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76화 (76/130)

76 화

열 번째 괴담 -

마이크래프트의 히로빈 (9)

파란 하늘과 초록색 목초가 이분법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빨간 2층 벽돌집.

겉모습은 아까의 동화 같은 배경 그대로지만, 나타날 수 없는 것이 나타나 버린 탓에 왠지 불길하게 일렁거리는 듯 보인다.

“···제대로 간 거 맞지? 방향을 헷 갈려서 다시 돌아왔다거나-”

“거기에 이런 언덕은 없었어.”

경원이의 말에 딱 잘라 대답해 주는 하윤이.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숲도. 그때 우리가 있던 곳에는 처음에 선아랑 내가 헤매던 숲이 근처에 있었는데, 여기는 집뿐이야.”

“이상해… 이해가 안 가.”

괴기스러울 정도로 평온하게 놓여져 있는 집에 선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떡하냐고, 부장? 들어가 볼 거

야?”

덕훈이의 물음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상하지만 확인해 봐야지. 그러려고 길을 나선 거니깐.”

“후, 어쩔 수 없나. 그럼 받으라능

옆에 찬 손도끼를 나에게 건네주는 덕훈이.

아까 하윤이와 물가를 찾으러 탐색 할 때 만들어 놓았던 물건이다.

“나보다는 네가 쓰는 게 나을 거 같다. NPC가 돼 버린 탓인지 무기를 휘두르는 것도 게임 속 감각이 아니라 실제로 휘두르는 느낌이라, 살찐 나에게는 많이 곤란하군.”

“···알겠어. 고마워”

나는 덕훈이로부터 손도끼를 건네 받아 벨트에 쑤셔 넣었다.

게임 속에 완전히 들어와 버렸고, 모든 것이 현실처럼 작용하게 된 상황.

우리는 더 이상 메뉴를 부르거나 뚝딱 재료를 합쳐 아이템을 만들어 낼 수도 없게 되었다.

인벤토리 역시 못 쓰게 돼서 이렇게 허리춤에 도끼의 손잡이를 쑤셔 넣는 게 고작이다.

‘근데 나도 도끼 같은 건 처음 만져 보는데.’

그래도 자기보다는 내가 운동 신경 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렇게 언덕 위에서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던 우리 5명.

“가 보자.”

“···응.”

나를 선두로 다시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옆으로 빙 둘러 언덕을 내려간 후, 가만히 존재감을 뿜고 있는 빨간 벽 돌집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역시, 똑같아…… 집의 세부적인 요소를 꾸몄던 선아가 몸을 떤다.

바깥으로 계단이 나 있는 2층 벽 돌집.

곳곳에 널려 있는 공사 자재들.

정확하게 우리가 지은 집이었다.

하지만 장소는 이곳이 아닌 게 확 실하다.

집 근처를 빙 둘러 서성이며 바깥을 살펴보던 우리, 곧 덕훈이가 뭔가를 발견하고 우리를 불렀다.

“어이, 도르래다. 우리가 물건 올리는 데 썼던.”

“정말이네.”

2층으로 자재를 오르내리는 데 사용한 밧줄과 나무 기등을 이용한 원시적 형태의 도르래.

그때는 아직 플레이어로서 게임의 요소들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제작 법대로 물건을 배치하니 뚝딱 만들어 졌지만.

게임 속으로 들어온 NPC의 입장에서 다시 보·자, 어떻게 이런 걸 그렇게 간단히 만들어 냈나 싶다.

“어떻게 된 걸까……

“뒤쪽에 창문이 있을 거야. 일단 안을 살펴보자.”

집의 뒤편으로 걸어간 우리.

창문을 기웃거려 안을 확인해 봐도 우리가 좀 전에 나왔던 평범한 거실 만 있다.

하지만 방금 누가 붙여 놓은 듯 타닥타닥 타고 있는 벽난로.

“하윤이가 깔아 놓은 카펫이랑 화로로 쓰다가 붙여 놓은 벽난로… 내 부도 똑같아 보이는데.”

“···어떡하지, 부장.”

슬쩍 나에게 물어오는 경원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별수 없지. 일단은 들어가 보자.”

잠시 후, 나를 선두로 출입문 앞에 모인 우리.

이미 창문을 통해 아무도 없는 건 확인했지만, 이 집 자체에서 풍기는 불길한 기운 때문에 경계심이 들었다.

“ 연다.”

«응

하윤이가 석궁으로 안을 겨냥하고 내가 천천히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끼익-

경첩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열리는 나무문.

