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75화 (75/130)

75 화

열 번째 괴담 -

마이크래프트의 히로빈 (8)

HEIID

Far Uhirld!

[Warning : 시스템 과부화에 주의 하십시오. 이 너머는 개발자들이 코딩해 놓지 않은 영역입니다.] 순간 우리 눈앞에 떠오르는 거대한 경고 메시지.

상태창의 메시지인지 마이크래프트 게임의 메시지인지 순간 헷갈렸지만.

폰트도 다르고 내용상 의미도 그렇고, 또 모두에게 보이는 걸로 보아 명백하게 게임 속 메시지다.

잠시 쳐다보자 슥 사라져 버리는 경고문.

사박- 사박-

문을 열고 나오자 그곳에는 똑같이 펼쳐진 초원.

끝없이 보이는 초록색 풀들과 지평 선만 보였다.

하지만 방금까지와는 느낌이 다르다.

조용하다.

새소리도, 바람 소리도 없다.

우리 5명이 내는 작은 인기척을 제외하면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고요함뿐.

그로 인해 이 공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이 더 들었다.

사박- 사박-

가만히 잔디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 가 보는 우리.

그렇게 말없이 몇 걸음 걷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마침내 제대로 볼 수 있는 우리가 만든 집의 앞모습.

파란 하늘과 초록색 목초지가 이분 법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 가운데, 우리가 지은 빨간 벽돌집이 그림처 럼 서 있었다.

초록, 빨강, 파랑.

세 가지 색깔.

그 동화 같은 배경 속, 미지의 세 계로 향하는 경계선에 선 우리.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 까.

모두 같은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말을 잇지 못하던 중.

“준아……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선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아가 내 이름을 부른 게 부원들의 사고를 다시 돌게 했는지, 다들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나를 보기 시작했다.

“후우, 부장.”

«응.

“이게 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 하지만 인지하고 있으면, 성공 못 했을 방 법인 것 같아서.”

“후우.”

다시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고치는 경원이.

“뭐를? 뭘 말이야?”

덕훈이는 아직 잘 모르겠는지 어리 둥절한 표정이다.

쌓아 온 덕력을 발휘해 아까처럼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 줄 때도 있지만, 평상시에는 그렇게 머리가 좋은 타입은 아닌 듯하다.

“모여 봐. 설명해 줄게”

“···잘은 모르겠지만 부장은 알고 있었나 보네.”

“응. 미안.”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덕훈이.

나는 처음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해커들이 크랙해서 유출시킨 이 마이크래프트의 불법 버전. 보안을 해제하다가 열어서는 안 될 것까지 열어 버렸다는 그 소문.”

“그래. 그게 왜?”

“해커들이 뭘 열어 놓은 채 풀어 버린지는 몰라도, 그게 이 게임의 몰입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야.” “몰입도?” “그래.”

나란히 서서 설명을 듣는 부원들.

“이 불법 버전을 플레이하다가 실종되거나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 기억해? 아마 지금의 우리들처럼 몰입하다 못해 현실과 중첩된 채 게임 속으로 끌려들어 간 게 아닐까 싶어.”

“세상에.”

경원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턱을 치켜들었다.

“그래서 우리한테 말 안 했다고? 한번 신경 쓰고 의식하기 시작하면 게임에 몰입 못 할까 봐?”

“맞아. 집을 짓자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

이 녀석들에게 집을 짓자고 한 이 유.

게임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점점 현실과 중첩되어 가는 효과를 극대 화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녀석들은 여기저기 꾸미고 조립하는 동안 게임에 깊이 몰입하였고.

어느 순간 이렇게 그 속으로 들어 오고 말았다.

“…그럼 우리가 지금 세상의 경계 선 너머로 와 있는 건 무슨 이유에 서야? 원래는 투명한 벽으로 막혀 있었잖아.”

“그건 말야, 음……

나는 내가 지금껏 해 왔던 여러 온라인 게임을 생각해 보며,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잠시 고민해 봤다.

“게임에서 보면 NPC는 갈 수 있는데 플레이어는 못 가는 장소, 많 지 않아?”

“흔하지.”

덕훈이가 턱살을 쓰다듬으며 대답 했다.

“NPC들은 마을 안의 자기 집에 자유롭게 출입하는데, 플레이어는 못 들어가고… 그런 건 흔하지. 물론, 개발자들이 구현을 안 해 놓은 걸 눈속임하는 것뿐이지만.”

“맞아. 여기 파 월드도 똑같다고 생각해.”

흥미롭다는 듯 내게로 향하는 눈길 들.

