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108화 (108/130)

108화

열두 번째 괴담 - 공포 영화 클리셰 (1)

[2019년 5월 2일 목요일, 07:48]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02]

[인과율 : 17%]

다음 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자려고 엎드려 있으니, 막 자리에 앉은 덕훈이가 가방을 내려놓고 툭툭 건드린다.

“부장.”

“어어, 그래. 나도 반가워……

“맨날 자냐능.”

“그냥 뭐… 알잖아.”

다소 귀찮은 듯 고개를 드는 나.

“학교에서는 최대한 자는 시간으로 보내려고. 나 고등학교 4학년이야.”

슬슬 교실에 눈뜨고 앉아 있는 것 만으로 노이로제가 걸릴 법한 학년이라고.

“그치만, 카톡 안 봤냐능.”

“카톡?”

엎드린 채 무심히 카톡창을 열어 보니 녀석이 밤새 사진 하나를 보내 놓은 게 있었다.

[집에 귀신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법. jpg]

“이 방법대로 하면 집에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능.”

“…해 봤더니 저번 구석놀이처럼 사실은 강령술이더라~ 하고 귀신 튀어나오는 결말 아니냐.”

“아니, 아니, 이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니깐 다르지. 새로운

걸 불러오지는 않아.”

대충 훑어보니 혼자서 눈을 감고 뭔가를 막 상상하라는 내용의 글로 이루어져 있었다.

엎드린 채 심드렁하게 읽고 있으니 뒷문으로 선아와 진희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인사해 주자, 선아는 수줍은 미소로 손을 흔들고, 진희는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턱을 끄 덕인다.

‘진희, 괜찮은 건가.’

우리는 어제 진희가 괴담 김은정을 서울역에서 업고 나간 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모른다.

‘물어봐도 잘 구슬려서 보냈다고만 하고……

그래서 어떻게 구슬렸냐고.

방법이 궁금했지만 결과적으로 퇴 치도 했고, 현실로도 잘 돌아왔고, 무사히 해결됐으니 뭐.

굳이 더 캐묻지는 않기로 결정한 나였다.

‘그래도 마음 상태는 괜찮은지 한 번 나중에 물어보기는 해야겠지만.’

“어떻냐능. 어떻냐능.”

귀찮게 옆에서 보채는 덕훈이.

“귀신 나왔냐고.”

“···몰라. 아직 다 읽어 보지도 않았어.”

경원이가 ‘부장 부장’ 거리며 쫓아 다니지 않으니, 교대로 덕훈이가 나 한테 치근대는 중이다.

곧이어 담임이 조례를 시작하러 교실에 들어오고, 나는 핸드폰을 주머 니에 넣었다.

“나중에 혼자 있을 때 해 볼게.”

아쉬운 표정의 덕훈。].

담임이 하고 싶은 말을 한 후 교실을 나섰고, 나는 즉시 취침에 들어갔다.

“준아, 밥 먹으러 가자......

« 응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점심시간.

졸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벌써 밥 먹으러 갔는지 교실은 비어 있었고.

눈앞에는 안절부절못하는 선아만 있었다.

“하암~ 고마워, 선아야… 나 챙겨 주는 건 너뿐이네.”

“빨리 가자……

* #: *

“그러니깐 어째서 에로 요소가 있다는 것만으로 공포 게임이 아닌 거 냐고! 절대로 좆경 네가 잘못 생각 하고 있는 거다!”

“후후, 오덕훈 네가 너무 그쪽 문 화에 심취해서 그런 거라니깐. 본질은 야한 게임인데 팔아먹으려고 공포 요소 넣은 거잖아. 그럼 장르가 완전히 다른 거지.”

선아와 식판을 들고 덩치 때문에 눈에 띄는 덕훈이를 찾아 이동하니, 이미 우리만 빼고 다 모여 있었다.

‘씹덕’ 지식으로 열띠게 토론 중인 경원이와 덕훈이.

