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67화 (67/130)

67 화

막간 - C급 특수 능력 인생설계

잠시 후, 종례를 하러 다시 교실로 내려간 우리.

“다들 재밌게 놀고 왔나요?”

담임이 웃으며 들어와서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나는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 할지 가만히 고민하고 있었다.

[현재 괴담 포인트 : 364]

이 시스템은 마치 다이소처럼 뭘 하던 일단은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지금 300포인트가 넘게 있어서 쓰고 싶은 곳에 좀 쓰더라도 여유가 있는 상황.

‘오랜만에 특수 능력을 하나 얻어 볼까?’

RPG 게임에서의 스킬이랑 비슷한 개념의 특수 능력.

그러고 보니 독순술을 얻은 지도 한참 됐는데, 아직 새로운 능력을 얻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서 순간순간의 센스와 부원들의 도움으로 잘 넘겨 왔지만, 매번 그런 요행을 바랄 수는 없는 법.

사람의 인지를 초월해서 작용하는 이 시스템, 잘만 쓴다면 이렇게까지 개고생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좋아, 일단 100포인트는 능력 하나 얻는 데 쓰는 걸로 결정.’

나머지 남는 포인트는 어떡할까.

역시 엄한 데 쓰기보다는 저번 덕훈이의 조언처럼 새로운 기능들에 투자해서 감을 잡는 데 써 보는 게 좋겠지.

‘아직 내가 안 해 본 기능들이 뭐 가 있더라?’

찬찬히 살펴보자 두 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동아리 부원들의 레벨을 올리는 것.

나머지 하나는 상점의 학교 시설 관련 부분.

‘둘 다 어떤 기능인지 감이 안 오는데.’

부원들의 레벨을 올리면 어떤 변화 가 일어나는 걸까.

막 갑자기 힘이 세지는 그런 거려 나.

‘부자아아앙! 나 굉장히 강해졌다! 봐라!’

문득 괴력을 가지게 된 경원이의 모습을 상상하다 피식 웃고 말았다.

‘두 번째는 상점의 학교 시설… 흠.’

상점 메뉴에 들어가면 나와 있는 무수한 카테고리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쇼핑몰의 카 테고리와 비슷했지만, 그 끝에 ‘학교시설’이라는 이상한 항목이 하나 존재했던 것이다.

전에 혼자 간단히 살펴본 바로는, 작게는 자판기의 설치와 매점의 업 그레이드부터 크게는 수영장, 기숙 사까지 정말 다양한 항목들이 존재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포인트가 너무 많이 들고 당장 괴담을 잡는 데는 큰 쓸모가 없어.’

학교의 시설을 구매한다는 커다란 스케일답게 몇 천 포인트는 기본으로 들어가는 상품들.

당장은 선택지에서 제외시켜 놓아도 좋을 것 같았다.

“나이가 드니깐 오줌도 잘 안 나오 고……

교탁에 서서는 뭐라 뭐라 말을 하는 담임을 무시한 채 가만히 상태창을 열었다.

‘좋아, 일단은 새로운 능력을 얻 자!’

« 메인 화면 »

[2019년 4월 26일 금요일, 15:24]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364]

[인과율 : 13%]

상태창

동아리 관리

통계

설정

파앗-

《상태창》

이름 : 이준

나이 : 17

칭호 : 주인공

성향 : [양면성] 특수 능력 :

1. 독순술 [B급]

2. -없음-

3. -없음-

기벽 : 벼락치기 다시 ‘없음’으로 표시돼 있는 두 번째 칸을 클릭하자 오랜만에 보는 창이 나타났다.

팟-

[현재 두 번째 능력은 비어 있습니다. 100포인트를 사용하여 능력을 개방하실 수 있습니다.]

[능력 개방(100) / 뒤로가기]

‘좋아, 클릭.’

[괴담 포인트 100을 소모하여 두 번째 능력을 개방합니다.]

그러자 16비트 기계음으로 된 경 쾌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더니, 두 번째 칸에 여러 단어가 휙휙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띠딩 띵 디딩 띵~♬

[···귀 - 인생설계 - 신분위장 - 독순술 - 동……』

휙.

[···위장 - 독순술 - 동반회귀 - 빠른걸음 - …….]

‘독순술은 이미 있는 능력인데 또 목록에 떠 있네.’

같은 능력을 한 번 더 획득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막 스킬이 업그레이드 되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띠딩 띵 디딩 띵~♬

[···손재주 - 동반회귀 - 빠른걸음 - 초연함 .]

어느새 눈에 띄게 느려지는 속도.

나는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느긋 한 마음으로 그걸 바라봤다.

전에 룰렛을 돌렸을 때는 무조건 사기적인 능력이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애를 태웠지만.

그건 어디 하나 기댈 곳 없는 초반의 나였기 때문.

지금은 이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기도 했고, 이미 부원들과 함께 여러 사건들을 해결한 후다.

그때처럼 원하는 능력 하나만을 바라보며 애간장을 태우지는 않는다.

〉띠딩 띵 디딩 띵~♬

휙휙.

물론, 좋은 능력이 나와서 편하게 사건들을 해결하면 그것도 좋겠지만.

독순술처럼 약간의 도움을 주는 능력 정도라도 큰 실망은 안 할 것 같다.

이미 나에게는 회귀라는 어마어마 한 사기 능력과 유능한 부원들이 있으니깐.

이 특수 능력, 어느 정도 플러스알 파의 느낌만 내 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지금의 나다.

