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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속 중간보스에 빙의했다-42화 (43/60)

EP.42 헛걸음

교회가 전력을 모은다고 해도 기존에 하던 일이 있기에 불가항력 적으로 빠지는 인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지부를 지키는 인원들을 동시에 뺄 수 없으니까.

결국 최소한의 인원은 남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려 십자구마회의 부단장이자 마스터급의 실력자이기에 빠질 수 있을 리 없는 실렌.

"이야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날뻔했어."

"나도 교회가 비고까지 열지는 몰랐음."

하지만 이는 누리에게는 호재로 다가왔으니.

지휘관급인 실렌은 토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누리에게 전해준 것이다.

'대규모 이동 유물?'

실렌에게 대규모 이동 유물에 대한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행동을 시작한 누리.

대규모 병력을 움직이는 것에는 많은 준비와 오랜 기간이 필요한 법이지만 이동 유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민하던 누리는 결국,

'부수고 새로 짓는다.'

흑탑을 통째로 옮기기로 결정.

중요한 물건과 자료만 빼내고 흑탑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무너트려 버렸다.

흑탑의 건물 자체도 온갖 마법진이 떡칠 되어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간 요새였지만,

어차피 교회가 위치를 알고 있는 이상 언젠간 포기해야 하는 상황.

그러니 이번 기회에 흑탑 자체를 옮기 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시 한번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아무리 사영과 어둑시니가 훌륭한 정보단체라 하더라도 교회의 기밀은 알아낼 수 없었겠지.

"은인에게는 당연한 일임."

얼마 전 흑탑주와 장로들을 몰살시켰을 때.

흑탑의 발표장소를 찾아가기 전 누리는 실렌에게 먼저 이 사실을 알렸다.

실렌이 누리에게 협조하는 것은 복수를 위해서.

그녀의 몫을 남겨두기 위해 미리 실렌에게 복수 대상에 대한 정보를 듣고 장로들 사이에서 당사자를 찾아봤지만 실렌의 복수 대상은 현장에 없었다.

처음엔 이미 죽었거나 흑탑을 탈퇴한 건가 걱정했지만,

'설마 흑탑에 잔류하고 있을 줄이야.'

이번 교회가 토벌을 진행했을 때처럼 흑탑도 흑탑을 지키기 위해 마스터급 장로 한 명을 남겨둔 것이다.

"그놈은 어떻게 했어?"

누리는 흑탑주를 죽이고 흑탑을 장악할 때 싱싱한 채로 잘 포장해서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씨익.

"아주 잘살고 있음."

분명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어느 때보다도 차가운 그녀의 얼굴에 더 이상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누리는 주제를 돌렸다.

"진짜 도대체 왜 소문이 그따위로 흘러간 건지."

그냥 메인 스토리가 시작된 이후 피해를 좀 줄여보려고 했던 경고였을 뿐인데 이렇게 겁먹을 줄이야.

"...가끔 보면 당신은 멍청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음."

그런 누리를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실렌.

누리는 그런 실렌의 눈길을 무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도 흑탑도 통째로 옮겼고 교회는 좀 시끄럽겠지만 지들이 뭐 어쩌겠어."

소모성 유물을 사용하고도 헛걸음한 교회는 분명 분노하겠지만 이미 사람부터 물건까지 이주를 완료한 상황.

한동안 좀 시끄럽게 굴겠지만,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으니 상관없겠지.

교회의 정보력은 얕볼 수 없지만, 포털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기동력은 교회라 해도 따라잡지 못한다.

물론 그럼에도 교회의 규모라면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쯤이면 교회도 흑탑 따위는 안중에 없을 것이다.

이제 곧.

'메인 스토리가 시작될 테니까.'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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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세계최강의 이능집단이자 전 세계에 퍼져있는 모든 교회의 통치기관.

교황이 상시 거주하고 있으며 교황청의 한 마디에 교회의 거대한 병력이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교황청의 주 회의실.

쾅!

붉은색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둘러앉은 기다란 탁자에서 유일하게 새하얀 의복을 입은 가장 상석의 인물이 탁자를 내리쳤다.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

붉은 의복을 입은 인물들은 시선을 내리깔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후우. 말해보게 로베르트 추기경.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 성하께서 말씀해주신 좌표로 이동했으나 흑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왜 흑탑이 보이지 않았는지 설명해 보란 말일세!"

"아마... 미리 도망을 친 것이 아닌지...."

로베르트의 말에 교황은 더욱 화가 난 듯 얼굴을 붉히며 크게 소리친다.

"기습작전이라고 유물 사용 허가까지 내주었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미리 도망을 쳐? 지금 장난하나! 추기경!"

"죄송합니다. 성하."

로베르트가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빌어도 교황의 화는 분노는 가라앉을 줄을 몰랐고 이내 다시 한번 분노가 터져 나오려는 순간.

"성하!"

탁자에 앉아 있는 인원 중에서도 비교적 젊어 보이는 남자가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뭔가! 다니엘레 추기경!"

교황은 감히 자신의 분노를 끊고 입을 연 그를 무시무시한 눈길로 바라본다.

"아무래도 내부에서 정보가 새어 나간 것 같습니다."

