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103화 (103/130)

103 화

열한 번째 괴담 -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친구 (16)

‘···굉장하군.’

인터넷을 뒤덮을 듯 도배를 돌리는 덕훈이와 친구들도.

또 아직까지 항변을 하고 있는 김 은정도.

엄마 귀신이었다면 진작에 진저리를 치며 사라졌을 상황까지 몰아붙였는데도 김은정, 놈은 아직 흉내를 그치지 않는다.

‘아니, 이걸… ‘흉내’라고 볼 수 있는 건가.’

어쨌거나 처음부터 같은 구 안의 네 개 초등학교를 전학 다니며 우리 와 친구였었다고 되지도 않는 거짓 말을 한 건 괴담 김은정 본인.

과연 자신이 지어내는 거짓말에 놈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더 밀어붙여, 더. 무리수 부려도 좋아. 3년 동안은 학교에 발도 못 붙이게 해.”

“오케이.”

허위 뉴스를 생산하는 데에 가속도를 더하는 덕훈이와 멤버들.

녀석의 인터넷 친구들이 뉴스 형식으로 만들어 뿌린 가짜 정보는 어느 새 현실이 조작된 건지, 아니면 기 자들이 확인도 안 하고 받아먹는 건 지.

금세 진짜 뉴스로 가공돼서 포털 메인에 올라왔다.

『열등감 때문에 친구 살해’ 10대 여성 검찰 송치]

[단독] “믿었던 초등학생 친구가” ···피살 유족 울분

“청소년 살인수라는 키워드로 소년 교도소에 몰아붙인다.”

신들린 듯이 키패드를 두드리는 덕훈이.

그리고 열심히 자기를 변호하고 다 니는 괴담 김은정.

L KEJ4444 : 그거 동명이인이고, 낙성고 학생 아니래요. 착각 丄丄

L KEJ4444 : 지금 가짜 뉴스 퍼 나르는 애들 은정이네 부모가 고소 했다는데?

드르륵-!

동시에 담임이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더니 덕훈이를 부르신다.

“더... 덕훈이 있는가요?”

상황이 바뀔 때마다 조작되는 현실에 휩쓸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땀투성이가 된 담임.

정신없이 열중하던 덕훈이가 두꺼운 턱을 든다.

“… 네?”

“잠시 나와 볼래요?”

“저 지금 할 거 있는데 나중에 가면…… “금방 끝나요, 어서. 뭐 봉투 하나 전달할 게 있어서 그럽니다.”

다른 자리에 앉은 채 이쪽을 힐끔 보는 부원들.

게임을 하든 뭘 하든 자유로운 자습 시간이지만, 반장과 부반장이 통 제 중이라 자리를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우리는 그저 이렇게 앉아서 잘 되기만을 빌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복도에 나간 덕훈이는 담임과 몇 마디 주고받더니, 곧 표정이 굳어진 채 종이봉투를 하나 들고 들어온다.

“뭔데?”

“···출석요구서.”

촤락-

〈출석요구서〉

제 2019-44444호

오덕훈 귀 하(닉 네 임 -근첩 덕훈)에 대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사건(접수번호:2019-44444)에 관하여 문의할 일이 있으니 2019. 05. 01 17:00에 사이버팀으로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건의 요지〉

2019. 05. 01 인터넷 커뮤니티에 '너희들 학교에서 물건 훔치다가 정학당한 싸패 -1C〉* 알아? 나 걔랑 같은 학교인데 다시 올까 봐 무섭다. 자기보다 예쁘다고 짝 실내화에 압정 박아 넣었다는데:라고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 조사하고자 출석 요구서 발송합니다. 요구서 수령 시 우선 전화로 연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구비서류 등〉

1.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

2. 학생증

3. 산에서 굴러 떨어져 모가지 꺾일 용기

안색이 굳은 덕훈이

“덕훈아.”

“덕훈아, 정신 차려.”

나는 녀석의 어깨를 부여잡고 정신을 일깨웠다.

“잘 들어, 오덕훈.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사회적으로 죽거나, 아니면 김은정이 사회적으로 죽거나 둘 중 하나야.”

“야!”

뚫어져라 쳐다보는 출석요구서를 눈앞에서 뺏어 버렸다.

그걸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는, 다시 멍하니 있는 녀석을 다그쳤다.