川띠디딩! ♬

곧 룰렛이 멈추고 나에게만 들리는 경쾌한 효과음이 울려 퍼진다.

[···회귀 - 인생설계 - 신분위장 - 독순술 -……』

[특수 능력 : 인생설계를 획득하였습니다.]

« 인생설계〉〉

등급 : C 급

조건 : 자동

능력 : 당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간단한 조언이 쿨타임마다 주어집니다.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

뭐지, 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순간, 바로 능력이 발동했다.

[특수 능력 인생설계가 발동합니

다.]

[5초 후 발을 들었다가 놓으세요.]

책상에 앉은 채 갸우뚱하는 사이, 벌써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5초? 지금쯤인가?’

땡 그랑-

어디선가 금속음이 나는 소리와 동 시에 나는 발을 살짝 들었다가 놓았다.

그러자 내 슬리퍼 밑에 무언가 쿡 밟히는 게 느껴졌다.

“어라, 내 동전… 내 동전……

옆 분단에 앉은 남학생 한 명이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찾는다.

‘설마······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볼펜을 줍는 척 슬쩍 허리를 숙였다.

내 발에 밟혀 있는 무언가.

100원짜리 동전이었다.

“내 동전… 어디 갔지?”

‘ ···참나.’

저 남학생이 동전을 떨어트려서 내 자리로 굴러옴과 동시에 내가 발로 그걸 캐치해 버린 모양이다.

큰 기대는 하지 말라더니, 정말이었다.

종례시간이 끝났고.

우리 괴담 동아리의 여섯 부원은 가방을 챙겨서 운동장을 나선다.

“이렇게 몰려다니니깐 엄청 튄다.”

“그러게……

잘생긴 사람부터 못생긴 사람까지, 잘사는 집안부터 못사는 집안까지.

모범생부터 꼴지, 인싸부터 아싸까지 골고루 섞여 있는, 그야말로 혼 란스러운 조합인 우리 모임.

우리의 조합이 신기한지 같은 반 몇몇 애들이 슬쩍 쳐다본다.

“···족구 동호회다.” 선아의 말을 듣고 돌아보니, 저 멀 리 주차장에 우리처럼 우르르 몰려 있는 선생님들이 보였다.

퇴근 후 모임이 있는지 차 옆에 기대서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

[특수 능력 독순술이 발동합니다.]

[“임용 끝나고 바로 오는 거라는 데.”]

『우리가 많이 도와줘야겠네요. 요즘 애들 짓궂은데.“]

[“첫사랑 얘기해 달라고 분명히 조르겠지.”]

직장과 관련된 평범한 대화. 언뜻 보기에는 일반적인 선생님들의 모습이지만.

‘족구 동호회와 괴담 동아리의 싸움인가.’

몇몇 선생님들이 운동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우리를 슬쩍 쳐다본다.

나와 경원이는 눈빛을 피하지 않고 째려보며 걸어갔다.

그대로 웃으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족구 동호회의 교직원들.

이윽고 노을 진 정문 앞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서로 모였다.

“고생했어. 중간고사부터 이상한

사건들까지. 이번 주는 정신없었네.”

“부장도 고생 많았다.”

“다들 수고했어.”

우리 역시 적당히 덕담을 주고받고는 각자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주말 잘 보내……

“그래. 다들 무슨 일 있으면 단톡 방으로 연락하고.”

“잘가~”

20분쯤 걷자 어느새 도착한 우리 집 아파트.

그대로 집으로 가려다가, 갑자기 목이 말라 근처 상가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딸랑~ ♬

“어서오세요.”

유리문의 종이 울리자 영혼 없이 인사해 주는 알바생 누나.

“어라, 신제품이네.”

음료수 코너로 가 보니 뭔가 비싸 보이는 롱캔 하나가 있길래 집어 봤다.

[저칼로리로 가볍고 짜릿하게! 울 트라 몬스터만의 폭발적인 에너지!]

클로버 기업에서 내놓은 새로운에 너지음료, 울트라 몬스터.

3,100원.

일반 음료수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흠. 근데 에너지음료 먹으면 진짜로 잠이 안 오나?’

네잎클로버를 뜯어먹는 눈이 빨개진 토끼 그림이, 카페인이 엄청 많 이 들어 있다는 음료수의 특징을 과장되게 강조한다.

어차피 내일부터는 주말.

지금 저걸 먹고 밤을 새더라도 딱히 문제 될 건 없다.

‘안 그래도 중간고사 끝난 주말이라, 밤새 게임 할 예정이었으니깐.’ 궁금하다, 시험해 봐야겠다.

핫식스나 레드불 같은 대중적인 것 만 마셔 본 나.

제대로 된 진짜배기 에너지음료는 처음이다.

음료를 하나 집어 들어 카운터로 향하니 무심하게 바코드 스캐너를 집어 드는 알바생.

나는 돈을 꺼내려고 지갑을 열었다 가 문득 현금이 얼마 없는 걸 깨달았다.

‘하나, 둘……

수중에 있는 돈은 3천 원.

그러고 보니 돈이 없어서 점심시간에 포인트로 군것질을 했던 게 기억 난다.

‘음료수는 얼마였지?’

3,100원.

나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아까 교실에서 주운 100원을 더해 알바생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딸랑~ ♬

유리문을 열고 나오자 등 뒤로 울려 퍼지는 경쾌한 종소리.

알바생 누나 앞에서 가오 상하게 왔다 갔다 하지 않고 바로 계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뚜껑을 따서는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켜며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쓸모없는 능력은 아니었구나.’

괴담 동아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