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담 동아리-127화 (127/130)

127화

열세 번째 괴담 - 꾸물꾸물 (8)

[2019년 5월 4일 토요일, 22:26]

[이준 - 2회 차]

[괴담 포인트 : 459]

[인과율 : 20%]

“나, 나 좀 일으켜 주세요. 다리에 힘이……

“내가 왜 여기 있지……?”

“저기요, 이거 빨리 푸세요! 아야 야야……

나는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을 뒤 로하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기 위 해 통로를 지나쳤다.

“우리가 왜 이런 이상한 자세 르

“여기 내 자리 아닌데?”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던 건지 당혹감에 휩싸여 소란스러운 실내.

“오, 옷 입어요! 뭐 하는 거예요!”

“너야말로 빨리 일어나! 남의 자리에서 뭐 해!”

혼란스러운 객실들을 지나쳐 다시 돌아온 내 자리.

돈 가방은 놓고 간 그대로 다소곳 이 놓여 있었다.

‘내용물도 안전해. 아무도 건드리 지 않았구나.’

이 돈 가방을 노리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방금의 소란이 절호의 기회 였을 터.

하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누가 됐든 간에, 이 돈을 빼앗으려는 사람은 내 주위에 없는 것이다.

자리에 앉아 스쳐 지나가는 창밖의 밤 풍경을 가만히 바라본다.

덜컹- 덜컹- 그 애가 왜 그 자리에 있었고, 무 슨 짓을 한 건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 투성 이다.

‘본인에게 물어봤자 또 빙긋이 웃 으며 빠져나가겠지.’

[Seoul, Seoul.]

곧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승 객들이 내릴 준비를 한다.

나 역시 차분하게 돈 가방을 챙겨서 들고 일어섰다.

“발 조심해 주세요. 다음에 또 뵙 겠습니다.”

조금 엉망이 된 피곤한 얼굴로 고 개 숙여 인사하는 승무원 누나.

내리고 나니 시간은 저녁 11시를 넘긴 완전한 밤이었다.

항상 북적대던 서울역의 플랫폼도 지금은 한산하기만 할 뿐.

넓은 대리석의 플랫폼 한가운데 서서 가만히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미행당하고 있는 걸까?’

인하윤, 그 애가 공백교의 소속이 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이코패스 때부터 쭉 보여 왔던 묘한 행적들.

마이크래프트 게임 안에서 분신을 통해 살며시 들었던 본심.

김은정의 사건 때 교단 측의 류진아 상담 선생에게 들은 아가씨라는 호칭.

그 외에도 교주와 성씨가 같다든 가, 전혀 우리와 사생활을 공유하지 않는다든가.

나 이외의 부원들에게는 일절 관심 도 없어 보이는 태도까지도.

‘미행하고 있는 거야?’

나를?

그게 아니고서야 그 애가 나와 같은 기차에 탔을 이유가 없다.

엄청난 우연이 아니고서는.

‘어디서부터, 언제……

누군가 따라오는 기색은 전혀 못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 갔다 온 여행은 무 려 대한민국의 끝과 끝을 오갔던 거 리.

심지어 나는 허허벌판의 어두운 밭에서 몇 번이고 근처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했었다.

이번 내 여행은 절대 들키지 않고 따라붙을 수 있는 코스가 아니었다.

‘서울에서부터 따라온 게 아니라 면… 내가 만났던 누군가 중에 혹 시……

수많은 사람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 쳐 지나간다.

나에게 표를 끊어 준 직원, 부산역 앞의 노숙자, 가방을 샀던 백화점의 직원, 저녁을 샀던 롯데날드의 알바 생, 강서구 마을버스 기사…….

그중에 교단 측의 사람이 있어서 내 얼굴을 보고 신고를 한 걸까.

왜인지는 몰라도 놈들은 내 얼굴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니깐.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방에는 10억 원이 들어 있고, 나는 미행당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학교로 돈을 숨기러 가는 게 맞는 걸까.

지금 나를 감시하는 인하윤의 공백 교, 놈들의 소굴 같은 곳이 바로 학교인데.

