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82화 (82/130)

82화

열 번째 괴담 -

마이크래프트의 히로빈 (15)

“크윽, X발!”

기어 오는 거대한 살덩어리의 집합 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2층의 나무 문을 열려는 우리.

하지만 누군가가 밖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똑같이 힘을 주어 밀고 있었다.

“뭐냐고! 밖에 누구야!”

[아하하. 우리밖에 더 있겠니?]

[깔깔깔깔.]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들리는 문 너머.

복제된 우리가 밖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리 와, 준아… 여기 엄청 기분 좋아... 같이 들어오자.......]

[최고로 행복할 거야, 합쳐지는 느낌은. 아하하…….]

동시에 우리를 향해 느리게 기어 오는 괴물.

“젠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나는 우왕좌왕하는 부원들의 등을 창문으로 떠밀었다.

“다, 다리가 부러지지 않을까!”

“여기서 뒤지는 것보다는 나아 빨 리!”

엉거주춤 옆에 있는 창문으로 몰린 우리.

“으, 으아아아!”

제일 먼저 뛰어내린 건 경원이.

크게 비명을 지르면서 땅으로 떨어 졌다.

철퍽-

“우... 우우욱… 얘, 얘들아! 진흙이라 괜찮아! 다들 뛰어내려!”

별 충격이 없었는지 금세 자세를 잡고는 땅에서부터 우리에게 소리 지른다.

“안 아프니깐 빨리!”

“우아아아앗!”

다음으로는 덕훈이가 허겁지겁 뛰 어내렸다.

“키미는 여기서 죽을 녀석쟈 나인 다요!!”

철퍽-

“준아! 먼저 가……

이어서 허겁지겁 나를 창문으로 밀어 넣는 선아.

“알겠어, 빨리 와!”

바로 점프해서 진창으로 철퍽 엎어졌다.

O I O O O ” -ns"! n--rns".

얼굴에 가득 묻은 진흙을 닦아 내고, 일어서서 빠르게 자리를 비켜 줬다.

[너희들 어디 가냐고- 또 애니 본다고 왕따시키는 거냐고-]

“꺄아아앗.”

이어서 선아가 뛰어내리고, 뒤이어 하윤이도 무사히 진흙에 떨어졌다.

철퍽- 철퍽-

“다들 무사해?”

“응, 괜찮아!”

[오이이 이-]

2층 창문에서 살점을 비집고 자신의 몸뚱이를 밀어넣는 괴물.

[부장! 빨리 합치자! 요즘은 남자 끼리 합치는 게 유행이다!]

[준아으아으아아아.......]

이내 팔과 다리를 창문 밖으로 끄 집어내서는, 밖에서부터 자신의 몸 뚱이를 밀어 당기기 시작했다.

“다시 거실로!!”

“들어가, 들어가!!”

바로 앞의 1층 창문으로 다시 기어 들어가는 우리.

[키야아아아아악.]

1층에서는 쓰러져서 죽어 있던 부원들의 시체가 그사이에 좀비가 되었는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X발, X발!”

재빨리 한 놈을 도끼로 찍어 넘기고 뒤이어 달려오는 다른 시체의 배를 발로 밀어 버렸다.

푸욱- 쿠당탕-

[그어어억.]

살면서 처음 휘둘러 보는 흉기, 게임속 감각과는 전혀 다르다.

정말, 정말로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이야아아아으]'!’, 이어서 경원이가 거의 절규하다시 피 외치며 네 발로 달려오는 또 다른 나를 철근으로 내려쳤다.

“아아악! 아아아악!”

[게에엑. 게에에엑.]

이어서 덕훈이와 선아도 각자 흉기를 휘둘러 정신없이 싸웠고, 하윤이 도 급하게 벽에 등을 기댄 채 달려 오는 부원들에게 석궁을 발사했다.

투캉- 투캉-

우리의 복제품이라 전력은 같겠지만, 무기를 들고 있는 이쪽이 유리 한 상황.

하지만 수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체력이 버틸지 모른다.

[하나가 되자아아아… 합쳐지자 아…….]

