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화
막간 - 포인트 정산 (1)
Zzz
[) 〉]
잠들어있는 누군가의 핸드폰, 인기 가수 ‘버스작아 버스작아’의 신곡, 노래방에 두 남녀가 놀러갔다는 내 용의 노래가 벨소리로 흘러나온다.
띡_
“여보세요……?”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설마 이제 일어났어?]
“ 엄마……
[오늘 월요일 아니니? 학교 안 가?]
“이제 가야지……
[어휴, 내가 못 살아!]
“아직 괜찮아… 딱 맞게 갈 수 있어……
[어서 일어나, 이것아! 지각하겠다!]
“우우... 월요일 너무 싫어......
긁적긁적.
“그냥 아프다고 안 갈까……
[그래도 가야지, 이년아…….]
한심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는 어머니의 목소리.
[네가 선생인데…….]
화은은 이불을 감은 채 데굴데굴 굴러 바닥으로 낙하했다.
위이이잉-
10분 만에 머리를 감고 세수와 양 치까지 해치운 후, 다시 10분 동안 스킨로션과 기초 화장, 비비에 눈썹 장착까지 귀신 같은 속도로 마친 화은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그녀의 핸드폰이 다시 울린다.
[♬♬]
띡_
“아~ 엄마! 나 출근 준비 중이야, 바빠!”
[다시 자는 건 아닌지 전화해 봤다, 이년아.]
“ 일어났다니깐!”
[그래 장하다, 운전 조심히 하고.]
“나이가 몇 살인데 전화로 깨우고 그래~ 엄마도 진짜.”
[억울하면 결혼하든가.]
저 멀리 타지에서까지 타박을 주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화은은 휴대폰을 휙 침대로 던져 버렸다.
[여보세요? #"%$#]
“응 나도 사랑해~”
곧 체념한 듯 꺼지는 전화.
화은은 서둘러 뻗친 머리를 고데기로 정리하고는, 5분의 여유가 남는 것을 확인했다.
빠르게 알람을 맞춘 후 의자에 기대앉는 그녀.
누우면 머리가 망가질까 봐 의자에 기대 잠깐 숙면을 취하는, 그녀만의 졸린 아침을 컨트롤하는 요령이다.
Zzz
게임 같은 건 전혀 하지 않는 그 녀지만 편한 걸로 유명하길래 산 게 이밍 의자, 통칭 피시방 의자라고도 불리는 그 커다란 좌석에 몸을 맡긴 채 그녀는 잠시 잠든다.
[어림도 없다! 어림도 없지! 암!!
암!! 아아아아아아아암!!!] 곧 짧은 숙면 시간이 지나고 울리는 알람.
피유, 하는 한숨 소리와 함께 후다 닥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대로 겉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서 현관문을 나서는 화은.
언제 속옷 차림으로 자고 있었냐는 듯, 세련되고 성숙한 직장인 여성의 모습으로 변신이다.
이윽고 학교에 도착하고 2층 본 교무실로 들어서는 화은.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 번에 새로 부임받은 한아리 교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교무실에서는 심장 마비로 죽은 과학 선생의 대타로 새롭게 발령받은 키가 작고 어린 여교사가 한창 교무 실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 북적한 틈을 타 허겁지겁 허리를 숙이고 문을 여는 화은.
“반가워요, 잘 지내봐요. 첫 부임을 좋은 곳으로 발령받으셨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근데 수업 때는 고생 좀 많이 하시겠네요. 학생들이 짓궂거든요.”
선생들이 새로 온 여교사에게 시선 이 쏠린 틈을 타 살금살금 자신의 자리로 간다.
다행히 모두들 새로 부임 받은 귀 엽고 어리숙한 신입 교사에게 관심 이 쏠려 있는 터라 아무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는다.
이윽고 무사히 자리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는 화은.
뒷자리의 아줌마 한자 선생이 슥 의자를 끌어오더니, 숨을 돌리는 화은에게 빠른 어투로 속삭인다.
