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열세 번째 괴담 - 꾸물꾸물 (3)
[2019년 5월 4일 토요일, 12: 15]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95]
[인과율 : 19%]
북적거리는 토요일 점심, 나는 신림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그대로 사람들 틈을 비집고 선 채 쭉 가서 사당역에 도착.
잠시 내려서 4호선으로 갈아탄 뒤 다시 20분 정도를 이동해 서울 지 하철역에 도착했다.
바글거리는 인파와 함께 지하철에서 내린 뒤, 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서 지상으로 나왔다.
그러자 바로 앞에 보이는 기차 서울역, 온통 청색의 유리로 세워진 건물.
‘전에 여기 왔을 때는 김은정을 피 해서 도망가는 사람투성이였는데.’
지금은 웃고 떠들며 주말을 즐기는 평화롭게 오가는 사람들뿐이다.
“부산 가는 거 KTX 하나요.”
“12시 30분 열차로 괜찮으세요?”
“네.”
“59,800원입니다.”
미리 준비했던 현금을 지갑에서 꺼 내 직원에게 준다.
‘엄청 비싸네.’
세뱃돈으로 저축해 놨던 전 재산 중 절반이 훌쩍 날아갔다.
‘역시 돈에 대한 건 지금 완전히 해결해 두는 게 맞아.’
앞으로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보면 어디서 어떻게 돈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걸 다 포인트로 충당하는 건 완전히 어리석은 생각.
인 게임 재화로도 살 수 있는 걸 굳이 캐시를 써서 구매하는 격이다.
‘포인트는 포인트로만 쓸 수 있는 곳에 사용해야 해.’
아무에게도 엮이지 않으면서, 오직 나만이 관리할 수 있는 눈먼 돈, 마늘밭의 현금이 역시 답이다.
‘저기 맥도리아에서는 진희가 김은정을 설득했었는데. 저 위의 푸드코 트에서는 사건을 마치고 다 같이 밥을 먹었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기차를 타러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사람들은 어딜 그렇게 다닐 일이 많 은지 다들 죄다 짐이 한가득이었다.
‘부원들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나는 이렇게 혼자 기차를 타는 것 도 처음이고, 서울에서 혼자 벗어나 보는 것도 처음.
돈만 있으면 어려울 것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혼자서 떠나는 건 마음이 외롭다.
괜히 감성적인 마음이 들어 다들 쉬느라 아무 대답 없는 단톡방을 몇 번이나 켜 본다.
〈오덕훈 : 마사토끼 신작 나왔대 맨 인 더 윈도우라고〉
덕훈이가 아무도 대답 안 해 주는 데 혼자 만화 얘기를 하고 있었다.
“ 흐음
곧 기차가 굉음을 내며 선로로 도착하고, 나는 입구가 열리자 안으로 들어섰다.
인사하는 승무원 누나에게 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좁은 통로를 지나 승차표에 적힌 내 자리를 찾아 갔다.
가방은 부산에 도착해서 살 생각이었기에 지금 나는 맨몸.
천장에 짐을 넣는 승객을 지나쳐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창가에 기대어 가만히 밖을 들여다본다.
‘그러고 보니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요즘 없었지.’
항상 학교에, 괴담에, 부원들이랑 엎치락뒤치락 우당탕탕.
입학한 지 두 달이 아니라, 두 해는 지난 듯한 기분이다.
‘혼자 여행 떠난다고 생각하자.’
연휴를 맞아 혼자서 짧은 여행을 떠난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곧 기차가 움직이고 나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 아직 기차는 한창 대한 민국을 횡단하는 중이었다.
창밖에서는 한적한 대낮의 시골 풍 경이 휙휙 스쳐 지나간다.
[Next Stop 김천구미. 김천구미]
기차는 이제 절반 정도 와 있었고, 나는 거의 1시간 정도 잠들어 있었나 보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는구나.’
국토의 70%가 산인 대한민국답게 기차 밖의 풍경은 정말 산뿐이었는 데도 간간이 여기저기 소규모 단지 나 아파트들이 보였다.
지하철도 없고, 마트도 안 보이는. 근처에는 산밖에 없을 듯한 곳에도 뜬금없이 아파트 단지 같은 게 창밖으로 멀찍이 보이는 게 참 신기했다.
‘내가 모르는 풍경이 많네.’
한참 멍하니 바깥을 구경하다가 기 차가 울산쯤에 들어서자 그제야 도 시 느낌이 좀 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서울에서도 보던 프랜차 이즈 가게들도 많이 보이고.
