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97화 (97/130)

97 화

열한 번째 괴담 -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친구 (10)

“머, 먹혔다……

심지어 굉장히 정상적으로 온 문자 내용.

우리는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부장, 이거 뭐라고 해야 하나 경원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생각보다… 말을 잘하는데?”

“그러게. 의사소통이 되는 놈이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지금까지 김은정의 흔적과 싸우기만 했을 뿐, 본 인에게 직접 대화를 시도해 보지는 않았다.

‘이성이 있다고?’

나는 잠시 갈등했다.

지금까지 마주친 괴담 중 사람의 형상을 갖춘 놈들은 소수.

그마저도 제대로 대화가 통하는 놈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의외긴 하지만, 얘기가 통 하는 놈이라면 다른 돌파구가 있을 지도.’

나는 내 핸드폰을 꺼내서 김은정의 번호를 입력했다.

[010-4444-4444]

“주, 준아! 어쩌려고……?”

긴장한 듯 움츠러드는 선아.

“전화해 볼 거야. 어쩌면 대화로 풀어 갈 수 있는 타입일지도 모르잖아.”

“으음……! 대화로…… 식은땀을 흘리는 경원이.

“조, 좋아. 근데 있잖아……

슬쩍 주위의 눈치를 보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일단 밖에 나가서 하자, 부장. 다들 우리 쳐다보고 있어….”

앗차.

그제야 나는 우리 6명을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쟤네 아까부터 되게 시끄럽네.”

“그거지? 이상한 동아리?”

“오늘따라 뭉쳐 다니며 엄청 설치는데.”

“하윤이처럼 예쁜 애가 저런 이상 한데 왜 끼어 있냐.”

우리를 보며 수군대는 반의 학생 들.

평소처럼 열심히 괴담을 퇴치하러 뛰어다닌 것뿐이지만, 무대가 무대였던 만큼 아무래도 주목을 끌게 된 모양이다.

“···그래. 일단 나가서 하자.”

“응.”

주위의 수군거림을 뒤로한 채 우리는 서둘러 뒷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W IX

-r. -T.

긴장한 표정으로 통화 연결음을 듣고 있는 우리.

곧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딸깍-

“… 여보세요?”

고오오오오.

웅성웅성.

덜컹덜컹.

휴대폰 너머에서는 목소리 대신 알 수 없는 소음들만 들려온다.

“…여보세요? 김은정?” 고오오오.

웅성웅성.

덜컹덜컹.

[···♬ 》 ♬]

곧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

뭐더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멜로디인 데…….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 보는 우리.

곧 덕훈이가 아차, 하는 소리와 함 께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 이 소리는!”

[♬ 이번역은 신림. 신림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

그리고 툭 끊겨 버리는 전화.

신림역에서 이곳까지는 걸어서 20~30분 정도 되는 거리다.

도착할 때쯤이면 정확히 종례 때.

‘···오고 있다는 건가.’

곧이어 내 폰으로 날아오는 문자.

띠링-

[김은정]

[010-4444-4444]

- 전화 줬는데 미안. 지금은 목소리가 안 나와. 30분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실체화되는 타 입?’

나는 급하게 답장을 보냈다.

[너 정체가 뭐야?] 띠링-

그러자 또다시 기계가 입력한 것처 럼 즉시 날아오는 문자.

[김은정]

[010-4444-4444]

- 나 은정이! 어릴 때 너랑 공부 라이벌이었잖아. 기억 안 나?

“···공부 라이벌이라.”

엄마한테 들었던 이야기다.

나는 다시 키패드를 두드려서 문자

를 보냈다.

[그런 친구 사귄 기억 없는데.]

띠링-

역시 바로 날아오는 답장.

[김은정]

[010-4444-4444]

- 너무해. 상처받았어.

“끝까지 흉내 내 본다는 건가.”

“어, 어쩌지……

“흠, 보자.”

나는 녀석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 들어가 보는 방향으로 작전을 바꾸었다.

[너, 진희랑도 같은 초등학교였다며? 근데 진희는 운당초등학교 나왔고 나는 서울 남부 초등학교거든. 이거 어떻게 설명할래?]

[김은정]

[010-4444-4444]

- 나 중간에 전학 갔다는 게 거기였잖아! 기억 안 나?

“···전학? 뭔 소리야.”

“아마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닌 친구 들과 모두 짝이었다는 부분을 전학으로 퉁쳐 버리려는 것 같은데.”

“같은 신림동 안에서 전학이라고?” 추하다, 은정아.

“선아랑 하윤이의 짝이었다는 부분 도 공격해 보자.”

