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속 중간보스에 빙의했다-31화 (32/60)

EP.31 메인스토리

'나도 대학 갈래!'

가연은 퇴원 이후 어느 날 갑자기 자신도 대학을 가겠다고 선포했다.

가연의 부모는 내심 기뻐하면서도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의 성격상 퇴원 후 몇 달 동안은 놀러 다니느라 정신없을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게 말하기도 했기에.

그녀가 갑자기 대학을 가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간단했다.

'같이 놀러 가자!'

'나 대학생이거든. 그것도 1학년.'

하나와 놀러 가려 했지만, 매번 학교 때문에 바쁘다고 거절당했기 때문.

결국 참다못한 가연은 자신도 하나와 같은 학교에 입학해 같이 학교를 다니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당장 당해년도의 입학은 불가능하니 하나의 1년 후배로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공부를 시작한 가연.

사실 심심하단 이유로 검정고시를 혼자서 패스할 정도로 상당히 머리가 좋은 가연이었기에 하나가 옆에서 가르쳐주자 어렵지 않게 하나와 같은 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결국 하나의 후배로 같이 학교에 다니게 된 가연.

하지만 대학생활은 그녀가 생각한 것만큼 즐겁지만은 않았으니.

'우리 동아리 들어올래?'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도 돼.'

'가연아. 점심 사줄게 같이 가자.'

'선배가 가자면 그냥 가야지.'

남자들의 수많은 들이댐과

'쟤 왜 저렇게 나대니?'

'했네 했어.'

'재수 없어.'

여자들의 수많은 비방.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소수라는 것을 가연도 알고 있었다.

레이첼의 사회교육 덕분에 저들이 왜 저러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쁜 말이 오히려 귀에 잘 들린다고 했던가.

아마 한 학년 위의 하나가 없었다면 금방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나의 도움과 레이첼의 주입식 교육이 효과를 발휘해 무사히 학교에 적응할 수 있었다.

"놀러 가고 싶다고~."

"미친년아 조용히 안 해?"

적응을 해도 너무 적응해서 문제였지만.

한창 강의 중에도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옆자리의 하나에게 들러붙는 중이었다.

"쿠쿠쿠. 그러니까 째자고 했을 순순히 쨌으면 이런 불상사도 안 일어나잖아?"

"아. 알았으니까. 좀 떨어져!"

"아싸!"

기어코 하나의 항복을 받아낸 가연은 작게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겨우 가연을 진정시킨 하나는 강의를 마저 들으려 했지만,

"자. 오늘 강의는 여기서 끝.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와서 물어보세요."

드르륵. 드르륵.

웅성웅성.

"....하아. 이걸 한 대 칠 수도 없고."

"히히히."

옆에서 웃고 있는 가연을 보며 진짜 칠까?하고 생각했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결국 하나도 피식 웃고 말았다.

"가자. 나 오늘 차 안 끌고 와서 오빠한테 태우러 오라고 했어. 아. 오빠한테 차 다른 거 끌고 오라 해야겠네."

"진짜?! 누리 오빠도 오는 거야?"

누리가 온다는 소식에 순식간에 목소리의 톤이 달라지는 가연.

이제와서는 자신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좋아하는 가연을 하나는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층 더 텐션이 높아진 가연을 이끌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오. 하나랑 가연이 아니야?"

방해꾼이 나타났다.

"....이건석 선배."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선배야. 오빠라고 불러."

"선. 배. 무슨 일이세요."

남자의 말에도 딱딱 끊어 말하며 얼굴을 굳힌 채 철저하게 선을 긋는 하나.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연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웬만한 남자들은 한번 단호하게 쳐내면 다가오지 않지만 몇몇 쓰레기들은 어떻게든 한번 해보려고 끊임없이 들러붙어 온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는 그런 쓰레기들 중에 가장 질이 나쁜 경우.

꽤나 큰 기업의 독남으로 부모님이 가진 재력을 자신의 것인 마냥 내세우며 예쁘다 싶은 여자들에게 일단 껄떡대고 보는 폐기물 쓰레기다.

이미 학과를 넘어 학교에 소문이 퍼졌지만 모르는 건지 아니면 무시하는 건지 여자에게 껄떡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강의 끝났어?"

"선배가 알건 없잖아요."

"내가 저녁 사주려고 그러지.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았거든. 좀 가격이 있긴 한데 내가 사줄게."

"됐어요."

"그러지 말고. 거기 와인 라인업이 진짜 좋아."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술을 먹이고 어떻게 해보려는 뻔히 보이는 개수작.

"하나만 사주면 가연이가 아쉬울 테니까 둘 다 사ㅈ...."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하나가 한마디 하려는 순간.

퍽!

"어억!"

콰당!

"아악!"

갑자기 건석이 비명을 지르더니 다리에 뭐가 걸린 것처럼 성대하게 넘어진다.

놀란 하나가 그 모습을 동그랗게 뜬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려니 가연이 뒤에서 하나의 팔을 당긴다.

"가자."

"응? 응. 그래."

바닥에 쓰러진 채 끙끙거리는 건석을 버려두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하나와 가연.

과건물에서 조금 벗어나고 인적이 조금 드물어지자 하나가 가연에게 물었다.

"...네가 한 거지?"

"뭐를?"

"방금전에 흑마술 쓴 거잖아."

"헤헤. 눈치챘어?"

"그걸 못 알아보면 바보지."

방금 전 눈앞의 쓰레기가 갑자기 넘어진 이유.

