께서 알아서 과학실을 수습 하시는 동안, 우리는 종례를 하러 1 층의 교실로 내려갔고.

담임이 쓸모없는 농담을 하는 사이 운동장으로 앰뷸런스가 들어왔다 나 간 게 끝이었다.

“출발하자. 다 설명해 줄게.”

각자 가방과 신발주머니까지 다 챙 겨서는 5층의 동아리방으로 올라가는 우리.

“저기, 준아… 장화은 선생님은?”

“그 사람은 일단 제외야.”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괴담과 엮여서 나를 죽이려 한 횟 수로 보면 장화은 선생님, 그 사람 이 제일이었다.

외워 둔 이름의 리스트에는 없는 걸 보니 학교 안에 숨어 있는 이상 한 세력과 한패는 아닌 듯싶었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게 내 모든 비밀을 가르쳐 주기엔 너무 위험 요소가 컸다.

‘···인하윤.’

하윤이는 어떨까.

일단 직전의 시간대에서는 크게 수 상한 건 없었는데.

조금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말없이 계단을 오르는 우리 6명.

앞서가던 나는 살짝 뒤돌아 아래에 있는 하윤이를 내려다봤다.

태연한 표정으로 흑발을 찰랑거리며 계단을 오르는 그녀.

저 여자애한테 내 비밀을 말해 줘 도 될까.

물론 조금 의심스러운 구석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번이나 자신을 희생해서 우리를 구해 낸 하윤이다.

몽중몽 때 자처해서 첫 번째 꿈에 남기도 했고, 포린세스 때는 방송국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려 주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윤이는 S급 특수 능력 행운의 여신으로 맺어진 인연.

‘···믿어 보자. 궁금한 건 둘만 있을 때 물어보고.’

나는 내 얄팍한 계산보다는 인지를 초월해서 작용하는 시스템의 판단을 믿어 보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모든 걸 설명할 시간이다.

“왔냐.”

대충 수습을 끝낸 형사님께서 동아리방 창가에 서 있으시다가 우리가 들어오자 돌아보셨다.

“네. 얘들아, 앉아.”

차례대로 테이블에 말없이 앉는 부원들.

형사님께서도 비어 있는 자리, 원래라면 장화은 선생님의 자리였을 곳에 털썩 앉으셨다.

“그래서 이게 도대체 전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라.”

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화이트보드 앞에 선 채 부원들을 바라 보았다.

“두 번째 선생과 대면해서 죽었을 때, 전화상이 아닌 직접 말을 걸어 서 문답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한번 게임이 시작된 후면 꼭 휴대폰을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예를 들면, 카톡으로 문답을 주고 받든 편지로 문답을 주고받든.

최초의 음산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전화로 한번 트리거가 발동한 후에는 방식 같은 건 게임에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저는 미리부터 OMR카드에 답을 적어서 그 사람에게 줬어요. 본인이 직접 받아서 들고 갔고, 전화를 받는 내내 바로 코앞에서 간직하고 있었겠죠.”

심지어 과학 선생은 스스로 수거해 가면서도 그것이 분명히 ‘자신이 낸 문제에 대해서 이준이 제출한 답안 지’라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중간고사 : OMR카드.

괴담의 문제 : 그 답변.

이 두 요소는 서로 완전히 대칭을 이루는 구도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선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가 종이에 써서 대답한 것과 마찬가지로 처리되었다.

심지어 그 본인이 내 답안지를 들고 팔랑거리기까지 했을 테니, 결코 무효라고는 주장할 수 없을 터.

덕분에 과학 선생으로부터 내가 죽기 전. 그리고 죽은 후의 모든 감정적인 반응을 철저하게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하였고.

그 민낯을 여기 부원들과 형사에게 철저히 보여 주므로, 아직은 어영부 영 재밌는 놀이쯤으로 생각하고 따라오던 부원들에게도 이 괴담의 세 계를 철저하게 납득시키는 데 성공 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궁금한 건 이게 아니겠죠.”