하지만 나는 다시 가방을 들추어 메며 마음을 다잡는다.

‘갈 거야.’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

들키면 자살해서 다음에는 다른 선 택을 하면 되니깐.

‘그리고 내가 생각해 낸 방법대로라면, 일단 동아리방까지 가기만 하 면 무조건 클리어다.’

학교 5층에 있는 우리 괴담 동아 리의 동방, 거기로 한 발 내딛는 순 간 게임은 나의 승리다.

‘게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애초부 터 돈 가방이 목적이었으면 방금의 혼잡했던 기차 안이 절호의 찬스였 어.’ 나를 미행하고 있는 광신도들은 내 돈 가방을 노리는 게 아니다.

이해는 안 가지만, 지금 시점에서 10억 원을 노리는 사람은 없다고 가정해도 무방.

‘가자. 일단은 부딪쳐 보며 판단하 자.’

나는 그 길로 바로 서울역 정문을 나선 뒤, 택시를 잡아타고 낙성 고 등학교 근처로 이동했다.

“가까이 말고요. 저기 앞에 세워 주세요.”

“네, 14,100원 나왔습니다.”

“여기요. 잔돈은 괜찮습니다.”

택시기사에게 2만 원을 건네주고 차에서 내렸다.

한 블록 너머 보이는 어두운 낙성 고등학교의 ‘C 자’ 건물.

나는 멀리서부터 빙 돌아 대로변을 돌고 학교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수풀 속으로 들어가 담벼락을 찾아서 걸었다.

‘ 여기군.’

어둡기는 하지만 담벼락 너머 매점 지붕이 보이는 게, 나는 지금 학기 초 웃는 여자를 퇴치했던 수풀에 서 있는 중이다.

‘감시 카메라 같은 건 역시 안 보 여.’

어둠 속에서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 그대로 학교 안으로 들어서는 나.

탁-

“후우.”

불이 꺼진 매점 근처에서 주위를 살펴본다.

‘아무도 없지?’

소리 없이 걸어서 본관 뒷문을 밀어 보았지만 당연하게도 닫혀 있었다.

‘ 흐음.’

잠겨 있지 않은 게 없나 복도 창 문을 하나씩 밀어 보며 이동하는 나.

하지만 뒤편은 모두 닫혀 있었다.

‘할 수 없나.’

이럴까 봐 나는 금요일 하교 전에 내 자리 제일 위의 창문 하나를 다른 사람 몰래 잠금을 풀어놓았었다.

마침 내 자리가 창가 쪽이라 가능 했던 일.

뒤편이 모두 닫혀 있다면, 미리 준 비한 그 창문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우리 반 쪽 창문으로 가려 면 본관 앞으로 가야 하는데.’

내가 있는 곳은 본관 뒤편.

여기는 잠잠해 보이지만, 앞으로 가면 아무래도 들킬까 불안하다.

나는 살금살금 본관 건물을 돌아서 앞으로 이동했다.

코너를 돌자 어둠에 싸인 운동장이 보인다.

‘ 여기••••••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1학년

3반 우리 반 창문 앞에 서 본다.

어차피 내가 피해야 할 건 경비

한 명.

이 드넓은 학교에서 그 한 명을

딱! 마주치기도 쉽지 않은 일일 것

이다.

드르륵-

‘•••열린다!’

3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교실 창문 중 제일 위의 좁은 창문.

아무도 굳이 손댈 이유가 없는 창 문이기에 먼지가 수북했지만, 미리 잠금을 풀어놔서 역시 열려 있었다.

나는 열린 창문으로 가방을 먼저 던져 넣은 후, 그대로 창틀을 밟고 올라가 상반신을 밀어 넣었다.

털썩-

“휴.”

다시 창문을 닫고, 어두운 교실 안을 둘러본다.

3일 연휴를 준비한다고 깔끔하게 정돈돼 있는 교실.

비어 있는 책상들 가운데 제일 뒷 자리의 책상 하나에만 교과서가 수 북하게 놓여 있는 게 보인다.

‘•••진희 얘는 정리도 안 하고 갔 나.’

