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열두 번째 괴담 -
공포 영화 클리셰 (2)
[2019년 5월 2일 목요일, 16:28]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02]
[인과율 : 17%]
그날, 학교를 마치고 교실을 우르르 나서는 우리들.
본관 입구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오손도손 얘기를 나눈다.
“집에 가면 뭐 할 거야?”
“당연히 부장이 저번에 사 준 플레 이스테이션 해야지.”
붕쯔붕쯔 팔을 휘두르는 덕훈이.
“VR은 신세계다-”
“선아 너는?”
“나는 그냥……
머뭇거리는 선아.
“집에 있으려고……
“너무 심심하면 연락해. 나도 뭐 하는 거 없으니깐.”
“응……
살며시 웃는 선아.
진희는 자다가 알바하러 갈 테고, 경원이는 학원 갈 거고.
“아참, 경원이 너는 학원 그만두고 이제 과외 받는 거야?”
“어. 이번 주까지만 다니기로 했어.”
신발끈을 묶으며 대답하는 경원이.
이 녀석은 전에 레벨업을 올린 이 벤트로 멘토 선생님을 소개받았다고 했었다.
“그 수능 만점이라는 과외 선생님 은? 만나 봤어?”
“아직. 아마 주말에 간단히 식사 한번 하며 얘기 나눠 볼 것 같아.”
“그렇구나. 어떻게 됐는지 나중에 가르쳐 줘.”
“그래.”
나는 하윤이 쪽의 레벨업 이벤트도 어떻게 돼 가는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하윤이도 레벨업 때 분명히 전화를 받기는 받았헜으니.
“하윤이 너는? 저번에 갠톡 읽고 답장 안 했던데.”
“갠톡?”
앉은 채로 단화에 발을 밀어 넣던 하윤이가 나를 슥 쳐다본다. 나는 저번에 하윤이에게 멘토 관련 해서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 달라고 카톡을 했었는데, 가볍게 ‘읽씹’당했던 적이 있었다.
“응, 저번에 카톡 보냈었는데……
“아아, 그거. 답장 기다리고 있었구나.”
응 ”
“미안.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좀 당황해서 바로 답장 못 했어. 내 생각에는, 우리 그냥 지금처럼 친구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친구?
이게 무슨 소리지.
저기 옆에서 신발을 신던 선아가 슥 이쪽을 돌아본다.
“···자, 잠시만……
허둥지둥하는 나.
친구로 지내자니, 마치 은밀하게 카톡으로 고백했다가 차인 듯한 그 림이잖아.
“치, 친구가 왜 나와, 친구가. 멘토 물어봤었잖아, 멘토.”
“어머, 그랬어?”
쿡쿡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 녀.
분명히 선아 들으라고 일부러 그랬다.
“고민 좀 해 볼게. 안녕~”
“아니, 저기. 무슨……
흑발을 흩날리며 휙 먼저 나가는 하윤이.
‘물어본 내가 병신이야.’
* * *
“잘 가~”
“내일 보자~”
학교 정문 앞에서 헤어지기 직전.
나는 잠깐 진희를 불러 세웠다.
“진희야.”
“어?”
눈을 내리깔며 휙 돌아보는 그녀.
“ 괜찮아?”
뭐를 말하는 거냐는 듯 턱을 삐쭉 내민다.
나는 조심스럽게 어제 일에 대해서 말을 건네 봤다.
“어제, 뭐… 이것저것 일이 많았잖아.”
친구의 일도.
믿었던 선생님의 일도.
눈을 내리깔고 나를 쳐다보던 진희는 이내 픽, 하고 웃더니 내 배를 툭 친다.
“괜찮아, 인마. 너 할 거에 집중 해.”
“그래……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알겠지?”
“어, 병신아. 먼저 간다.”
“응- 잘 가~”
병신!
진희는 나를 병신이라고 생각해 주는 걸까!
‘부장으로서의 내 권위는 어디
로……
집으로 가는 길.
나는 문득 아까 내가 했었던 집에 귀신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떠 올랐다.
‘그건 뭐였지.’
뭔가 갑자기 확- 하고 무서운 여자의 형상이 눈앞에 떠올랐는데.
목이 아주 긴 여자.
덕훈이가 보내 준 방법론에 따르면, 내가 본 그 형상이 바로 우리 집에 있는 귀신이라는 건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지금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은 약 7 년 전쯤 아파트 신축 이후 우리가 첫 입주자로 계속 살아온 곳.
우리 전에 살았던 사람도 없을뿐더 러, 집에서 누가 죽은 적도 당연히 없다.
지금의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의 우리 집은 그냥 허공의 빈 공간이었을 뿌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엄마 귀 신도 나타날 이유가 없긴 하지.’
