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87화 (87/130)

87 화

막간 - 포인트 정산 (2)

[현재 괴담 포인트 : 647]

“우선 덕훈이. 현물로 피규어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VR 세트. 맞 지‘?”

“하이잇~!”

기다렸다는 듯 헐레벌떡 자기 휴대 폰을 내미는 덕훈이.

어떤 인터넷몰의 상품 페이지를 보여 준다.

“어디 보_자. 도라 바니? 흐음……

나 역시 상태창의 메뉴를 열어 상점에 들어가 녀석이 보여 준 것과 똑같은 상품들을 검색해 봤다.

[프링 노 게임 노 라이프 스테파니 도라 바니 ver.(1/4)] - 38포인트

[PlayStation4 PRO VR 3번 세트 + 비트세이버 코드동봉 신형 3세대] - 42포인트

“좋아. 구매한다. 복도에 가 있어.”

“잇 떼끼마스-!”

신나서 복도로 달려가는 녀석.

[현재 괴담 포인트 : 647]

파앗-

[현재 괴담 포인트 : 567]

곧이어 선물 한 아름을 손에 쥐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후욱, 후욱! 정말 고맙다능……!” 콧김을 뿜으며 감사 인사를 건네는 녀석.

“80포인트 썼어. 너 20포인트 남는 데.”

“남는 포인트는 부장 가지라고! 난 이 정도면 충분해!”

“그래. 기뻐하니 다행이다.”

신나서 선물을 챙기는 녀석을 보며 나도 미소 지었다.

“그런데 의외네. 덕훈이 너라면 당 연히 레벨업을 고를 줄 알았는데.”

“음? 왜‘?”

“그야 이런 게임 같은 상황에 제일 관심 많았던 것 같아서.”

“···흐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덕훈이.

“너라면 레벨업 같은 게임적 요소를 당연히 선택할 줄 알았어.”

“듣고 보니 일리는 있지만.”

급진지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다.

“남자에겐 생명보다 덕질이 중요한 순간도 있는 법이다.”

“어.”

빠르게 넘기고는 다음 순서, 진희의 카톡을 확인했다.

“다음은 진희. 현물로… 좀 많네.”

앉은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피식 웃는 진희.

“다 해 줄 수 있냐?”

“물론이지.”

“올. 멋있는데.”

“기다려 봐.”

진희가 주문한 건 대부분 무슨 바이크 용품, 수면바지, 비싼 양주, 담배 몇 보루… 등등…….

그 외에도 학생 기준으로는 꽤 사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샤넬 화장품과 옷 몇 벌 등이었다.

‘네일 이용권? 어떻게 이런 걸 다 알고 적는 거야.’

심오한 일진녀의 취향 세계.

“집에 다 들고 갈 수는 있어?”

“안 되면 여기 좀 쟁여 놓을게.”

“···담배나 술은 절대 남겨 놓으면 안 돼. 걸릴 만한 건 오늘 다 가져 가.”

곧 복도로 나가서 대기하더니, 허공에서 나타난 선물을 한아름 지고는 안을 들여다보며 보란 듯이 킬킬 거리는 진희.

[현재 괴담 포인트 : 567]

파앗-

[현재 괴담 포인트 : 467] “알바 가기 전에 한숨 자야 돼서 먼저 간다. 수고.”

“응, 수고해.”

남는 1포인트로 주문해 준 커다란 바구니에 물건들을 쑤셔 넣고는 낑 낑대며 퇴장한다.

‘알뜰살뜰하게 100포인트 다 썼네. 다음은……

나는 선아를 쳐다보았다.

“선아야, 현물이네. 복도로 나가 있어.”

“응…… 레벨업 대신 현물을 골랐다는 것에 다소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복도로 나가는 선아.

이럴까 봐 일부러 현물을 고른 부원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으로 불러 주었다.

이 다음 경원이와 하윤이는 레벨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미안해할 필요는 없는데……

오히려 그동안 도와준 것에 비하면 더 못 해줘서 내가 아쉽다.

