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125화 (125/130)

125 화

열세 번째 괴담 - 꾸물꾸물 (6)

[2019년 5월 4일 토요일, 22: 15]

[이준 - 2회차]

[괴담 포인트 : 195]

[인과율 : 19%]

끼이이이이이이익-

기관장이 기관실을 내버려 두고 통로 사이를 구불거리며 헤맨 덕분에 기차는 서서히 속도가 느려지더니, 결국 한밤중의 산골짜기에서 멈추고 말았다.

열린 문으로 우르르 뛰쳐나와서는 다시 KTX 옆에서 일렬로 꿈틀거리며 줄을 서는 사람들.

승무원들의 구불거리는 손짓에 따라 줄을 맞춘 승객들은 이내 다 같이 산중에서 기차놀이를 시작한다.

“따라붙어요, 다 같이!”

“어깨나 허리에 손을 올리세요! 일자로!”

그 길이는 딱 방금 내린 KTX 기 차만큼의 길이.

“구불구불~ 구불구불~”

“꾸물꾸물~ 꾸물꾸물~”

기차 대신 기차놀이를 하는 승객들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움직임으로 우리 모두 밤중의 산을 헤 쳐나가기 시작한다.

마치 축제를 보러 가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한참을 헤매던 우리.

이윽고 새벽이 밝을 때쯤 행렬은 서울 변두리의 도시에 도착했다.

“저게 뭐지?”

“무슨 줄이래?”

막 아침을 시작하러 나온 상인들과 인력꾼들이 먼저 우리를 보고는 전 염되어 꼬리에 합류하였고.

“나도, 나도 같이합시다!”

“이 좋은 걸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인생의 절반을 손해 봤습니다!”

그대로 구불거리는 춤을 추며 인도로 행진하는 우리.

도로에서 운전하던 사람들은 모두 이게 무슨 광경인가 싶어 그 행렬을 보다가 그대로 꾸물거리게 돼 버렸고, 기차놀이가 가는 곳곳마다 교통 사고와 대혼란이 일어났다.

끼이이이익- 쾅!

“꺄아아악! 교통사고야!”

“꾸물~ 꾸물~”

트럭을 몰던 운전자 한 명이 우리의 행렬을 보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인도를 덮쳤지만.

사람 몇 명이 갈려 나가 피가 터진 것 말고는 별일 없었다.

“자자, 빈자리는 빨리 메꿉시다!”

“앞으로!”

뼈가 다 부러져도 웃으며 흐물거리는 중상자를 버려두고 행진을 계속 하는 우리.

이윽고 점심이 될 무렵에는 변두리를 벗어나 완전히 서울 중심지까지 도착했다.

어느새 우리를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문 기차놀이는 수천 명의 행진이 돼 있었고.

밤새 걸었던 내 주위의 초기 멤버 들은 땀투성이가 됐음에도 묘하게 흥분한 얼굴들인 게 지친 기색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콘서트를 기다리는 관중들처럼 대흥분의 도가니 속에 가득 차 있는 느낌.

“이야, 역시 젊은 게 최고네! 학생 밤새 걸었는데 멀쩡해 보이는구만!”

“다 꾸물거린 덕분이죠, 뭐.”

나 역시 이제부터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라는 기대감과 가득 찬 희열 속에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이었다.

마침내 기차의 본래 목적지인 서울 역으로 행진을 마친 우리.

서울역에서는 모든 승무원이 우르르 나와서는 맹렬히 우리를 환영해 주고 있었다.

“와~ 와~”

“환영합니다! 환영해요!”

곧 양복을 차려입은 중요해 보이는 사람이 역 안에서부터 나오더니 마이크를 들고 우리를 향해 웃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각자 해산하셔서 원하는 곳으로 이 진리를 전파하시면 됩니다!”

끊임없이 이어진 기차놀이의 행렬, 우리는 그 지시대로 앞부분부터 차 례대로 해산해서 우르르 근처의 대형마트, 정부 기관, 일요일이라 예배 중인 교회, 그리고 자신들의 집으로 뛰쳐 달려갔다.

거리는 완전히 축제 분위기.

곳곳에서 축포가 쏘아 올려졌고, 우리 측 한 사람이 건물로 들어가면 잠시 후 그 건물의 모든 사람이 거 리로 뛰쳐나와서 구불거리며 춤을 추고 다녔다.

나는 그 분위기를 만끽하며 미소 짓다가, 우리 부원들에게도 이걸 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꺼내 경원이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안 그래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전화를 받는 경원이.

[부장! 괜찮아? 지금 거리가 완전히 난리 났다는데!]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네가 반드시 봐야 할 게 있어!”

[뭐?]