“잘 들어. 절대 너를 이런 거에 휘 말려서 경찰서에 드나들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일이 틀어지면 곧바로 자살해서 시간을 돌려줄 테니, 걱정말고 밀어붙여.”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몇몇 학생이 자습 시간에 심각해 보이는 우리를 쳐다본다.

조금 멍한 얼굴로 휴대폰을 다시 잡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 루머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덕훈이.

“몰아붙여. 뭐든… 어떤 수를 써서 라도.”

젠장.

이게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찢어진 덕훈이의 출석요구서를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고개를 돌려 다른 부원들을 바라봤다.

옆 분단에서는 걱정된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는 선아와 무표정인 하윤 이.

제일 앞에서는 뒤돌아보며 식은땀을 흘리는 경원이.

그리고 제일 뒷자리에는

비어 있는 짝의 책상을 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는 진희가 있었다.

‘후우... 젠장.’

죄짓는 기분이다.

이렇게까지 해결 과정이 찝찝한 괴담도 없었다.

다른 사람의 인격을 무너뜨려 가고, 정신병자로 매도해 버리는, 해서는 안 될 짓을 해 가며 상황을 밀고 나가는 기분.

하지만 당장 생각나는 다른 방법도 없다.

‘···나쁜 건 내가 아냐.’

나쁜 건 마왕이다.

죽은 김은정을 괴담으로 탄생시켜 우리에게 보낸 만악의 근원.

그리고 그 어린 은정이를 대안학교로 몰아넣었던 상담 선생님과 학교의 세력들.

나쁜 건 그들이다.

‘나쁜 건 어른이야.’

우리는 잘못 없어.

친구끼리 싸우게 만드는 어른들이 잘못한 거다.

“후우, 후우.”

상황이 엎어지고 뒤집힐수록 점점 땀투성이가 되어 가는 건 다름 아닌 담임이었다.

벌컥-

“토... 토막살인 당했다던 은정이 다들 기억합니까! 사실 생매장 당했던 거고 구출돼서 이리로 오고 있다 네요!”

벌컥-

“하... 학교에 폭탄을 설치했던 은정이 다들 기억합니까! 무죄 판결받고 인사하러 지금 오고 있다네요!” 루머가 확산될수록 점점 은정이는 이상한 아이로 빚어져 갔고, 아이들은 담임이 올 때마다 점점 울상이 되어 갔다.

“걔 학교에 온다구요? 왜요?”

“오지 말라고 말려 주세요! 그런 애랑 같이 학교에 못 있어요!”

“아… 알겠습니다. 선생님이 건의 해 볼 테니 기다리세요……

이제 은정이는 병원과 소년원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는,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교묘한 수법으로 죽이고 다니는 극악무도한 싸이코패스 여고생 살인마로 변질돼 있었다.

“제정신입니까! 그런 아이가 다시 복학하게 놔두다니!”

1학년 담임들이 있는 1층 학년교 무실에서 선생님들이 왁자지껄하게 싸우는 소리가 복도 너머로 들려온다.

“교육청 지시고 뭐고, 우리는 그런 학생 다시 못 받아 주니 다른 데로 보내라고 하세요!”

교감이 히스테릭하게 외치는 소리.

우리 반 학생들도 서로를 쳐다보며 수군댄다.

“걔 학교 다시 돌아오면 이번엔 내가 전학 갈 거야.”

“진심 법 미친 거 아냐? 그런 짓을 저지르고 어떻게 풀려나?”

“청소년 법 진짜 고쳐야 해. 말도 안 된다니깐!”

드르륵-

“그, 급식실 국에 수면제 뿌렸던 김은정 기억합니까?”

드르륵-

“교, 교단 위에 고양이 시체 올려 놨던 김은정 기억합니까?”

드르륵-

“비, 비상용 소화기 교실에 뿌리고 다닌 김은정 기억합니까?”

“지금 온다고 합니다.”

“지금 온다고 하네요.”

“지금 오고 있답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어떻게… 엉엉……

“그 싸이코 새끼가 또… 흑흑.”

반 학생들은 담임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이젠 두려움을 넘어서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울 부짖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사

[김은정 아무도 모르는 새에 사람 죽이고 다닌 거 너희 아냐?]

[학교에서 그 지랄했는데 밖에서 멀쩡했을 리가 없음. 걔 집에 가면 시체들 냉장고에 가득하대.]