다니엘레가 말을 마치자마자 다른 추기경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니엘레를 비난했다.

"어허. 다니엘레 추기경!"

"그게 무슨 망발인가!"

"어서 취소하지 못할까!"

사실 내부에서 정보가 새었다는 것은 이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며 화살받이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조용히 있었을 뿐.

희생양이 나왔으니 책임을 몰아가며 본격적으로 물어뜯는다.

"다니엘레 추기경. 지금 그 말에 책임질 수 있겠나?"

심지어 교황조차도.

유물을 사용할 좌표를 지시한 사람이 바로 교황이었기에 교황조차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려웠다.

흑탑따위 당연히 토벌에 성공할 줄 알았기에 그저 숟가락 하나 더 얹어보려던 것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어떻게든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교황의 자리를 노리는 저 붉은색 승냥이 떼가 언제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지 모르기에.

"다시 한번 묻겠네. 책임질 수 있겠나?"

그러니 자신이 먼저 물어뜯어야 한다.

"권한만 주신다면 직접 색출해 내겠습니다."

"...좋아. 단 실패한다면 각오해야 할 걸세."

찾아내든, 찾아내지 못하든 상관없다.

저 승냥이 떼에게 먹이로 던져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배교자든 추기경이든 상관없으니.

"신의 이름으로 다니엘레 추기경을 배교자 색출에 모든 권한을 부여 하고 일시적으로 이단심문회의 지휘권을 이양한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파하지."

그렇게 교황청의 수뇌부 회의가 끝나고.

저벅저벅.

덜컥.

배교자 색출의 지휘관으로 임명된 다니엘레는 자신의 개인 집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씹어먹을 듯이 말을 내뱉었다.

까드득.

"뱃속에 욕심만 가득한 돼지 새끼들."

돼지우리와 다를 바가 없었던 회의장.

추기경부터 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라는 교황까지 모두 탐욕에 들어차 자기 보신만 생각할 뿐 그 누구도 진정 교회와 주를 위하지 않는다.

털썩.

"뭐? 신의 이름? 먼저 믿음을 저버린 주제에 신의 이름?"

쾅!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는지 의자에 앉은 채로 집무실의 책상을 내려치는 다니엘레.

"후우우우.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라. 곧 그 탐욕스러운 배를 갈라줄 터이니."

어떻게든 끓어오르는 화를 내리누르고는 대기하고 있을 수하를 호출했다.

벌컥.

"추기경님. 부르셨습니까."

"계획대로 권한을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럼?!"

다니엘레의 말에 수하가 흥분에 찬 얼굴로 되물었고 그에 따라 다니엘레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그래. 드디어 때가 된 거야. 진정한 신의 사도를 모실 때가."

그러면서 책 상위에 올려져 있는 한 권의 책을 조심스러운 손으로 쓸었다.

"모든 것은 신의 계시를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하다가 이내 다시 눈을 뜨고 명령을 내리는 다니엘레.

"각국의 수도에 정보원들을 풀고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해라. 모든 지원을 해주지."

"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축객령을 내리려던 다니엘레는 잠시 멈칫하고 한가 더 물었다.

"노파심에 묻지만, 조건은 숙지하고 있겠지?"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신하는 수하의 어조를 듣고 그제야 안심하고 축객령을 내린다.

"그래. 가보도록."

"모든 것은 신의 계시를 위하여."

저벅저벅.

덜컥.

수하가 밖으로 나가자 다니엘레는 몸을 의자에 깊게 묻었다.

"교회가 다시 빛날 날을 위해 이 한 몸 바치리다.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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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탑을 부쉈으니 새로운 흑탑을 지어야 했다.

짓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마법을 사용하는 흑마술사가 몇 명인데 토목공사 따위 못하겠는가.

거기에 누리가 있으니 대규모 공사와 마법진을 설치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부지만 있으면 되는데..."

처음엔 전 어둑시니의 본거지를 개축할까 했지만, 그곳은 이미 교회가 파악하고 있으니 패스.

어디로 할까 고심하다가 결심한 곳이 바로 임시본부.

겉으로 내보이기 위한 임시본부였지만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 했던가.

도심 속에 위치한 임시본부를 진짜 본부로 삼으면 오히려 타국에는 더욱 숨기기 쉽지 않을까?

소속원들의 출입은 마법진이나 비밀통로를 설치해야겠지만 삼주의 도움을 얻는다면 어렵지 않다.

"좋아."

몇몇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누리의 결정으로, 위가 아닌 아래로 시작된 확장공사.

위로 증축을 하면 너무 눈에 띄기에 지하로 확장을 시작했다.

밤에 건물 아래의 땅을 파내고 퍼낸 흙은 누리가 한꺼번에 이동시키고, 마법을 이용하여 부대공사까지 진행하니 속전속결.

이능을 적극적으로 공사에 이용하니 채 열흘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메인 스토리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것뿐.

"뭐 메인 스토리가 시작해도 신경 쓸 건 쌓이고 쌓였지만."

최종 보스부터 교회의 성녀, 무림맹의 무황, 상아탑의 멀린, 등등 각종 주요 엔피씨와 중간보스들.

그럼에도 누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부모님을 살리고 메인 스토리를 바꾸며 멸망을 막아 낸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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