2층에서부터 우리를 잡으러 쫓아 내려온 살덩어리 괴물이 막 창문을 타고 넘으려던 찰나.

번쩍-

콰광- 콰광-

우연히도 눈앞에서 번개가 살덩어 리 괴물에게 내리꽂혔고, 녀석은 그 대로 터져 버렸다.

퍼엉-!

“으윽, X발!”

촤작- 촤자좍-

순간 거실이 피로 가득해졌고, 그 걸 닦아 내려던 찰나.

기우뚱-

“뭐, 뭐지!”

갑자기 집이 기울어지더니, 현관에 서부터 달려오던 얼굴이 두 개 달린 선아가 중심을 잃고 나뒹굴었다.

“집이 기울어진다! 다들 조심해!”

쓰러져 있던 시체들이 경사를 못 이기고 한쪽 벽으로 쓸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진흙이야! 뻘처럼 변해 버려서 집 이 가라앉고 있는 거야!”

“이런 X발! 다시 2층으로 올라 가!”

다다다다-

동시에 기울어진 벽면을 타고 달려 오는 부원들을 힘겹게 때려눕히고는 간신히 현관문을 확보한 우리.

“나가! 나가!”

“중심 잘 잡아! 씨바아알!!”

아직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이젠 거의 늪으로 변해 버린 환경.

“나가! 올라가! 올라가!”

“가!”

악을 쓰고 서로에게 외치며 계단을 올라갔다.

[너희들-]

퍼억-

진흙탕에 반쯤 몸이 잠긴 채 헤엄 치며 오던 한 놈의 머리를 장작패듯 도끼로 쪼개 버렸다.

“올라가! 올라가!”

“크윽!”

경사가 기울어져 거의 사다리처럼 변해 버린 계단.

우리는 힘겹게 그걸 타고 2층으로 올랐다.

“어… 어떡하지! 이대로 2층으로 들어갈까?”

“아니! 지붕으로 올라가, 지붕으로!”

“···알겠다!”

제일 앞서 있던 경원이가 계단의 난간을 타고 오르더니, 지붕의 끝자 락을 잡고 낑낑대며 다리를 들어 올렸다.

쿠궁- 쿠르릉-

“밀어 줄게! 어서!!”

«크윽!,,

뒤에서 하윤이가 열심히 밀어 주는 사이, 계단을 타고 올라오려는 괴물 들에게 열심히 무기를 찔러 넣는 우리.

[얘들아얘들아]

[같이가같이가]

“꺼져! 꺼지라고!!”

이미 무리한 탓에 심하게 근육통이 오는 어깨를 무시하고, 도끼를 휘둘러 놈들을 찍어 버렸다.

이어서 선아가 각목으로 난간을 붙 잡는 몇 놈의 손을 후려치고.

“됐어! 빨리!”

간신히 지붕으로 올라선 경원이가 나머지 부원들의 손을 잡고 끌어 올린다.

“어서!”

“X발!”

이어서 몸집이 가벼운 하윤이, 선아까지 지붕으로 올랐고.

남아 있는 건 무거운 덕훈이와 계 단을 막고 있는 나.

“허억, 허억.”

어느새 기우뚱 기울어진 벽돌집 1 층은 이미 진흙에 잠겨 버린 상황.

“덕훈아! 올라갔어? 아직이야?”

“미, 미안하다능! 못 올라가겠어! 부장부터 가!”

두꺼운 다리를 낑낑대며 올려 보지만, 운동 신경이 부족한 탓에 올라 가지 못하는 덕훈이.

위에서 부원들이 끌어 올려 보려고 안간힘을 써 봤지만, 너무 무거운 탓에 역부족이다.

“먼저 가라, 이준! 빨리!!”

“X발, 뒤에서 밀어줄게! 나는 어차 피 혼자서도 올라갈 수 있어!”

“그렇게 해도 안 된다고! 그냥 먼저 가라니깐!”

“해 보자! 빨리!”

그렇게 정신없이 소리치던 와중, 갑자기 덕훈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이, 괜찮으니깐 먼저 가라.”

