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74화 (74/130)

74화

열 번째 괴담 -

마이크래프트의 히로빈 (7)

“장르를 착각했다고?”

“그 게임 시스템. 지금 우리가 하는 마이크래프트처럼 다소 시뮬레이 션적... 혹은 타이쿤적인 성향이 강 한 게임인 것 같다는 게 내 의견이다.”

시뮬레이션.

타이쿤.

“자세히 말해 봐.”

“잘 보라고, 부장.”

양손을 펼쳐서는 이것저것 설명하는 덕훈이.

“성장 요소가 있기는 한데 용사 개 인의 성장은 한계가 명확해. 포인트의 사용처도 자기 자신에 대한 건 특수 능력뿐이잖아.”

“···그렇지.”

“반대로 동아리의 레벨은 이미 부 장이 5까지도 올려놨고, 이후로도 계속 성장이 누적되는 게 확인됐 지?”

“···응.”

나 자신에 대한 성장은 특수능력 3개, 300포인트면 성장 끝.

거기서부터는 능력을 더 얻어도 강 해지기보다는, 3개의 칸에 맞춰 각 상황마다 조합을 다르게 맞출 수 있을 뿐이다.

반면에 동아리의 레벨은 투자하면 투자하는 대로 끊임없이 올라가고, 한계치라고 부를만한 게 아직 없다.

“그럼 결국에 이준은 용사가 맞기는 하는데, 혼자 다 해 처먹는 영웅의 개념보다는. ‘리더’의 개념의 용 사가 아니냐 이 말이지.”

“···흠. 장르가 다르단 건 그런 뜻 이구나.”

문득 옛날에 했던 롤러코스터 타이 쿤이라는 게임이 떠오른다.

이 경우에는, 괴담동아리 타이쿤인 가.

덕훈이가 곧 자세를 가다듬더니 자신이 정리한 것을 천천히 풀어 주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부장한테 빙의된 게임 시스템, 요즘 세대의 감성은 절대 아냐, 그렇다면-”

“잠깐.”

설명을 막는 나.

“요즘 세대의 감성이란 건 뭔데?”

“그거야 당연히 사이다 감성이지.” 두터운 주먹을 훅훅 내지르는 녀석.

“용사가 혼자 기연 처먹고 강해져서 마음에 안 드는 놈들 싹 다 쓸 어버리는 거. 그게 요즘 트렌드라 구.”

“그래?”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거랑은 느낌이 다르긴 하다.

“마왕이라는 이름도 느낌이 싸하다 능. 요즘 판타지 세계관에는 안 나오는 단어니깐.”

“안 나온다고? 판타지에서 마왕 이?”

“아아, 물론이다.”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덕훈이.

그러고 보니 관념적으로 익숙해서 그렇지, 요새 게임에서는 못 들어 본 단어 같기는 하다.

“마왕 같은 거, 요새는 완전히 좆 밥 취급이랄까. 재채기 한 번에 삼 천우주를 멸망시키는 고대신 정도는 돼야 페이크보스로 취급해 주는 게 지금의 트렌드다.”

“하하하.”

나는 자연스레 웃고 말았다.

“그런 걸 어떻게 죽여. 농담이지?”

“『진짜』다.”

진지한 표정의 덕훈이.

파워밸런스라는 건 장르판의 고질적인 문제인 모양이다.

“부장의 게임 시스템. 그런 요즘 세대 트렌드와는 완전히 반대야. 오히려 굉장히, 굉장히 옛날 감성이 섞여 있어.”

“뭐 어느 정도 옛날?”

“90년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네.”

나는 03년생이다.

“시뮬레이션, 타이쿤적 요소 말고 도 그 정도로 옛날 감성이라고 생각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물론. 우선, 입학식 날 부장의 눈 앞에 처음으로 떠오른 메시지를 기억해 봐.”

“잠시만. 띄워 놓고 얘기 들어야겠다.”

파앗-

『미스테리와 비밀이 가득한 낙성 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학교에 숨겨진 음습한 비밀들을 밝혀내거나, 도시전설과 괴담들에 맞 서 싸우며 포인트를 얻어 특수 능력 들을 획득해 보세요. 그리고 함께할 동료들을 모아 졸업하기 전까지 마왕의 부활을 저지하세요. 세상은 당

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입학식 때부터 지겹도록 봤던 메시지.