“그래. 그런 머리싸움은 이미 지나 간 거야.”

형사님께서 턱을 괸 채 말씀하셨다.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괴담이 뭔지부터 시작해서 너는 어떻게 이걸 알고 있는지.다.”

긴장한 채 나를 보는 경원이와 선아.

물끄러미 나에게 집중하는 하윤이.

조금은 심각한 표정인 덕훈이.

눈썹을 찌푸리고 있는 진희.

드디어 모두에게 설명할 때다.

어느 정도 사건을 같이 공유한 부원들조차 모르는 나의 비밀.

게임 시스템과 회귀에 관해서.

“···직접 보여 드리는 게 아마 빠를 것 같아요.”

나는 상태창을 열었다.

파앗-

[2019년 4월 23일 화요일, 12:52]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292]

[인과율 : 12%]

상태창

동아리 관리

통계

설정

‘동아리 관리.’

파앗-

[괴담 동아리 LV.5]

동아리 관리

부원 관리

상점

© 동아리 설정

그리고 아껴 놓았던 상점 메뉴를 드디어 열었다.

‘상점.’

파앗-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상점에서는 동아리의 운영에 필요 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포인트를 사용해 최저가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학교의 운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러 정책이나 시설까지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현명한 소비는 승리의 지름길. 건 투를 빕니다.]

촤르르륵-

의류/뷰티/잡화/ 식품 / 유아 / 가구 / 생활/건강/렌탈/ 디지털 / 가전 / 컴퓨터 / 스포츠 / 레저 / 자동차 /

도서 / 티켓 / 여행 / e쿠폰 / 학교시 설

끝도 없이 나열돼 있는 여러 카테 고리.

물론, 처음 들어와 보는 건 아니다.

저번 달에 상점의 잠금을 해제한 후에 간간이 한 번씩 열어서 어떤 기능인지 이미 탐색한 후였다.

‘어디 보자. 동아리방에 마침 소파 가 필요했지.’

나는 여러 카테고리 중에서 가구를 클릭했다.

파앗-

[가구 카테고리]

가구 / 조명 / 인테리어 / 생활 / 욕실 / 수납용품 / 주방용품 / 침구 / 커튼

‘다시 가구.’

파앗-

그러자 다시 끝도 없이 뜨는 종류 들.

붙박이장, 옷장, 거울, 서랍장, 소파, 테이블, 책장 등등.

나는 그중에서 소파를 클릭했다.

파앗-

그제야 카테고리 지옥을 벗어나 주루룩 뜨는 실제 상품의 목록들.

[풀리바움 프린스 3인용 소파 - 쿠션 증정] - 28 괴담 포인트

[스퀘어포니쳐 원목소파 최저가 할인 - 체스소파 + 쿠션 2개 증정] - 20 괴담 포인트

[(주)서동가구 베스트상품 노블 천연가죽 4인용 소파] - 34 괴담 포인트

[소파 1위 곰돌체 천연가죽 4인소 파] - 66 괴담 포인트 상품들의 이름은 실제 어디 쇼핑몰에서 긁어 오는 모양인지 증정품 같은 홍보 문구까지 통으로 적혀 있다.

이름 옆에는 간단한 사진까지 붙어 있어 어떤 물건인지 손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겁나 많네.’

동아리방을 뒤덮을 정도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스크롤을 보며 머리가 아득해졌고.

재빨·리 손을 휘저어 창을 축소했다.

축소한 창 너머로 느껴지는 시선 들.

부원들이 허공을 손가락질하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흠. 어디 보자… 4인용은 돼야 한 명이 자더라도 옆에 다른 한 명이 앉아 쉴 수 있겠지?”

나는 4인용 소파 중에서 적당히 비싼 것 하나를 골랐다.

[(주)서동가구 보니딱 패브릭 4인 소파] - 59 괴담 포인트

가로로 750mm.

세로로 2,890mm.

2미터가 넘는 긴 소파.

공간이 되려나 싶어서 둘러보았는 데 괜한 걱정이었다.