‘울산은 내가 살던 곳 느낌이 좀 나기는 한데… 그래도 왠지 유령 도 시 같아 보이네.’
서울에 비하면, 하고 중얼거렸다. 서울은 정말 어딜 가나 사람이 빼 곡했다.
내가 사는 신림역만 해도 지하철 타러 한 번 가려면 인도가 미어터질 지경.
4차선, 5차선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바뀌면 수백 명이 우르르 건너는 건 일상인 곳이었다.
그런 곳에 비하면 여기는 건물은 비슷하게 높아 보여도 왠지 적막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그게 혼자 떠난 나를 왠지 더 쓸 쓸하게 만든다.
내일이면 돈 가방을 챙겨서 돌아갈 건데도, 왠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는 느낌.
‘···군대 가면 이것보다 더하겠지.’
고작 하루 수련회나 여행을 갔다 와도 그립게 느껴지는 게 집인데, 2 년을 가서 뺑이 쳐야 한다니.
‘안 가, X발.’
마왕이 부활해서 지구가 멸망하면 멸망했지 군대는 갈 생각 없다.
‘나중에 차차 시스템을 이용해서 군대 안 가는 방법을 어떻게 좀 창밖을 보며 그런 궁리나 하다가 문득 배가 고파졌다.
‘스낵 코너? 같은 거 있다던데.’
자리에서 일어나 통로로 걸어 나가 보았다.
몇 칸을 걷자 통로 중간에 있는 스낵 자판기 하나가 보였다.
그곳에 1,000원을 넣고 간단히 초코바 하나를 뜯어먹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일단 지갑 안에 돈은 약 15만 원 정도.’
저금통을 깨부수고 통장 안에 세뱃 돈을 인출해서 싹 다 긁어모은 나의 전 재산 15만 원.
부산에 도착하면 일단 돈을 담을 커다란 가방 하나와 삽부터 먼저 살 생각이다.
‘그리고 다시 지하철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교통비랑 더해 보면……
아마 충분할 거다.
일단 목적지까지 도착하기만 하면 돈이야 그곳에 널린 채 묻혀 있으니깐.
돌아올 기찻값도 그 묻혀 있는 돈 다발 중에서 몇 장 꺼내 쓰면 되겠지.
유튜브로 고양이가 대답 잘하는 영 상을 보고 있으니 기차가 부산역에 도착했다.
내 앞뒤에서 졸고 있던 승객 몇 명도 일어나서는 짐을 챙기기 시작 했다.
‘여기서 다들 내리는 모양이군.’
곧 문이 열리고, 나는 우르르 사람 들과 함께 부산역에서 따라 내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인파를 따라 에스 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좀비 영화 부산행 배 경이 여기인가?’
천만 명 찍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가족도 보러 가긴 했었는데, 내 기준으로는 회귀를 포함해서 6년도 더 된 일이라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곧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부 산역 플랫폼을 가로질러, 다시 에스 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나가는 문에 도착했다.
‘몇 시지? 상태창.’
파앗-
[2019년 5월 4일 토요일, 15:20]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95]
[인과율 : 19%]
‘KTX가 진짜 빠르기는 빠르네.’
대한민국 영토 끝에서 끝까지 3시간도 안 걸려서 도착해 버렸다.
‘이럴 거면 부모님 청소 좀 돕고 좀 느긋하게 출발했어도 되는 건 데.’
나는 기차가 처음이다 보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반나절은 걸리는 줄 알고 있었다.
“어디 보자……
일단은 지도의 길 찾기 기능을 이 용해서 내 위치에서 다시 한번 루트를 검색해 본다.
“여기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하단 역에서 내린 후, 강서구 9-1 번 마을버스로 환승……
일단은 가 보자.
* * *
부산역의 입구로 나오자 그곳은 한 창 공사 중이었다.
무슨 플랫폼을 새로 짓는 것 같던 데,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고 싶었던 나에게는 시기가 안 좋았던 듯하다.
‘그래도 노숙자 많은 건 거기나 여기나 똑같네.’
잠시 1분쯤 걷자 바로 앞에 지하 철이 보였다.
그곳으로 내려가 교통카드를 찍고 다시 한참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후, 하단이라는 이름의 역에서 내렸다.
듬성듬성 오가는 사람들만 있는 한 가한 플랫폼.
내부 디자인은 언뜻 서울 지하철이 랑 비슷하긴 한데, 오가는 사람의 숫자도 적고 굉장히 한산한 분위기였다.
[102 하단역 下端釋 Hadan]
‘하단역... ‘아래 하下‘끝 단端’이구나.’