여기에 아직도 더 살펴볼 구석이 있다는 걸까.

“거기 보면 동료들을 모으라고 적혀 있지 않냐능?”

“응. 그게 왜?”

“아직 이해 못 한 거냐. 동료를 모으는 것 자체가 옛날 감성이라는 거다.”

눈을 빛내며 무게 잡는 덕훈이.

“아까 말했다시피 요새는 주인공 혼자 다 해 처먹고 쓸어버리는 게 유행이라고. 보아하니 부장은 ‘히전 죽’이라는 단어도 모르겠군.”

“그건 또 무슨 뜻인데.”

“히로인이 되기 전에 죽입시다!”

히로인은 또 무슨 개념인지.

“주인공 혼자 독무대로 다 쓸어 처 먹기 위해 전개에 발목을 붙잡을 여지가 있는 등장인물은 작가가 빨리 죽여서 분량을 없애 버리는 게 ‘대. 유. 행’이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 같은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고이고 고여 버린 자들만의 특수한 경지를 엿본 기분.

“시작부터 동료를 모으는 걸 시스템이 유도한다라… 그러면서도 용사와 마왕의 개념이 등장한다? 그건 정말, 정말 아주 오래전의 감성이지. 예를 든다면……

곰곰이 생각을 떠올려 보는 눈빛의 덕훈이.

“···87년에 발매한 일본의 파이널 판타지라는 게임. 용사가 세계를 구 하는 스토리인데, 시작부터 동료 3 명과 함께 시작해.”

87 년.

무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이다.

“그건 좀… 많이 옛날이네.”

“그렇지. 그런데 동료랑 같이 다니는 게임은 거의 다 그 세대쯤이야. 아주 오래된 감성이지.”

순간 우리 옆에서 수레를 끌며 지 나가던 경원이가 한마디 툭 쏘아붙 인다.

“너희 일 안 하냐?”

“아아, 경원 쿤. 조또마테. 중요한 얘기 중이다.”

“참나.”

투덜대며 우리를 지나쳐 가는 경원이.

나 역시 너무 오래 쉰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 섰다.

“그래서? 옛날 감성이라는 건 알겠는데, 내게 실질적으로 뭔가 적용할 부분이 있을까?”

“물론.”

당연하단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부장이 강해지는 방식. 스스로의 능력이 강해지는 게 아닌, 사람들과 주위 환경을 개선해 나가며 강해지는 방식. 그게 뭘 뜻하는 것 같아?”

“···글쎄?”

“마왕을 봉인하는 일. 뭔지는 몰라 도, 사람이 아주 많이 필요한 일이 될 거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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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부원을 모으고, 동아리를 만들고, 조력자를 부르고… 부장이 쓸모없다고 생각한 동아리방의 확장 기능 마저도 어떻게 보면 ‘영토’를 늘리는 개념이다. 알겠어?”

U I 99

“계속해서 시스템은 사람을 불러모 으는 방향으로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고. 왜냐? 옛날 감성에서 용사는 절대 혼자 다니지 않으니깐. 동 료를 모으고, 함께 다니는 ‘파티 플 레이’가 주가 되는 거지.”

“파티… 플레이……

“옛날 고전 감성으로 괴담 동아리라는 ‘길드’를 이끌고, 학교라는 ‘영 토’를 점령해서 괴담이라는 ‘몬스터’와 선생이라는 ‘악의 세력’과 싸워 최종적으로는 마왕의 부활을 막아 4해피엔딩’을 보는 것. 그 구심점 역할을 하는 ‘용사’가 바로 이준, 길드 장인 너다.”

덕훈이만이 내려 줄 수 있는, 수많은 게임 지식을 망라한 결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의견에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고맙다.”

“이제 일하러 가자고.”

“그래.”

우리는 천천히 나머지 부원들에게로 향했다.

어느새 기초 공사가 끝나 있고, 뼈 대까지 다 잡혀 있는 2층 벽돌집.

하윤이가 귀티 나는 외모와는 맞지 않게, 쭈그려 앉아 벽돌을 쌓아 올리며 우리를 슬쩍 쳐다봤다.

“재밌는 얘기 많이 나눴어?”