굳게 다문 덕훈이의 입술 위로 빗 줄기가 마구 흘러내린다.

“그냥 가라.”

“씨… X발……

도움닫기를 해 주려는지 무릎을 굽 힌 채 보채는 덕훈이.

“어서.”

“…고마워.”

녀석의 도움을 받아 난간 위로 힘 겹게 올라가는 나.

그 순간.

폴짝-

내 발을 잡고 올려 주던 덕훈이가 갑자기 믿을 수 없는 도약력으로 높이 점프해 버렸다.

“우, 우와아아앗!!!”

나 역시 반동력으로 지붕 위로 훌 쩍 떠 버렸고.

“뭐, 뭔데에!”

“우와앗!”

훌쩍 점프해서 공중에 떠 있는 우리.

잠시 허공을 헤매다 그대로 쿠당탕 지붕에 얼굴을 박았다.

“크아아악!”

“준아! 손 잡아!”

지붕에서 미끄러지려는데, 내 손을 간신히 붙잡는 선아.

결국, 우리 다섯 명은 지붕 위로 올라왔다.

“뭐, 뭐야, 방금? 덕훈이 너, 어떻게 그렇게 높이 점프한 거야?”

“나, 나도 모르겠는데! 갑자기 그 냥……!”

순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녀석.

“뭐 해, 갑자기?”

“모른다능! 몸이 저절로 움직여!”

그렇게 덕훈이가 제자리에서 뜬금 없이 스쿼트를 하더니, 이번에는 선아가 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려 만 세를 취한다.

“어, 어라?”

“뭐 해?”

“모, 모르겠어……

그대로 슬금슬금 뒷것음질 치다 다시 앞으로 걸어오는 이해 못 할 행 동을 반복한다.

“뭔데? 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고, 진흙 늪은 가 라앉고 있고, 최악의 상황 속 지붕 위에 고립된 우리.

어느샌가 떠 있는 달빛을 맞으며 저 멀리서부터 기다랗고 가느다란, 하늘까지 닿아 있는 무언가가 진흙을 헤치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자, 장난칠 시간 없어! 다들 자세 갖춰!”

“아니! 진짜 멋대로 움직인다니 깐!”

폭풍우 치는 하늘, 달빛을 받아 검 게 구별되는 기다란 실루엣.

그건 우리 부원들이 일렬로 높게 쌓인 채 서 있는 탑이었다.

[구오오오오오.]

마치 옛날 동화에 나오는 브레멘 음악대의 형상.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타고 올라가 합쳐진 상태로 하늘까지 닿은 인간 지네의 첨탑.

천천히 진흙늪을 헤치며 이쪽으로 헤엄쳐 오기 시작한다.

[구오오오오오오오.]

“제, 젠장.”

가라앉는 지붕.

구불구불 춤추는 인간의 첨탑.

그 순간.

선아와 덕훈이에 이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던 경원이가 뭔가를 눈치챈 듯 외쳤다.

“진희다! 진희야!”

“뭐라고? ···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지금의 광경은 어디서 많이 본 모습.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덕훈이가 한창 지시를 내리던 그때의 광경이다.

조작에 적응해 가며 아무 키나 누르던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정신없이 폴짝거리며 움직였던 게 떠올랐다.

“누군가 밖에서부터 키보드를 만져서 캐릭터를 조작하고 있는 거야!”

“ 젠자아 아 아 아 아 아 앙!!!!!!!!!!!!!!!!!!!!! 이진희 네노오 오음!!!!!!!!!!!!” 덕훈이가 기쁨에 차서 하늘을 향해 크게 울부짖는다.

“믿고 있었다고오오오!!!!!!”

“어떻게? 이제 어떻게 하지?”

[고오오오오…….]

괴상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부원들의 지네.

‘진희가 와 줬다고!’

하지만 이곳은 아직 파 월드, 섣불 리 접속을 종료해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우리는 뭔가 가능성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패닉에 빠져 뭘 해야 할지 몰라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해야 돼? 진희한테 뭘 해 달라고 해야 되지?”

“치트키!”

경원이가 악을 쓰며 외친다.