말 그대로 여기는 저~ 기 존나 아래 끝이라는 뜻인가.
확실히 지도를 봐도 이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최남단, 바다만이 펼쳐져 있었고, 저 멀리 바다 건너에는 대마도 그리고 일본이 그려져 있을 뿐.
‘나 대한민국 끝에서 끝까지 지금 혼자 온 거네.’ 훗.
* * *
하단 지하철역의 지상으로 올라오자 눈앞에 아트몰링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쇼핑몰이 하나 보였다.
“제일 큰 거, 싸면서 제일 크기만 하면 돼요.”
“그런 거 찾으시는 거면 여기 등산 용 가방은 어떠세요?”
그곳에서 커다란 검은색 배낭과 손 전등을 구입하고 근처 철물점에서 3 단 접이식 삽 하나를 사서 가방에 넣었다.
그렇게 하고도 돈이 5만 원이나 남았다.
‘도착할 곳은 완전 논밭이니깐 음식은 여기서 사 가야 해.’
물론, 여기서 먹고 갈 수도 있겠지만 어느덧 시간은 오후 5시.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그곳에 도착 해서 위치를 확인해 놔야 한다.
마침 지도를 검색해 보니 근처에 롯데날드가 있길래 찾아서 들어갔다.
끼익-
‘여기도 한가하네.’
서울 같았으면 어디를 가든 패스트 푸드에선 줄을 서야만 했는데, 여기는 주말 오후인데도 나름 한적한 분 위기였다.
나는 키오스크에서 어떤 메뉴를 고를까 생각하다가, 이왕이면 제일 비 싼 메뉴를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지갑에 5만 원이 있는데, 거기까지 가는 교통비를 빼도 돈이 많이 남아.’
굳이 아낄 필요는 없겠지.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내던 한우버거 세트를 선택했다.
‘흠... 하나 더 가져갈까?’
이제 도착하면 한참 동안 삽질하고 돈을 담아야 하는데, 세트 하나로는 기운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까 고른 한우버거 세트에 와규버거 단품 하나를 더 주가해서 주문했다.
그리고 번호표를 손에 들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다시 한번 단톡방을 확인했다.
〈오덕훈 : 다들 뭐 하냐능?〉
〈이진희 : 닥쳐 좀〉
‘잘 지내고 있군.’
아무래도 별일은 없는 듯하다.
‘선아도… 잘 쉬고 있나.’
그 난리를 치고도 아직 자세히 얘 기를 나눠 보지는 못했다.
마치 암묵적으로 그날 있었던 일을 서로 묻고 가기로 약속한 듯.
‘…이런 건 깊게 생각하면 안 돼. 그냥 묻자.’
나는 당장은 누군가를 사귈 마음이 없었다.
‘CC(Campus Couple)’하다 좆된 사촌 형의 얘기를 20살이 되자마자 술자리에서 지겹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준아! 너는 절대 CC 하지 마라… 그년이 선수 쳐서 날 개새끼로 만들었어… 내가 먼저 선수 쳤어야 하는 건데, 흑흑……
그렇게 죽고 못 살더니, 헤어질 때는 누가 더 나쁜 사람인지 주위에 소문 퍼트리기 경쟁을 하다니.
물론, 선아와 내가 사귀다 헤어진 다 해도 선아가 내 헛소문을 퍼트리 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3년을 함께해 나가야 하는 데 사사로운 감정이 끼어들기 시작 하면 여러 부분에서 불편한 게 많아 질 것이다.
‘그리고 선아라면 소문으로 날 매장하는 게 아닌, 정말 단어 그대로 날 매장하겠지.’
잘 지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겠지.’
잘 지내고 있어야 한다.
“후우……
〈오덕훈 : 오이- 좆경, 대답해라.〉
〈안경원 : 아, 미안. 인터넷에서 댓글로 누가 싸움 걸어서. 팩. 트.로 바르고 왔다.〉
〈이진희 : X발~〉 이 녀석들은 내가 지금 서울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장소에 혼자 와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를 거다.
‘다음에는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부산에 왔으면 좋겠다.’
해운대에서 물놀이도 하고, 고깃집 가서 고기도 구워 먹고.
“762번 고객님,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햄버거 세트가 담긴 종이봉투를 들고 가게를 나섰다.
괴담도 괴담이지만 친구들과 다 함
께 여행도 가고 하려면, 지금 여기서 돈에 대한 문제는 확실히 해결하고 가는 게 맞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거야.’
곧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도심지를 벗어나, 대교를 통해 낙동강을 가로질러 도시의 가장 변두리로 향 했다.