그리고 그 옆에서 인상을 쓰고 있는 진희, 무표정하게 깨작거리고 있는 하윤이가 보인다.

“그러니깐 귀신이랑 사귀는 거면 로맨스 영화로 분류해야 하는 거야. 귀신이 나온다는 이유로 공포 영화는 아닌-”

“아, X발. 좀 닥쳐!”

결국, 진희가 소리를 지르자 움츠 러드는 둘.

나와 선아는 옆에 식판을 내려놓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얘들아.”

“부장, 왔구나.”

경원이가 돌아보며 맞이해 준다.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안 깨우고 그냥 왔다.”

“그래. 신경 써 줘서 고맙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자고 있으면 깨 워서 같이 좀 데리고 갔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

“후후……

내 마음속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경을 치켜올리며 기분 나쁜 웃음 만 짓는 안경원.

“그래서 어제는 다들 집에 잘 들어 갔어?”

“뭐, 무사히.”

별일 없었다는 듯 대답하는 덕훈 이.

나머지도 우물거리며 급식을 먹을 뿐이다.

“가자미튀김. 이런 건 배식 다 끝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는 거 한 번 더 받아 줘야 하는데.”

“늦게 와 놓고는… 그럼 점심시간 다 갈걸.”

질겅대는 진희.

나는 왠지 진희가 내 말을 받아쳐 준 게 기뻐서 조금 텐션이 올라갔다.

“와~ 살이 새하얀 게 진짜 맛있네!”

“어.”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부원들.

그래. 조용히 밥 먹을게.

그렇게 조금 어색해지려던 찰나. 다행히도 경원이가 스윽 안경을 치켜올리며 빈 사운드를 채워 준다.

“급식에서 튀김이 나오면 되게 신경 쓴 듯 보이지만, 의외로 급식 중 조리 시간이 제일 빨리 걸리는 게 바로 튀김이라고 한다. 제일 만들기 쉽다는 거지.”

“정말? 그럼 맨날 튀김만 하면 서로 좋잖아, 맛있고 만들기 쉽고. 근데 왜……

“후후, 그건 말야.”

어쩌고 저쩌고

* * *

[2019년 5월 2일 목요일, 12:39]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02]

[인과율 : 17%]

그리고 나른한 점심, 동아리방.

진희는 쇼파에 누워 있고, 덕훈이는 이어폰을 끼고 있고, 하윤이는 양치하고 들어오고, 선아는 멀뚱멀 뚱 앉아 있고.

평상시의 우리 괴담 동아리.

한가지 다른 건, 경원이가 노트북을 열어놓고 열심히 자료들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 녀석은 내일 CA 시간 때 마이크래프트 사건으로 겪었던 클로버기 업. 그리고 김은정 사건으로 겪었던 교직원 사이에 퍼져 있는 수상한 종교.

그 두 가지에 대해서 우리한테 프레젠테이션을 해 달라고 내가 특명을 내린 것이다.

‘잘하고 있군.’

하품을 하며 그걸 지켜보다가 할 것도 없고 해서, 덕훈이가 아침에 말해 줬던 그걸 해 보기로 했다.

“선아야.”

“응……?” 마침 가만히 심심하게 앉아 있던 선아가 이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단톡방에 덕훈이가 올려놓은 거.

지금 같이해 볼래?”

“그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선아.

나는 그 방법이 적힌 사진을 화면 가득히 띄어 놓고, 핸드폰을 선아와 나 사이에 놓았다.

다시 한번 찬찬히 그걸 같이 읽어 내려가는 우리.

[집에 귀신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법 .jpg]

1. 먼저 머릿속에 사람이 없는 자기 집의 구조를 자세히 상상해서 떠 올려 봅니다. 집 구석구석까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자세히 이미지화될 때까지 상상에 공을 들여야 합니다. (대신 집 안의 밖으로 향하는 문은 모두 닫혀 있는 상태입니다. 베란다 창문이나 방 창문 같은 거요.)