곧이어 상품권이 가득 든 두꺼운 봉투를 치마 주머니에 감추고는 빠른 걸음으로 돌아오는 선아.

[현재 괴담 포인트 : 467]

파앗-

[현재 괴담 포인트 : 367]

‘클로버 상품권 100만 원어치 라……

클로버 기업 소유의 백화점, 마트는 물론 호텔, 외식, 아울렛까지 다양한 제휴처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 권.

역시 생활비로 쓸 생각인 걸까. 선아가 다소 빨개진 얼굴로 자리에 앉은 후, 나는 경원이와 하윤이를 바라보았다.

“너희 둘은 레벨업을 선택했구나.”

« 응 ”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둘.

선아가 부끄럽다는 듯이 움츠러든다.

그러고 보니 레벨업을 선택한 이 둘은 집이 잘산다는 공통점이 있다.

웬만한 건 부모님이 다 사 주시기 때문에 굳이 이 상황에서 돈을 고를 이유가 없다는 거겠지.

부의 아이러니다.

부잣집 자녀들은 인생에서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굳이 돈을 좇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물질에 연연하지 않고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그들.

그런 태도가 장기적으로는 성공의 길로 이어지며, 어른이 된 그들의 인생담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노력의 천재로 미화된 채 부모의 재력 따위는 큰 의미 없었다고, 자기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했다고 주장하게 된다.

그렇게 부의 세습은 계속된다.

‘정말로 불공평해.’

부모가 돈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쫓고 싶은 걸 좇을 수 있는 인생이라니.

물론, 여기 있는 두 녀석이 뭔가 잘못한 건 아니다.

그냥 고를 수 있으니 고르는 거겠지.

정말로 100만 원 따위, 이 둘은 그렇게 큰 액수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 니깐.

어쩌면 세뱃돈으로 훨씬 더 받을지 도 몰라.

빨개진 얼굴로 상품권을 감추는 선아.

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부 잣집 도련님과 아가씨.

그 대비되는 풍경에서 나는 뭔가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고 말았다.

“···셋 다 일어서.”

“응?”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는 부원들.

“경원이와 하윤이, 그리고 선아까지. 일어서.”

«

“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단 일어서는 셋.

피규어에 정신없던 덕훈이도 물음 표를 띄우며 우리를 바라본다.

“내 포인트는 선아에게 쓸 거야. 레벨업은 셋 다 동시에 한다.”

“···뭐?”

화들짝 놀라는 선아.

“아냐, 준아! 괜찮아! 난 이미 내 몫을 받아 갔는걸……

허둥대는 얼굴.

나는 묵묵히 상태창을 열어 부원들의 화면으로 들어갔다.

“선아는 예전부터 나를 많이 도와 줘 왔어. 사이코패스 테스트의 경우에는 선아가 혼자 사건을 해결해서 포인트를 벌어 주기도 했고.” 순간, 안 그래도 빨개져 있던 얼굴 이 더 화끈 달아오르는 선아.

“어... 어떻게 그걸......

갑자기 굉장히 안절부절못하는 게 뭔가 당황한 표정이다.

나도 급히 손을 내밀어 오해를 풀어 줬다.

“뒷조사 같은 걸 한 건 아니고, 그 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네가 해결 했다는 메시지가 떠 있었어.”

“아, 아하… 그렇구나……

그제야 당황함을 감추는 얀데레 소녀.

“어쨌든, 내 포인트는 선아에게 쓸 거야. 다들 이의 없지?”

“뭐, 우리 몫을 뺏는 것도 아니고, 자기 포인트를 쓴다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경원이.

하윤이도 전혀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그래. 이해해 줘서 고맙다. 그럼 한다.”

나는 녀석들의 상태창을 동시에 세

개 열었다.

파앗-

《상태창》

이름 : 안경원 LV.1 [0/100]

나이 : 17

칭호 : 프로 꺼라위키러

성향 : 설명충

특수 능력 : 없음

기벽 : 현실 부정

이해도 : 90/100

《상태창》 이름 : 인하윤 LV.1 [0/100]

나이 : 17

칭호 : 신붓감

성향 : ???

