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열한 번째 괴담 -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친구 (19)
[B급 괴담 -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친구와 마주쳐서 살아남았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15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의 부원이 친구의 정체성을 찾아주고 성불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괴담 포인트를 70 획득하였습니다.]
[함께한 부원들 한 명당 10%의 보너스 포인트를 얻습니다.]
[참여한 부원 (7명) : 김□정, 안경원, 오덕훈, 윤선아, 이진희, 인하윤, 장화은]
삐 익-
采洪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s [Error Code: Reality Error, File name: 김은정, Meassage: 4444-4444]
[Unable to Process 김□정 File!]
[현실에 문제가 있어 올바르게 표시되지 않거나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문제 발생 시 인격이 합쳐지거나 장기를 뿌리고 다니실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현실을 수정 중입니다.]
[로딩 중……』
“···무슨 일이지?”
X그으、 ”
I 9 ―I -”1- ·
서울역 입구에 선 우리 괴담 동아리.
느닷없이 뒤바뀌는 주위의 풍경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얘, 얘들아!”
우리를 내려준 후 주차하느라 미처 합류하지 못하셨던 장화은 선생님.
상황이 끝난 지금에서야 헐레벌떡 인파를 뚫고 계단을 올라오신다.
“이, 이게 무슨 일이니……?”
“···글쎄요.”
곧 서울역 안으로 수색하러 들어갔던 경찰들이 더듬더듬 뒷걸음질 쳐서 입구로 걸어 나온다.
주위에서 구경을 하던 행인들도 슬금슬금 뒤로 걸어서 각자 갈 길을 가 버린다.
도로에는 정신없이 깜빡이는 신호 등과 거꾸로 주행하는 자동차들.
하늘에서는 어느새 저물던 해가 슬 그머니 떠오르며 다시 한번 석양을 비춘다.
“저기 봐, 준아……
선아가 가리키는 곳을 다 같이 쳐 다보니, 시체가 벌떡 일어나서는 땅에 흩뿌린 자신들의 피를 다시 받아 들이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곧 서울역 안의 플랫폼으로 다시 들어가는 우리.
w$#@!&r%······ 테이프를 되감을 때 나는 정신없는 소리처럼 사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음성이 터져 나온다.
직원들이 정신없이 뒷걸음질 치고 시체들이 다시 살아나서는 옷에 묻은 피를 몸 안으로 경련하며 빨아들 인다.
그리고 멀쩡한 행색으로 공중에서 캐리어 가방을 낚아채 들고 걸어가는 시민들.
“…다시 돌아가고 있어.”
나는 상태창을 열어서 시간을 확인 해보려 했지만, [로딩중…….]이라는 메시지만 떠 있고 아무것도 동작을 안 하길래 할 수 없이 휴대폰을 꺼냈다.
“얘들아, 이거 봐.”
[5 월
1일 수요일
18:34]
스스슥-
[5 월
1일 수요일
18:17]
스스슥-
[5월 1일 수요일 17:58]
“시간이 돌아가고 있어.”
“세상에……
몇 년 전에 본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시간을 돌릴 때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바닥에 흩 뿌린 피를 주워담고 잘린 사지를 다시 허공에서 결합하는 중이었다.
어질러진 채 널려 있던 바닥의 물건들이 천천히 각양각색으로 굴러가더니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간다.
[소규모의 현실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인과율에 부하가 걸립니다.]
[인과율 : 14%]
틱.
[인과율 : 15%]
틱.
[인과율 : 16%]
틱.
[인과율 : 17%]
“얘, 얘들아! 사람들 몰려온다! 이 쪽으로 피해!”
저 멀리 입구에서부터 우르르 뒷걸음질 쳐 들어오는 도망쳤던 인파들.
역주행하는 사람들에게 깔리지 않도록 선생님과 형사님이 급히 우리 들을 벽으로 밀어붙여 주셨다.
우르르르.
파앗-
[참여한 부원 (6명) : 안경원, 오덕훈, 윤선아, 이진희, 인하윤, 장화은]
[총 획득한 포인트 85에 대해서
60%의 보너스 포인트 51을 추가 획득합니다.]
[현재 괴담 포인트 : 66 + 85 + 51]
뾰로롱~〉
[현재 괴담 포인트 : 202]
웅성웅성.
곧 시민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디야? 빨리 오라니깐… 열차 시간 다 됐잖아.”
“여보, 우리 여기서 저녁 먹고 갈 까요?”
기차표를 끊고, 가족끼리 웃고, 연인을 기다리는 모습.
빗자루를 들고 지나가던 청소부 아 줌마가 에스컬레이터 밑 구석에서 멍하니 멈춰 서 있는 우리를 흘깃 쳐다보고는 지나치신다.
이 세상에서 괴담 김은정이 남겼던 흔적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후우.”
가슴을 쓸어내리시는 형사님.
