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68화 (68/130)

68 화

열 번째 괴담 -

마이크래프트의 히로빈 (1)

[2019년 4월 27일 토요일, 02:13]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264]

[인과율 : 13%]

‘와, 효과 존나 세네……

그날 밤이 넘어가고, 새벽 2시.

모니터의 불빛만 파랗게 흘러나오는 불 꺼진 방 안.

나는 아직도 잠들지 못한 채 게임을 붙들고 앉아 있다.

‘에너지드링크 새로 나온 거 미쳤 네.’

낮에 3,100원을 주고 사 먹은 클로버 기업의 신제품, 울트라몬스터.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말똥말 똥한 걸 보니 효과가 굉장했다.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도 나는 잠들 지 못한 채 열심히 백도어를 하는 중이다.

‘기지 잘 막으라고, 좀.’

끼익-

“아들, 아직도 게임하니? 좀만 하고 자.”

자다 깨셨는지 눈을 비비며 걱정하시는 어머니.

“시험 끝난 주말이잖아요. 어때요, 뭐.”

“그래, 맞네… 중간고사 친다고 고생했는데… 장하다 우리 아들… 열 심히 백도어 하렴.”

곧 하품을 하시고는 큰방으로 다시 가시는 어머니.

물을 마시러 나오셨다가 내 방에서 새어 나오는 모니터 불빛을 보셨던 모양이다.

‘이럴까 봐 일부러 불 꺼놨었는데. 거실이 깜깜하다 보니 보이는 건 가.’

시험이 끝난 주말이란 건 죄책감 없이 게임을 즐겨도 되는 특별한 날

하지만 그렇다고 잠도 안 자고 밤 새도록 하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 드리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거다.

‘다음에는 문틈에 문풍지를 발라 놓든가 해야겠다.’

나는 그 후로도 한참을 더 전장을 휩쓸다가, 결국 새벽 4시쯤이 돼서야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와,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네. 잘 수 있으려나.’

Zzz

눈을 뜨니 햇빛이 가득하고 새소리 가 울려 퍼지는 토요일 오후의 방 안.

침대에서 나른하게 뒤척거리다가 상태창을 열어 보니 벌써 점심을 한 참 넘긴 2시였다.

“하암.”

그래도 10시간이나 잤다. 중간고사와 괴담 두 개가 연이어 겹쳤던 한 주여서 그런지, 에너지드링크를 먹었음에도 누적된 피곤함은 이길 수 없었나 보다.

척추가 늘어지도록 기지개를 편 후 거실로 나와 보니, 아버지가 러닝셔 츠만 입으신 채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보고 계셨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부지.”

“아빠는 안녕히 주무신 지 다섯 시간은 지났다, 이 녀석아.”

“네, 하하.”

평소에는 양복 차림의 젠틀한 회사 원이신 아버지.

하지만 주말에는 이렇게 늘어난 러닝셔츠를 입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온 힘을 쏟으신다.

쌰워어어어-

간단히 샤워를 하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누우신 채로 고개만 슥 들어서는 나를 쳐다보 셨다.

“일어나자마자 밥도 안 먹고 어디 가려고?”

“피시방 가려고요. 근데 엄마는 요‘?”

“절에 갔지. 집에 멀쩡한 컴퓨터 놔두고 피시방은 왜.”

“집에서 하는 거랑 피시방에서 하는 거랑 또 재미가 틀려요.”

피시방은 사양도 더 좋고, 144HZ 모니터까지 준비돼있다.

또 다른 곳에서 게임을 하는 건 기분 전환도 되고, 피시방 전용 혜 택으로 캐릭터도 여러 가지 쓸 수 있었다.

“허 참, 그렇게 몰두할 수 있는 것도 부럽다, 녀석아.”

내 대답이 웃기다는 듯 누우신 채 피식하시는 아버지.

사람이 나이가 들면 취미에 몰두하는 것에도 정신력이 필요하다던데, 나는 아직 창창한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하루 10시간을 내리 앉아 있어도 도통 질리지 않는다.

“자.”

이내 만 원 한 장을 슥 내미시는 아버지.