낭랑한 목소리.

나는 미안해서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응, 뭐… 그랬지. 늦어서 미안해. 좀 쉬어.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

말이 끝나자마자 재료를 가득 담은 수레를 끌고 오던 경원이가 덕훈이 옆에서 툭 멈춰 선다.

“드디어 수다 끝났냐.”

“오이. 이 앞은 내가 할 테니 ‘휴식’해라.”

“말 안 해도 그렇게 하려고. 자.”

하윤이가 적당히 벽에 기대서 물을 마셨고, 덕훈이와 경원이가 바톤 터치 하는 동안 나는 집 바깥의 선아에게로 향했다.

“준아……

화덕 앞에서 숯이 묻어 검게 된 얼굴로 나를 돌아보는 선아.

“미안, 선아야. 중요한 얘기 중이라 늦었어.”

“응, 괜찮아……

화덕의 불길이 뜨거웠는지 얼굴 위로 송글송글 맺혀 있는 땀.

“휴, 덥다.”

“이제 내가 할게. 가서 좀 쉬어.”

“그랭……

눈을 찡그리며 얼굴을 부비적 닦고는 근처 그늘로 향하는 선아.

나는 화덕 앞에서 불길을 쬐며 가 만히 생각했다.

‘여기서 포인트를 자신한테 써 봤자 큰 차이는 없겠지.’

지금의 능력으로도 한 괴담 정도를 더 해결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새로운 특수 능력은 다음 괴담을 해결하고 얻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부원들의 레벨업, 그건 아직 써 보지 못한 요소.

‘결정했어.’

마침 연이은 괴담에 사기가 조금씩 떨어져 가던 부원들.

나는 어디에 쓸지 몰라 남겨 놓았던 지금의 200여가량 되는 포인트, 그걸 이번 일이 끝나면 함께 고생한 동료들을 위해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벽돌을 쌓아 올려 토대를 만들고, 근처의 숲에서 나무를 베어와 가공 한 뒤 마룻바닥으로 깔았다.

“조심해!”

“읏차.”

2층집을 건축한다지만 게임의 매커 니즘상 타일을 쌓아 나가기만 하면 되는 일.

현실의 공사보다는 꽤 쉬운 편이지만, 그래도 맨땅에서 재료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 우리에겐 이것조차도 상당한 노가다였다.

특히, 2층으로 자재들을 올리는 건 계단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나무와 밧줄을 이용한 원시적 형태의 도르래까지 세운 우리들.

“창문이야. 올린다.”

“흐읍!”

경원이와 내가 아래에서 밧줄을 당 기자 묶여 있는 창문이 줄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읏차.”

우리가 올린 창문을 2층에서 받아 드는 덕훈이.

선아는 유리가 들어갈 창틀을 세우는 중이고, 하윤이는 바깥에 나있는 계단에 난간을 설치하는 중이다.

“좋아, 완성.”

“후우.”

이윽고 세상의 끝, 경계선에 걸쳐 완성된, 바깥으로 계단이 나 있는 아담한 2층 벽돌집.

내가 요구한 대로 출입문이 월드맵의 경계가 되는 투명한 벽에 붙어 있어서, 이쪽에 선 우리들에겐 집의 심심한 뒷모습만 보일 뿐이다.

“기껏 완성했는데 앞에서 감상 못 하는 건 아쉽네.”

“그러게……

조금은 실망한 눈치로 중얼거리는 부원들.

하지만 나는 덕훈이와 경원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대답해 주었다.

“말했듯이, 우리는 세상의 끝 너머로 갈 거라니깐. 곧 볼 수 있을 거야, 앞모습.”

“흠……

그렇게 말한 나는 집 뒤에 나 있는 창문을 타고 거실로 먼저 들어갔다.

“다들 안으로 들어와, 어서.”

“응”

“아늑하네.”

“급하게 만든 것치고는 꽤 편안한 데.”

내부는 마치 외국 영화에서만 보던 옛날 주택의 느낌.

밖에서 벽돌을 굽던 화로를 거실 벽에 집어넣어 놨는데, 딱 벽난로의 모양으로 완성되었다.

“아기 돼지 3형제 동화책에 나올 법한 집이야.”

