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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속 중간보스에 빙의했다-22화 (23/60)

EP.22 복수

경찰 역할을 하는 이능집단이 있는 이유는 이능력자 중 범죄자 또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능력자의 이능은 수갑과 감옥 따위 간단하게 부숴버리고도 남는다.

그럼 이능력 범죄자, 흔히들 말하는 빌런은 어떻게 처리할까.

바로 이때 사용하는 것이 이능억제수갑.

편의상 수갑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팔과 어깨부분까지 감싸는 구속구인 이능억제수갑은 마스터급 미만의 이능을 봉인 시킬 수 있는 마도구이다.

이 억제수갑을 이용하여 빌런을 무력화하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이능력자 전용 특수 교도소에 수감하게 된다.

하지만 현강식의 경우는 조금 특이했다.

본인부터가 한국의 이능사회의 치안을 일부 담당하는 환현가 출신이고 재판도 일반적인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간 환현가가 한국에 기여한 공로를 봐서라도 곧바로 특수 교도소에 넣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유죄가 뜨고 감옥에 가게 된다면 곧바로 억제수갑이 채워진 채 특수교도소로 직행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

즉.

"빠져 나가려면 지금 뿐이야."

결심한 현강식은 그날 밤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멍청하고 소심한 비서놈에게 도움을 구해봤자 곧바로 아버지에게 보고가 올라갈 테니 혼자 탈출해야 된다.

탈출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걸리는 즉시 한국 삼주에서 추적대를 보낼 테고 잡히면 재판이고 뭐고 바로 특수교도소로 보내질 게 분명하다.

그러니 최대한 인적이 드문 밤을 틈타 구치소를 탈출하여 시간을 벌고 현강태를 죽인다.

"그래. 그놈만 죽이면 돼."

현강태만 죽이면 자신은 유일한 후계자가 되고 아버지도 유일한 후계자인 자신을 내버려두진 못할 것이다.

자신이 구치소에 있으니 놈도 방심하고 있겠지. 그틈을 노린다.

밤이되고 구치소의 직원들이 퇴근하자 현강식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드득.

철로 이루어진 문을 간단히 뜯어내 버리고 눈에 보이는 직원들의 목을 꺽어버린 뒤 구치소를 탈출한다.

새벽이라 인기척이 없으나 감시카메라가 사방에서 찍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에 지체할 시간은 없다.

"평일이니 지금쯤 자기 집에 있겠지."

경호원이 있겠지만 상관없다. 경호원쯤이야 자신의 실력에 미치지 못하고 현강태 그 녀석은.

"내 발아래야."

"글쎄. 과연 그럴까?"

저벅저벅.

"....현강태."

"오랜만이야."

"네가 어떻게....."

강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탈출을 결심한 때가 고작 몇 시간 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는데 저 녀석이 어떻게 알고 자신의 눈앞에 있단 말인가.

"반말 찍찍 내뱉는 거 보면 싸가지는 여전한 것 같군."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잘됐어. 여기서 널 죽이면 아버지는 결국 나를 포기 못하실 거다."

갑자기 현강태가 나타나 당황했지만, 주변을 살펴보니 혼자 온듯 했다.

마지막으로 대련한게 몇 년 전이긴 하지만 현강태의 재능은 자신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죽일 자신은 있고?"

"하! 몇 년 안 만났다고 그새 내 실력을 잊어버렸나 보지?"

"아니."

현강태는 겉옷을 벗어던지고 자세를 잡았다.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지."

"혼자 찾아온 걸 후회하게 해주마."

그렇게 자세를 잡고 잠시 대치하던 두 사람.

쾅!

먼저 달려든 쪽은 현강식이었다.

땅이 움푹 파일 정도로 강하게 발을 박찬 현강식이 주먹을 내질렀다.

현권. 진격세. 암성류.

검회색의 오러를 풀풀 날리며 돌진해 오는 현강식에 맞서 강태도 노을색 오러를 펼쳤다.

환권. 수비세. 신기루.

강식의 주먹이 강태에게 닿는 순간 강태의 몸이 신기루마냥 흩어진다.

하지만 강식은 익숙하다는 듯 순식간에 몸을 반전시켜 주먹을 뻗었고.

쾅!

강식의 뒤에서 주먹을 뻗고 있던 강태의 공격과 맞물려 뒤로 튕겨져나갔다.

"호. 노력 좀 했나 보군."

"네가 약 빨면서 노는 동안 말이지."

"그래 봤자 넌 내 밑이야!"

쾅!쾅! 콰강!

퍼져나가는 충격파.

주변을 물들이는 오러.

노을색 오러와 검회색 오러가 충격파에 휘말려 마치 낙엽처럼 이리저리 춤추며 그림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콰강!쾅!쾅!쾅!쾅!

그런 장관과 달리 두 사람의 싸움은 처절하기 그지 없었다.

한끝만 스쳐도 살이 패이고 뼈가 파괴될 공세의 교환.

이런 살벌한 공방에도 현강식의 얼굴에선 자신만만한 표정이 떠나지 않았지만

쾅!쾅!쾅!

공방을 주고 받으면 주고 받을 수록 현강식의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

분명 자신이 유리한 공세를 펼치고 있고 시간이 지난다면 자신이 승리할 것이 분명 하지만 그의 표정은 풀릴 줄 몰랐다.

'어째서?'