“나갔다 오는 김에 아빠 바밤바 하나만 좀 사와라.”

“네, 알겠어요.”

“거스름돈은 너 가지고. 중간고사 친다고 고생했다.”

“하하, 아빠 최고.”

잽싸게 지폐를 두 손으로 받아드는 나.

아버지가 용돈을 주시는 방식이다.

심부름을 시키는 척 무심하게 지폐를 건네시며 잔돈은 가지라고.

물론, 심부름시키는 물건보다 잔돈 이 항상 훨씬 더 많다.

곧 간단히 신림역 근처 번화가까지 터덜터덜 걸어가는 나.

주말이라 그런지 안 그래도 좁아터진 보도가 사람들로 득실거린다.

서울 번화가 ‘TOP 10’에 드는 신림역답게 영화관부터 노래방, 방탈출 카페에 VR방까지 없는 게 없어 서, 좀 논다 싶은 친구들은 죄다 이 근처에서 어울려 다닌다고 들었다.

‘와, 씨… 초딩들 존나 많네.’

새로 생긴 사양 좋은 피시방을 훑어봤지만 이미 만석이었다.

할 수 없이 옆 건물의 가게로 다시 들어가 봤지만, 그곳도 이미 만 석에 대기열 천지.

여기저기서 마구 상스러운 욕설을 내뱉으며 키보드를 내리치는 급식들 투성이였다.

‘초딩들은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나 길래 피시방을 이렇게 오는 거야.’ 이번엔 반대편 건물의 피시방을 향 해 올라가는데.

커플들이 자리가 없다고 투덜대며 계단을 내려오는 걸 보고는 바로 단 념 후 발걸음을 돌렸다.

‘중학생 이하는 피시방 못 오게 법으로 막아야 해.’

괜히 그렇게 투덜대며 역 근처 번 화가를 돌아다녔다.

결국, 번화가 중심에서는 자리가 있는 곳을 찾지 못했고.

변두리 쪽을 돌다 조금 생소한 위 치의 피시방에 올라가 보니 익숙한 덩치가 눈에 띄었다.

“···덕훈이니?”

‘우움?”

만석인 피시방 대기열 좌석에 앉아 서 핸드폰을 하던 덕훈이가 나를 올려다봤다.

“부장? 여긴 웬일.”

“피시방에 게임하러 왔지. 근데 여기도 자리 없는 것 같네.”

“그러니깐… 중학생 이하는 게임 못하게 법으로 막아야 한다능.”

“동의.”

터덜터덜 녀석 옆 의자에 앉아서 다시 하염없이 기다려 봤다.

쾅- 쾅쾅-

어떤 버릇없는 초딩이 또 키보드를 내려친다.

“아아~! 내가 말파로 박았는데, 왜 야스오 안 들어오냐고오~!”

쾅- 쾅쾅-

“아, 겐지 뭐 하냐고! 존나 못해!”

“개 시끄럽네……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젓는 나.

“야, 그냥 나가자… 초딩들 도대체 가 일어설 생각을 안 해.”

“쿠우.”

급식들은 기어코 저녁까지 게임을 할 생각인지 자리를 뜨지 않았고, 그나마 간간이 생기는 자리도 우리 보다 먼저 온 커플들이 기다렸다는 듯 들어갔다.

잔뜩 짜증이 난 채 문을 나서며, 피시방 아니면 이 시간에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파앗-

[특수 능력 인생설계가 발동합니다.]

[23분 안에 레온 PC방으로 가세요.]

‘흠!’

역시 번화가보다는 동네 피시방에 자리가 있는 걸까.

“동네 피시방은 사양이 안 좋아서 안 가려고 했는데.”

“무슨 게임 하길래 사양 찾냐능.”

“나? 배틀그라운드랑 롤. 너는?”

“던전 앤 파이터.”

공익 전용 게임, 던전 앤 파이터!

“그거 아직 하는 사람이 있구나. 그럼 너는 사양 안 좋은 피시방 가도 상관없겠네. 옛날 게임이니깐.”

“상관없지. 아는 곳 있어?”

“우리 아파트 앞에 하나. 아마 자리 많을걸.”