“응... 마지막 돼지가 지은 벽난로 가 있는 벽돌집……

창문을 넘어온 부원들이 저마다 내 부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했다.

선아가 간단하게 책장이나 액자 같은 장식물도 만들어서 배치해 놨기에 정말로 누군가 살 것 같은 집이다.

“하윤아, 그거 좀. 잠시 앉아서 쉬자.”

« 응

이곳이 목초지가 펼쳐진 평야라 그런지, 한창 집을 건설하던 중 근처로 양 떼가 지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양 한 마리를 잡아 깎아 놓은 털로 제작한 카펫.

하윤이가 구석에서 꺼내 거실 한가운데 깔기 시작했다.

“후, 고마워.”

“좀 쉬자.”

“후우우.”

벽난로 가까이에 모여앉아 불길을 쬐는 부원들.

열심히 집을 짓고 나니 피곤한 기색인데, 마침 따뜻한 온기까지 받으 니 잠이 솔솔 온다.

“오랜만에 힘썼더니 졸리네.”

“그러게.”

한바탕 노동이 끝난 오후.

서양식 벽돌집의 거실에 둘러앉아 불길을 쬐고 있는 우리.

그렇게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다.

몇 분쯤 지나고, 장작불이 타는 소리만 파삭거리는 가운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는 지금 우리가 어디 있다고 생각해?”

“응?”

나를 쳐다보는 부원들.

침을 흘리며 졸고 있던 선아가 슥 고개를 든다.

“그야 우리가 지은 벽돌집 안이지.”

무릎을 굽혀 앉은 자세로 당연하단 듯이 대답하는 경원이.

“그 벽돌집은 어디 있는 거야?”

“흠.”

내가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고개를 슥 들더니 이 내 자세를 고쳐 팔짱을 낀다.

“그야 목초지 남쪽 끝에.”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리고 나 역시 두 손을 내밀어 가만히 불길을 쬐었다.

따뜻하다.

“그럼 그 목초지는 어디 땅이지?”

“글쎄.”

어깨를 으쓱하는 경원이.

“월드맵의 이름이 ‘이준-2’이니깐 거기 있는 땅이라고 보면 되려나.”

“그 월드맵은 어디 거지?”

“마이크래프트에.”

“그건 어디에 있는 거지?”

순간 경원이가 천천히 뒤돌아본다.

거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컴퓨터에. 피시방 컴퓨터에……

멍한 얼굴로 일어서더니, 가만히 주위를 둘러본다.

“···뭐? 컴퓨터?” 덕훈이도 어리둥절한 눈으로 고개를 돌린다.

“···응?”

눈을 끔뻑이며 침을 닦는 선아.

하윤이는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불길만 쬐고 있는 걸 보니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읏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출입 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부, 부장. 이게 어떻게 된……

삐걱- 삐걱 -

내가 걸을 때마다 마감이 덜된 마룻바닥이 삐걱이는 소리를 낸다. 원래 이렇게 공사를 하고 나면 사람이 살기 전에 청소를 한다는데, 우리는 집만 대충 지어 놓은 상태다 보니 곳곳에 자재들이 흩날린 먼지 가 가득하다.

그렇게 마룻바닥 위로 쌓인 먼지에 발자국을 남겨 가며 출입문 앞에 선 나.

“부, 부장?”

나는 대답 대신 천천히 문고리를 잡아 밀었다.

끼익-

그대로 밀리며 활짝 열려지는 나무 문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채광이 눈부 시다.

“어떻게……

눈을 꿈뻑거리는 경원이.

“투명한 벽으로 막혀 있을 텐데… 어떻게……

“준아······?”

천천히 나를 따라 출입문 앞에 모여서는 부원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게임 속 세상에 온 걸 축하해.”

66 | 99 자신의 팔 다리, 몸을 살펴보며 놀 란 표정을 짓는다.

“어, 언제…?”

“가 보자.”

나는 어서 오라는 듯 턱을 치켜들었다.

“세상의 끝 너머로.”

활짝 열려져 있는 출입문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빛.

멍한 얼굴로 빛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부원들.

나도 조용히 녀석들과 함께 밖으로 향한다.

#include〈stdio.h〉

int main (void) puts (“Hello, Far World!”);

return 0;

HEIID

Far llhirld!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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