“임용 끝나고 바로 붙었다는데, 잠시 떠 있다가 과학 선생이 그렇게 되고 여기로 투입되었대.”
“아하하… 그렇군요……
멋쩍게 웃는 화은.
그러거나 말거나 한자 선생은 심각하게 속삭인다.
“24살이래, 24살. 고생길이 훤해.”
“젊네요, 아하하.”
묻지도 않은 말을 소곤소곤 쑥덕거리는, 전형적인 소문에 민감한 아줌마 타입의 한자 선생.
하지만 화은은 시원스런 성격답게 웃으며 응대해 준다.
“과학 선생님 대신이면, 어머나. 1 학년으로 들어가겠네요?”
“그렇지. 그래도 중간고사 끝나고 와서 다행인 거지. 진도가 꼬일 일은 없으니깐.”
“그건 그렇네요, 아하하.”
별것도 아닌 일을 심각하게 속삭이는 아줌마 직장 동료와의 대화가 끝 나고, 인사 순회를 마쳤는지 이쪽으로 오는 한아리 선생.
화은의 맞은편, 예전 과학 선생의 자리에 앉으려다 그녀를 발견하고는 다시 일어서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부임받은 한아리 교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잘 부탁드려요!”
발게 웃으며 화답해 주는 화은.
“새로 적응하려니 정신없죠? 그래도 여기 선생님들 다들 착해요. 지 내시는 데 불편할 일은 없을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쓸데없이 기합이 들어간 채 허리를 숙이는 한아리 선생.
전형적인 신참의 모습이다.
‘고생길이 훤하겠네.’
미소 지으며 인사해 준 화은이었지만, 속으로는 한숨을 내쉰다.
선생님이 착한 건 거짓말이 아니고 사실이 맞다.
하지만 새로 부임 받은 어린 여교 사의 적은, 같은 선생이 아닌 가르쳐야 할 학생.
‘울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신의 첫 부임 때를 떠올리며 화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음 수업인 1교시를 확인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24살이면 나보다 10살이나 어리 네.’
일어서면서 책상 칸막이 위로 고개를 내밀어 한아리 선생을 훔쳐보는 화은.
허둥지등 책상을 정리 중인 모습조 차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완전 병아리네, 병아리.’
화은과는 정반대 스타일의 매력을 지닌, 작은 체구에 아담한 한아리 선생.
교복만 입혀 놓으면 학생들 사이에 섞여들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외모다.
‘그래도 맨날 무뚝뚝하게 말도 없던 전의 음침한 아저씨보다는 훨씬 낫네.’
귀여운 여동생이 생긴 느낌으로 잘 대해 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그
녀는 교무실을 나섰다.
* * *
[2019년 4월 29일 월요일, 08: 52]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647]
[인과율 : 14%]
“ZZz……
재미없는 담임의 조례가 끝나고, 월요병을 못 이기고 책상에 엎드려 자던 도중.
“ 준 아준아준아준아준아준아준아준 아준아.”
“캬아아아악!”
귓가에 누군가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단어를 속삭이길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돌아보니 하윤이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고 있다.
“···하, 하윤이구나. 안녕……
“안녕~”
살랑살랑 손가락을 흔들며 인사하는 그녀.
“오늘도 아, 안경 안 꼈네……
“신경 쓰여?”
“아, 아니… 뭐……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의 두근 대는 매력에,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그전까지는 그냥 예쁘다 정도였지 다른 생각은 없었는데, 안경을 벗은 하윤이를 본 뒤부터 왠지 모르게 대화를 나눌 때마다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인다.
예를 들면, 지금 대화를 나누는 내 자세가 괜찮은가.
엉거주춤 서 있는 것 같은데.
목소리가 잠겨 있는 듯해서 괜히 도중에 크흠, 헛기침해서 목을 풀어 주는가 하면 대화 중에 당황해서 삑 사리가 나기도 하고.
안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니 나뿐만 이 아니라, 남학생들이 하윤이를 쳐 다보며 힐끔대는 게 보인다.