“ ‘안내’ 해라.”

후우, 동네 피시방 똥컴이면 롤밖에 할 게 없는데.

하지만 할 수 없이 덕훈이를 데리고 다시 우리 집 방향으로 향했다.

번화가를 벗어나 다시 아파트 단지로 돌아가는 횡단보도 앞.

초록불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오토바이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춰서더니 여자 한 명이 인사를 건넸다.

“여어- 히사시부리.”

헬멧을 쓴 라이더 패션의 스타일 좋은 누님.

몸에 쫙 달라붙는 가죽옷이 보기 좀 민망하다.

누군가 싶어 덕훈이의 옆구리를 찔러 보는 나.

“아는 사람이야?”

“···? 모른다능……

“히사시부리, 씨발놈들아.”

“···진희니?”

그대로 킬킬 웃더니 신호를 받아 이내 가 버리는 헬멧을 쓴 누님.

“···진희 맞네.”

“쿳소.”

이렇게 뺑뺑이 돌다 보니 친구들을 다 만나는구나.

‘오토바이를…. 진짜 일진의 정석 이네.’

북적거리는 번화가를 벗어나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로 들어선 우리.

“여기오니깐 좀 살 것 같네.”

“후욱, 후욱. 진짜 사람 너무 많았다능.”

불법 주차가 가득한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정도의 아담한 건물로 들어섰다.

침침한 계단을 올라가 2층에 도착 하면, 그리운 동네 피시방이다.

“오, 자리 있어. 역시.”

최신 유행에 뒤처지는 곳이다 보니 주말 오후인데도 자리가 널널했다.

분위기도 아까의 급식들로 시끌벅 적한 번화가보다는 좀 더 차분한 느낌.

‘사양은 안 좋지만 키보드 부숴 가며 소리 질러 대는 초딩들은 없으니 좀 낫네.’

그나마 보이는 또래들도 조용히 서 든이나 롤을 할 뿐.

나머지 대부분은 아저씨들이 스타 크래프트를 하거나 고스톱 같은 걸 돌리고 있는, 그야말로 동네의 오래 된 피시방이었다.

“그래도 자리는 기계가 해 주는구 나.”

먹튀를 방지할 요령인지 자리만큼은 요즘 피시방들처럼 기계를 통해 계산하는 방식.

나는 우선 간단하게 두 시간만 충 전해 볼 요령으로 지갑에서 천 원짜 리 두 장을 꺼내 기계에 넣었다.

“후욱, 후욱.”

그에 반해 덕훈이는 한참 여기 있을 생각인지 통 크게 만 원짜리 한 장을 넣었다.

“돈 많아? 만 원이면 11시간인데.”

“템 팔아서 좀 모아 놓은 돈 있어 서.”

나보다 훨씬 전문적인 게이머답게 아이템 거래 같은 거로 용돈을 버는 듯한 덕훈이.

그렇게 나는 두 시간, 덕훈이는 열 한 시간을 충전한 채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전원 스위치 어디 있어.”

“이건가……

피시방 컴퓨터 본체는 왜 항상 이렇게 전원 스위치를 찾기가 어려운 건지.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별일 없나 싶어서 핸드폰을 열어 단톡방을 확인해 봤다.

〈윤선아 : 다들 밥 먹었어?〉

한창 번화가를 헤맬 때쯤 온 카톡.

몇몇이 읽었는지 읽은 사람의 숫자는 줄어들었는데 답장은 없었다.

“녀석들, 참… 신경 좀 써 주지.”

개인 성향이 강한 우리 동아리의 부원들답게 각자 알아서 쉬느라 바쁜 건지.

나는 단톡방에 카톡을 남겨 주었다.

〈이준 : 나는 방금 일어나서 덕훈이랑 피시방 와 있음 ㅋ〉

그러자 바로 날아오는 선아의 답 장.

〈윤선아 : 우와, 어디 피시방?〉

〈이준 : 여기 수정아파트 옆에 레온 피시방.〉

〈윤선아 : 재밌겠다…….〉

심심해 보이는 눈치라서 나는 여기 위치를 스크린샷해서 카톡방에 올려 주었다.