나는 옆에서 구불거리는 아저씨 한 분에게 내 전신이 나올 수 있도록 핸드폰 좀 잡아 달라고 부탁한 뒤, 이내 구불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부장! 부장!]

완전히 사람을 흘려 버릴 듯이 쌩 쌩 움직이는 나의 허리.

[···어라. ···어라.]

요염하게 돌아가는 나의 허리를 보던 경원이가 이내 멍한 느낌이 됐는 지 별 소리를 내지 않고.

점점 상기돼 가는 얼굴로 나를 보던 녀석.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마구 소리치기 시작한다.

[아! 이거다! 부장! 역시 대단해! 이거였던 거야! 고마워!]

“그래, 파이팅!”

녀석이 깨달았음을 안 나는 바로 선아와 나머지 부원들에게도 영상 통화를 돌렸다.

[···여보세요? 준아……?]

“선아야, 이것 좀 봐!”

[···우와. 준이 대단해……』

가냘픈 몸을 어설프게 구불거리며 따라 해 보는 선아.

[이, 이렇게 하는 거지……?]

“비슷해!”

[빨리 할머니한테 가르쳐 드려 야……

다음으로는 덕훈이.

[코노히토와 다레~ 웬 영상 통화 냐능~]

“덕훈아, 이것 좀, 빨리! 급해!”

[무슨… 오이오이. 네 놈 대단한 걸 전파하고 다니는구만!]

곧 ‘쿠네쿠네, 쿠네쿠네!’거리며 육 중한 뱃살을 출렁거리는 덕훈이.

[오빠, 뭐 해……?]

옆에서 덕훈이의 가족들이 아침부터 뭐 하냐며 기웃거리는 걸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

‘그다음은 진희!’

엠맥의 신곡이 컬러링으로 울려 퍼지고, 자다 깼는지 부스스한 머리칼로 전화를 받는 진희의 얼굴.

[뭐.]

“진희야! 잘 봐! 꼭 보여 줄 게 있는데-”

[섹스.]

띡_

차갑게 끊기는 전화.

자는데 깨워서 짜증 났던 걸까.

나는 할 수 없이 다음 타깃인 하윤이에게 걸어 보았으나 그녀는 받지 않았다.

포기하고 막 장화은 선생님으로 목 표를 바꾸려던 찰나, 먼저 울려 퍼지는 나의 핸드폰.

石장화은 선생님

“여보세요? 선생님?”

[준아! 이것 좀 볼래? 선생님이 굉 장한 거 하나 알아 버렸거든!]

영상 통화로 마구 엉덩이춤을 구불 거리며 나를 홀리려 하시는 선생님.

나는 웃으며 핸드폰을 닫았다.

‘역시 선생님은 이런 쪽으로는 빠르시구나.’

할 일을 마친 나.

그대로 지렁이처럼 흐느적거리는 스텝으로 사람들과 마구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저녁 무렵이 되었다.

“학생, 이것 좀 먹으면서 해! 먹어야 또 꾸물거리지!”

“하하, 감사합니다.”

가게의 주인들은 저마다 흐느적거리며 거리의 사람들에게 공짜로 음식을 나눠 주었고.

회사의 높은 사람은 자신의 직원들에게 허리를 흔들며 아양을 떨었다.

찌푸린 얼굴이 일상이던 서울 시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했고, 우리는 그렇게 웃고 떠들며 다 같이 축제를 만끽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문득 고개를 돌려 보니 빌딩에 있는 대형 화면으로 대통령이 비상사 태를 발포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현재 서울 도심지를 중심으로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퍼지는 중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방침을 발표하오니, 반드시 잘 보고 실천해 주셔서 피해를 예방하시기를 바랍니다. 첫째, 이렇게 구불거린다 아아아아!!!!!!!! 둘째! 존나게 구불 거린다아아아!!]

대통령이 가발을 벗어 던지고는 영상 가득 몸을 들이대며 꾸물꾸물 춤을 추기 시작한다.

거리에서 그걸 보던 우리는 다 같이 박장대소하며 서로에게 사랑과 기쁨, 감사와 평화 그리고 완전히 하나 됨을 느꼈다.

직후, 석양이 물드는 거리를 배경으로 웬 검은색 장갑차들이 마구 큰 소리를 울리며 쏟아져 나오기 시작 했다.

부우우웅-

“깔깔깔깔.”

“하하하.”

하지만 대통령의 영상에 웃고 떠드느라 그 장갑차를 신경 쓰는 사람은 몇 없고.

장갑차 뚜껑에서 전신을 검은색 보호구로 무장한 용병 같은 사람이 상반신만 내밀더니, 엉망이 된 거리를 슥 한 번 훑어본다.

[대통령인 내 권한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구불거리지 않는 사람은 비 국민으로 취급하겠습니다!]