“···우리 반에 저런 애가 있었나?”
“쟤 이름이 뭐였지……
쿡쿡 웃으며 입술을 여는 하윤이.
“중간고사 등수 떴는데, 확인하러 안 가?”
“···응?”
그러고 보니 곧 1교시가 시작되는 데 묘하게 한산한 우리 반.
다들 성적을 확인하러 갔나 보다.
“보러 가자, 빨리!”
«응
옆 분단에서 우리를 보고 있던 선아도 슥 일어나서는 뒤쫓아 온다.
“부장, 왔구나.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안 깨우고 그냥 왔다.”
“그래. 신경 써 줘서 고맙다.”
1층 학년교무실 옆의 게시판.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학생들에게로 가자 먼저 도착해 있던 경원이가 돌아보며 인사했다.
“그래서 몇 등이야?”
“ 후후······
씨익 웃으며 안경을 치켜올리는 경원이.
“나는 전교 4등.”
“우와… 나는?”
“나보다는 못했지.”
“어. 그래.”
대충 대답해 주고는 등수를 확인하고자, 학생들 사이를 파고들어 게시 판을 봤다.
커다란 종이 용지에 빼곡하게 적혀 있는 1학년들의 이름.
“어디 보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전교등수〉
1등 반장훈
2등 이채린
3등 하나봄
4등 안경원
‘진짜 4등이네.’
역시 경원이는 공부 엄청 잘하는구 나.
새삼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은……
아는 이름을 찾아 내려가다 보니, 하윤이가 보였다.
12등 인하윤
‘···역시 잘하네.’
하지만 뭐랄까.
하윤이의 경우에는 좀 더 잘할 것 같았는데, 기대보다는 낮게 나온 기분?
물론, 전생에서 용써 봐야 40~50 등에서 머물던 나에 비하면 12등은 넘볼 수 없는 경지고, 그대로 3학년까지 유지하면 인서울이 확정인 등 수지만.
평소 그녀에게서 풍겨지는 똑똑하고 지적인, 그 신비스런 이미지에 비하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윤이라면 한 자릿수에는 들 줄 알았는데. 흠.’
이어서 다시 아는 이름을 찾아 헤 매던 나는 몇 칸 안 내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15등 이준
‘15등……?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
내 이름이 맞나 다시 확인해 봐도 15등.
외자 이름이라 헷갈릴 이유도 없는, 명백하게 제대로 본 등수.
‘···15등이라니. 우와.’
내 인생 최고로 잘 나온 성적이다.
‘엄청 잘 쳤네?’
정말로 엄청 잘 쳤네.
호오.
15등?
내가?
흐음?
왠지 모르게 들떠 오르는 싱숭생숭 한 기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고개가 갸 웃거려진다.
‘내가 이 정도라고?’
3년 뺑이 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고등학교 생활.
성적이 안 나온다면 그건 그거대로 한심한 일이겠지만, 솔직히 이번에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지도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마저도 과학 선생의 저주와 뒤얽혀 정신없던 탓에 시험에는 크게 신경 안 썼는데.
‘발로 쳐도 15등이라는 건가?’
“후후, 부장한테 지는 줄 알고 걱 정했다고.”
옆에서 웃으며 좋아하는 경원이.
“그래도 내가 동아리 안에서 두뇌 담당인데, 부장한테 지면 체면이 말 이 아니지.”
설마하니 녀석은 나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녀석을 입부시킬 때 쳤던 허세가 아직까지 작용하고 있는 걸까.
“크흠. 나 원래는 한 자릿수에 든다고. 15등은 못 친 거야.”
“알아. 과학 선생 때문에 정신없어 서 그런 거잖아.”
당연하단 듯이 말하는 안경원.
“시험 기간에 심장 마비로 몇 번이 나 죽는 스트레스를 겪고도 15등인 게 오히려 대단하다고 봐.”
“···뭐, 그런 거지.”
회귀를 이용해 런닝을 했다든가 하는 치사한 경우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녀석.