[경찰들이 게네 집 수도세가 너무 많이 나와서 가 봤는데 화장실에 피가 가득했다고…….] [시체 처리할 때 그렇게 피 빼고 버리는 거지. 근데 미성년자라 경찰 이 그냥 두고 갔대.]

마침내.

저 멀리서 후다닥 복도를 달려오는 담임.

드르륵-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외친다.

“은정이 안 온답니다! 본인이 등교 거부했어요!”

“아아아!!!!!!!!!!”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박수 치고 좋아하는 반 학생들.

그중 몇 명은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해외 유학도, 교통사고도, 감옥조차 도 은정이가 학교에 오는 것을 말리 지 못했건만. 학교 차원에서의 따돌 림은 기어코 그녀의 의지를 꺾어 버리고 만 것이다.

“만세! 만세! 만세!!!”

한 남학생이 눈물범벅이 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 삼창을 했다.

감동이 밀려와 찡해졌는지, 훈남 반장 역시 코끝을 부여잡는다. 고양이 눈매의 똑 부러지는 모습만 보이던 부반장 채린이마저 기쁨의 눈물을 소매에 닦아 가며 중얼거린다.

“선생님, 정말… 놀랐잖아요… 걔 계속 학교에 왔으면 제가 등교 거부 하려고 했어요……

“괜찮습니다, 여러분. 이제 괜찮습니다……

담임도 눈물을 글썽이며 흐뭇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본다.

“이제 괜찮아요. 은정이는 갔습니 다… 갔어요.”

“흐아앙, 선생님… 무서웠어요… 걔 다시 올까 봐……

“괜찮아요, 괜찮아… 이제 됐어요……

복도를 수십 번씩 전력 질주하느라 입고 있던 셔츠가 다 젖어 버릴 정도로 땀투성이가 된 담임.

축축하게 젖은 눈망울로 고개를 끄 덕이며 스스로를 위로하듯 계속해서 중얼거린다.

“이걸로 됐습니다… 이걸로 된 거 예요……

홋홋. 홋…….

안심한 듯 기쁨의 눈물 한 방울이 담임의 광대 위로 주르륵 흘러내리고.

순간 열려 있는 교실 문 쪽에서 불어온 찬 바람.

탈모가 진행 중인 그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날려 버린다.

숴: #:

결국, 종례가 끝날 때까지 김은정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우리 부원들을 포함해 가슴 졸이던 몇몇 사람들도 그제야 마음을 놓는 눈치.

종례 시간이 끝나고, 우리 괴담 동아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없이 5 층 동아리방에 모였다.

그대로 조용히 책상만 보며 다들 침묵한 채 앉아 있다가, 장화은 선생님이 방 안에 들어오시자 그때야 고개를 드는 우리.

드르륵-

“어머, 벌써 모여 있었네.”

활기찬 목소리로 들어오시는 선생님.

“왠지 다들 여기 있을 것 같아 와 봤어.”

“···선생님.”

선생님께서 적당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 책상에 앉으셨다.

그리곤 축 가라앉은 분위기의 우리를 보고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신다.

“그래. 어찌 됐든 간에 은정이는 막은 것 같네. 마음은 다들 편하지 않겠지만.”

“6교시 동안 교무실에 난리가 났었어. 너희들 알고 있었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들.

“… 담임 선생님이 실시간으로 계 속 뒤바뀌는 상황을 전해 줬었어요.”

“그랬구나. 휴우……

선생님께서 손으로 부채질을 하신다.

“처음에는 학생이 다쳤다며 떠들썩 하더니, 나중에는 그 학생 다시 복학 못 하게 막으라고 교감, 교장부터 행정실 직원까지 다 뛰어다니며 교육청에 전화 넣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우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선생님께서 우리의 표정을 찬 찬히 훑어보시더니, 힘없는 미소를 지으신다.

“역시 마음에 걸리는가 보구나.”

“… 네.”

우리는 그 초등학교의 상담 선생님 이 그랬던 것처럼, 가짜 증거와 상황을 꾸며서 은정이라는 아이를 다시 한번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버렸다.

그것도 죽어서까지.

“어쩔 수 없지, 뭐. 기운 내 얘들아.”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옆자리에 앉은 덕훈이와 하윤이의 등을 두드려 주는 선생님.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안 그래?”

“···그렇죠.”