현강태와 자신의 실력 차이라면 이 싸움은 진작에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부족하게 나마 현강태는 자신의 공세를 따라오고 있었고 침착하게 맞대응하고 있었다.

"왜 아직도 네가 이기지 못하는지 궁금해?"

그런 강식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강태가 입을 열었다.

"혹시 토끼와 거북이라는 이야기 알아?"

달리기 시합에서 낮잠을 자다 거북이에게 달리기로 져버린 토끼의 이야기.

"보통 재능보단 노력이란 주제로 이야기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라."

거북이가 한번 이겼어도 토끼보다 느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시 시합을 한다면 백프로 확률로 거북이가 패배하겠지.

"물론 노력도 중요하지만, 노력보다 더 중요한 건 다가온 기회 놓치지 않고 잡는 거야."

거북이는 토끼의 방심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노력했기에 시합에서 이길 수 있었고 토끼는 거북이에게 달리기로 패배했다는 오명을 평생 쓰고 다니게 되었다.

"만약 둘이 했던 시합이 만약 달리기 시합이 아닌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면?"

휘익.

환영처럼 흩어지는 강태의 몸.

"똑같은 게 두번 통할 것 같냐!"

강식은 아까 전보다 더욱 빠르게 반전하며 미리 선수를 친다.

휘익.

"뭣!"

하지만 강식의 주먹에 닿은 강태의 몸이 다시 한번 흩어졌다.

"난 찾아온 기회를 놓칠 만큼 멍청하지 않거든."

환권. 수비세. 신기루. 2연발.

콰직!

"꺼억!"

쿠당탕탕탕!!

등에 꽂힌 강태의 주먹에 저 멀리 튕겨져나가는 강식의 몸.

"허억. 허억."

정작 공격을 먹인 강태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체력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말로 현강식의 심기를 어지럽히며 방심을 유도하고 숨겨두고 있던 기술로 빈틈을 벌려 한 방 먹이긴 했지만,

억지로 강식의 공격을 따라가고 무리해서 기술을 쓰느라 온몸이 삐걱대고 있다.

아마 조금만 시간을 더 끌었으면 나가 떨어진 건 자신이었겠지.

"허억. 후우."

어떻게든 숨을 고르며 강식의 상태를 살핀다.

"......"

움찔.

"하아. 역시 재능은 어쩔 수 없나."

스윽.

"....이 새끼가...!"

현권. 방어세. 흑철신.

오러를 신체안에서 순간 가속시켜 잠시간 강철같은 방어력을 얻는 흑철신.

고작 몇 콤마, 공격받은 그 찰나의 순간에 흑철신을 펼쳐내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재능.

자신에겐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간단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니 재능이라는 두 글자가 어느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

"찢어 죽여주마."

치명상은 입지 않았지만 한 방 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어지간히 모욕적인지 강식은 눈을 붉히며 현강태에게 다가왔다.

"....."

이미 무리한 기술의 사용으로 크게 지쳐있는 강태였지만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강식은 그 표정을 보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판단했는지 다시금 자신만만한 표정을 되찾았다.

"왜 이제 와서 후회되나? 그래봤자 달라지는ㄱ...."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안되는군요."

"뭔 개소리야?!"

갑자기 강식의 말을 끊고 대화를 하는 강태.

하지만 분명 이곳엔 둘만 있음에도 강식은 왠지 그 말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드디어 미쳐버린 거냐?"

"그럼 부탁드립니다."

"쯧. 더 이상 못들어 주겠군."

끝까지 자신은 무시한 채 대화를 하는 강태를 미쳤다고 판단하고 마무리 짓기 위해 다가가려는 순간.

"드디어 내 차례군."

"누구냐!"

갑작스런 제3의 목소리에 놀란 강식이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으나 보이는 건 어둠뿐.

혹시 몰라 기감에도 집중해 보았지만 걸리는 것은 없었다.

"방심시켜서 빈틈만드는 건 좋은데 한방이 부족하네."

"네. 타고난 힘과 오러만큼은 어떻게 해도 커버가 안되더군요."

"누구냐고 묻잖아! 나와!!"

자신을 무시한 채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강태와 목소리의 존재에게 화가 났는지 강식에 고래고래 소리친다.

"성질 한번 급하군."

오러사용자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기본적인 신체능력과 감각이 강화된다.

하지만 강화된 강식의 눈과 기감에도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 분명 하건만,

저벅저벅.

현강태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그곳에서 나타난 한명의 남자.

"하! 혼자 나타났을 땐 그래도 성격이 좀 대담해진 줄 알았더니 그 음흉한 성격 어디 안 가는군."

으쓱.

"혼자 왔다고는 한마디도 한 적 없는데 말이지."

"어디서 암살조직이라도 고용한 모양인데 암살자 따위 한 트럭이 와도 나한텐 안된다."

"걱정마. 같이 온 건 저분뿐이니까."

"저'분'?"

아무리 소가주 후보라 해도 무려 환현가의 소가주 후보, 웬만한 이능력자보다 지위가 높은 현강태가 존칭을 붙이는 인물.

강식은 다시 한번 남자를 천천히 살펴 봤다.

"....."

그리고 그럴수록 강식의 얼굴은 굳어져만 갔는데.

'기척이....없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차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없었다.

분명 눈으로 보고 있건만 지금 자신이 똑바로 보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고,

눈의 초점을 조금만 돌려도 시야에서 사라질 것만 같았다.

지금도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사람인지 허공의 어둠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넌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를 거야."

'어둠'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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