사실 그걸 귀신이라고 부르면 꼭 사람이 죽어서 된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엄마 악마’, ‘엄마 괴물’ 같은 네이밍은 센스가 좀 이상하다. 그래서 나는 그 괴담 속 생명체를 그냥 부르기 쉽게 엄마 귀신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며 저 멀리 보이는 우리 집을 올려다봤다.
아무도 없을 시간의 우리 집 베란다.
‘목이 길었고… 머리가 산발이고.’
그런 게 우리 집 큰 방 화장실에 숨어 있다고?
믿을 수 없다.
애초에 그 방법이란 건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일 뿐이고, 나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다 잠들어 버린 상태에서 꿈 비스무리한 걸 꾼 것뿐이니 깐.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지.’
언제 또 이상한 일들이 일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올지 모른다.
이 괴담이란 건 진짜 앗, 하는 순 간에.
‘어라?’ 하는 순간에 정신 차려 보면, 이미 엮여 버리고 만 상황인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벌써 새로운 괴담에 휘말려 버린 상황일지도 모른다.
걷다 보니 우리 집 아파트 입구 앞.
그곳에서 다시 아무도 없는 베란다를 올려다보며 가만히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니 확인할 방법이 있었네.’
지금 내가 괴담에 엮인 상태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굉장히 확실 한 방법.
나는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특수 능력 클리셰 발현 설명.”
파앗-
« 클리셰 발현〉〉
등급 : A 급
조건 : 수동
능력 : 괴담을 조우했을 때 발동할 수 있으며, 상황이 마무리 될 때까지 현실이 클리셰 범벅으로 흘러갑니다.
‘이 능력의 발동 여부로 확인할 수 있겠지.’
괴담과 조우했을 때 발동할 수 있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써지지 않는다는 말. 이걸 썼을 때 발동한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면 괴담과 엮인 상태.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평범한 일상인 거다.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라는 구 절이 적혀 있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한번 발동하면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능력을 취소할 수 없는 게 좀 걸리지만…….
‘어차피 무슨 능력인지 확인하려고 한 번은 써 볼 생각이었으니깐.’
나는 긴장한 채로 능력을 클릭해 보았다.
[특수능력 ‘클리셰 발현’을 작동시 키겠습니까?]
“… 네.”
[특수능력 ‘클리셰 발현’。] 작동합니다.]
[주의 : 현실 조작계 능력은 지나 치게 남발할 경우 인과율에 부하가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 주십시오.]
파앗-
뭔가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느낌에 순간 움찔했지만.
가만히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바뀐 건 없었다.
나는 여전히 아파트 동 입구에 서 있을 뿐.
주위는 그대로다.
‘…하지만 뭔가가 ‘작동’했다는 느낌은 확실히 느껴졌었어.’
그리고 작동했다는 건…….
‘…벌써 괴담하고 엮인 상태라는 건가.’
후, 하고 한숨을 쉬고는 자동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들어간다.
지금 나에게 엮여 있는 괴담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점심 때 해 본 [집에 귀신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법.jpg], 당연히 그거겠지만.
엘리베이터를 타서 덕훈이와의 대화를 떠올려보니 그건 그거대로 또 이상했다.
그 방법이란 건 말 그대로 정말 확인만 할 수 있는 방법.
저번의 구석놀이처럼 행위로 인해 귀신을 부른다거나 하는 내용은 일절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그런 게 진작부터 있어 왔다고?’
목이 긴 여자.
가만히 여러 의문점을 곱씹어 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현관문 도 어락의 비밀번호를 치고 문을 연다.
끼익-
조용한 집 안.
정적.
부모님이 퇴근하고 오시기까지 아직 2시간은 남았다.
오후의 늦은 햇살이 내리쬐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이 켜지지 않은 집은 어딘가 어두워 보인다.
틱'_
현관문을 닫고 거실에 들어선 나는 일단 집 안의 불부터 모조리 켰다.
깜빡- 깜빡_
몇 번의 깜빡임과 함께 이내 불이 켜진 거실 형광등.
그리고 곧 바로 티브이를 켠다.
치익-
[주보아 씨! 내려와서 이것 좀 먹어 봐유~]
왁자지껄한 티브이의 소음을 들으니 조금 편해지는 마음.
슥 둘러보다가 주방만 어두운 것도 신경 쓰여 서둘러 불을 켰다. 아빠 서재랑 부모님 방은 반쯤 문 이 열려 있었는데, 안이 보이는 게 괜히 신경 쓰여 서둘러 문을 닫아 버렸다.
“휴우……
그제야 한숨을 내쉬는 나.
‘없어 없어, 우리 집에 귀신이 있을 리 없어.’
엮으려 해도 엮을 구석이 없다.