* * *
[이번 정류장은 녹산중학교, 녹산 중학교입니다.]
‘와……
도착해서 내리면서도 감탄했다.
‘이런 곳에 학교가 있다고?’
막 농촌 체험 학교 같은 거 아니고 진짜로 입시 경쟁 같이하는 그런 학교?
‘대단하다. 여기 다니는 학생들은 다 어디에 사는 애들이지?’
그래도 도로가 깔려 있고 근처에 건물이 몇 개 있기는 했지만, 전부 의미 없는 옷 도소매점 같은 건물이었고.
그마저도 ‘임대’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편의점은 고사하고 그 흔한 음식점 같은 것도 하나 없는, 그야말로 오로지 차가 지나다니기 위한 도로.
‘와... 근데 이제 그만 놀라자.’
서울 촌놈 같잖아.
슬슬 목적지로 빠르게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를 벗어나 좁은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걸어 봤다.
‘이 방향인데.’
창고처럼 보이는 가건물들 사이로 벌써 밭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밭들을 끼고 띄엄띄엄 있는 건물
“s.
건물이라 해 봤자 컨테이너 박스에서 조금 큰 정도로, 대체 무슨 용도 인가 살펴보니 주로 ‘<〉心기계’, ‘O O 푸드’ 같은 간판만 붙어 있는 것 들이 많았다.
‘무슨 공장… 아니, 창고 같은 건 가?’
그렇게 한참을 따라 걸어가자 시멘트 길이 끊기는 곳이 나왔고, 마침 내 허허벌판이 펼쳐졌다.
나는 길에서 벗어나 흙을 밟으며 저 멀리 보이는 낙동강까지 걸어갔다.
‘ 이쯤인가.’ 강변도로…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트럭 한 대가 간신히 지나다닐 법 한 좁은 도로 하나가 강을 끼고 펼 쳐져 있었다.
‘허허벌판의 밭 -〉좁은 도로 -〉 끝없이 펼쳐진 낙동강’의 구조.
저 멀리 보이는 가건물들을 제외하면 사방이 온통 밭뿐이었다.
‘···그리고 저 신경 쓰이는 무너진 기와집도.’
사람이 사는 곳인가 도로를 따라 가까이 가 보았지만, 역시 집의 절 반이 내려앉은 걸 보니 폐가인가 보다.
그리고 근처에 보이는 도로의 침수 된 구간.
‘저 도로를 복구한다고 내일 포크 레인이랑 이것저것 오는 거구나.’
이렇게 중간에 침수돼서 길이 끊어져 있다면 자동차도 올 일 없겠지.
무너진 길 위에 서서 허허벌판인 논밭을 슥 둘러본다.
‘저기네.’
드넓게 펼쳐진 밭 중에서도 오랫동 안 관리가 안 된 듯 잡초들이 듬성 듬성 자라나 있는 곳이 하나 있었다.
아마도 여기가 그 문제의 마늘밭. 관리가 안 돼 있는 건 주인이 불 법 도박 사이트로 감옥에 가 있어서 그런 거겠고.
‘근데 마늘밭이라던데 정작 마늘 같은 건 안 보이네.’
원래는 위장용으로 키웠다가 아무 도 안 돌보니 다 죽은 건가.
잡초만 듬성듬성한 그곳에 서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지 슥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저 멀리 보이는 가설건축물들, 끊 임없이 펼쳐진 밭, 그리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
그리고 바람.
도로는 무너진 상태니 차가 지나다 니는 일은 없을 테고, 저기 가건물 들도 사람이 살지 않는 창고 같은 느낌이고.
딱 하나 신경 쓰였던 기와집도 다 쓰러져 가는 폐가고.
‘···문제 되는 건 없다.’
나중에 어두워질 때 손전등 쓰는 것만 주의한다면 아무도 내가 뭘 하는지 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현금이 감추어져 있는 흙 위를 발로 땅땅, 밟아 보며 위치를 확인한 뒤 무너진 도로 근처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배 좀 채워 볼까.’
종이봉투를 열고 햄버거를 꺼낸 뒤, 감자는 봉투 위에 붓고 옆에 케 첩을 짜냈다.
포장지를 풀고 한우 버거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맛있네.’
이렇게 맛있는데 천 원 더 비싸다고 나는 아직 안 사 먹고 있었구나.
문득 강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낙동강의 경치를 구경해 본다.
조금 어두워지는 강 너머로 부산의 빌딩들이 불빛을 밝힌다.
감자는 식어서 눅눅했다. 콜라를 한 입 쪽 빨아 먹어 보았다.
맛있었다.
괴담 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