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속 중간보스에 빙의했다-1화 (2/60)

EP.1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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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친 두 분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동생분은 다행히 생명의 위기는 넘겼습니다만 의식이 돌아올지는 장담 드릴 수 없습니다.'

'다행히 범인이 자수를....'

'범인은 50대 남성으로 만취하여...'

'네? 젊은 목소리요?'

'사고를 당해 기억에 혼란이 오긴 것 같은데...'

'사고로 망가진 건지 블랙박스 메모리가 읽히지 않습니다.'

'여기서 그렇게 떼써봤자 아무것도 나오지.....'

'현장에서 잡힌 범인이 전부 자백했고 지문도 나왔으니 수사는 종결.....'

'....'

'....'

'....'

'씨발. 걍 뒤질 것이지. 사람 귀찮게.'

"아아아악!!!"

벌떡!

"허억. 허억."

끼익.

뚝. 뚝.

갑작스러운 기상에 충격을 받은 낡은 침대가 비명을 지르고,

얼굴에서 식은땀이 턱을 흘러 타고 내려와 떨어진다.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새 몇 달이 지났다.

하루 동안 의식을 잃고 병원에서 일어났을 땐 많은 일이 일어나 있었다.

부모님은 현장에서 돌아가셨고, 동생은 의식불명,

의사는 내가 하루 만에 깨어난 것도 기적이라고 떠들어댔지만, 그딴 건 중요치 않았다.

찾아온 형사에게 범인이 자백했다는 소리를 듣고 곧장 경찰서로 향한 내가 본 것은 웬 나이 든 노숙자 한 명뿐.

저 노숙자가 차를 훔쳐 사고를 냈다는 게 형사의 설명이었다.

"분명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니야."

젊어 보이는 목소리, 고급스러운 문양 구두.

얼굴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분명 저 노숙자는 범인이 아니란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들은 내 말을 들을 생각조차 없어 보였고,

차의 주인이라도 만나게 해 달라고 했지만 개인정보를 이유로 그조차도 거절하는 경찰들.

납득할 수 없었지만 수사와 재판은 내 의견과 상관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어떻게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언론사에 메일도 보내보고 직접 찾아가기까지도 해봤다.

'현재 외출 중이십니다.'

'에이 이런 걸 어디다 쓰라고.'

'지금은 바빠서.'

돌아온 것은 차가운 거절과 무시.

이쯤 되자 나도 무언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인터넷에 글을 올리거나 1인시위 하는 정도.

이 또한 인터넷의 글은 얼마 안 가 사라지고 시위도 경찰의 직접적인 방해에 이어갈 수 없었다.

이로써 경찰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은 더욱 확실해졌지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과 언론마저 마음대로 다루는 권력에 평범한 사람인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미루고 미루던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고 끝낸 것이 바로 어제.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무력감에 멍하니 앉아 있길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시야에 들어온 방 한 켠의 십자가.

나는 믿지 않지만 부모님이 억지로 걸어두신 물건이었다.

"교회....가 볼까."

신에게 빌어도 부모님이 돌아오시진 않는다는 것은 안다.

누군가를 원망이라도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 같기에,

충동적으로 집에서 나와 도착한 곳은 평소 부모님이 다니시던 인근의 교회.

덜컥. 끼익.

평일이라 그런지 불은 전부 꺼져 있고 단상의 커다란 십자가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발길 닫는 자리에 앉아 단상의 뒤에 있는 커다란 십자가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도대체 나를 왜 이 세상에 데려온 것인지.

행복을 알려주고 다시 앗아가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인지.

있을지도 모르는 신을 향해 한탄도 해 보고 원망도 쏟아 내봤지만 역시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문뜩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후우. 이제 정신 차려야지."

슬픔을 극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은 없다.

당장 동생의 병원비도 만만치 않고 일이년 뒤면 동생의 대학 입학 시기.

다행히 부모님의 보험금이 나와 당장 돈이 급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유 있는 것 또한 아닌 상황

당장 내일부터라도 알바를 알아보자고 결심한 후 교회를 나서려는 그때.

덜컥. 끼익.

나무 문이 열리며 스며들어온 노을빛이 교회의 내부를 밝히며 잠시나마 십자가를 붉게 물들인다.

"응? 누구 계십니까?"

노을빛을 등지고 들어온 사람은은 머리가 지그시 센 중년의 남성.

"안녕하세요. 목사님."

이곳 천광교회의 담임목사인 강철운 목사님이었다.

"아. 김군. 상은...잘치렀나요."

"네. 덕분에 무사히 끝냈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부모님이 이 교회에 다닌 기간이 20년.

당연히 목사님과도 두터운 친분이 있었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가장 먼저 찾아와 크게 슬퍼해 주셨다.

교회의 일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의 진행에 많은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

가족을 제외하면 가장 믿을 수 있는 분이었다.

턱.

"오실 거면 전화라도 주시지...많이 힘드시죠."

"네. 좀...마음이 어지러워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어깨에 손을 올린 강목사님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혹시 시간 있으신가요?"

"네? 아. 네."

'같이 기도라도 해주시려는 건가.'

목사님의 배려를 거절하기도 그렇고 어차피 오늘은 이미 해가 졌으니 좀 늦어도 상관없겠지.

'...누가 집에서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후 목사님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땐 완전히 해가 저물어 교회 바깥은 어둠에 잠겼다.