집 내부의 문들은 열려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ex: 방문)

자신의 집을 잘 이미지화하였습니까?

2. 그럼 이번에는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당신을 상상합니다.

3. 문을 열고 들어가세요.

4. 거실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둘러 봅니다.

5. 당신의 방으로 가서 둘러보세요.

6. 평소와 다름없습니까? 그럼 이 번에는 다른 방들도 둘러보세요.

7. 화장실, 가족들의 방, 베란다 전 부요.

8. 그중에 혹시 문이 닫혀 있는 방 이 있다면 열기 전에 반드시 노크를 합니다.

9. 그렇게 눈을 감고 마음속에 그린 집 전체를 둘러보다가 사람이나 형체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집에 있는 귀신입니다.

(사람은 원래 다들 영감이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귀신을 느낄 수 있는 데, 일상생활에서는 깨닫지 못하고 지내다가 이렇게 마음속으로 다시 떠올려보는 과정에서 무시하고 지나 쳤던 귀신의 모습을 다시 기억하게 되는 거라고 하네요 ㅠㅠ 무섭죠?)

“응.”

선아와 찬찬히 다시 읽어 내려가며 순서를 머릿속에 새겨 본다.

‘그러니깐 자기 집을 상상해서 돌아다니는 게 핵심이구나.’

“기억했어?”

“응……

고개를 끄덕이는 선아. 어려울 것 도 없는 내용이다.

“좋아. 그럼 해 보자.”

선아가 알겠다는 듯 등을 의자에 기대고 눈을 감는다.

나 역시 눈을 감고 마음속에 우리 집의 구조를 천천히 떠올려본다.

방은 세 개. 내 방, 큰 방(부모님 방), 아빠 서재.

화장실은 두 개. 거실에 하나, 부 모님 방에 하나.

그리고 방마다 여기저기 이어진 베 란다 그리고 주방.

각 방들의 위치도 천천히 마음속으로 그려 본다.

현관 입구에 딱 들어서면 가장 가까이 있는 건 바로 왼쪽의 내 방.

오른쪽에는 거실. 정면 끝에는 화장실.

‘거기서부터 부모님 방, 아빠 서재, 베란다 등등.’

대략적인 집의 구조를 상상한 후 이번에는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나를 그려 본다.

‘여기서부터 상상해서 쭉 둘러 보면 되는 거지?’

* * *

아파트 복도.

눈앞에는 차가운 금속의 현관문과 도어 락.

가만히 상상 속에서 현관문의 도어 뷰 렌즈로 집 안을 들여다보지만, 딱히 보이는 건 없다.

‘들어가 보자.’

상상속의 손잡이를 열고 신발장 앞에 서서 신발을 벗는다.

그리고 천천히 거실을 둘러보지만 딱히 눈에 띄는 건 없다.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햇빛.

쇼파, 티브이. 그리고 부모님이 키우는 화분 몇 개.

‘내 방.’

현관에서 왼쪽을 보면 있는 내 방으로 먼저 들어가 본다.

침대와 책상, 컴퓨터. 벽면에는 책 장.

‘뭐 없네.’ 슥 훑어보고 다시 거실로 나와서 이번에는 화장실로 향한다.

문이 닫혀 있다.

똑똑.

지침에 있던 대로 조용히 노크를 먼저 해 보지만 아무 기척은 없다.

덜컥-

그대로 열고 들어가 보니 캄캄한 화장실.

불을 켜고 살펴보지만 비어 있다.

‘왜 닫혀 있지.’

기분 나쁘게.

이번에는 왼쪽의 아빠 서재로 들어 가 본다.

큰방은 화장대에 옷장에 이것저것, 사실상 엄마의 방인 탓에 나는 여기를 아빠 서재라고 부른다.

끼익-

반쯤 열려 있는 문을 마저 열고 들어가 보지만 역시 뭐 없다.

책장 가득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 들과 아빠가 쓰시는 노트북, 여기저기 널려 있는 공책뿐.