“뭐가 뭔지는 몰라도, 잘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는구나.”
“···진희한테 전화해 보자.”
급히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잠긴 목소리로 오늘은 피곤하다고 먼저 집에 들어가 보겠다는 말만 하는 진희.
“그래. 고생했어. 여기는 모든 게 없던 일로 처리된 건지, 쓰러졌던 사람들 전부 멀쩡하게 살아나서 돌아다니는 중이야. 잘 해결된 것 같아.”
[다행이네.]
“우리는 좀 살펴보고 해산할게. 들어가서 푹 쉬어. 정말 수고 많았어.”
[너희도.]
띡_
서울역 안 정신없이 오가는 사람들의 틈 사이.
우리 괴담 동아리 다섯 학생과 두 어른은 조금은 어색하게 눈치를 보며 서 있다.
결국, 형사님께서 헛기침을 한 번 하시더니 말씀을 꺼내셨다.
“···그래서. 다들 저녁은 먹었냐?”
서울역 3층의 푸드코트.
우리는 각자 돈까스, 냉면, 순대국을 시켜서는 깨작깨작 젓가락질 하고 있다.
“아, 동아리의 담당 선생님이셨습니까? 이 녀석들이 워낙 자기들 필요할 때만 부르는 녀석들이다 보니, 이제야 알았네요.”
“동감이에요. 정말 하고 싶은 대로 어른을 부려먹는다니깐요, 호호.”
음식을 먹으며 잡담을 하는 동아리의 두 어른.
하지만 우리는 사지가 잘려 나가 피 칠갑이 된 살해 현장을 본 직후 라, 식욕이 없어 밥알을 깨작거리고 만 있을 뿐이다.
허겁지겁 한 그릇을 더 먹고 있는 건 덕훈이뿐.
“...잘 먹네.”
비위도 좋아라.
이내 다소 피곤해 보이던 학생들 사이로, 내 옆에 있던 경원이가 천 천히 입을 연다.
“부장. 방금 일어난 현상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다.”
“응. 나도 궁금했어. 떠오른 게 있다면 설명 좀 해 줄래?”
“아마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친구 괴담이라는 건… 바리에이션이 많기는 하지만 내가 전에 말했던 게 맞을 거다.”
나는 분명히 기억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옛날에 어울렸던 친구.
증거를 보여 주려 옛날 흔적들을 뒤져도 귀신같이 그 친구만 빠져 있다거나 하는 그런 괴담.
그게 실체화돼서 나올 때는 컨셉에 맞게 기억 조작과 현실 조작의 특성을 지닌 채 돌아다녔던 건가.
“그걸 퇴치하자 괴담이 조작해 놓았던 현실들도 통째로 리셋돼 버린 거고……
“···우리만 멀쩡한 게 신기하네.”
“뭐 전에 부장이 말했다시피 우리는 이미 그런걸 인식하고 있던 상태 니깐.”
뭐라 더 생각나는 세세한 부분을 설명하려는 경원이에게 그만해도 된 다는 손짓을 했다.
이미 끝난 일이다.
중요한 건 여기서 다음 사건의 해 결에 관한 어떤 정보들을 유추해 낼 수 있느냐는 것.
“그래서 말인데.”
이제 밥에는 관심 없다는 듯 아예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안경을 치켜세우는 녀석.
순식간에 덕훈이의 포크가 날아들어 경원이의 돈까스를 훔쳐 갔다.
“어제 말한 200원 괴담 있잖아.”
“···그게 어제였구나.”
너무 정신없이 사건이 벌어진 탓에 한 몇 주는 된 줄 알았다.
“네가 어릴 때는 200원 동전이 존 재했었다는 그 경험담 말이지?”
“경험담은 아니지. 대한민국에서 겪은 사람 한둘이 아니니깐.”
녀석이 한쪽 안경알을 슥 치켜올린다.
“내가 볼 때는 그거 역시… 방금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현실 조작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부장.”
“현실 조작……?” “그래.
휙-
다시 한번 날아오는 덕훈이의 포크.
경원이는 귀찮다는 듯 식판을 아예 녀석에게로 몰아주고는 설명을 계속 한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얼토당토 않은 내용이 멀쩡한 국민들에게 퍼졌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 기억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냐. 나도, 진희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고.”
하지만 나는 기억 안 나는데.
그래도 일단은 묵묵히 녀석의 설명을 들었다.
“방금의 눈 뜬 채로 코앞에서 현실 이 조작되고 수정되는 걸 목격한 후에 확신을 가지게 됐어. 아마 이런 종류의 현실 수정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닐 거야.”
“···그건 동감해.”
지난번 클로버기업이 10년 전에 출시한 게임이나, 선생님들이 괴담을 알고 있는 것에서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괴담의 역사는 훨씬 오래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방금 있었던 현실의 조작 또한 수차례 일어났던 일일지도 모
르고…….
