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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동아리-128화 (128/130)

128화

열세 번째 괴담 - 꾸물꾸물 (9)

[2019년 5월 4일 토요일, 23:58]

[이준 - 2회 차]

[괴담 포인트 : 459]

[인과율 : 20%]

막 자정으로 넘어가는 무렵.

나는 달빛이 비치는 어두운 동아리 방 안에서 계획에 돌입했다.

‘상점.’

촤르르륵-

의류 / 뷰티 / 잡화 / 식품 / 유아 / 가구 / 생활 / 건강 / 렌탈 / 디지털 / 가전 / 컴퓨터 / 스포츠 / 레저 / 자동차 / 도서 / 티켓 / 여행 / e쿠폰 / 학교시설

끝도 없이 나열되는 카테고리들.

나는 ‘의류 -〉테마의류 -〉코스 튬’ 항목으로 들어가서 전신 라텍스를 검색했다.

[페티쉬하우스 SM플레이 전신라텍스 섹시원피스] - 4포인트

보호구로 어떤 것을 입을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장 좋은 선택은 당연히 우주로 나가는 거니 우주복을 사는 것.

하지만.

[NASA Space Suit] - 800,000포 인트

혹시나 싶어 검색해 보니 놀랍게도 상점에서 팔긴 파는데, 그 가격이 천문학적인 수치였다.

‘하긴... 만 원당 1포인트니깐. 당 연한 결과겠지.’

상점에서 팔지 않는 물건은 없다.

개인이 구할 수 없는 물건도 일단 상품으로 지구 어디든 간에 유통된 적이 있는 물건이라면 검색이 된다.

심지어 어디까지 취급하나 싶어 이 것저것 다 살펴봤는데, 마약, 총기류 까지 검색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검색되는 것과 살 수 있냐는 건 별개지.’

일반적으로 구할 수 없는 상품의 경우에는 당연히 가격 역시 일반적인 범위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우주복을 구하려면 몇 억은 줘야 하는구나, 이건 못 해.’

그다음으로 고려해 본 건 1기압의 차이까지 버틸 수 있는 대기압 잠수 복, 일명 심해 잠수복이라고도 불리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가격이 억 단 위라서 제외.’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진공 상태로 변해 버릴 동아리방 안에서 1분 정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보호구. ‘맨몸으로도 30초는 버틸 수 있고, 그 이상은 의식을 잃더라도 최대 90초 안에만 구출되면 생명에 지장은 없다는데, 동아리방의 로딩 시간은 1분 내외이다.’

설령 중간에 의식을 잃어도 로딩이 끝나면 공기는 다시 들어온다.

‘그 잠깐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는 없겠지.’

그 후로 이것저것 고려해 보다가 결국 선택한 게 이거다.

[페티쉬하우스 SM플레이 전신라텍스 섹시원피스] - 4포인트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아야 하는 재 질이면서 온몸을 덮을 수 있는 옷.

두 가지 조건으로 찾다 보니 결국 튀어나온 건 라텍스 슈트였다.

‘이거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스쿠버다이빙 장비 쪽으로 찾아봤으나, 그건 물이 안 통하는 거지 공기가 안 통하는 게 아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뿐이야.’

전신 라텍스 슈트.

하지만 라텍스 전신 슈트라는 건 나처럼 진공 상태를 버티려 사는 사람보다는 어른의 장난감이 주목적인 지 회사의 이름이 좀 야릇했다.

‘페티쉬하우스……

검색해 보니 이런 종류의 섹시코스 튬을 전문 제작하는 19금 브랜드.

어디 네임드 있는 의류 회사였다면 안심했을 텐데, 목적 자체가 그렇고 그런 거다 보니 싸구려 재질을 쓴 건 아닐까 문득 걱정되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어.’

잠수복, 방호복, 래쉬가드 등등 많 이 고민했지만 결국 라텍스가 내 목 적에 가장 부합했다.

‘구매.’

[페티쉬하우스 SM플레이 전신라텍스 섹시원피스] - 4포인트

[주의 : - 포인트로 구매하신 상품은 반품, 교환, 환불을 해 드리지 않습니다. -]

[구매하시겠습니까?]