‘베란다로 넘어가 볼까?’

이 방의 커다란 창문은 베란다와 연결돼 있다.

가뿐히 배꼽 높이의 창문을 뛰어넘어 베란다로 착지.

그대로 주위를 둘러보지만 역시 비어 있다.

주방으로 나가 거실로 향한 후, 이 번에는 반대쪽 베란다를 살펴본다.

문득 베란다 끝에 있는 세탁기가 눈에 띈다.

‘예전에 저기서 엄마 귀신이 숨어 있다 튀어나왔었는데.’

피식, 혼자 웃고는 다가가 보니 이 번에는 뚜껑이 열려 있었다.

들여다봤지만 역시 비어 있다.

문득 창문이 신경 쓰여 돌아보니 커튼이 쳐져 있다.

?’ 이 길쭉한 베란다는 한쪽은 거실, 다른 한쪽은 부모님 방의 창문과 이 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 베란다에서 부모님 방의 창문을 보니, 커튼이 쳐져서 안 이 보이지 않는다.

낑낑대며 열어 보려 힘을 써 보지만 잠겨 있는지 밀리지 않는다.

나는 갸우뚱하며 다시 거실을 빙 돌아 부모님 방의 문으로 향한다.

닫혀 있는 문 앞에 서 있는 나.

아직 집 안에서 살펴보지 못한 건 여기뿐이다.

똑똑.

반응이 없다.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순 간.

철컥-

잠겨 있다.

철컥. 철컥.

들어가려 낑낑대며 힘을 써 보지만 열리지 않는다.

그대로 포기하고 돌아서려던 찰나.

끼이이익.

등 뒤에서 열리는 방 문.

다시 뒤돌아본다.

아까 베란다에서 본 대로 커튼이 쳐져 있어서 조금 어두컴컴한 부모 님 방 안.

커다란 침대와 옷장, 화장대.

일단 밖에서 들여다봤을 때는 어두운 것 빼고는 평소와 똑같다.

하지만 왠지 모를 알 수 없는 불 안감.

부모님 방이란 그렇다.

집 안이면서도 왠지 혼자 있을 때는 그곳에서 놀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자주 안 들어가는 곳이라 그런지, 아니면 교육에 의한 심리적인 작용 이 있는 건지.

내 방이 아늑하고 편안한 것과는 반대로, 부모님의 방은 왠지 혼자 그곳에 남겨지기 싫은 이상한 심리가 있다.

일단은 한 걸음 방 안으로 발을 내디뎌 본다.

그곳에서 슥 주위를 둘러본다.

사사사사삭. 사사삭.

부모님 방은 비어 있었지만, 그 안의 두 번째 화장실.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난다.

사사사사삭. 사사삭.

누군가 양말을 신고 정신없이 바닥을 스치며 탭댄스를 춘다면 저런 소리가 날까.

조용히 그곳을 향해 살며시 다가간다.

벌컥-!

순간 문이 벌컥 하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리더니, 목이길고머리가산발.

“준아!!”

선아가 흔드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동아리방 안이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상상하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던 모양이다.

마침 경원이가 나를 버려두고 혼자 5교시 수업을 들으러 문을 나서려다 뒤돌아보고 있다.

“부장.”

“···너 인마. 또 잔다고 버리고 가려 했지.”

질책하는 내 시선에 경원이가 진지 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맨발 차림은 뭔데.”

녀석의 발을 지적하자 경원이가 씨익 웃는다.

“이거 말인가, 후후.”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슬리퍼를 다시 신으며 안경을 빛내는 녀석.

“개인적으로 부장이 실수하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어서 말야. 사람이 너무 완벽한 것도 좋지 않다고.”

정말로 이 녀석은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아야, 가자.”

“응.”

그대로 문을 나서는 우리 셋.

“너는 뭐 본 거 있어? 아까 집 상상하는 거 말야.”

“아니, 난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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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내친구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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