경원이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갯짓을 했다.

“들어가자, 부장.”

“···잠시만.”

나는 막 발을 들여놓으려다 멈칫하고는, 현관문 입구의 먼지 쌓인 바닥을 살펴봤다.

“발자국이야.”

갓 지은 집이다 보니 곳곳에 쌓여 있는 자재들이 흩날린 먼지.

그 위로 발자국이 가득했다.

스윽-

허리춤에서 손도끼를 빼내 든 나를 선두로 각자 근처 공사 자재를 무기 삼아 치켜드는 우리.

나는 천천히 그 발자국들을 밟으며 거실로 들어섰다.

“아무도… 없네……

타닥. 타닥.

벽난로의 장작불이 타는 소리만 타 닥타닥 들려올 뿐, 아까 창문을 통 해 확인했다시피 여긴 아무도 없다.

쿵. 쿵. 쿵.

순간, 천장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우리 다섯 명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봤다.

’층- · '충- · '충' ·

“···올라가 보자.”

나는 도끼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단단히 쥐고, 급히 다시 현관문으로 향했다.

“따라와, 조용히.”

« 응 ”

다 같이 살금살금 다시 현관문을 나가, 바깥으로 난 나무 계단을 오르는 우리 다섯 명.

그리고 문제의 발소리가 들렸던 2 층 문의 선두에 있던 내가 박차고 들어갔다.

“누구야!”

쾅-

정적.

아무도 없다.

“부장, 창문!”

활짝 열려 있는 창문.

나는 급히 그곳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봤다.

끊임없이 펼쳐진 평야.

“창문으로 뛰어내린 것 같은데.”

“다들 흩어져서 찾아봐!”

나는 빠르게 부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지시를 내렸다.

“여기 근처에는 평야뿐이야. 숨을 곳은 없어! 너희들은 1층으로 다시 내려가서 집 주위를 돌아봐. 나랑 하윤이는 2층에서 창문으로 감시할 게.”

“좋아, 서두르자고!”

덕훈이를 필두로 다시 우르르 계단을 내려가는 부원들.

하윤이가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반 대편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석궁을 겨눴다.

“뭐 보이는 거 있어, 하윤아?”

“아니.”

“여기도. 초원뿐이야.”

다다다-

아래층에서 부원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색을 하는 인기척이 들려온다.

그렇게 창문을 살피던 중, 갑자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선아가 계단에서 얼굴을 빼꼼 내 민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아……

“선아야. 내려가서 애들이랑 수색 하라니깐.”

“그게……

뭔가를 우물쭈물하는 선아.

“하, 하윤아. 너도 내려가서 같이 찾자……

눈썹을 찌푸리며 돌아보는 인하윤.

나는 당황해서 손을 들어 올렸다.

“선아야, 내려가. 하윤이는 여기서 석궁으로 뭔가 발견하면 바로 쏴야 해.”

“그럼 주, 준이가 여기 있을 필요는 없잖아.”

“혼자서는 모든 창문을 다 못 보니 깐.”

시선을 불안하게 옮기는 선아.

“한 명 더 같이 감시해 줘야지. 내려가, 어서.”

하지만 끝내 물러서지 않고 다시 입을 연다.

“그럼 나도 여기......

“후우.”

나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 내가 저기 남는 창문 볼게. 그러면 되지 ?”

머뭇거리며 남는 창문 하나로 다가 가는 선아.

그 모습에 하윤이가 턱을 약간 치켜들더니 차갑게 대답했다.

“상황 분간 좀 해. 쓸데없이 질투 하지 말고.”

순간, 흠칫하더니 두 눈을 동그랗 게 뜨는 선아.

이내 얼굴이 천천히 새빨개지더니, 방향을 돌려 하윤이에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뭐, 뭐라고 했어?”

“왜.”

“바, 방금… 뭐라고 했냐고……

부들부들 떠는 윤선아.

철컥-

하윤이는 대답 대신 조용히 석궁을 선아에게로 겨눴다.

“질투하지 말라고.”

“이 이익……

손을 덜덜 떨더니,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달려드는 선아.

“너…… 투캉-! 순간, 경쾌한 금속음을 내며 발사 된 석궁.

짦은 거리를 날아간 화살이 정확히 선아의 이마에 퍼벅- 꽂혀 버렸다.

“욱-”

달려들던 관성을 못 이기고 머리만 뒤로 젖혀진 채 미끄러져 구르는 선아.