진희가 베개로 쓴 교과서들이 한가 득 그녀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잠시 살펴보니 학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다 돼가는데 아직 이름도 쓰여 있지 않았다.

‘하윤이는……

하윤이의 책상을 한번 뒤져 볼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한밤중의 교실이라 보는 사 람은 없겠지만, 괜히 시간을 끌다가 경비한테 들키면 곤란하다.

‘그리고 여자애의 책상을 함부로 뒤진다는 건 좀 변태스럽기도 하 고.’

비밀이 많지만 그만큼 철저해 보이는 성격의 하윤이.

어차피 책상 안에 단서 같은 건 남겨 두지 않았을 거다.

드르륵-

돈 가방을 메고 앞문으로 조심스레 나와 복도를 살펴본다.

일단은 아무도 없길래 그대로 동편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간다.

3층쯤 도달했을 때 갑자기 복도 저 멀리서부터 후레쉬가 확, 하고 비춰지는 걸 느꼈다.

‘수위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지만, 뚜벅뚜 벅 발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오는 걸 느낀 나는 황급히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소리 없이 복도를 가로지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쪽인 서편 계 단을 이용해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5 층까지 이동한 후, 나는 복도 끝에 있는 동아리방으로 소리 없이 전력 질주를 했다.

돈 가방의 무게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휘청휘청했지만 어쨌거 나 들키지 않고 마침내 도착한 동아 리방.

나는 복도에서 잠시 귀를 기울여 조용한 걸 확인하고 동방의 문을 열었다.

끼익-

아무도 없다.

재빨리 안에서부터 문을 잠근 후, 한숨을 내쉰다.

“후우.”

나의 승리다.

“보자.”

가방을 내려놓고 동아리방을 둘러 본다.

달빛이 푸르스름하게 비춰 들어오는 한밤중의 동아리방.

이 학교도 그렇고, 여기 동아리방 도 그렇고.

낮에는 그렇게 학생들의 소음으로 왁자지껄하더니, 이렇게 밤에는 아무도 없이 조용한 게 왠지 적적하고 쓸쓸하다.

부장인 나조차도 이 시간에 동아리 방에 와 보는 건 처음이다.

‘후우, 이제 계획을 실행해 볼까.’ 그 순간, 진동이 울리는 나의 핸드 폰.

"안경원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기차 안에서 경원이랑 연락하고 있었는데.

끝났을 때 떠오른 인하윤이라는 이 름에 정신이 온통 다른 데 가 있느 라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미 처 말해 주지 못했다.

띡_

“여보세요?”

[부장! 괜찮아? 어떻게 됐어? 많이 급한 상황 같길래 방해될까 봐 연락 안 하고 기다렸는데, 아무 답장이 없길래……』

“아아, 미안미안. 덕분에 잘 해결됐 어. 고마워.”

[그렇구나……. 다행이다.]

나는 마침 녀석이 전화를 걸어온 김에 지금부터 돈을 숨길 나의 계획을 한번 점검받아 보기로 했다.

만에 하나 보안이 새어 나갈 우려 때문에 여태껏 말해 줄 수 없었지만, 나는 이미 돈 가방을 들고 동아 리방 안에 들어온 입장.

‘이제 시스템을 이용해서 숨기기만 하면 되는 단계니깐 말해 줘도 상관 없겠지.’

물론, 혼자서 수도 없이 점검해 보 긴 했지만, 머릿속으로 돌린 시뮬레 이션일 뿐이고.

실제로 해 보는 건 나도 처음인 데다, 내가 지금 쓰려는 방법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꽤 위험한 일 이다.

또 과학적인 요소들이 중요한 계획인 만큼 백과사전인 경원이에게 다시 한번 점검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지금부터 돈을 숨길 예정인데 말 야.”

[뭐? 어디에?]

“학교 동아리방.”

[뭐라고?]

깜짝 놀라는 녀석.

[지금 학교야?]

“응. 우리 동아리방 안이야.”

[무, 무슨…….]

겁에 질린 듯한 경원이.

[용케 안 들켰구나, 부장…….]