“말 그대로 월드맵의 끝 너머. 개 발자들이 구현해 놓지 않은 세계. 그래서 원래라면 플레이어는 절대 출입할 수 없지.”

“그런데 우리는 왜?”

“들어 봐.”

나는 손을 뻗어 마임을 하듯이 경 계선의 모양을 그리며 설명을 계속 했다.

“투명한 벽으로 막혀 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그 너머에도 길이 있고 풀이 있고 하늘이 있었지?”

“그렇지.”

“심지어 나랑 선아는 NPC 동물 토끼가 우리를 보고 도망쳐서 경계 선 너머로 뛰어가는 것도 보았어. 경계선에 걸쳐서 자라는 식물도 많았고.”

으흠 ”

“즉, 프로그래머들이 월드맵의 끝 너머를 닫아 놓은 건, 아마도 구현 돼 있지 않은 세상이라서 플레이어 가 갈 경우 발생할 컴퓨터의 에러를 막기 위해서 일거야. 하지만 NPC의 경우에는 게임 내적인 요소기에 굳 이 막아 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게 플레이어가 보기에 자연스러우니깐.”

“맞아.”

가만히 턱살에 손을 얹고 대답하는 덕훈이.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소데스네… 게임이라면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맹점. 그 틈 사이를 파고들다니.”

그렇다.

게임에서 개발자들이 흔히 쓰는 속 임수.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 플레이어가 갈 수 없는 장소는 굳이 구현해 두 지 않는다.

‘만일 그걸 다 구현하려면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오픈월드 게임의 경 우, 컴퓨터의 사양이 남아나질 않겠지.’

어디까지나 그런 건 게임의 배경으로만 그려 두고, 실질적으로 갈 수 있는 장소에만 자원을 집중해서 구 현해 놓는 게 개발의 원칙.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경이 되는 장소에 NPC들 마저 못 가는 건 아니다.

아무것도 만들어져 있지 않은 빈 공간이라도, NPC들은 마치 뭔가 있는 것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나오는 모습을 보여 주는 등, 개발자들은 눈속 임을 써서 플레이어들에게 공간의 연속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게임, 마이크래프트도 똑같다.

실제로는 갈 수 없는 지형일지라도 그걸 눈앞에서 대놓고 보여 주는 건 무한한 자유도를 지향하는 게임의 컨셉에 감점이 되는 요소.

그래서 눈속임이 되는 원경을 만들어 놓고, 투명한 벽으로 막아 놨지만 NPC들은 자유롭게 거닐 수 있게 설정해서, 마치 정말로 세계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도 록 개발자들이 수를 써 놓은 것이다.

“그, 그 말인즉슨… 우리가 지금 여기에 와 있다는 건……

“맞아.”

나는 새파랗게 질려 버린 경원이를 바라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우리는 저 바깥에서부터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라는 외적 요소가 아닌, 게임 내부에 존재하는 ‘NPC’ 가 되어 버린 상태야.”

“소데스네……

“그런 게 가능하구나……

감탄하는 표정의 덕훈이와 선아.

하지만 경원이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뭐, 뭐라고오오……

안색이 변한 녀석.

“부자아아앙... 이 자식......

터덜터덜 걸어와서는 덥썩 내 목덜 미를 그대로 부여잡는다.

“그, 그런 건… 사전에 의사를… 물어보라고오오오… 망할.”

“미안. 말했듯이 미리 말해 주면 안 될까 봐……

“차… 참여 의사라도… 물어봤으면 되는걸……

“괴담 찾아 나서는 건 어차피 다들 아는 사실 아니었어?”

“정말로… 정말로 될 줄은 몰랐잖아... 이런... 이런 걸 말도 없이 끌 어들여……?”

힘없이 내 목덜미를 잡아 흔드는 녀석.

“어... 어떻게 할 거야, 이제. 이런... 이럴 거면 안 왔지... 이 자식

넋이 나간 채 멱살을 흔드는 녀석에게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기분이 들었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불편하기도 하고.

좀 답답하기도 하고.

“잔머리를 굴려서 들어온 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다시 돌아갈 거냐 고……

“그건……

물론 생각해 놓은 건 있지만, 지금의 불안해하는 경원이를 당장 안심 시킬 만큼 확실한 방법은 아니다.

뜸 들이는 내 표정을 보더니 결국 털썩 주저앉아 버리는 녀석.

“나는 분명히 가족들과 외식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려 본 것뿐인데, 또……

“···의, 의사를 물어봐야지, 의사를. 사람이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잖아…. 으, 응? 아, 안그래?”

입시라든가 학교생활 같은 일상생 활에서는 항상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 주지만.