“이진희! 혹시 듣고 있으면! 우리 한테 빨리 치트키를 써 줘!”

“진희야!”

선아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하늘을 보며 외친다.

“진희야……! 치트키 써 줘!”

“치트키!”

나 역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함을 질렀다.

“이진희! 들리면 빨리! 치트키 써 줘!”

“진희야!”

“진희야, 서둘러 줘! 빨리!”

“이진희이이이!!”

폭풍우 치는 하늘을 향해 미친 듯 이 울며 외치던 그 순간.

[Admin (오덕훈) : power overwhelming]

덕훈이의 머리 위로 영어가 적힌 말풍선이 동그라니 떠오른다.

“뭐... 뭐야?”

“뭐가?”

갑자기 자신에게 쏠리는 눈길에 당 황하는 덕훈이.

“네 머리 위에! 말풍선!”

“말풍선?”

[Admin(오덕훈) :

show me the money

black sheep wall

the gathering] 이어서 알 수 없는 영어 메시지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뭐지? 무슨 뜻이야?”

“이, 이건……

고개를 꺾어 올려 자신의 머리 위에 뜬 말풍선을 보던 덕훈이.

곧 표정이 활짝 핀다.

“치... 치트야! 무적부터 돈 무한! 그리고 스태미나 무한까지!”

“우... 우와아아앗!”

곧 경원이가 목덜미를 더듬거리더 니, 나에게 보란 듯이 외쳤다.

“부장! 여기 봐! 상처가 사라졌 어!”

“앗, 나도, 나도!”

격렬한 싸움 때문에 여기저기 입었던 상처들.

다시 보니 다 사라져 있었다.

눈치채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말끔한 우리의 피부와 컨디션.

계속해서 무기를 휘두르느라 쌓여 가던 근육통도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겠는데!”

“이런 X발, 이진희 최고! 존나 사랑해!”

“진희야! 고마워!”

분위기가 좋아진 우리.

하지만.

[구오오오오오오…….]

쿠구궁-

여전히 지네 인간은 저 멀리서부터 구불거리며 헤엄쳐 오고 있었고, 지 붕도 어느새 거의 다 가라앉아 가고 있었다.

“뭐, 뭔데!”

“윽! 다들 바닥 붙잡아!”

이제 거의 다 진흙 속으로 잠겨, 발 디딜 곳조차 몇 걸음 안 남은 지붕 위.

“오이, 이준! 아무리 무적 치트를 썼더라도 지형지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면 끝이다! 탈출 못 한다고!”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텔레 포트는 안 돼?”

“텔포는 지금의 좌표를 모르는 이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위치와 이동 할 장소, 둘 다 입력해야 하는데 파 월드는 맵 밖이라 좌표 같은 거 없다고!”

“그럼 어떡해? 여기서 무슨 치트를 더 쓰라고!”

“으... 으음

다급한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덕훈이.

“나... 날씨나 밤낮을 바꿔 달라고 하면 어떨까?”

“그런다고 지금의 진흙탕이 사라지 지는 않아! 자, 잠시만!”

급한 탓인지 허둥지둥하는 녀석을 향해 나는 악을 쓰며 물었다.

“아이템 소환 치트키는 있어?”

“이… 있어! 근데 왜?”

“뭔가 타고 도망갈 거 아무거나 소환하라고 해 봐!! 자동차나 비행기나!”

“이 게임에 그런 건 없는데!”

번개가 치는 폭풍우, 가라앉는 지 붕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향해 소리 지르며 겨우 대화를 이어 나간다.

“그럼 뭐가 있는데, X발! 타고 갈 만한 거 아무거나!”

“보트랑 글라이더는 있어!”

“이 상황에 그걸 어디다 써, X발!”

“모... 몰라으

“폭탄은 있어?”

“응, 다이너마이트 있어!”

“더 센 거!”

“핵폭탄이 있기는 한데!”

덕훈이의 대답을 듣고, 나는 이제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이진희! 핵폭탄이랑 글라이더를 줘!”

당황한 표정의 덕훈。].

“핵폭탄은 왜!”