“푸하하하.”

“깔깔깔깔.” 그대로 우리를 슥 훑어본 그가 뭐라 무전기로 지시를 내리자, 일사불란하게 장갑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똑같이 검은색 광택의 전투복으로 헬멧까지 착용한 그들의 손에는 총 이 들려 있었다.

“발사!”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

“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갑자기 기관단총을 사람들에게 난 사하는 검은색 용병들.

투타타타타- 투타타타-

“끄어어어 억!”

“커어 억-”

정신없이 꾸물거리던 와중에 난데 없이 쏟아진 총알 세례, 시민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뭐, 뭐야! 누가-”

“도망쳐요! 다들 도망쳐요!”

동시에 하늘에서 검은색 무장 헬기가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나타난다.

타타타타- 타타타타-

아연실색하며 꾸물꾸물 도망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듯 잠시 공중에서 멈추더니, 곧 불꽃이 번쩍한다.

푸슈우웅-!

불꽃과 함께 터져 나와 연기 자국을 그리며 날아오는 것은 여러 발의 미사일.

무장 헬기는 거리를 향해 폭격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푸쾅- 푸쾅-!

쾅- 콰앙-

“으아아아아악-!”

“커어어억.”

붉게 물든 석양을 배경으로 기관 총, 미사일을 난무하며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검은색 보호구의 용 병들.

축제는 순식간에 지옥 같은 살육의 시간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허억, 허억, 허억.”

웨이브를 타며 도망치면서도 본능 적으로 그들을 관찰하는 나.

‘군대는 아니다!’

우리는 대통령마저도 전염시킨 상황.

이 시점에서 정상적으로 명령 체계를 따라 움직일 군인 같은 건 나라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군대라면 보통 사용하는 국방색의 무늬 따윈 전혀 보이지 않는, 올블랙으로 광택을 띠는 디자인의 장갑차와 무장 헬기들. 얼굴까지도 죄다 검은색 헬멧으로 가린 그 모습은 마치 SF에 나오는 미래형 군사의 모습이었다.

‘어디 소속이지?’

나는 폭격을 피해 허겁지겁 구불거리며 고가도로 밑으로 몸을 숨겼다.

투타타타타- 투타타타타-

퍼엉-! 퍼엉-!

도로의 시멘트 파편이 터지고 먼지 가 흩날리고 땅이 울린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뭐야아아! 당신들 누구야!!”

“경찰! 나는 경찰입니다, 쏘지 마세요! 윽! 커어어억-” 남녀노소, 심지어 경찰까지도 문답 무용 학살해 버리는 검은색 디자인의 미래형 전투복 용병들.

고가도로 밑에는 안 그래도 이 정체불명의 대학살로부터 도망친 사람 들이 온통 흐느적거리며 나처럼 몸을 숨기는 중이었다.

“클로버입니다! 클로버 놈들이 기 어코 우리의 혁명을 막으려는 거예 요!”

안경 끼고 수염을 기른 폐인 같은 삼촌 한 명이 마구 웨이브를 추며 악을 쓴다.

“내가 봤어요! 그놈들 장갑차 옆면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클로버 문 양!”

그런가, 클로버 기업인가.

나는 팔을 구부정거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돈을 쓸어 담은 다국적 기업, 클로버 코퍼레이션.

벌어들인 돈으로 은밀하게 민간군 사기업을 운영하며 개인 사병을 양 성한다는 괴담을 들은 적은 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곧 검은색 장갑차 한 대가 우리가 숨어 있는 수풀 근처로 굉음을 내며 도착하더니, 안에서 검은색 광택의 바이저와 방독면을 쓴 용병들이 우르르 내린다.

[사격! 사격 개시!]

그대로 망설일 것 없이 바로 소총을 발사하는 용병들.

투타타타타- 투타타타타-

“으아! 으아아아아!”

“커억, 커어어억.”

놈들은 우리의 구불거림을 보아도 아무 영향이 없는지 숙련된 몸짓으로 빠르게 전염병자들을 사살해 버릴 뿐이었다.

나는 잔머리를 굴린다고, 석양이 길게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시체들 사이로 엎드려 보이지 않도록 손가 락만 꾸물거리면서 누워 있었지만.

탕-!

“크윽!”

일일이 권총으로 확인 사살을 하며 돌아다니는 용병들에게 총을 맞고 만다.

“우욱. 우우욱.”

“생존자 발견.”

[쏴.]

탕-!

그대로 머리에 총을 맞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당신은 죽었습니다.]

[체크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로딩중…….]

* * *

냉동실에서 커피믹스 두 개를 꺼냈다.

봉투를 뜯어서 내 컵에 하나, 다른 컵에 하나 부었다.