이미 두 번의 공간 확장을 마친 우리 동아리방.

웬만한 집 거실 크기쯤은 되기에 크기는 충분하다.

‘가격이… 59 괴담 포인트? 현실의 돈으로 59만 원이겠네. 이 정도면 나름 비싼 거 맞겠지?’

지난 한 달 동안 혼자 상태창을 연구해 보며 상점에서 뜨는 물건들과 실제 현실에서의 상품 가격을 인터넷에서 대조해 봤었는데, 대략 1 괴담 포인트가 1만 원으로 환산되는 모양이었다.

‘시원하게 질러 보자.’

“진희야.”

“어?”

진희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며 나를 본다.

“소파를 하나 살려고 하거든. 그레이랑 블루가 있어. 골라 볼래?”

잠시 멍한 표정을 짓는 진희.

“···뭐, 그레이가 무난하지 않겠냐.”

“좋아.”

[(주)서동가구 보니딱 패브릭 4인 소파 그레이] - 59 괴담 포인트]

[주의 : - 포인트로 구매하신 상품은 반품, 교환, 환불을 해 드리지 않습니다. -]

[구매 하시겠습니까?]

클릭.

“축하해, 진희야. 더 이상 딱딱한 의자에서 안 자도 돼.”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풀썩-!

순간, 동아리 복도에서 무언가 들썩이는 소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난 복도를 향해 일제히 눈 길을 보내는 부원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택배 왔어.”

“뭐, 뭐지 이건……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경원이.

복도에는 2미터가 넘는 기다란 크 기의 소파가 놓여 있었다.

“어, 언제 여기……

“우리 거야. 구경 그만하고 옮기 자.”

“그, 그래……

나는 얼이 빠진 채 중얼거리는 부원들을 달래며 소파를 안으로 들여 보내도록 했다.

“형사님이 힘 제일 잘 쓰시니 앞에 잡으시고.”

“읏쌰!”

문이 생각보다 좁아 이리저리 기울인 채 각도를 맞춰 가며 소파를 밀어 넣는 부원들.

“안에 있는 여자들! 화이트보드랑 책상 좀 치워서 공간 좀 만들자! 일단은 집어넣고 봐야 돼!”

낑낑대며 책상과 의자를 한쪽 구석으로 밀어 넣는 선아와 하윤이.

진희는 형사님과 함께 어깨를 맞대 고는 소파를 앞에서부터 당기고 있다.

“하나, 둘! 하나, 둘!”

“사람이 많아서 그렇게 무겁지는 않은데 넣기가 힘드네, 후우.”

잠시 후, 간신히 소파를 동아리방 안으로 밀어 넣은 우리는 숨을 몰아 쉬었다.

“어~ 덥다!”

코트를 벗으셔서는 넥타이를 손에 쥔 채 옷을 펄럭이시는 형사님.

“아직 안 끝났어요! 저기 벽까지 붙여 주세요!”

“아이고, 그 정도는 너희들이 해 라! 가만히 설명 듣고 있다가 이게 무슨 봉변이냐!”

“푸하하.”

심각했던 분위기가 함께 힘을 쓰다 보니 조금 풀어졌다.

벽까지 소파를 밀어 넣은 후, 땀을 닦는 부원들.

그리고 유독 흡족한 표정으로 소파를 보는 진희.

“앉아 봐, 진희야.”

내 제안에 진희가 큭큭대며 웃더니 다다다 달려가서는 소파로 벌러덩 점프했다.

풀썩-

“아~ X발, 좋다!”

“흠!”

진희가 큰 소리로 욕을 하자 못마 땅하게 쳐다보시는 형사님.

하지만 진희는 킬킬대며 소파에 누 워서는 허벅지를 벅벅 긁는다.

“덕훈이 이 새끼, 누나 옆에 앉아 봐!”

“쿠… 쿳소.”

진희가 기분 좋은 듯 옆으로 누운 채 발로 덕훈이를 가리키자 녀석은 슬쩍 자리를 피했다.

