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100화 (100/130)

100화

열한 번째 괴담 -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친구 (13)

“알겠지, 진희야?”

6년 전, 2013년 여름.

운당초등학교 본관 건물 1층 끝자 락, 상담실 앞.

아직 20대 중반인 류진아 선생은 초등학교 4학년인 진희의 어깨를 잡 고는 진지한 얼굴로 속삭인다.

“안에 교육청 관계자분들이 기다리고 계셔. 니가 은정이에 대해 짝으로 몇 개월간 같이 지내며 어떤 걸 느껴 왔는지 자세히 설명드리면 돼.”

어딘가 떨떠름한 얼굴의 어린 진희.

그런 진희를 보던 선생님은 결국 한숨을 내쉰다.

“네가 나쁘게 말하면 저 사람들이 은정이를 데리고 갈까 봐 그러니?”

“…네.”

“물론 네가 은정이를 멀쩡하다고 말하면 다시 심리검사가 시작되고,며칠 전학이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결과는 똑같아. 너도 어느 쪽이 은정이한테 도움이 되는 건지 알잖아.”

선생님이 무릎을 구부려 어린 진희 와 눈을 마주친다.

“은정이는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아이야. 좀 더 전문화된 학교에 가서… 특수한 교육을 받아야 해.”

“저도 문제아인데 거기 가야 하는 거 아녜요?”

“넌 동물을 죽이거나 하지는 않잖아.”

괜히 심술을 부리는 진희를 차분하게 타이르는, 청초한 분위기의 류진 아 선생님.

그녀의 상냥한 어조에는 왠지 모르게 따라가고 싶은, 어린이들을 정신 적으로 옭아매는 힘이 있었다.

“은정이는…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부족해. 다른 사람의 고통이라든가 감정에 무감각한 편이야.”

“저한테는 잘 대해 주던데……

“그야 자기가 마음에 드니깐 그렇겠지.”

한숨을 내쉰 선생님은 다시 어린 진희를 차분하게 설득한다.

“하지만 어떻니? 자기랑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조르는 걸 본 적 없니?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같이 안 어울린 적은?”

진희는 은정이가 눈치도 없이 도마 뱀을 잡으러 가자고 무서운 친구들에게 끝도 없이 조르고, 거절당해도 따라와서 불편하게 노래방 구석에 말없이 앉아 있던 모습들을 떠올려 본다.

“···있어요.”

“그렇지?”

같이 고개를 끄덕여 주는 선생님.

사실은 매일 수업이 마칠 때마다 은정이와의 상담을 통해 들었던 내 용들을 진희에게 다시 질문으로 유도해 내는 중이다.

“동물 학대는 어떻니? 반사회성 성격 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거든.”

“그게 나중에 심해지면 사람한테까지 향하는 거야. 은정이가 범죄자가 되는 걸 원하지는 않지……?”

“… 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

사실 진희의 마음속에서 이미 은정이는 아파트 옥상의 작업용 밧줄을 끊어 사람을 셋 죽인 살인자였다.

“친구잖아. 너도 은정이가 잘됐으면 좋겠잖아.”

“그럼 안에 계시는 교육청 분들에게 솔직해져야 돼. 거짓말하라는 게 아냐. 그냥 네가 겪은 걸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돼. 할 수 있지?”

“···알겠어요.”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를 살며시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선생님.

“그래. 그럼 어서 들어가 봐.”

그렇게 그녀는 상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신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는 교육 청의 어른들이 있는.

* * *

“뭐 해, 부장? 들어와.”

정신을 차리니 동아리방 앞.

나는 재빨리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파앗-

[2019년 5월 1일 수요일, 12:30]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66]

[인과율 : 14%]

‘···오늘 점심으로 돌아왔구나.’

오전에 담임에게 조언을 들은 대로 우리는 점심시간에 장화은 선생님을 불렀고, 동아리방에서 도움을 구했었다.

지금은 다 같이 동아리방에 모여서 의논하려는 순간.

‘…그러고 보니 저번 시간대에서는 선생님 불러 놓고, 정작 조언을 구 하는 건 흐지부지됐었네.’

나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며 동아리방에 들어선 뒤, 이번에는 애매하게 남는 빈자리가 없도록 부원들을 배치시켜 제대로 앉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분명히 기억하는걸. 은정이는 처음부터 우리 부원이었잖아. 어제도 너희랑 같이 뭉쳐서 놀러 갔고.”

곧 대략의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께서 고개를 갸웃거리신다.

나는 부원들을 돌아보며 우리 중 선생님만 영향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이미 어제 진희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으니 착각할 수가 없는 입장이고, 선생님은 김은정에 대해 전혀 몰랐던 입장이니 새로 기억이 심어져도 아무 위화감이 없어서 이렇게 영향을 받으신 거야.”

“…그렇구나, 부장. 예리하네.”

새삼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경원이.

“내, 내가 착각하고 있다는 거니?”

“네. 지금 실시간으로 현실의 조작 이 이루어지는 중이에요. 그런 학생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러니깐 그게 말이 안 되는 거라 고!”