특수 능력 : 없음

기벽 : ???

이해도 : 15/100

《상태창》

이름 : 윤선아 LV.1 [0/100]

나이 : 16

칭호 : 흙수저

성향 : 낮은 자존감

특수 능력 : 없음

기벽 : 얀데레

이해도 : 70/100

이윽고 부원들의 이름 옆의 레벨을 클릭하자 떠오르는 메시지.

[포인트 (100)을 투자하여 부원의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예/아니오]

나는 셋의 레벨을 동시에 올려 주기 시작했다.

부우웅-

[현재 괴담 포인트 : 367]

파앗- 파앗- 파앗-

[현재 괴담 포인트 : 267]

[현재 괴담 포인트 : 167]

[현재 괴담 포인트 : 67]

[축하합니다! 부원 안경원의 레벨이 1 -〉 2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부원 인하윤의 레벨 이 1 -〉2 올랐습니다.]

[축하합니다! 부원 윤선아의 레벨이 1 -〉 2 올랐습니다.]

파앗-

[성장의 첫 걸음은 스승으로부터!]

[레벨이 올라간 부원들에게 특수 능력의 발현을 위해서 지금부터 알맞은 멘토가 찾아가는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멘토 이벤트는 부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벤트가 끝난 후 부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는 특수 능력을 얻게 됩니다.]

[그동안 당신의 역할 : 부원들이 고생하는 걸 느긋하게 지켜보세요!]

흠!

내 눈앞에 뜬 메시지들을 녀석들에게 설명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부원들의 핸드폰 벨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댄다.

[따르르릉-]

선아의 기본 벨소리.

[D-d-D-d-D-d-]

경원이의 EDM 벨소리.

그리고 하윤이의 피아노 멜로디가 어우러진 벨소리까지.

“뭐지?”

당황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는 셋.

“여보세요……? 선생님……?”

“네, 아빠. 네

동아리방에서 서로 다른 통화를 받으며 뭐라 뭐라 속닥이는 동안, 덕훈이와 나는 의문스런 표정으로 녀석들을 바라볼 뿐이다.

곧 통화가 끝났는지, 셋 다 동시에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부장, 나 갑자기 아빠가 부르셔서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아.”

“응, 가 봐. 나중에 무슨 일인지 꼭 알려 줘. 왠지 레벨업이랑 관련 있는 것 같으니깐.”

“그래. 다들 수고해.”

“사요나라~”

퇴장하는 친구를 향해 크게 팔을 휘젓는 덕훈이.

이어서 하윤이도 가방을 메고는 따라 나가며 우리에게 인사했다.

“나도 집에서 불러서 가 봐야겠어. 다들 내일 봐.”

“그래. 조, 조심히 가~”

나는 왠지 바보같이 인사를 하며 하윤이를 보냈고, 동방에 남아 있는 건 나랑 선아와 덕훈이 셋뿐.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선아는 맹하니 나만 보고 있다.

“선아야, 방금 걸려 온 전화. 누구였어?”

“장화은 선생님… 지금 올라오신 데.”

“왜?”

“심심하시다고……

아니나 다를까, 곧 복도 계단에서 활기찬 발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이곳으로 걸어왔다.

드르륵-

“안녕, 얘들아~! 너희 이 시간까지 모여 있는 거니?”

캬하핫 웃으며 동방으로 들어오시는 장화은 선생님.

“동아리방이 좋기는 좋네. 선생님 도 학교에 이런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뭔가 자기 페이스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하시며 소파에 주저앉으셨다.

“선생님도 우리 괴담 동아리시잖아요. 쉬고 싶을 때 와서 쉬시면 되죠.”

“야, 립서비스 하지 마. 정작 너희 노는 데 내가 끼어 있으면 불편해할 거잖아.”

“ 인정합니다.”

캬하핫 웃으시는 선생님.

“나머지 애들은? 왜 너희 셋뿐이야? 선아랑 준이는 그렇다 쳐도, 덕훈이가 끼어 있는 건 이상한 조합이 네.”