덕훈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자, 기운 내! 다들! 축 처져있지 말고! 읏쌰! 읏쌰!”

하윤이의 가녀린 어깨가 장화은 선생님이 마구 잡고 흔드는 대로 휘청 인다.

“힘내! 힘내!”

마무리로 퍼억-! 하고 둘의 등을 치는 장화은 선생님.

덕훈이는 덩치 때문에 미동도 없지만 가녀린 하윤이는 그 반동으로 몸 이 휘익 앞으로 기운다.

조금 눈썹을 찌푸리는 하윤이.

“선생님은 무당 집안이다 보니, 사후 세계를 믿는 편이거든.”

우리를 위로하려는 듯 계속해서 이런저런 말로 다독여 주신다.

“적어도 선생님이 아는 종교관 안에서는 저렇게 귀신이 살아나서 깽 판 치는 경우는 없어. 너희들 말 그 대로, 그 악마? 마왕?이라는 녀석 이 술수를 부린 껍데기에 불과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선생님의 위로를 믿고 싶은 우리였지만.

지금까지 겪어 본 경험으로는, 이 세계가 흘러가는 방식은 일반적인 종교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대다수다.

잊혀진 친구가 귀신이 돼서 나타난 괴담.

나는 우리가 방금까지 상대하던 존 재는 껍데기가 아닌, 옛날에 죽은 본인이 귀신이 돼서 나타난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된다.

이유는 없다, 하지만….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을 생매장한듯 한 이 찜찜함이 양심을 찌른다.

“후우… 그래. 어쩔 수 없었던 거

잖아, 부장.”

경원이가 손을 탁탁 털며 한숨을 내쉰다.

“지금 막지 않고 귀신을 첩자로 끼워 넣은 채 활동한다면, 3년도 못가 안에서부터 우리 동아리는 분열 됐을지도 몰라.”

“그냥 잊자, 준아…. 전부……

선아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그러자.

다소 찜찜하지만, 항상 기분 좋게 사건을 마무리할 수는 없는 법이지.

3년을 헤쳐나가다 보면 지금보다 더 기분 더럽고 찝찝한 일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거에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는 안 된다.

‘이 건은 여기서 마무리 짓고, 이 제 어떤 새로운 괴담을 찾아 나설지 고민해 보자.’

그렇게 운을 떼려고 입술을 열려던 찰나.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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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리방에 앉아 있던 우리 7명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려 퍼지기 시작 했다.

서둘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우리 7명.

그리고 그곳에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그 이름.

豊 김은정 010-4444-4444

휴 은정 010-4444-4444

公 은정이 010-4444-4444

豊 KEJ 010-4444-4444

= 은정쓰 010-4444-4444

豊 은정V 010-4444-4444

石 기믄정 010-4444-4444

“···내가 받을게. 다들 내려놔.”

진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히 핸드폰을 내려놓는 우리.

[♬〉 〉 ♬ 》]

오후의 동아리방.

울려 퍼지는 벨소리.

긴장한 표정의 우리 7명.

곧 진희가 여기저기 기스투성이인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다.

띡_

“…여보세요.”

그 순간, 시끄럽게 울리던 모든 벨 소리가 멈춰 버렸고 동아리는 정적 이 감돌았다.

[고마워, 얘들아.]

휴대폰 너머 처음 듣는 여성의 목 소리.

하이톤이지만 무미건조한 음색.

발음은 정확하지만, 억양이 없는 게 어딘가 소름이 끼친다.

“···은정이니?”

낮은 음성으로 물어보는 진희.

[항상 힘들었거든. 남들과 다른 내 사고방식에.]

다시 핸드폰 너머로 얇고 가느다란 음색의, 하지만 감정 없이 읊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어.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게 항상 힘들었고 상처였거든. 항상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감각에 휩쓸렸어.]

[그런 나를 부모님부터 친구까지 다들 이상하다며 부정만 해 왔어. 마치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처럼.]

[하지만 얘들아. 너희가 내가 누구 인지 찾아줬어.]

내 이마 위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나는 지금부터 서울역으로 가서 사람들을 찌르고, 찌르고 또 찌를 거야. 그곳이 피바다가 되고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팔다리가 꺾인 채 산을 이룰 때까지.]

[고마워. 너희들이 찾아준 나의 정체성이야.]

뚜... 뚜... 뚜

우리는 말 없이 창문 너머를 바라 보았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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