전에 한 번 언급했던 거는 같은데, 회귀하며 없던 일이 된 시간선이니 아직 못 떠올린 걸까. 역시 치사한 나랑은 다르게 곱게 자란 탓인지, 어딘가 사회적으로 물들지 않은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방심하지는 않을 거라고, 부장. 기말에는 제대로 쳐 봐. 특목 고를 노리던 남자들답게 본 실력으로 붙어 보자.”
“크흠.”
왜 라이벌 구도로 미는 거야.
나는 대답 대신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등수를 쭉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머지 부원들은… 어디 보자.’
그 뒤로는 한참을 내려가야 했다.
74등 오덕훈
‘흠. 덕훈이도 좀 하네.’
기본적으로 엉덩이가 무거워서 그런 걸까.
전교생이 300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74등은 그래도 상위 30퍼센트 안에 드는 괜찮은 성적.
전생에서 놀다가 무난하게 시험 치면 나오던 내 등수 정도다.
‘···선아는?’
선아의 성적은 다시 한참을 내려간 후에야 발견할 수 있었다.
163등 윤선아
‘이것도 의외네.’
수업 시간에 딴짓도 안 하고 필기 도 열심히 하고, 시험 기간에도 공 부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은 잘 안 나오는 타입인가……?’
여러모로 불쌍한 구석이 많은 여학생이다.
그러고 보니 평소 괴담들을 해결하러 다닐 때, 경원이의 설명을 잘 못 따라가던 선아의 모습이 떠오른다.
전문 설명충인 안경원답게 녀석의 설명은 그 분야에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만 짚어 주는 친절한 강의였는데도 불구 하고, 선아는 자주 못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선아가 머리가 좋아 보이는 타입은 아니지. 좀 맹한 구석 도 있고.’
파앗-
[인물 윤선아에 대한 이해도가 5 올랐습니다.]
나는 이어서 나머지 등수도 살펴봤지만,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서인지 200등까지만 적혀 있는 목록.
당연히 그 안에 진희의 이름은 없었다.
그렇게 나른한 월요일이 지나가고, 방과 후.
가방과 신주머니를 챙겨 들고 우리 괴담 동아리는 포인트의 정산을 위 해 동아리방에 모였다.
“장화은 선생님은? 안 불러도 돼?”
“일단 그저께의 괴담은 우리끼리 해결한 거니깐. 오늘은 이렇게 하자.”
“흠……
선생님을 또 뺀다는 것에 조금 미 안한 표정인 부원들.
하지만 우리 힘만으로 해결한 것도 사실이고, 굳이 파이가 나눠지는 것 도 싫었는지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다들 생각해 왔어?”
나는 책상의 상석에 앉아 나머지 다섯 명을 바라봤다.
“인당 100포인트씩. 레벨업을 하든 가, 100만 원어치의 현물을 받아가 든가. 고르면 돼.”
슬쩍 서로 눈치를 보는 부원들.
고등학생 동아리에서 몇백만 원의 돈이 오가다 보니 조금 긴장한 표정 들이다.
“너무 심각해할 것 없어.”
나는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녀석들에게 진정하라는 손짓을 했다.
“보상이야. 열심히 일한 보상. 돈으로 받는다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어. 다들 목숨을 걸고 싸웠잖아.”
“···그렇지.”
경원이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 덕였다.
“그 부분은 동의해. 우리는 이 정도 누려도 될 자격 충분해. 하지만……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원이.
“내가 걱정하는 건 돈 때문에 좀 분위기가 이상해질까 봐……
“ 나도······
선아가 기다렸다는 얼굴로 조심스레 동의한다.
“괜히 이런 것 때문에 서로 욕심 부리거나… 그럴까 봐 걱정돼……
“맞아. 전에는 내가 좀 흥분해서 인당 20억을 약속하라느니 그런 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왠지 계속 마음에 걸려. 꼭 나쁜 일을 저지르는 기분 같아.”
음!
나는 녀석들의 순수함에 감동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역시 17살 고등학생은 순수한 나 이구나.