“한 방 쏘아 올리면 구름도 증발되고 온도도 뜨거워질 테니, 날씨도 진흙탕도 둘 다 해결이야!”

“뭐! 부장 돌았냐고!”

옆에서 듣던 경원이가 악을 쓰며 외쳤다.

“그런 걸 썼다간 무사하지 못할 거야!”

“무적 치트 썼잖아! 핵폭탄으로 바람 불면 글라이더 타고 도망가면 돼!”

“미친!”

덕훈이가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존나 병신 같은 생각이지만 당장 하자!”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함을 지르는 녀석.

“이진희는 핵폭탄과 글라이더를 뿌려라!”

“이진희는 핵폭탄과 글라이더를 뿌려라!!”

부원들도 뭐가 뭔지 모르는 눈치였지만, 일단 폭풍우 치는 하늘을 향 해 손을 뻗고 따라 했다.

“이진희는 핵폭탄과 글라이더를 뿌려라!”

“이진희는 핵폭탄과 글라이더를 뿌려라!”

선아마저도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앙칼진 고음으로 소리를 내지른다.

“이진희는 핵폭탄과 글라이더를 뿌려라!”

“이진희는 핵폭탄과 글라이더를 뿌려라아아아아아아 !”

* * *

“누구세요?” 피시방 각자의 좌석에 정신을 잃은 채 눈을 감고 있는 다섯 명의 부원.

그곳에서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오덕훈의 좌석에서 키보드를 두드리 다, 진희가 부르는 소리에 흠칫 뒤 돌아본다.

이제 막 피시방에 들어온 진희.

그리고 부원들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누군가.

그대로 가만히 노려보■자, 정체불명의 누군가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더니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툭-

그대로 그녀의 어깨와 부딪치고는 말없이 피시방을 나서는 누군가.

딸랑- 딸랑"-

유리문을 열어서 들리는 방울 소리 만을 남긴 채 그렇게 떠나 버렸다.

진희는 얼굴을 찌푸리고는 정체불 명의 인물이 서 있던 위치로 다가가 봤다.

좌석에 얼굴을 묻은 채 곤히 자고 있는 덕훈의 얼굴.

“···야, 자냐?”

툭툭 뺨을 쳐 봤지만,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있다.

“뭐 하냐, 너희?”

다른 부원들도 슥 둘러봤지만 다들 정신을 잃은 상태.

부원들이 끼고 있는 헤드폰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 무언가 소란이 느껴져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자 정신없이 소리치고 있는 사등신의 여러 캐릭터가 보인다.

하나같이 부원들의 모습을 꼭 닮은 외형.

[Admin(오덕훈) : 이진희는 핵폭 탄과 글라이더를 뿌려라!]

[이준 : 이진희는 핵폭탄과 글라이 더를 뿌려라!]

[윤선아 : 이진희는 핵폭탄과 글라 이더를 뿌려라!]

[안경원 : 이진희는 핵폭탄과 글라 이더를 뿌려라!]

«

진희는 눈을 찌푸린 채 화면을 살 펴보다가, 덕훈이의 키보드로 채팅을 쳐 봤다.

[Admin(오덕훈) : 너네 거기서 뭐 하냐?]

[이준 : 진희다! 진희가 다시 나타 났어!]

[안경원 : 이진희! 빨리 치트키 써 서 아이템 좀 뿌려 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일단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두 드려 보는 그녀.

[Admin(오덕훈) : 치트키? 뭐 어떻게 하는 건데?]

[안경원 : 아까 해 놓고 뭔 소리야! 인터넷! 인터넷 검색해서라도 빨리!]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마를 찡그리는 진희였지만, 일단은 바탕화면으로 들어가 인터넷 창을 찾아봤다.

그리고 크롬과 엣지, 익스플로러의 아이콘 사이에서 마우스 포인터를 기웃거리며 고민하는 그녀.

“X발, 뭐가 뭐야……

짜증 내며 대충 하나를 클릭하고는 검색창을 연다.

“마이크래프트…였었나……

탁 타닥 탁 탁-

독수리타법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타자를 쳐 나가는 진희.

명백하게 컴퓨터에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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