“전에 웃는 여자가 학교 뒤편 담벼 락을 통해 들어왔었거든. 그쪽은 감시 카메라 같은 게 없는 모양이야.” [•••저, 적이 그렇게 했으니 믿는다는 거구나. 과연 부장…….]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는 녀석.

[그래서? 동아리방 어디에 숨길 거 야?]

“먼저는 동아리의 레벨을 올려서 공간확장을 업그레이드할 거야.”

그리고 공간이 새롭게 확장되며 로딩되는 동안, 나는 안에서 기다린다.

전에 확인한 바로는 그 시점에서의 동아리방은 학교가 아닌, 우주 어딘 가의 다른 공간으로 잠시 전송된다.

그 우주 공간에다가 10억이 든 돈 가방을 숨긴다.

이렇게 하면 아무도 훔쳐 갈 수 없다.

‘접근할 수 있는 건 시스템을 이용 해 동아리방 내부를 로딩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오직 나 하나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만이 접 근할 수 있는 비밀 공간의 완성이다.

[미, 미쳤어…….]

경원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더듬거린다.

[전에 로딩 상태가 됐을 때의 거기 랑 이번에 로딩 상태가 될 때의 위 치가 서로 다른 곳이면? 그때는 어떡 해?]

“덕훈이의 의견에 따르면 말야, 같은 장소야.”

아무도 모르게 덕훈이에게 슬며시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물론, 돈 가방에 대한 언급은 빼고, 게임 얘기로.

‘덕훈아, 게임에서 맵을 로딩할 때 말야. 로딩되기 전까지 그 맵은 어디 있는 걸까?’

‘ 우움•♦••••?’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서 말야.’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해서 항상 모 든 공간이 로딩되어 있는 건 아니다.

일부 건물이나 집 같은 경우에는 리소스를 아끼기 위해서 그곳에 입 장했을 때에만 맵을 불러오는 경우 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맵에 모델링을 불러내고 텍 스쳐를 입히는, 로딩만을 위한 공간 이 그 세계 어딘가에서 따로 존재한 다고 가정해 본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쿠움……. 부장은 참 신기한 질문을 많이 하는군. 보통 그런 경우에는, 흠. Default 공간이라고 해야 하 나……. 따로 그런 작업을 처리하는 빈 공간을 개발자들이 맵 어딘가에 숨겨 두는 편이지. 하늘 위나, 산 뒤에나. 아니면 땅 밑이라든가. 어디 든지 눈에 띄지 않는 장소로.’

덕훈이의 설명에 따르면 기술이 좋 아져서 뭐든지 실시간으로 불러올 수 있는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냥 잠시 기다리라며 검은 화면 으로 처리하거나 컷씬 띄우면 되니 깐. 굳이 그런 방식을 쓸 이유가 최 신 게임에서는 없는 거지.’

‘그렇구나.’

‘물론, 요즘이라고 해서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이 라든가 알만툴 같은 인디게임의 경 우에는 아직도 그런 방식을 쓴다능. 적절한 기능 자체가 툴에 없다 보 니, 개발자들이 꼼수로 만드는 거지. 맵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여러 트 리거를 수행하는 비밀 공간을.’

자주 쓰이는 NPC나 오브젝트를 매번 다시 새롭게 생성하는 게 아닌, 필요에 따라 왔다 갔다 위치만 이동시키며 로딩의 기능을 수행하는 맵 어딘가의 지정된 Default 장소.

동아리방 같은 경우에도 새롭게 맵을 재구성하기 위해서 로딩만을 위 한 여분의 공간이 따로 존재한다면. 그게 로딩 때 보이는 저 우주 어딘가 마왕의 형상을 한 은하수 옆이라면.

그렇다면 그곳은 같은 곳이다.

한번 정해져 있는 좌푯값은 개발자들이 다시 손보지 않는 이상 변경되지 않으니깐.

[그렇다고? 세상에, 그게 무슨 …….]

내 설명을 쭉 듣더니 자기는 이제 모르겠다는 듯 할 말을 잃어버린 경원이.

[모르겠어, 난. 이해 안 돼. 내 전 문 분야가 아니야.]

“알아. 네가 말해 줘야 할 건, 사 람이 우주 공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야.”