그 말에 날카롭게 눈을 빛내는 덕훈이.

“저기요, 선생님. 저한테 무슨 문. 제. 라. 도?”

“피규어 들고 있잖아!”

“쿳소……!”

서둘러 바니걸의 피규어를 책상 밑으로 숨기는 덕훈이.

“ 아하하.”

“푸하하.”

갑자기 선생님 덕분에 즐거워진 분 위기, 선아도 소심하게 웃고 있다.

“너희 언제까지 있을 예정이야?”

“이제 가려구요. 서로 의논할 일이 있었는데 막 마쳤거든요.”

“내가 오니깐 가려는 건 아니고?”

“정답이에요.”

다시 주먹을 들며 웃으시는 선생님.

“넌 2학년 올라와서 내 수업에 걸 리면 죽은 거라고 생각해.”

“제가 교실에선 또 모범생이라 “웃겨, 진짜.”

그렇게 말하고 다리를 꼬시더니, 갑자기 선아를 유심히 쳐다보신다.

“혹시 선아도 지금 가야 하니?”

“저요……?”

갑자기 지목당하자 당황한 표정의 선아.

“뭐 일정 있는 거야‘?”

“아뇨, 없어요……

“그럼 선생님이랑 잠시 얘기 좀 할 까?”

조심스레 내 눈치를 보는 선아, 괜 찮다는 의미로 눈썹을 들어 올려 주자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네……

“좋아. 그럼 남자들은 빨리 퇴장 해.”

“갑자기 무슨 얘기요? 궁금한데 우리도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그러자 어디서 챙겨 오신 건지 갑 자기 회초리를 꺼내서는 탕탕 책상을 두드리시는 선생님.

“여자만의 얘기야! 남자들은 빨리 사라지도록!”

“예이예이, 알겠습니다.”

느릿느릿 가방과 신주머니를 챙기는 우리.

덕훈이는 피규어를 가방에 넣고, 게임기는 양손으로 챙겨 든 채 동방을 나섰다.

“준아, 안녕. 내일 봐……

“응. 나중에 연락할게.”

그렇게 동아리방에 선아와 장화은 선생님만 남겨 두고서 우리는 퇴장 했다.

〈이준 : 하윤아, 오늘 레벨업 한 거 멘토가 찾아온다고 뜨는데, 무슨 일 있으면 꼭 공유해 줘.〉

같은 내용의 카톡을 경원이에게도 보내는 나.

경원이에게는 금방 알겠다고 답장 이 왔지만, 하윤이는 읽었다는 표시는 뜨는데 답이 없다.

‘읽씹당한 건가.’

“후욱, 후욱……

“안 무거워? 들어 줄까?”

“괜찮다능… 비싼 물건이다 보니 남한테 들게 시키는 것도 좀……

석양이 내리쬐는 오후의 학교.

덕훈이는 기어코 한 손에는 플레이 스테이션 박스, 다른 손에는 VR 박 스를 든 채 운동장을 가로지른다.

“택시 타, 택시. 짐도 많은데.”

“좀 잡아 줘……

할 수 없이 가까운 대로로 나아가 대신 택시를 잡아 주는 나.

곧 한 대가 멈춰 서고, 덕훈이는 낑낑대며 짐들을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차 문을 닫기 전 흡족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녀석.

“하루 고생하고 100만 원이면 개 이득이지.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달라고, 부장.”

“그래. 필요하면 또 부를게. 게임 재밌게 해라.”

“부힛. 내일 보자능~”

“잘가~”

그렇게 짝꿍을 택시에 태워 보내고.

나는 석양의 거리를 배경으로 터덜 터덜 집으로 걸어갔다.

‘괜찮네.’

괜찮은 하루였다.

성적도 잘 나왔고, 친구들끼리 아 웅다웅 재밌게 보내고, 괴담에 대한 마무리도 잘 해낸.

정말로 괜찮은 하루.

♣♣◆♤◆◆◆◆♤◆♣♣♣♤♣♣

◆♣♤♣◆♣

해석: 수행

괴담 동아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