벌떡 일어서시는 장화은 선생님.

“은정이는 지금 창문 밖에 매달려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잖아!”

그 외침에 순식간에 창문으로 쏠리는 우리의 눈길.

어느샌가 반쯤 열려 있었던 창문이 바람에 스르르 떨린다.

“저기에… 어라? 어디 갔지?”

허망하신 표정으로 창문을 가리키시는 선생님.

“방금까지 매달려 있었는데… 아 니, 아니… 사람이 창문에 매달려 있다니… 내가 무슨 소리를……

허둥지둥하는 선생님께 진정하라는 손짓을 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머리가 슬슬 정리되었으니 이 쯤에서 밝혀야겠다.

“얘들아, 사실은 나 한 번 죽고 돌아온 참이야.”

“···뭐?”

* * *

내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충격으로 가득 한 얼굴이 된 부원들.

곧 진희가 이마를 손으로 감싸고는 눈을 감으며 중얼거린다.

“···그럼 지금 나타나고 있는 건 은정이 본인이 맞겠네.”

“…아마. 하지만 막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마음 흔들리지 마. 괴담에 덧씌워진 존재에게 원래 인격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으니깐.”

그건 틈만 나면 괴담에 빙의되는 장화은 선생님만 봐도 알 수 있고, 내가 싸이코패스 테스트 때 직접 씌여 보면서도 겪었다.

괴담으로 재탄생한 그녀의 친구를 살아생전의 사람과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말도 안 돼.”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머리를 싸매며 고개 젓는 진희.

“상담 선생님이 왜 그런 짓을 “정리해 볼게.”

나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는 마카 펜으로 이리저리 이해를 돕는 도표를 그려 가며 내 의견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일단 6년 전 있었던 은정이의 전학 사건은,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 상담 선생님이 꾸미신 일 같아.”

류진아라는 이름을 적어 놓고 밑줄 치는 나.

[ 류진아 상담 선생 ]

“은정이가 교실에서 도마뱀을 풀었다는 얘기나, 토끼를 식칼로 죽였다 거나 하는 말. 모두 진희가 직접 본 게 아니고 선생님을 통해 들었던 부 분이잖아. 다른 친구들이 기억 못 하는 이유도 거기 있을 거라고 생각 해. 처음부터 꾸며 낸 일이니깐.”

기억을 못 했던 게 아니고,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놀란 듯 턱을 벌리시는 장화은 선생님.

“선생이라는 사람이 왜 그런 짓을”

같은 교육자의 관점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모양이다.

“···글쎄요. 아마도 은정이를 이상 한 아이로 만들고, 제일 친한 사람인 짝 진희에게서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서겠죠?”

“말도 안 돼. 그런 뻔한 거짓말, 얼마 안 가 들킬 게 분명하잖아.”

진희가 이마를 부여잡고는 고개를 젓는다.

“내가 만약 다른 친구들에게 그 시 점에서 한 번만이라도 물어봤다면 어쩌려고? 교실에서 도마뱀이 튀어 나온 일 같은 건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다 수포로……

“근데 그러지 않았잖아.”

나는 조용히 부정해 주었다.

“물어보지 않았잖아. 아무에게도.”

“···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진희에게, 그 선생으로부터 들었던 문 장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왜냐하면 너는 그런 걸 일일이 점검하는 성격도 아니고, 진희 너희 무리는 항상 너희끼리 몰려다녔으니 깐. 수업도 많이 빼먹어서 일반 학생들과는 어울리지도 못했고.” “이간질한 거야. 안 들키게끔.”

네 짝은 이상한 아이라고.

어디 특수학교로 보내 버려야 한다고.

그렇게 은밀히 어린 진희에게 꾸준히 속삭여 온 것이다.

넋이 나간 표정을 짓는 진희.

나는 이어서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물론, 은정이는 선천적으로 조금 결핍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맞아. 보여 준 이상한 행동들도 그렇고, 진희 네가 개입하기 전부터 이미 왕 따도 당한 데다 학교 마치고 매일 상담실에 들르는 상태였다며?”

“···어.”

“하지만 그 정도를 심화시키고, 증 언과 상황을 조작해서 특수학교로 보내 버린 건 완전히 그 사람의 역할이 컸을 거야.”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부원들.

은정이의 가방에서 도마뱀이 튀어 나온 일 따위는 없었다.

토끼는 선생이 풀어놓은 길고양이가 다 잡아 죽인 거다.

“굳이 고양이인 이유는 조사해도 너무 큰 일로 번지지는 않게 하려고. 필요한 건 주변 인물들, 친한 몇 명의 인식을 바꾸는 정도면 됐으 니깐.”

실제로 경찰이 와서 조사를 했지만 그냥 간 걸 보니, 들짐승의 소행 정도로 결론 내려 버린 모양.

이후 상담 선생님은 진희의 책상에 피 묻은 식칼을 숨겨 놓는다.

은정이의 기행을 인식하기 시작한 진희는 당연히 그녀가 숨겨 놓은 것이라고 생각해 버렸고, 상담 선생님은 그 착각을 자연스레 이용한 거고.