〈이준 : [사진 첨부]〉

〈이준 : 우리 여기서 한참 있을 생각이니 심심한 사람은 와 ㅋ〉

〈윤선아 : 갈게〉

곧 덕훈이가 컵라면 하나에 물을 받아 들고 와서는 내 옆자리에 앉았고.

나 역시 라면 냄새를 맡자 공복인 게 생각이 나 카운터로 가서 음식을 좀 샀다.

“요새 피시방에서는 삼겹살도 구워 준다는데, 여기는 변함없구나.”

부실한 메뉴들.

할 수 없이 메추리알과 빵, 음료수 정도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리에서는 이미 덕훈이가 라면을 후루룩 흡입하고 있었다.

“후우... 동네 피시방.”

나 역시 빵 봉지를 뜯으며 중얼거렸다.

‘추억이네.’

동네 피시방에는 머무는 사람의 시간을 잊어버리게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곳에서 헤드셋을 낀 채 게임을 하다 보면 지금이 몇 시인지, 내가 몇 살인지도 기억이 아련해지고는 했다.

한창 게임에 집중하다 헤드셋을 딱 벗으면. ‘어라. 여기 어디지?’

‘나 방금까지 뭐 하다가 여기 들어 온 거더라?’

하고 사람을 착각하게 만드는 향 수 그런 그리움을 음미하며 메추리알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롤을 켰다.

그리고 약간은 어두운 동네 피시 방,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여러 게임의 효과음들과 함께 게임에 몰두 하기 시작했다.

[자만심에 눈이 멀지 않도록 하시 오!]

“아~ 좀만 버텨 주면 내가 다 미는데 왜 그걸 밀리냐고. 포탑 끼고 싸우면 나 없어도 숫자 맞는 거 아 님? 2분만 버텨 봐라, 좀.”

한참 게임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뒤에서 기웃거리는 게 느껴졌다.

‘누가 내 영혼의 백도어를 훔쳐보는가.’

뒤돌아보니 선아가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오, 선아야. 앉아, 앉아!”

« 응 ”

이내 내 왼쪽 빈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를 구경하는 선아.

그렇게 정신없이 플레이를 하다 보니 곧 게임이 끝났다.

그제야 나는 기지개를 쭉 켜고는 의자를 돌려서 선아에게 인사했다.

“우우… 선아야, 반가워.”

“응, 반가워……

크게 하품하는 나를 보며 미소 짓는 분홍색 티셔츠의 선아.

“밥은 먹었어?”

“응.”

“기다리는 동안 심심했지. 같이 게임 하자. 괜찮아?”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선아.

나는 기계로 가서 대충 이천 원 정도를 다시 충전해서 선아의 번호 표를 뽑아서 왔다.

우리가 같이 고른 게임은 카트라이 더.

“아니, 길막 하지 말라고!”

어아하하 · · · 미안 · · ·. ”

집에 컴퓨터가 없는 선아는 역시 게임을 잘 몰랐고.

그나마 옛날에 몇 번 즐겨 봤다던 카트라이더를 함께 플레이하는 중이다.

그것도 한 시간쯤 하니 질리길래, 나중에는 선아에게 오버워치를 한번 가르쳐 보았다.

“이렇게 마우스를 움직이면 돼.”

“준아, 너무 어려워……

“근데 이거 여자애들도 엄청 많이 하는 거야. 이렇게 하면 방패 들고.”

“ 으응······

내가 있던 2022년에는 오버워치의 후속작이 주로 플레이됐었지만, 여기는 2019년. 1편밖에 없었다.

선아에게 라인하르트를 고르게 하여 방패를 든 채 가만히 서 있게 시킨 후, 뒤에서 겐지로 왔다 갔다 하며 표창을 던지고 있으니 덕훈이가 슥 보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 했다.

“혼자만 재밌어하는 것 같은데.”

결국, 다시 카트라이더를 켜서 선아랑 재밌게 차를 몰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뜬 메시지.

파앗- [당신의 부원이 괴담을 수집하는 중입니다.]

[B급 괴담 수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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