바로 가연이 하나의 뒤에서 몰래 흑마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뭐 대단한 흑마술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그냥 약간의 충격을 주는 흑마술.

매우 간단한 흑마술이라 수첩에 그려놨던 마법진과 짧은 수인, 영창만으로도 발현이 충분했다.

두번의 흑마술을 약간의 간격을 두고 시야의 사각인 뒤통수와 다리에 터트려 넘어트린 것이다.

"오빠가 함부로 쓰지 말랬잖아."

"헤헤. 말 안 할 거지?"

실없이 웃으며 달라붙어 오는 가연을 하나는 차마 밀쳐낼 수 없었다.

결국 같이 따라 웃고 마는 하나.

"으이구. 그래. 안 들켰으면 됐지. 고마워."

"하여간 그 쓰레기새끼. 학교에서 못 쫓아내나?"

"어쩌겠어. 사고 쳐도 전부 돈으로 해결한다는데."

어지간히 잘사는 집안인가 본지 사고를 칠 때마다 거금을 쥐여주고 입을 막는다고 한다.

아마 돈뿐만이 아니라 협박도 같이 했겠지.

"아빠한테 들었는데 그 새끼 부모가 하는 기업도 그닥 소문이 안 좋은 가봐."

하도 떠들어대고 다녀서 건석의 부모가 어떤 기업을 이끌고 있는지 과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당연히 가연의 귀에도 그 이름이 들어갔고 궁금증에 부모님에게 물어보니 횡령, 성추행, 뇌물수수, 부당해고 등등 온갖 나쁜일은 다하는 블랙기업 그 자체.

그런데도 인맥이 좋은 건지 매번 신고 당할 때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빠져나가 실형을 산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자자. 괜히 그런 얘기 해봤자 기분 나빠지니까 그만. 어디 놀러 갈지나 생각하자."

"그럴까?"

괜히 가라앉으려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다시금 이야기를 꽃피우는 둘.

하지만 폐기물 쓰레기는 재활용도 되지 않기에 폐기물인 법.

"여기 있었네."

곧 오빠가 도착할 시간이기에 도로 근처의 벤치에 앉아있으려니 어떻게 따라왔는지 이건석이 말을 걸어왔다.

"대화도 안 끝났는데 먼저 가면 어떻게 해. 사람 섭섭하게."

"섭섭하시면 대화를 안하면 되겠네요."

하나의 차가운 말에도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하나의 팔을 잡으려 하는 순간.

"그러지 말고 근처 카페나 가서..."

쾅!

굉음과 함께

털썩.

그대로 고개를 땅에 처박으며 앞으로 쓰러진 건석.

"아. 또 저질러버렸다."

그리고 그 뒤에 서있던 또 다른 남자.

"오빠!"

"누리오빠!"

바로 하나와 가연을 마중 나온 누리였다.

누리는 차를 몰고 약속장소에 도착했을때 웬 남자새끼가 하나의 팔을 잡으려 하길래 순간 욱하고 흑마력을 날려버렸다.

그것도 상당히 강하게.

"잠깐만."

다가오는 하나와 가연을 잠시 밀어내고 쓰러진 남자를 살핀다.

"....스읍. 후우."

"휴우. 숨은 쉬네."

너무 강하게 때려 즉사했으면 어쩌나 싶었지만 다행히 숨은 쉬고 있었다.

하지만 넘어질 때 머리를 세게 밖았는지 조금씩 피가 흐르는 상황.

"쓰읍.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잠시 눈앞에 축구공 크기만한 어둠을 펼친 누리는 허공에 떠있는 어둠에 팔을 찔러넣었다.

쑤욱.

그러자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팔.

잠시 후 누리가 다시 팔을 꺼내 들었을 때는 손에 유리병 하나가 들려있었다.

이것은 하나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있을 때 구해뒀던 재생포션중 하나.

겨우 이런 곳에 쓰긴 아깝지만 만약 뇌진탕이 일어났으면 이 남자는 얼마 가지 않아 죽을 것이다.

그렇다고 괜히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방치해서 죽게 된다면 하나와 가연의 대학생활이 꼬이게 될 수도 있으니 어쩔수 없지.

뚝. 뚝. 뚝.

스스슥.

환부에 정확히 세방울을 떨어뜨리자 출혈이 멈추고 외상이 재생된다.

상당히 상급의 포션이라 뇌진탕도 해결될 테고.

"그래서 이놈은 누군데?"

그제서야 남자의 정체를 물어보는 누리.

"폐기물 쓰레기."

"아하."

하나의 대답에 한번에 이해한 누리는 다시 건석을 바라보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오해였다면 적어도 의자에라도 앉혀주려 했지만,

하나의 말을 들어보니 필요한 것은 배려가 아니라 벌인 것 같다.

스윽.

잠시 쓰러진 남자에게 팔을 뻗고 집중하는 누리.

"됐다. 가자."

이내 팔을 내린 누리는 하나와 가연을 데리고 돌아간다.

"응? 뭐한거야?"

"벌줬어."

"벌이요?"

"그런게 있어. 자. 빨리 가자."

왜인지 발걸음을 재촉하는 누리.

사실 방금전 누리가 한것은 별것 없었다.

그저 쓰러진 이건석에게 약간의 살기를 흩뿌렸을 뿐.

하지만 이능을 다룰줄 모르는 일반인에게 약간의 살기도 신체에 영향을 미쳤고 그 영향은,

스으윽.

이건석의 바지가 짙은 색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깨어난 이건석이 사색이 된 얼굴로 어기적거리며 화장실에 간것은 조금 뒤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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