‘클릭.’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괴담 포인트 : 459 -4 = 455]

나는 이외에도 두꺼운 고무장갑, 귀마개, 잠수용 고글, 덕 테이프, 휴 대용 산소캔 등을 추가로 주문하였다.

파앗-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괴담 포인트 : 442]

곧이어서 복도에 털썩털썩 무언가 상품들이 쓰러지는 소리.

나는 재빨리 문을 열고 나가서 주 문한 상품들을 챙겨서 들어왔다.

잠시 후.

“후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전 신을 라텍스로 무장하고, 지퍼 같은 공기가 새어 나갈 부분은 모조리 덕 테이프로 막은 나.

잠수용 고글을 단단히 꽉 졸라맨 후, 마지막으로 휴대용 산소캔에 호흡기를 꽂아 입 주위까지 틀어막은 뒤 한 손으로 동아리 상태창을 열었다.

[괴담 동아리 LV.5]

[괴담 포인트를 투자하여 동아리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0/200]

[능력치]

- 공간확장 LV.2

- 괴담수집력 LV.1

- 인재수용력 LV.1

역시 일반 게임처럼 높은 레벨일수 록 더 많은 포인트를 요구하는 것인 지, 동아리는 이제 100이 아닌 200의 포인트를 요구하고 있었다.

‘5레벨 단위로 격차가 나뉘는 건 가.’

눈앞 허공에 떠 있는 레벨업 버튼에 손가락을 갖다대 꾸욱 눌러 본다.

“레벨업.”

내 상태창에서 숫자들이 빨려 나가며 차오르는 동아리의 레벨업 창.

[다음 레벨업까지 괴담 포인트 1 7••- 28••- 52••- 75••- 95••- 124••• 157•- 183- 199… 200/200]

띠리링!!

퍼버벙〜月

[동아리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괴담 동아리 LV.5 -> LV.6]

[능력치를 (1) 고르실 수 있습니다.]

“공간확장에 투자하겠어.”

[공간확장 LV.2 -> LV.3]

[동아리방의 크기가 확장됩니다.

로딩을 위해서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 주세요.]

나는 미리 창문을 반쯤 열어 놓고, 혹시 자동으로 닫힐까 봐 화이트보드 지우개로 고정까지 시켜 놓은 뒤 동방의 문을 안에서 잠깐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동아리방을 다시 로딩합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시작이다.’

방 전체가 마치 엘리베이터가 된 것처럼 천천히 진동과 함께 떨린다.

그리고 공간이 통째로 어딘가로 상 승하는 느낌.

우우웅-

곧 고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갑자기 이동할 때의 귀가 먹먹해 지는 현상이 느껴진다.

파밧- 파바밧-

창문 밖으로는 빛들이 오색찬란하게 빛나며 구름 같은 게 막 스쳐 지나가고.

0%... 8%… 13%… 21% 그리고 갑자기 쿵, 하는 울리는 소 리와 함께 창문 밖으로 빛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어두워지더니.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_

동아리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진 공 청소기 소리를 내며 빨려 나갔고, 이내 무서울 정도로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부욱-

동시에 내가 입고 있는 라텍스 옷 이 부욱 하고 부풀어 오르며, 테이 프 여기저기에서부터 공기가 피익 하고 새어 나가는 게 느껴진다.

후욱- 후욱.

나는 한 손으로는 산소캔의 호흡기를 빨면서 다른 손으로는 더듬더듬 벽을 짚어 벽면의 스위치를 눌러 전 등을 켰다.

파르스름한 떨림과 함께 불안하게 켜지는 전등.

‘이 지경인데 전기가 들어오다니.’

이곳은 공간이 중첩돼 있다는 느낌 이다.

실제로 우주 공간에 와 있음에도 약하게 느껴지는 중력.

‘후우- 후우-’

눈앞에서는 타일들이 도미노 뒤집 히듯이 마구 물결치며 방안을 재생 성하는 중이었다.

전과는 달리 진공 상태라 그런지 놀랍도록 조용하다.

‘빨리.’

나는 돈 가방을 챙겨 들고 서둘러 창문으로 향했다.