그대로 뜨거운 물을 부어 티스푼으로 휘휘 저었다.

달콤한 향이 올라왔다.

문득 뜯긴 커피믹스 봉투의 유통 기한이 눈에 들어왔다.

[2022.05.37까지]

지나도 한참 지난 유통 기한.

하지만 박테리아조차도 살지 못하는 초저온 냉동실에 넣어 뒀기에 괜 찮다.

이곳에 저장해 놓은 음식은 웬만큼 시간이 지나도 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세상이 이 지경이 된 후에 도 우리는 자주 기호품들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내 것 하나, 경원이 것 하나.

두 개의 커피잔을 들고 나는 연구 실로 들어갔다.

“ 대장.”

흰 가운을 입고 모니터 화면을 들여보다 나를 향해 돌아보는 경원이.

“커피.”

“고마워.”

한 잔 홀짝이며 입맛을 다신다.

“한 번은 쿠네쿠네 괴담이라는 걸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흠.”

[2026년 ?월 뚯씤일 월?11일, 03: + 이

[이?준 - 1회차]

[괴담컺인긮 : 2슦0]

[인??율 : 83%]

“꾸물거린다는 트리거를 타고 정신에서 정신으로 옮겨지는 전염병이었어.”

“참나……

한 입 홀짝인 녀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진짜 대장은 별의별 괴담을 다 겪었네.”

“너도 있었어.”

모두가 잠든 지하기지, 연구실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담소를 나누는 우리.

“됐어, 또 시간이 통째로 돌아가서 난 기억 못 한다는 레퍼토리겠지.”

경원이가 손사래를 친다.

자기가 모르는 추억을 내가 얘기하면 이제 지겹다는 듯 녀석은 이렇게 투덜거리고는 한다.

“그래서 어떻게 퇴치했는데?”

“그건-”

덜컹!

“오이오이- 야식이다.”

덕훈이가 연구실의 문을 열고는 쟁반 한가득 음식을 담아서 들고 입장 한다.

수제 치킨과 감자튀김.

마찬가지로 냉동실에서 꺼내온 물건이다.

일부러 배드엔딩을 선택한 나는 이런 아포칼립스 사태에 대비해 건물 하나가 들어갈 만큼의 식자재를 준 비해 놨고, 덕분에 커피뿐만이 아닌 치킨이라는 사치도 누리는 중이다.

“직접 튀겼다능.”

“고생했어.”

연구실 바닥에 어지럽게 깔린 전선 들을 위태롭게 넘어와서는 책상에 쟁반을 내려놓는 덕훈이.

“먹고 있으라고. 맥주도 가져올 테 니.”

“벌써 발효 다 된 거야?”

“ 대충.”

뒤뚱거리며 덕훈이가 나가고, 경원이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투덜거린다.

“막 커피잔 들었는데 갑자기 치킨을 들고 오네.”

“밤인데 카페인 대신 오랜만에 치맥이나 먹자.”

“흥.”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바삭거리며 씹어 보는 녀석.

“그래서 쿠네쿠네. 그거 보고 이해 하면 미쳐 버린다며. 그럼 대장은 미쳐 본 거야?”

“어. 미쳐서는 나도 열심히 여기저기 전염시키고 다녔지.”

정신 오염 계열 괴담이 무서운 이 유였다.

본인이 지금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자각할 수도 없고 제어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제정신으로 돌아온 건데?”

“못 돌아오고 죽었어.”

노릇노릇한 닭튀김 하나를 베어 물며 대답해 줬다.

“죽고 체크포인트로 이동하니 무슨 일을 한 건지 기억은 남아 있는데, 정신은 이해하기 전의 상태였어.”

“음, 하긴……

경원이가 튀김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체란 걸 이해하면 미쳐 버리는 괴담인데, 시간을 다시 돌아와도 정체를 이해한 상태면 계속 미친 상태가 되는 거니깐. 그 부분은 시스템이 보정을 해 주는 거구나.”

“아마도. 흐릿해.”

“그럼 결국 지금도 모르는 거네? 쿠네쿠네의 정체?”

“아니. 알아.”

« 2”

의문스런 표정을 짓는 경원이.

“이해하면 미쳐 버리는데, 지금 대장은 제정신이잖아. 근데 어떻게-”

“유추는 해 볼 수 있다는 거지.”

나는 튀김을 집으며 힌트를 줬다.

“우리가 아는 생물 중에 들여다보면 미쳐 버리는 거. 또 하나 있잖아.”

“···마왕.”

안경을 빛내는 경원이.

“쿠네쿠네의 정체는 마왕이랑 관련 있는 거구나.”

“정답.”

바삭한 튀김옷을 뜯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주었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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