[…….]

나는 창문을 연 상태에서 로딩 상 태로 들어가는 나의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동아리방은 공기가 순식간에 다 밖으로 빠져나가서 진공 상태가 돼 버릴 거고, 나는 가방을 밖에 놔두 기 위해 잠시지만 창문 밖으로 팔을 뻗어야 해. 그럼 몸의 일부가 우주 공간에 노출될 텐데, 그걸 다 겪고 나서도 내 몸이 안전할지. 그리고 무중력의 진공 상태에서 돈 가방을 놔두었을 때 언제까지고 그 위치 그 대로 있어 줄지. 그 두 가지를 대답 해 주면 돼.”

[허어억…….]

경원이가 졸도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다, 당연히 맨몸으로 나갈 생각은 아니지?]

“당연하지. 간단한 보호구 같은 건 착용할 생각이야.”

[그, 그럼 대답해 주겠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령 맨몸이라도 한 30초까지는 안전하고, 다른 인력 이 없는 한 돈 가방은 그 위치 그 대로 있어 줄 거야. 하지만 부장, 주의해야 할 게 있어. 우주에 나가 면 온몸이 터져 죽는다는 괴담 알 아?]

“응, 알아.”

사실 나도 원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사 람이 펑 터져서 죽는다!’라고.

하지만 이번 계획을 위해 조사하면서 그게 잘못된 낭설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매체에서 잘못 표현돼서 그런 거 잖아. 실제로는 1기압 정도의 차이 가지고 사람이 터지지는 않는 거 고.”

[마, 맞아, 부장. 1기압이면 끽해야 지상에서 수심 10m 정도의 차이 야... 하지만…….]

10m 정도 맨몸으로 잠수했다 올라 온다고 해서 사람 몸이 짜부라지거 나 펑 터지는 경우는 없다.

의외로 사람은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더라도 짧은 시간이라면 안 전한 것이다.

[하지만 부장, 내가 걱정하는 건 바로 그 괴담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 그 자체야… 부장은 저번에도 엘리베이터 안이 밀폐돼 있다는 인식에 속아서 질식사할 뻔한 적이 있 다며……?]

나는 포린세스 괴담 때 방송국의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질식해서 죽을 뻔한 적이 있다.

물론, 그게 잘못된 미신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바로 괴담에서 풀려났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미리부터 그게 아니라는 걸 인식하고 들어가는 거 니 그 괴담 부분은 괜찮을 거야. 다른 건?”

[그, 그럼… 그 이동한다는 우주 근처에 태양 같은 빛나는 항성은 없지? 그런 거에 조금이라도 쬐이면 바로 화상 입어!]

“성운 같은 건 있긴 한데, 막 빛을 발하는 태양 같은 건 없어. 괜찮아. 또?”

[으음… 그리고…….]

이것저것 중얼거리던 녀석이 결국 한숨을 내쉰다.

[온도를 빼앗기는 것도 있고, 뭐 여러 가지 더 있는데. 하여튼 뭐든 간에 우주 공간에서 전문 장비 없이 1분은 그냥 뭘 해도 위험해. 어떻게 든 빨리 해결하고 돌아와. 최대한 빨리.]

녀석, 끝까지 잔소리는.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알았어. 또 뭐 없어?”

[음… 가방을 거기 가져다 놓은 후에는? 돈 가져온다고 매번 포인트로 레벨업해서 로딩 상태로 만드는 건 꽤 번거로울 텐데…….]

“그것도 다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는데, 지금은 어쨌든 돈 가방부터 해결해야 해서. 빠르게 일 끝내고 안 들키고 나가는 게 최우선 목표야. 다음에 가르쳐 줄게.”

[후우, 알았어. 그럼 내가 해 줄 말 은 그것뿐이야. 끝. 진짜 조심해, 부장.]

“그래. 걱정해 줘서 고맙다.”

[이상한 병 같은 거 걸려 오지 말 고.]

“그래〜”

[막 우주 질병이나 우주 바이러스 같은…….]

“끊는다〜”

미소 지으며 녀석의 전화를 끊었다.

‘시어머니 다 됐네.’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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