의외로 이런 비현실적인 전개에 대해서는 우리 중 가장 멘탈이 약한 게 바로 이 녀석이다.

안 그래도 아까 괴담에 대해 설명 할 때부터 딱히 참가할 마음은 없어 보였던 녀석.

중간에 끼어 들어온 하윤이 때문에 엉겁결에 해 보는 분위기가 되기는 했지만, 역시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나 보다.

정신이 게임에 갇혀 버릴 줄이야.

“···미안.”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의미 없이 손을 내렸다 올렸다 하며 허탈해하는 경원이.

그러고 보니 이번 주만 해도 벌써 세 번째 마주친 괴담이다.

“경원아……

선아가 걱정스러운 듯 주저앉은 경원이를 내려다봤다.

덕훈이는 뭐 그런 걸로 주저앉냐는 듯 심드렁한 얼굴.

잠시 그렇게 주저앉아 나를 탓하도 록 내버려 뒀더니, 가만히 있던 하윤이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깨끗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 버렸으니 어쩔 수 없잖아. 일어서.”

“으으 ”

낭랑하지만 단호한 어조.

하윤이의 시선에 결국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녀석은 일어섰다.

부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넘어지려던 걸 슬쩍 부축해 주는 덕훈이.

“반드시 생각해 내, 부장. 살아서 나 가는 방법을……!”

질책하는 말투.

녀석의 감정이 격해진다.

“네가 끌어들였으니 네가 책임져! 죽어서 시간을 되돌리면 땡이라느니 그런 개소리 하지 말고…!”

“···후우.”

어쩔 수 없다.

이 녀석들은… 데리고 오는 대로 다 따라와 주는 게임 속 정의감 넘치는 동료 NPC가 아니다.

현실에서 인격을 가지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제대로 설명도 없이 끌어들인 건 미안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래도 아예 대책을 세워 놓지 않은 건 아냐. 또 너희에게 전해 줄 좋은 소식도 있고.”

“뭔데? 말해 봐.”

덕훈이에게 부축받으며 힐끔 곁눈 질하는 녀석.

“진희가 곧 피시방에 올 거야. 내 좌석이 어딘지 미리 보내 놨어. 우리를 흔들어 깨우면 될 거라고 일단 생각해.”

“···현실에서 우리들이 좌석에 가만히 앉아 있을 거라는 보장이 있어?”

쏘아붙이는 말투.

“앉아서 키보드만 만지작거리는 걸 로이런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 응? 응? 응?”

내 앞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화를 낸다.

“만약 정말로 몸뚱이 자체가 게임 속으로 들어와 버린 거면 어떡할 건 데? 응?”

“너 때문에 우리 다 여기 이상한 곳에 갇혀서 죽으면 어떻게 할 거냐 고!!!”

“시끄러. 짜증 나게 굴지 말고 조용히 해.”

순간 하윤이가 경원이의 말을 끊었다.

“어린애처럼 징징대지 마, 꼴 보기 싫으니깐. 준이가 그런 사정까지 다 책임져 줄 의무는 없어.”

“···뭐?”

눈썹을 찡그리며 하윤이를 노려보는 경원이.

하지만 하윤이는 정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자신의 석궁을 치켜들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준이가 자기 잘살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살아나 가고 싶으면 방법 같은 건 스스로 생각해 내. 애처럼 달라붙어서 기저 귀까지 채워달라고 징징대지 마. 지금 죽고 시간이 돌아가나, 졸업식 날 죽고 3년이 돌아가나 똑같으니 깐.”

갑작스런 하윤이의 지적에 할 말을 잃어버린 얼굴.

“무슨-”

“출발하자.”

뭐라 하려는 경원이의 얼굴을 보지 도 않고 하윤이가 홱 몸을 돌렸다. 그대로 아까 덕훈이에게 건네받은 석궁을 치켜들고 길을 나서는 그녀.

“오이, 먼저 간다.”

힘내라는 듯 경원이의 어깨를 툭툭 치는 덕훈이.

옆에 찬 도끼를 어루만지며 하윤이를 뒤따라갔다.

“···미안하다, 경원아. 뭐라 할 말이 없다.”

나 역시 마지막으로 사과를 건넨 뒤 천천히 돌아서서 길을 나섰다.

“준아……

선아는 떠나는 우리와 가만히 서 있는 경원이 사이에서 잠시 갈팡질 팡하더니, 곧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따라왔다.

멍하니 서 있던 안경원.

그래도 역시 이런 이상한 공간에 혼자 남겨지는 건 싫었는지, 이내 발걸음을 옮긴다.