큰돈이 오가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노동에 대해서 댓가를 받는다는 개념에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는 때 묻지 않은 나이.
“물론,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 많이 했어. 하지만.”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도 천천히 현실적인 여건을 들어서 설득해 봤다.
“우리가 싸워 나가야 할 이 3년. 우정이나 도덕, 정의감만으로 버텨 나가기에는 너무 길고 힘든 시간일 거야. 이런 템포로 동아리 활동을 계속하는 이상 너희들의 성적 같은 것도 장담해 줄 수 없고.”
“···그건 그렇지.”
“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건 당연한 거고, 어쩌면 학교를 빼 먹고 밖으로 돌아다녀야 할 일들도 생길지 몰라. 당장은 괜찮다 해도 그 차이가 눈에 확연히 보이는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3학년. 그때도 우정이나 정의감만으로 우리가 활동 할 수 있을까?”
대답이 없는 녀석들.
“그렇다고 너희들 성적 챙겨 준다고 10번이 넘는 시험 기간마다 내가 자살하고 돌아와서 컨닝 페이퍼를 돌릴 수도 없고, 굳이 입시 말고 도 활동할 때 부모님에게 변명을 둘 러대야 한다든가 친구들이나 선생님 께 찍히는 일들도 많을 거야.”
“···그렇겠지.”
“그 외에도 우리가 마주칠 현실적인 문제들은 굉장히 많아. 이 포인 트의 분배는 그래서 중요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부원들.
“40억은 아직 3년이나 남은 먼 일이고, 그 안에 우리가 당연히 마주 치게 될 현실적인 문제들. 포인트의 분배는 그걸 막기 위한 심리적 장치야. 내가 너희들 가정사까지 다 신경 써 줄 수는 없지만, 이런 작은 보상들은 심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나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동의해.”
설명을 들은 경원이가 고개를 끄덕 인다.
“그러고 보니 어른들도 일부러 돈 이 오가는 계모임을 만들기도 하지. 그냥 모여도 될 텐데 말이야.”
“맞아. 나는 그런 것들도 모임에 대한 결속력을 붙잡아 두는 장치라고 생각해.”
슬슬 납득해 가는 분위기인 부원
"s’.
나는 녀석들에게 이런 거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걸 강론했다.
“애초에 일을 하고 보상을 받는 건 당연한 거야. 세상을 구하는 좋은 일에는 대가가 없어야 한다고 떠드는 미디어 매체에 속지 마. 대가가 있어야 해. 그래야 버틸 수 있어.”
“···뭐, 알겠다.”
“빨리 좀 하자, X발.”
경원이를 필두로 천천히 고개를 끄 덕이는 부원들과 짜증을 내는 진희.
“좋아.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자. 다들 뭘 고를지는 정해 왔지?”
“당연하지! 그것 때문에 즐거운 고민을 하며 주말을 보냈다능~”
덕훈이가 쿡쿡대고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혹시라도 눈치 볼 사람이 있을까 해선데, 뭘 골랐는지는 카톡으로 나한테 먼저 보내 줘 봐. 한번 보게.”
도덕적으로는 세계의 위기를 극복 하기 위해 레벨업을 택하는 게 올바른 선택.
그에 비해 현물로 받아 가는 건 아무래도 자기 잇속을 챙기는 개인적인 행위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이 정말로 본인에게 필요한 걸 자유롭게 선택했으면 하는 마음.
특히 집안 형편상 돈을 고를 것 같은 선아가 혹시 남들의 눈치를 보다가 레벨업을 선택할까 봐 이렇게 미리 카톡으로 의견을 받으려 한다.
곧 부원들이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선택한 걸 입력하기 시작했고, 연이어 진동이 울리는 내 핸드폰.
나는 천천히 녀석들의 답변을 확인 했다.
‘···의외로 대부분 현물을 선택했네?’
레벨업을 고른 건 둘뿐.
확인을 마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뭐 문제없을 것 같아. 그럼 바로 분배를 시작한다.”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