“200원 주화에 대한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기억은, 아마도 그 흔적이라고 생각해.”
“…현실 조작이 이루어진 흔적?”
“응. 자세한 연결점은 나도 말할 수 없지만……
조금은 자신 없는 듯 고개를 젓는 녀석.
“들어 봐. 친구들은 까먹고 있었지만, 결국 진희가 기억하던 김은정은 실존하던 인물이었어. 착각이 아니었단 얘기지.”
“···그랬지.”
진희의 친구들이 김은정을 기억 못 한 이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 학급의 일진 무리와 은정이는 기껏해야 초등학교 때 세네 번 같이 논 정도.
그것도 노는 무리 속에 은정이가 쫄래쫄래 자처해서 따라간 것뿐이 니, 안 그래도 무신경한 진희의 친 구들로서는 까먹을 수밖에 없었던 일인 것이다.
애초에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을 도 마뱀이나 토끼 사건도 상담 선생이 벌인 자작극이었을 뿐이고.
“봐. 결국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 진희의 친구들 쪽이었지?”
“···그래.”
“사소하지만 절대로 착각할 수 없는 일이었잖아.”
경원이가 안경을 벗어서 천천히 알을 닦는다.
“나는 그래서 200원 주화도 원래는 진짜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 오히려 잊어버린 건 다른 사람들이라고. 내가 맞는 거라고.”
“…괴현상만 벌어지면 정신을 못 차리던 너답지 않게 되게 확신 있는 표정인데.”
이런 현실적인 성격은 당연히 사회 적 분위기에 휩쓸려 본인이 착각한 거라고 넘겨 버릴 줄 알았는데.
하지만 안경알에 입김을 불던 경원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너희들은 200원이 있었다는 게 괴담이겠지만, 내 쪽에서는 200원이 없다는 게 괴담처럼 여겨지니깐.”
반대라는 거구나. 이 녀석에겐 그 쪽이 현실이라는-
“너희들 왜 이렇게 안 먹니?”
순간 장화은 선생님이 일어서서는 두 칸 너머에 있는 선아의 새우튀김을 젓가락으로 낚아채신다.
피곤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선아.
“성장기에는 많이 먹어야지!”
다시 일어서신 선생님이 입 안을 우물우물하며 하윤이의 고로케를 푹 찍어서 가져가신다.
U -= =- -=- 99
오오오.
“오늘 고생했다. 다들 조심히 들어 가라.”
“네, 형사님. 다음에 또 봬요.”
선생님의 차에 타서 헤어지려던 찰 나, 형사님이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을 올리시더니 조용히 물으신다.
“준아.”
“네.”
“너는 내가 왜 너희를 돕는다고 생각하냐.”
중후하게 낮은 음색으로 묻는 형사 님.
풍채에서부터 긴장을 풀 수 없는 포스가 풍겨져 나온다.
그동안 학생들 앞이라 조금 편하게 대해 주시기는 하셨지만, 첫 만남에 서도 느꼈듯이 이 아저씨. 그냥 형 사는 아니다.
“···평범한 형사님이 아닌 건 알고 있어요.”
“그래.”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시는 박강운 형사님.
전생에서 낙성고 300인 머리 폭발 사건 때 이 사람이 불려 왔다는 것. 그리고 묘하게 수사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면서도 필요할 때는 경찰 인력을 부린다는 것.
단순한 경찰 수사관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묘한 구석이 있다.
“조만간 한번 찾아가마.”
“중요한 일로.”
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 사람한테는 오늘도 그렇고 여러 번 도움을 받은 빚이 있는 입장.
내가 뭔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조금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피곤할 텐데 어서 가 봐라.” 차에 탄 채 우리를 쳐다보는 부원 들을 보고는 형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빨리 오라능~”
“지금 가.”
그렇게 형사님과의 계약을 마치고 자동차에 올라탄 나.
“무슨 얘기 나눴어?”
“···그냥. 다음에 한번 중요한 일로 찾아오고 싶으시다네.”
“그래?”
선생님께서 뒤를 보시며 차를 빼신다.
“하윤이는요?”
문득 창가를 보자 저 멀리 서울역에 선 채 우리를 물끄러미 보는 하윤이.
“오빠가 차 타고 데리러 온대.”
“···오빠가 있었구나.”
우리는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며 하윤이와 형사님에게 인사를 하고는 신림동을 향해 다시 돌아간다.
형사님께서는 언제 포스를 풍기셨냐는 듯이, 다시 덩치 큰 아저씨로 변하셔서는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배 웅하셨다.
“경치 좋네.”
“예쁘다……
아까 급하게 달려올 때는 미처 감상하지 못했던 한강대교.
양옆으로 평화롭게 흘러가는 한강
물이 석양을 받아 노랗게 빛난다.
◆♣♣◆♤◆♣♤♣◆♣♤♣♣♤◆
♤◆◆◆♣
해석: 종말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