“가, 같이 가……

새소리도,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야말로 정적뿐인 조용한 공간.

끝없이 펼쳐진 초록색 목초지와 푸른 하늘만이 부자연스럽게 배경을 둘로 나누고 있다.

게임 속인 만큼 당연하겠지만, 너 무나도 인공적인 분위기.

그 속에서 파 월드(Far World)라는 미지의 세계에 입장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 윈도우 XP 기본 바탕화면의 언덕.”

“알아, 그거.”

“그거 떠오른다능.”

덕훈이랑 나는 중간에서 얘기를 나 누며 걷고, 하윤이는 석궁을 든 채 앞장서서 길을 걷는다.

뒤에서는 선아가 졸졸 따라오고.

경원이는 무리와 조금 떨어져 10 미터쯤 뒤에서 터덜터덜 걸으며 우리를 따라오는 중이다.

‘현실에서 저녁 시간이 되기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으려나.’

나는 문득 여기서도 상태창이 켜질 까 싶어 조용히 마음속으로 외쳐 봤다.

‘상태창.’

파앗-

안 뜬다.

작동한다는 감각은 있는데 뜨지 않는다.

‘설마, 피시방에 앉아 있는 현실의 내 눈앞에 떠오른 건가.’

잠시 당황했지만, 곧 마음을 가다 듬었다.

어차피 여기서 상태창이 뜬다고 해 도 시간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단지 늘 손에 지니고 다니던 스마 트폰을 잃어버렸을 때처럼, 사용할 일도 없으면서 괜히 조급한 마음이 드는 강박증 같은 거랄까.

어느새 상태창은 나에게 있어서 묵주 같은 게 돼 버린 것이다.

‘보자... 그래도 짐작해 보자면, 대충 5시 30분쯤 됐으려나.’ 가만히 시간 사이클을 계산해 보는 나.

‘그래도 저녁 먹기 전까지는 부원 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는 게 적당 할 테니, 대략 30분 탐사하고, 30분 다시 돌아가면 되려나……

온라인 게임에서도 그렇듯 비정상적인 위치에서 접속을 종료하면에 러가 날 가능성이 크니깐.

여기는 비정상적인 위치이니 진희가 깨울 때까지는 다시 경계선 너머 원래의 월드맵에 돌아갈 계획이다.

사박- 사박-

끝없이 이어진 지평선에도 어느새 하나둘씩 변화가 생겼다.

저 멀리서부터 나무가 하나둘씩 보이기도 하고, 지형도 조금씩 울퉁불 퉁 굴곡이 진다.

혹시 이 맵은 평면이 아니라 지구처럼 둥근 구 형태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다.

“지평선이라고는 해도 정말로 평평 한 지형이 끝까지 보이는 건 아닌 것 같고, 어느 정도 경사가 있는 것 같아. 봐 봐. 저기 시야 끝에 걸려 있는 나무. 위에서부터 점차 다가갈 수록 아래 모습까지 보이잖아.”

“후욱, 후욱.”

“그,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적 증거로 바다 너머에서 들어오는 배가 돛 대부터 보이는 것처럼 말야.”

“이해했으니깐 말 시키지 말라능.”

계속된 행군에 숨을 몰아쉬며 덕훈이가 손사래 친다.

어느덧 평야에 점점 경사가 지더 니, 곧 비스듬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그곳을 다시 한참 걷던 우리.

문득 선두에 선 하윤이가 무언가를 보고 멈칫했다.

그대로 표정을 굳히는 그녀.

이어서 덕훈이가 하윤이 옆에 서더 니, 똑같이 뭔가를 보고는 흠칫한다.

“···저게 뭐지?”

야트막한 언덕의 봉우리에 선 채 무언가를 내려다보는 녀석들.

나도 뭔가 싶어 얼른 뒤따라가 봤다.

“왜? 뭔데?”

언덕의 정상에 이른 우리.

그리고 나 역시 무언가를 보고는 똑같이 가슴이 철렁하고 말았다.

그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 그래, 준아……?”

선아도 따라 올라와서 숨을 돌리려던 찰나, 그대로 놀란 채 굳어 버렸다.

“저, 저건… 저게 왜 여기......

“···뭔데?”

삐진 채 한참 뒤에서 따라오던 경원이가 가만히 굳어 있는 우리들을 향해 묻는다.

나는 올라와서 직접 보라는 눈짓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윽고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언덕 위로 올라온 녀석.

« 2”

똑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저게 여기 왜……?” 그곳에는 우리가 지은 아늑한 벽돌 집이 그림처럼 서 있었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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