"벌써 두 분을 처음 본지 이십 년이 지났네요."

"네. 결혼하자마자 이곳에 이사 오셨다고 들었어요."

"그 흔한 부부싸움도 한번 안 하고 어찌나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보는 제가 다 흐뭇했었죠."

무언가 회상하는지 멍하니 십자가를 보며 말을 잇는 목사님.

"기부도 정기적으로 하시고 봉사활동도 매번 빼먹지 않고 하시는, 근래 보기 드문 분들이었는데 주님도 참 야속하시지....아. 이런 제가 너무 말이 길어졌죠?"

"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목사님은 한 손을 내 머리에 얹고 기도를 시작했다.

"주님. 얼마 전 주님의 어린양 둘이 주님의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자식들이 아직 세상에 남아......"

한동안 이어진 기도. 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기도에 집중할 수 없었다.

무언가 불편함? 찝찝함?이 느껴지면 계속 신경을 거슬리게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커져만 가는 거슬림.

그리고 거슬림에 호응하듯 점점 커져가는 기도 소리.

도저히 거슬림을 참을 수 없던 내가 입을 열려는 찰나 목사님의 기도가 끝을 맺었다.

".....의 어린양이 당신의 곁으로 갑니다. 비록 이 어린양이 죄인일지라도 부디 죄를 용서하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끝난 기도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마지막 기도내용이 좀 이상했던 것 같은ㄷ......'

"아멘."

탕!

적막한 교회에 울려 퍼진 날카로운 소리.

"....어?"

뚝뚝.

도화지 같은 새하얀 바닥을 적시는 붉은색.

점점 기울져 가는 시야.

철퍽.

"....미안합니다."

쓰러지고서야 시야에 들어오는 목사님의 모습.

십자가를 뒤로둔 채 한 손에 하얗게 빛나는 총을 들고 나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출혈에 의식이 희미해져서일까.

'...빛?'

후광을 두르고 있는 강목사님의 모습은 마치,

'신' 같아 보였다.

"......"

철컥.

그는 가타부타 말없이 내 머리에 총구를 가져다 대었고.

"미안합니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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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성은탄이 김군의 머리를 관통하고 그의 육신에서 붉은 꽃이 피어난다.

강목사는 김군의 머리가 완전히 떨어지고 나서야 하얗게 작열하는 리볼버의 총구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미안합니다. 김군"

도의적으로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도 안다.

겨우 몇 주 전 그의 부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동생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도 못했다.

"....흑마술은 결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한 명의 구마사제로서 흑마력의 씨앗을 보고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운명을 거스르고 역천을 행하는 악의 종자들. 흑마술사.

먼옛날 세상에 혼란을 가져오는 흑마술사들의 박멸을 기치로 내걸고 교황청은 특수한 조직을 하나 설립했다.

십자구마회.

오로지 흑마술사들의 제거만을 위해 일평생을 바치는 광신도들,

과거 강목사가 속해 있던 단체이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은퇴했지만 강목사 또한 그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하던 구마사제였다.

"하지만....왜 지금에서야 흑마력이?"

흑마력이란 흑마술의 시작이자 끝.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오로지 타고나야만 사용할 수 있는 저주받은 힘이자

구마사제라도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이상 쉽게 찾아낼 수 없는 은밀한 힘이다.

강목사가 은퇴한 후 처음으로 세례한 사람이 바로 갓난아기였던 김군이었기에 더욱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을 때 느껴지던 불결한 기운.

구마사제로서 몇 번이고 느껴보았던 흑마력이 분명했다.

"어떻게...."

처음 보는 현상에 강목사는 내심 당황했지만, 그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김군을 잡아 놓은 뒤 교회주변에 결계를 활성화하고,

구마사제시절 사용하던 리볼버에 성수로 담금질한 은탄환을 장전했다.

약식으로 구마기도를 올리며 다시 한번 흑마력의 씨앗을 확인.

장전된 리볼버에 신성력을 가득 채워,

탕!

집행하였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루어졌다.

감정을 느낄지언정 마를 박멸하는 일에 망설이지 않는다.

"미안합니다. 김군. 하나양은 제가 책임지고 보살피도록 하겠습니다."

흑마력을 타고났다고 해도 전부 흑마술사가 되는 것이 아니고

흑마술사들이 전부 악인인 것은 아니다.

개 중에는 살기 위해, 또는 강제로 협박당해 흑마술사가된 경우도 있다.

구마사제라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또한 아니다.

때론 분노하며, 때론 슬퍼하며, 때론 기뻐하며

"모든 것은 주님을 위해."

그저 집행한다.

아이, 노인, 남자, 여자, 걸인, 부호, 설령 같은 종교인일지라도.

흑마력을 지니고 있다면 모두 집행대상.

이것이 구마사제가 광신도라 불리며 흑마술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이유이기도 하다.

"주님...."

원래 절차대로라면 구마가 끝난 직후 교황청에 곧바로 보고해야 하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이를 집행했기 때문일까.

강목사는 술렁이는 가슴을 정리하기 위해 한 번 더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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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이세계에 태어나게 해 놓고.

멋대로 다시 나를 죽인다.

행복을 손에 쥐어놓게 하곤

다시 빼앗아 간다.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나를 이렇게 가지고 노는 거지?

나는 행복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내 손으로 행복을 되찾고 증명하리라.

나는 당신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을.

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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