아무래도 진희는 몹시 기분파인 모양.

[인물 이진희에 대한 이해도가 10 올랐습니다.]

“진희야, 치마……

선아가 중얼거렸지만 진희는 킬킬 대며 뒹굴거릴 뿐이다.

안 그래도 짧은 진희의 치마가 말려 올라가 상당히 보기 민망했다.

“후, 그래서 부장.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데?”

경원이도 숨을 돌리며 나에게 묻는다.

비실비실해서 별로 힘쓴 것도 없을 텐데 상당히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제 설명하기 전에 너희에게 보여준 것은, 설명할 때에 너희로 믿 게 하려 함이야.”

“ 으음”

차례차례 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아 서는 다시 나를 물끄러미 보는 녀석

s'.

“크흠.”

나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나를 둘러싼 괴현상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아리방. 두 번의 확장 공사를 거친 후입니다.”

일단은 형사님이 계시다 보니 존댓 말로 설명했다.

동아리방이 넓어졌다는 내 말에 열 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선아와 어리 둥절한 표정의 경원이.

그런 경원이를 보고 누워 있는 진희가 툭 쏘아붙였다.

“모르는 게 병신 아닌가.”

“···뭐? 다들 알고 있었다고?”

덕훈이가 팔짱을 끼며 한숨을 내쉰다.

“야레야레. 차마 말 못 하고 있었다만, 착각이 아니라 정말이었군. 난 내가 살이 빠진 줄 알고 있었다고.”

“···뭐, 확장 공사라고는 해도 진짜로 사람이 와서 공사를 한 것은 아 닙니다. 방금 전 허공에서 소파가 생겨났듯이, 사람의 인지를 초월한 기묘한 작용이 일어난 탓이죠.”

“기묘한 작용?”

“나를 기준으로 3년 전, 고등학교 입학식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 말에 잠시 머릿속으로 뭔가를 계산하는 부원들.

“···중학교 입학식이겠지.”

“아니, 고등학교 입학식이야.”

정정하려는 경원이에게 다시 정정 해 줬다.

“제대로 말한 거 맞아.”

“···그치만, 부장은 아직 1학년이잖아?”

무시한 채 설명을 이어가는 나.

“입학식 때, 갑자기 제 눈앞에 어떤 게임창 같은 게 떠올랐습니다. 저는 상태창이라고 부르는데요. 대충 이런 모양으로……

나는 처음 동아리방이 생성될 때부터 자동으로 주어져 있었던 마카펜을 들고는 그림을 그려 나갔다.

눈앞에 상태창을 띄워 놓은 채로 모양과 글자를 똑같이 따라 베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2019년 4월 23일 화요일, 13:23]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233]

[인과율 : 12%]

상태창

동아리 관리

통계

설정

“호오.”

“흠.”

저마다 관심을 보이는 부원들.

우리 중 게임에 대해 가장 해박한 덕훈이가 제일 관심을 보였다.

“갓태창……

“상태창.”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입학식 날 갑자기 저에게 보이기 시작한 이 게임 시스템은 3년 뒤에 마왕이 부활하니 괴담을 잡아서 포인트를 얻으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 그대로, 저한테는 괴담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는데요. 이곳에는 이미 같이 겪은 부원들도 있을 겁니다.”

몇몇이 고개를 끄덕인다.

“방금 과학 선생님이 죽은 것도 같은 현상입니다. 그 사람은 괴담을 이용해서 나에게 저주를 걸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저주는 본인에게 돌아가서 죽게 되었습니다.”

“허 참.”

형사님이 혀를 차셨다.

“질문. 네가 계속 말하는 괴담이라는 거. 내가 사전적으로 알고 있는 단어랑 같은 거냐?”

“네, 맞아요. 괴이하거나 무서운 이야기. 도시전설. 오컬트. 유언비어. 음모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는 실체화돼서 일어나는 일들이에요.”

다시 한번 ‘허 참’ 하며 혀를 차시는 형사님.