마룻바닥에 쿠당탕 뒤틀린 채 넘어져 버렸다.

“무, 무슨!”

나는 아연실색해서는 허겁지겁 둘에게 달려갔다.

“서, 선아야? 괜찮아?”

“괜찮아. 가짜니깐.”

“···뭐?”

허리춤에서 화살을 꺼내며 태연하게 대답하는 하윤이.

“진짜 선아는 내 눈도 똑바로 못 쳐다보는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화살을 집어 넣어 석궁을 재장전하고는, 시위를 여러 번 당기며 확인한다.

곧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렸고, 다시 2층으로 올라온 부원 셋.

“부장! 둘러봤는데 아무것도 없어. 여기서는 뭐 발견한 거 있는-히 익!”

경원이가 말을 하다 말고 시체를 보더니 깜짝 놀란다.

“꺄악!”

깜짝 놀란 건 그 뒤에 서 있던 선아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거 누구야……?”

두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선아.

“너야.”

내 대답에 어리둥절해 하는 얼굴로 다가와서는 다들 시체를 확인해 본다.

“호라호라… 정말로 윤선아다.”

“네가 여기 왜 있냐.”

“그, 글쎄……

선아가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곧 덕훈이가 들고 있는 둔기를 탁 탁 두드리며 추궁한다.

“오이, 빨리 해명해 보라고. 자기 일인데 모른다고 할 셈이냐.”

“모, 몰라… 내가 여기 왜 쓰러져 있지…?”

당황했는지 허둥지둥하는 선아.

나는 헛기침을 해서 시선을 끌어모은 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녀석들에게 설명했다.

“···선아의 모습을 한 무언가라.”

다시 1층 거실로 내려온 우리.

조용히 카펫 위에 앉아 장작불을 쬐며 생각에 잠겨 있다.

“똑같은 모습의 집… 똑같은 모습의 선아… 그리고 파 월드… 흠.”

경원이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서는 중얼거렸다.

“어때? 뭐 떠오르는 좋은 가설 있어?”

“글쎄다.”

아직은 떠오르는 게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인 녀석.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아까의 싸운 건 뒤로 남겨 두고 일단 협조하는 모습이다.

“떠오르는 건 없지만, 부장.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 확실할 것 같다. 또 뭔가가 우리 모습을 흉내 낼 수도 있는-”

“잠깐.”

순간 나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서서는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들어 봐. 무슨 소리가 들려.” 긴장한 기색을 띤 채 주위를 둘러 보는 부원들.

장작불 타는 소리만 들려오는 동화 같은 벽돌집의 거실 안.

곧, 바깥에서부터 뭔가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똑같아.]

[어이, 도르래다. 우리가 물건 올리는 데 썼던.]

[정말이네.]

두런두런 무언가를 살피는 목소리. 순간, 나는 머릿속에 번개가 번뜩이는 기분과 함께 날카로운 목소리로 빠르게 속삭였다.

“얘들아, 창문 밑으로 숨어!” 후다닥 빠르게 창문 밑으로 몸을 눕힌 우리.

[어떻게 된걸까…….]

[뒤쪽에 창문이 있을 거야. 안을 살펴보자.]

곧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창문 너머 바깥에서부터 누군가 거실 안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린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우리에게 보이는 건 마룻바닥에 일렁이는 누군가의 그림자뿐.

[하윤이가 깔아 놓은 카펫이랑 화로로 쓰다가 붙여 놓은 벽난로… 내 부도 똑같아.]

곧 인기척을 내며 걸어오는 다른 누군가.

[어떡하지, 부장?] 경원이의 목소리다.

숨죽여 자세를 낮추고 있던 우리는 바로 옆의 경원이를 쳐다봤지만, 녀석 역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다.

[별수 없지. 일단은 들어가 보자.]

내 목소리로 누군가 말하더니 천천히 창문에서 멀어지는 게 들렸다.

나는 놈들이 가자마자 부원들의 중심으로 기어가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야. 우리가 또 오고 있어.”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부원 들.

“부장, 어떡하지? 출입문으로 들이 닥치기 전에 창문으로 도망갈까?”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까 말했듯이, 여기 근처에는 평야뿐이야. 숨을 곳은 없어. 금방 들통날 테고 추격전이 벌어질 뿐이야.”

“그럼?”

“…여기서 맞이한다. 대화든 뭐든, 부딪쳐 보는 수밖에.”

“···알겠어.”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부원들.

이내 우리는 빠르게 정렬을 갖추고 출입문 근처에서 대기했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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