새까만 우주를 비추는 창문, 가까 이 갈수록 중력이 점차 약해지는 게 느껴진다.

물속을 걷듯이 허우적대는 움직임으로 도착한 나는 반쯤 열려 있던 창문을 마저 열어 버리고 조심스레 돈 가방을 허공에 올려놓았다.

다행히도 창문의 경계선 너머는 완전히 우주 공간으로 인식되는지 중 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

돈 가방은 내가 힘을 주는 대로 흐느적거리며 모양을 바꾸었다.

다른 방향으로 아주 작은 움직임이 라도 있다면, 몇 주 후 다시 찾으러 왔을 때 저 멀리 날아가 있을 수도 있으니.

나는 최대한 가방을 허공에서 정지 상태로 만들려고 애를 쓴다.

‘ 다했다.’

조심스레 놓은 뒤 뒤로 물러선다.

72%… 84%… 91%…….

귀가 먹먹하게 아파 오고 안구에서는 압력이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엉덩이에서 가스가 새어 나가는 등 여러 위험 신호가 몸에서 느껴지지만.

그것도 이제 10초만 버티면 끝이다.

후우- 후우-

고개를 살짝 내밀어 살펴보니 저 멀리 우주 공간 한편에 반짝이는 거 대한 성운.

예전과 똑같은 위치에서 빛을 내는 그것은 이곳이 같은 좌표라는 걸 나 타내고 있었다.

어둡고 어두운 우주의 한복판, 상 상도 못 할 크기를 지닌 마왕의 형 상을 한 우주의 분자 구름.

물구나무 선 채 가만히 나를 쳐다 보는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수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노려보았다.

‘너, 뭔데.’

이 세계에는 어쩌면 저런 우주 괴수가 수도 없이 널려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시선으로는 탐사할 수 없는 멀고 먼 우주의 어두운 반대편, 그저 가만히 웅크려 존재하고 있을 뿐인,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우주의 시초부터 살아온 상식을 벗어난 미지의 고대신.

100%

파앗- 퍼어어어엉-!

순간 풍경이 바뀌며 갑자기 바람이 펑, 하고 들어와서 두 손을 들어 올 렸다.

서서히 눈을 뜨자 창문 너머 보이는 어두운 운동장.

나는 바로 벽으로 달려가 일단 전 등부터 껐다.

파앗-

그대로 고개를 돌려 동아리방을 둘 러보니, 한층 더 넓어진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가 가정집 거실 정도의 크기였 다면 지금은 거기서 방 하나가 더 붙어 버린 정도.

평수로만 따지자면 약 20평쯤 될 까.

건물 밖을 뚫고 튀어 나갈 수는 없으니 옆 교실까지 뚫어 가로로 길 쭉하게 확장한 모양이지만, 만약 정 사각형이었다면 지금의 우리 반 교실이랑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주방만 딸려 있다면 바로 테이블 갖다 놓고 김밥집 장사를 해 도 될 법한 크기.

‘진짜 넓다.’

이 정도 크기가 일개 신생 동아리의 동방으로 주어지다니.

‘업그레이드 한 번 더 하면 거의 우리 집만 하겠네. 이 공간을 어떻 게 쓰지.’

용도야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나는 서둘러 라텍스 슈트를 벗은 후 소파 밑에 숨겨 놓고 원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대로 문을 나서서 동아리방을 걸어 잠그자 아니나 다를까, 불빛과 더불어 방금 전의 소란을 들었는지 경비가 후다닥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재빨리 복도를 가로질러 중앙 계단을 통해 1층까지 내려간 후, 들어왔던 담벼락을 기어올라 후다닥 집으로 달려갔다.

‘해냈다, 해냈어!’

어두운 도로를 따라 숨차게 달리며 속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10억 원을 동아리방에 숨기는 데 성공했다!

아무도 손 못 대고,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오직 나만이, 10억 원이 든 돈 가방을 마음대로 꺼낼 수 있다.

나 혼자 돈 10억.

삼 년 만에 귀환한 고등학생.

회귀자는 돈이 너무 많다.

돈전디펜스.

SSSS급 회귀한 고등학생의 상태창을 이용해 돈 10억 숨기는 망나니가 되었다.