“…그 식칼. 누가 보면 어떡하려 고? 토끼 죽이는 데 쓴 칼이 아니라고… 누가 말해 버리면······

중얼거리는 선아에게 경원이가 나 대신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해 줬다.

“정확히는 누가 봐도 상관없는 거였겠지. 원래 김은정은 좀 왕따였다며.”

“필요한 사람에게만 은밀하게 착각 시켜서 보내 버려도 좋고. 행여 누 군가 봐서 좀 소문이 일어나도 상관 없고. 초등학생 애들이잖아.”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11살. 어른이 작정하고 휘두르면 휘둘릴 수밖에 없는 나이야.”

“···그렇긴 하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부원들.

하지만 그 사람이 왜 그렇게까지 한 건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모습들이다.

“정말로 근데…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어? 난 이해가 안 가.”

진희가 힘들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난 초등학생이잖아. 교육청 관계 자들… 그 사람들이 내 말을 얼마나 귀 기울여 듣겠어. 그냥 참고만 하는 정도였을 텐데, 그걸 위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인다고?”

아무래도 그 부분까지 설명해 줘야 겠군.

하는 헛기침을 하고는 화이트보드에 적어 가며 설명을 계속했다.

“일단 그 선생. 상냥한 겉모습이랑은 다르게 방식이 상당히 과격해. 기본적으로 들키더라도 목적만 달성 되면 상관없다는 듯 비상식적인 방 법까지 파고드는 타입이야.”

파앗-

[인물 류진아에 대한 이해도가 5 상승했습니다.]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빨라. 그러면서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감해. 학생들을 다루는 요령도 도가 텄고.”

“…사이코패스는 학생이 아니라 선생 쪽이었네.”

덕훈이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나는 정확한 표현이었다고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김은정에 관해 물어보자마자 약을 탄 음료수를 준비했다는 것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

‘물론, 그 경우에는 미리 내 얼굴을 알아본 것도 있었지만.’

얘기를 들어 보니, 아무래도 나는 교직원들이 얽힌 정체불명의 세력으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혀 버린 모양이다.

“···후우. 그래서 어떡할 거야?”

여전히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를 부여잡고 있는 진희가 힘든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김은정. 해결할 방법은 찾은 거야?”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그 모든 일을 겪어 놓고도 정작 지금의 괴담을 해결할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한 것이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전 시간대에서 미처 묻지 못 한 장화은 선생님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지금의 상황.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글쎄.”

당황스런 표정으로 턱을 긁적이시는 선생님.

“선생님은 괴담 같은 거 잘 몰라 서……

역시 그렇겠지.

한숨을 쉬려던 찰나, 선생님께서 무언가를 말씀하셨다.

“하지만 들어보니 그 은정이라는 아이가 어떤 학생인지 정도는 좀 감이 잡혀…. 특수아동에 대한 부분은 교사 교육과정 중에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부분이거든.”

“···들려주세요. 떠오르시는 거 전 부 ”

괴담에 대해서 말하실 수는 없지만, 전문 분야인 학생에 관해서라면 풀어주실 게 있다는 거구나.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선생님께 매달렸다.

“그러니깐……

들어보니, 장화은 선생님 역시 교직 생활 중 때때로 문제가 되는 학생들을 겪어 봤기에, 그런 학생들에 대한 지도법을 배워야겠다고 한창 필요성을 느끼던 시절이 20대 때 있었다고 하신다.

결국 온라인으로 틈틈이 강의를 받다가 방학 때 시험을 쳐 특수아동지 도사 1급 자격증을 따놓으셨다는 장 화은 선생님.

사실 고졸 이상이면 아무나 딸 수 있는 쉬운 자격증인데,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자격증을 따고 나서도 관련 분야로 연수도 다니시며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셨다고 한다.

“일단은 그 은정이라는 아이. 흔히 사이코패스라고도 불리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를 지닌 아이인 것 같아. 선천적인 것 같고, 공격성을 억제하는 걸 힘들어하는 것 같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

같이 다니며 겪었던 부분이었나 보다.

“성격 장애는 사실 겉보기에는 멀 쩡해. 자폐증이나 다운증후군처럼 ‘이 사람 정신이 이상하다.’라는 게 확연히 드러나는 질병과는 반대거 든. 잠깐 같이 지내봐서는 잘 몰라.”

진지한 얼굴로 수업하듯 차근차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

우리 역시 집중하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종류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동정은커녕 미움받기 일상이야. 성격이 이상한 사람 정도로 주위 인물 들이 취급해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 거든.”

‘헤에~’ 하는 표정으로 입을 벌린 채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선아.

“그렇다 보니, 사실은 겪는 본인이 제일 힘들지. 영화에서 나오는 세련 된 범죄자 사이코패스의 모습과는 정 반대로, 실제 현실에서 이런 종류의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자신의 사고방식에 혼란을 느껴서 정체성에 방황을 많이 하기도 하고, 따 돌림당하는 경우도 많거든……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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