‘몰라, 목이 긴 여자 같은 건.’
하지만 왠지 또 슬며시 무서운 마음이 들어서 베란다에 가서 밖을 내 다보려고 다가가다가, 예전에 거실 쪽 베란다 세탁기에서 엄마 귀신이 튀어나왔던 게 생각이 나서 바로 닫고 반대쪽 주방 베란다로 이동했다.
그곳에 잠시 서서 저 멀리 인도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제야 조금 안심되는 마음.
‘혼자가 아니야. 바로 100미터 안에 사람이 몇 명인데.’
벽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을 뿐, 위아래 100미터 반경 안에는 사람 수십 명이 나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돌아서면 다시 정적뿐인 고요한 집 안이라 무서운 건 매한가지지만.
이럴 때 보면 공간이란 건 참 묘 하다.
아파트가 한 층에 2.4미터니깐, 100미터 안에 우리 동 사람들이 득 실대고 있는 건데.
100미터 정도 되는 운동장에 여기 사람들 그대로 옮겨서 세워 놓으면 와, 사람 존나 많아 하고 느낄 텐 데.
이렇게 벽으로 구분해 놓으니 그런 거리 감각이 하나도 와닿지가 않는다.
집에 혼자 있는 게 아니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
‘안 되겠다. 쫄리네. 부모님을 때까지 게임이라도 하고 있어야겠다.’ 닫혀 있는 큰방 문에 시선을 두지 않으려 애쓰며 서둘러 내 방에 갔다.
괜히 시선을 줬다가는 끼익 하고 열려서 누군가 쑤욱 고개를 내밀 것 만 같아서.
* * *
찰칵-
내 방 들어서서 문을 걸어 잠그고 침대에 앉자 그제야 뭔가 마음이 편 해진다.
내 방은 안전하다.
안심할 수 있다.
그런 감각이 밀려온다.
침대 하나에 책상 하나 그리고 책 장과 옷장.
한 번만 눈을 슥 돌리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집 안이라도 거실에서는 어딘 가에서 뭔가가 쑤욱 나올 법한 불길 함이 가득했었던 반면.
내 방은 아담하고 익숙해서 그런 지, 무서운 상상이 파고들 만한 곳 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빠 서재와 큰방의 창문은 집 안 베란다로 이어지는 반면, 내 방의 창문은 발코니 없이 바로 바깥 외부다.
입구가 방문 하나 뿐이기에, 이 공 간에 다른 게 들어올 틈이 없다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더해지는 것이다.
‘···아 시발, 갑자기 홍콩할매 귀신 생각나네.’
나름대로 혼자 괴담을 연구하다가 읽었던 한국의 유명한 옛날 괴담.
사람이 설 수 없는, 높이가 높은 아파트의 창문으로 할머니가 쑤욱 쳐다본다는 내용이었던가.
‘…바깥 창문이라고 안 무서운 건 아니네.’
문득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는데도 아직 이런 게 무섭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겪었냐와 상관없이 무서운 감정은 완전히 별 개의 것이다.
당장 우리 엄마만 해도 격동의 산 업화시대를 거쳐 온, 먹고살기 위해 어릴 때는 농사, 20대 때는 공장 일
30대에는 출산과 육아의 고통 그리고 50이 다 돼 가시는 지금도 마트에서 맞벌이를 하시는, 궂은일 다 겪어 온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파워 아줌마지만.
그런 엄마조차도 공포 영화라고 하면 기겁을 하며 달아나신다.
하물며 나는 현실에서 괴담과 자주 엮이는 데다, 오늘 점심때 꿈속에서 그런 걸 본 후다.
안 그래도 아무도 없는 어두운 집은 무서운데, 나에게는 실질적인 위 협도 있기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우……
한숨을 내쉬고 내 방 침대에 걸터 앉아 핸드폰을 열어 본다.
‘···선아한테 카톡 와 있네.’
단톡방이 아닌 갠톡으로.
〈윤선아 : 준아, 뭐 해?〉
고마워라.
내가 무서운 건 어떻게 알고 카톡 해 줬을까.
잔뜩 쫄아 있던 가슴이 같은 반 여학생의 카톡에 다소 풀어진다.
〈이준 : 집이야. 너는?〉
곧바로 날아오는 선아의 답장.
〈윤선아 : 나도 집이지 ㅋㅋ〉
〈이준 : 저녁은? ㅋㅋ 먹었어?〉
〈윤선아 : 이제 먹으려구 ㅎ〉
〈이준 : 거기 뭐랑 먹는데??〉
〈윤선아 : 그냥 계란이랑 구워 먹으려고 준비 중이야 ㅎ〉
〈이준 : 계란후라이?〉
〈윤선아 : 응 ㅎㅎ 후라이 ㅎ〉
〈이준 : 갑자기 파기름계란밥 생각 난다ㅋ 나도 혼자 계란으로 식사할 때 그거 많이 해 먹었는데 ㅎ〉
쿵!!!!! 쿵!!!!! 쿵!!!!! 쿵!!!!!