‘X발, 큭큭.’

집으로 달려가는 동안 속에서 함성 이 절로 튀어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팔을 번쩍 들고 허겁지겁 달렸다.

솔직히 이 정도로 즐거울지 몰랐다.

가슴이 쿵쾅쿵쾅, 이 많은 돈이 다 내거야.

‘미쳤어, 큭큭큭큭.’ 희열에 찬 웃음이 흘러나오지만 제 정신이다.

머릿속으로는 뭘 해야 할지 이미 다 정해 놨으니깐, 지금만큼은 정신 줄 놓고 마음껏 기뻐해도 된다.

‘마〜! 니 돈 있나〜!’

난 있다!

‘푸하하하하핫.’

* * *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서야 헥헥대며 조금 진정했다.

이제 해결할 건 이 돈 가방을 쇼 핑몰에 내 임의대로 가격을 설정해서 올린 후, 상점창을 통해 언제든 지 불러올 수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바로 이게 내 비장의 한 수지.’

구매하면 그 즉시 동아리방으로 물 품이 전송되는 시스템의 상점 기능.

처음에는 단순히 현물을 사는 용도인 줄로만 알았지만.

조금 관점을 바꾸어, 무엇이든지 즉시 전송된다는 그 사기성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여러 활용 방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내가 원하는 그림은 상 점에서 내 돈 가방 속 돈을 검색해서 구매하면, 마치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처럼 원하는 액수만큼 딱딱 돈다발이 떨어지는 그림.

‘물론, 물품을 구매하는 데는 최소 1포인트가 소모되기는 하지만, 수수 료로 생각하면 되겠지.’

지금까지 상점창을 써 보면서 알아 낸 걸 종합해 보면 일단 된다는 확 신은 있다.

그리고 설령 이 계획이 안 되더라 도 빼 오는 과정이 조금 번거로워질 뿐, 내가 손해 보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모든 방면에서 안심.

마음 같아선 당장 내일 해가 뜨는 대로 다시 학교로 가서 실험해 보고 싶지만.

‘오늘도 아슬아슬하게 도망쳐 나왔으니, 그냥 연휴 끝나고 등교해서 하는 게 안전하겠지.’

월요일 푹 쉬고 화요일에 학교 가서 동아리방에 들려 확인만 하면 돈 가방 건은 여기서 마무리다.

‘동시에 우리 괴담 동아리의 모든 재정적 굴레도 여기서 마무리.’

이제 남은 건 펑펑 돈을 쓰고 다 니며 사건이나 해결하는 일만 남았다.

카톡〜》

〈안경원 : 부장! 안 죽었어?〉

경원이에게 결과를 말해 주는 걸 또 깜빡해 버렸다.

나는 웃으며 괜찮다는 답장을 보내 주었다.

〈이준 : 동아리 활동비

1,000,000,000W 입금 완료.〉

[2019년 5월 5일 일요일, 11:43]

[이준 - 2회 차]

[괴담 포인트 : 242]

[인과율 : 20%]

‘간질간질〜 간질간질간질〜’

“히… 히힛… 그, 그만해요… 히 힛……

승무원 누나가 라텍스 복장을 한 채, 내 온몸을 간지럽히는 정신 사나운 꿈을 꾸다가 눈을 뜨니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우우욱〜”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가니 아버 지가 런닝 차림으로 소파에 누운 채 슥 돌아보신다.

“ 일어났냐?”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늘 어린이날이던데, 준이는 뭐 다 컸으니 선물 같은 거 안 줘도 되지?”

아버지가 집에서 노실 요량으로 그 렇게 말씀하시자, 완전히 풀 세팅을 하신 어머니가 부모님 방에서 나오신다.

“무슨 소리예요! 날이 날인데 외식 이라도 해야죠, 일어나요!”

“에잉, 진짜……

잠시 후, 저번 시간대와 비슷한 흐 름으로 클로버 백화점의 한식 뷔페에서 외식을 하고 나오니 갑자기 울 려 퍼지는 핸드폰.

형사님으로부터 온 문자였다.

〈박강운 : 이준, 집 앞 스타벅스로 와라.〉

괴담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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