설마, 같은 신림동 안에서 네 군데 학교를 뺑뺑이 돌며 전학 갔다는 걸로 끼워 맞추는 건 아니겠지.

탁탁- 탁 타닥- 띠링-

탁탁- 타닥- 띠링-

한참을 문자를 주고 받던 우리.

[그러니깐, 네 말에 따르면 2학년 때까지는 타지에서 살다가 3학년 때 서울로 이사 와서는 서울남부 초등 학교 다녔고, 4학년 때 운당초로 갔다가 5학년 때 신림초로 간 후에 다시 사립초등학교로 가서 하윤이랑 졸업했다는 거야?]

[김은정]

[010-4444-4444]

- 그래~ 그렇다니깐~ 중간에 덕훈이랑 인터넷으로 게임도 좀 했고~ 잠깐 미국에 유학도 갔다 왔三7 ~

“존나 뻔뻔하네, 이 새끼.”

“일부러 놀리는 거 아냐?”

어이없을 정도의 해맑은 무논리에 우리 모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아니라 하늘나라겠지, 병 신아]

띠링-

[김은정]

[010-4444-4444]

-욕하지 마, 준아 ㅠㅠ

“후우... 빡친다.”

“어떡하지, 부장? 얘기가 안 통하는데.”

나도 한숨을 내쉬며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쪽으로 내용을 밀어붙였다.

“어쩔 수 없지. 돌직구 던져 보는 수밖에.”

탁탁- 탁 타닥-

[너 마왕이 보낸 괴담이잖아. 아마 B급이나 C급? 어제 진희 집에서 4아무도 기억 못 하는 학창시절 친 구’ 괴담에 엮여서 딸려 나온 거 다 알아.]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도착하는 답장.

띠링-

- 아닌데. 나 진짜 은정이 맞는데 나는 녀석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평소 궁금했던 걸 마구 밀어붙였다.

[너희들은 도대체 뭔데?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마왕은 정체가 뭔데? 신 같은 거야?]

[이 이상한 게임 시스템은 왜 생긴 건데 도대체?]

[너희들은 정말로 사람이 죽은 귀 신인 거야, 아니면 사람인 적조차도 없었던 악마 같은 거야?]

띠링-

[김은정]

[010-4444-4444]

-준아, 계속 이상한 거 물어보면 나 화낸다

[화내던가 人日 대답이나 해봐]

- 몰라 네가 뭔 소리 하는지 아까부터 조금도 모르겠어

[오늘 아침에는 학교 왔었잖아. 지 각해서 뺑뺑이 돌다가 2교시까지 보건실에 있었고. 근데 왜 갑자기 유학 간 걸로 바뀐건데?]

- 아침에는 짐 정리한다고 학교에 있었던 거고 점심때 비행기 타러 갔다가 취소돼서 지금 돌아가는 거잖아. 근데 덕훈이가 내일 와 달라고 해서 하루 미루는 거고.

[씨발놈아]

ㅠㅠ 욕하지 마

“후우, 개빡친다… 이 새끼 말이 안 통해.”

딱 무논리에 억지 부리는, 논리가 안 통하는 스타일이다.

“됐어. 그만해, 부장. 열 내지 마. 사람도 아닌데.”

경원이가 부들거리는 나를 진정시 킨다.

“일단 내일 오는 걸로 미뤄 놨으니 여유는 좀 있잖아. 마치고 진희 학교부터 찾아가 보자.”

“그래……

그 순간, 다시 울리는 핸드폰.

- 학교는 내일 가기로 약속해 버렸지만, 그래도 마치고 시간 되면 오늘 먼저 보는 건 어떨까?

우리는 촌7재아.

[꺼져, X발. 안 볼 거야.] 띠링-

- 왜, 같이 놀자.

- 같이 놀자.

- 같이 놀자.

- 같이 놀자.

- 지금 너희 뒤에 있는데.

휙 뒤를 돌아보는 우리.

띠링-

[김은정]

[010-4444-4444]

- 미안, 장난! 근데 진짜로 거의 다 와 가. 학교 앞에서 기다릴게.

* * *

[2019년 5월 1일 수요일, 15:32]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66]

[인과율 : 14%]

“빨리빨리!”

“헥, 헥.”

우리는 종례가 끝나자마자 후다닥 짐을 챙겨 교실을 뛰쳐나갔다.

“사, 상담 선생님 지금 거기 계신 대! 근데 직접 오래, 업무 때문 에....”

“달려!”

운동장을 전력 질주로 가로질러 학교 앞 대로까지 뛰어나가, 마주 오는 152번 버스를 타는 우리.