덜컹-!!!!!!
우당탕탕탕-!!!!!!!!
와르르르.
벌떡
···씨, X발 뭔데.
뭔 소린데 갑자기.
큰방, 부모님 방 쪽인 것 같은데.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 봤다.
하지만 정적. 방금의 굉음 후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너무 조용해서 울리는 불길한 노이 즈만이 집 안을 감쌀 뿐.
나는 방문이 잘 잠겨 있는지 다시 확인해 본다.
찰칵- 찰칵-
원형 손잡이의 잠금 버튼이 확실하게 눌러져 있는 걸 보니 잘 잠겨 있다.
아무도 못 들어와.
여기는 안전해.
“후우우.”
뭐였지, X발.
가슴이 콩닥거린다.
무, 무기 같은 거라도 뭐 챙겨 들까, 도둑일 수도.
하여튼 여기는 바로 못 쳐들어와.
문이 잠겨 있으니깐.
문이 경계의 역할을 해 주니, 내 방인 이곳은 안전한 느낌.
마음속에서 그런 심리적인 선이 정해진다.
그렇게 일어선 채로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다시 귀를 기울여 보지만, 역시 조용.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뭐지.
젠장.
확인해 볼까?
어, 지랄.
그런 걸 왜 혼자 확인하러 가는데.
영화에서 보면 꼭 이런 거 궁금해서 갸웃거리는 애들이 제일 먼저 뒤 지더라.
나는 그런 멍청한 짓은 안 해.
여기 짱박혀 있을 거야.
부모님을 때까지.
“후우.”
그렇게 침대에 다시 앉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오줌 마렵다.
아이, 미친 진짜.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부터 갔어야 했는데…….
“미치겠네.”
발을 동동 구른다.
그 와중에 선아에게 답장은 해야 할 것 같아 서둘러 키패드를 누른다.
〈이준 : 갑자기 파기름계란밥 생각 난다ㅋ 나도 혼자 계란으로 식사할 때 그거 많이 해 먹었는데 ㅎ〉
카톡~》
〈윤선아 : 그거 나도 자주 해먹어 ㅋㅋ 맛있어〉
〈이준 : 다음에 부원들끼리 다 같이 요리 같은 것도 한 번 해 보면 재밌겠다.〉
〈윤선아 :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사실 아까의 정체불명의 소음으로 이미 파기름계란밥같은 건 안중에도 없어진 지 오래지만.
이렇게 선아와 카톡이라도 하니 그나마 좀 견딜 만하다.
집 안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분위기에 불안해하는 내 마음은 전혀 모른 채 즐거운 분위기로 답장을 보내는 선아.
카톡~〉카톡.
그렇게 얘기를 한참 다시 이어 가 다가 밀려오는 요변을 참지 못하고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방 쓰레기통에 해결 볼까, 아니면 책상 위에 올라가 창문을 열고 하반신을 밖에다 내민 후…….
아닌데, 너무 병신인데.
상황이 안 좋아지자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카톡~》
아 깜짝야.
핸드폰도 매너 모드로 해 놓자. 카 톡 소리에 괜히 심장 떨리니깐.
그렇게 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놓고 방 안에 가만히 서 있다가 문득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X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뭘 쫄아 있어, 내 집인데.
이제 그만하자, 이런 거.
너무 질질 끌잖아.
그냥 얼른 후딱 나가서 화장실에서 볼일만 보고 방으로 돌아오자.
크게 어려운 일도 아냐.
방문에서 화장실까지는 4미터 정도.
그냥 빠르게 가서 싸고 오면 돼.
할 수 있지, 준아?
뇌절 그만 치고. 고등학생이잖아.
병신이 아니고서야 그냥 하는 거 지.
‘마음먹었을 때 바로 행동에 나서 자.’
나는 바로 성큼성큼 문 앞으로 다 가가 힘주어 방문 손잡■이를 돌렸다.
팅-!
흠칫.
안에서부터 손잡이를 돌렸으니 걸어 놓은 잠금이 저절로 풀리는 소리다.
‘쫄았잖아.’
잠시 문을 열고 어두운 거실을 힐 끔 살펴본다.
아무도 없다.
그리고 문지방을 나서려고 한 걸음 떼다 말고 다시 재빨리들어와방안에 서문을걸 어잠근다.
왜, 왜 어두운데, 왜…….
내가 분명히 아까 불 다 켜놨는데, 왜…….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