“물론, ‘나에게만’은 아니에요. 한 번 실체화돼서 나타난 괴담은 물리력은 물론이고, 이 세상에 실제로 영향을 끼쳐요.”

“또 질문. 과학 선생. 그 사람은 왜 너를 죽이려 한 거고,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 거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저에게 이 학교에 비밀이 숨 어져 있다고 말해 주었어요. 아마도 그것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밀이라……

까끌까끌한 턱수염을 만지작거리시는 형사님.

“네, 비밀. 하지만 저는 어리석게 도... 그 시스템의 경고를 무시하고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보내며 시간을 보냈어요. 공부를 하고, 수능을 치고…… “그리고 2022년 2월, 마왕은 부활 했습니다.”

“2022년……?”

부원들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일단 설명을 계속했다.

“네. 세상에는 지옥도가 펼쳐졌고, 저 역시 하루를 못 넘기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죽었어요.”

“부장, 질문.”

이번에 손을 든 건 경원이였다.

“응, 말해 봐.”

“어떤 방식으로 죽은 건데?”

·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말... 정말로 기괴하고 끔찍했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네. 악몽 같았어.”

“뭐 어떤 거길래?”

“미안한데 다음에 설명할게. 그냥 잔인하기만 한 얘기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지금 그것까지 말하면 너무 복잡해 질 것 같아.”

“알겠어, 미안. 계속해.”

“저기, 미안한데……

또 누군가 손을 번쩍.

이번에 끼어든 건 덕훈이였다.

“뭔데?”

“그게 말야……

난처한 듯이 말하는 덕훈이.

“배고프다능……

“아, 나도.”

“나도 배고파……

그러고 보니 벌써 1시를 훨씬 넘긴 시간.

시험 기간에는 보통 빨리 마치기 때문에 급식실이 쉰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 점심을 안 먹은 상태.

과학 선생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며 이것저것 수습하느라 정신없었고.

다들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배고플 법하다.

마침 이야기도 길어질 듯한 분위기라서 공복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어디 나가서 먹지는 못해요. 민감하고 이상한 얘기라 여기 동아리방에서 하는 게 좋아요.”

“그럼 배달시켜야겠군.”

경원이의 그 말에 부원들의 눈초리 가 이곳에서 유일한 어른인 형사님 께 순식간에 쏠렸다.

조용히 휴대폰을 드시더니 근처 중 국집에 전화를 거시는 형사님.

“여보쇼. 여기 낙성고등학교 본관 5층이고, 짜장면 7그릇……

“치킨 먹구 싶은데……

선아가 조용히 중얼거리자 형사님 이 덩치에 안 어울리시게 크게 당황 하셨다.

“뭐? 치, 치킨? 여기 치킨집은 당 장은 아는 번호가 없는데. 탕수육이 나 깐풍기로 대신하는 건 어떠냐? 여기 탕수육 대자, 깐풍기 대자도 주쇼.”

“소스, 따로……

“으, 응? 소스? 아, 알겠다.”

일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날카로운 직감과 엄한 태도를 보이시지만.

이렇게 순진무구한 학생들 앞에서는 아무래도 무장 해제되시는 타입 인가 보다.

[인물 박강운에 대한 이해도가 10 올랐습니다.]

“탕수육에는 소스 빼고. 아니, 아 니, 빼는 게 아니라 붓지 말고. 붓 지 말고 갖다 주쇼. 부으면 큰일 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소파에 누워 있는 진희가 빈정댄다.

“그러게 요새 누가 전화를 걸어요, 배달어플 쓰지.”

“시끄럽다, 이놈.”

휴대폰을 탁,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으시며 자조하듯 중얼거리시는 형사 님.

“내가 원래 이렇게 당하는 이미지 가 아닌데……

첫 만남 때 풍기던 범상치 않은 포스, 그걸 어린 학생들 앞에서는 누를 수밖에 없는 현실.

가오가 상했는지 한숨을 내쉬는 그였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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