“아무도 안 쫓아오지?”

“들어가, 빨리.”

삑 -

[학생입니다.]

[학생입니다.]

경원이와 하윤이가 핸드폰을 찍고, 나랑 덕훈이가 교통카드를 대고, 선아와 진희가 동전을 넣고 탑승한 직후.

삑 -

[학긎긱익슌곡국국국국-]

한 번 더 교통카드를 찍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알 수 없는 발음을 내뱉는 안내 음성.

순간적으로 뒤돌아봤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빨리, 빨리.’

그런다고 버스가 빨리 가는 것도 아니지만, 괜히 초조한 마음에 동동 거리는 우리.

곧 버스가 정류장 세 개를 이동해서 마트 앞에 멈췄다.

끼익-

“여기다! 내려, 내려!”

“골목 따라 200미터 정도 뛰어가면 나와.”

“달려, X발.”

허겁지겁 하차한 우리 뒤로.

아무도 없는데도 버스 교통카드 기계에서 들리는 [하차입니-니-니-니 -산에서굴러떨어져자살입니다] 알림 음을 뒤로하고 허겁지겁 좁은 도로를 따라 달리는 우리.

양복점, 국수집, 부동산 가게를 휙 휙 지나쳐 순식간에 운당초등학교 정문에 도착해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헉… 누구 쫓아오는 기색 없지?”

“후욱, 후욱, 와도 못 막는다능… 빨리 가기나 하자고......

곧 진희가 당당하게 모교로 들어섰고, 우리도 그 뒤를 빠른 걸음으로 뒤따랐다.

“ 이쪽.”

초등학교 본관 건물로 들어가, 익숙한 듯 복도를 걸어가는 진희.

오랜만에 모교에 방문해서 기분이 싱숭생숭한지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린다.

우리 역시 한숨 돌리며 잠시 땀을 식히는 중.

“여기.”

[상담실]

1층 복도 끝에 보건실과 맞붙어 따로 마련되어 있는 한 교실.

위에 걸려 있는 팻말이 이곳이 상담실이란 걸 알려 준다.

“뭐 해. 들어가 보자.”

“야! 잠만……

문 앞에 서서 뭔가 머뭇거리는 진희.

초등학생은 점심만 먹고 하교를 해 서, 오후 4시의 학교는 적막하기만 하다.

상담실 안에는 누군가 있는지 불이 켜져 있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왜? 안 들어가?”

“잠만.”

평소의 거침없던 진희답지 않게 묘하게 쭈뼛거리는 기색.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어린 시절 속을 썩였던 은사님을 찾아뵙는 건 역시 긴장되는 일인 걸까.

“···연다.”

“빨리 좀 열라능. 우리가 열기도 뭐하잖아.”

‘연다’고 말하고는 가만히 서 있는 진희에게 투덜거리는 덕훈이.

그 순간.

[누구니? 들어오렴.] 무려 6명이나 되는 인원이 문 앞에서 북적거리자 인기척을 느끼셨는 지, 상담실 안에서 들려오는 친절한 여성의 목소리.

결국, 진희가 눈을 질끈 감고는 상담실의 문을 드르륵 연다.

“···선생님.”

한창 책상에 앉아 서류 정리를 하고 계시던, 30대 초반 정도의 단아 하면서도 청초하게 생긴 여성.

순간 진희를 쳐다보고는 멈칫한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곧 미소를 짓는 여성.

“운당초 칠공주 이진희.”

“… 쌤. 쪽팔리게……

진희가 민망해하며 머뭇거린다.

6년 만에 만난 스승과 제자.

그렇게 간단히 한마디 주고받은 후, 둘 사이에는 잠시 어색함이 일었지만.

“서 있지 말고 들어와.”

“… 네.”

곧 선생님께서 먼저 웃으시며 응대 해 주셨다.

시선을 피하고 쭈뼛거리며 들어가는 진희.

평소 우리 앞에서 자기 마음대로 굴던 모습과는 다르게, 갑자기 초식 동물이라도 된 듯한 모습이다.

이어서 우르르 뒤따라 들어가는 우리.

“실례하겠습니다. 진희 친구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르르.

“어머.”

조그만 초등학생 애기들만 상대하다가 갑자기 일면식도 없는 다 큰 고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깜짝 놀라시는 선생님.

딱 우리 동아리방 정도 될 법한 상담실이 어느새 17살 고등학생 6 명으로 가득 차 버렸다.

“놀래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파에 앉을래?”

다행히 웃으시며 응대해 주시는 선생님.

입시에 찌든 고등학교 선생님들보 다는 왠지 여유가 느껴지시는 모습이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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