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속 중간보스에 빙의했다-55화 (56/60)

EP.55 사칭?

회의가 끝나고 유시윤이 한국으로 귀환한 뒤에도 누리 일행은 일주일을 더 미국에 머물렀다.

워싱턴의 내셔널 몰의 기념탑과 기념관부터 백악관, 자연사 박물관, 가연과 하나는 호텔에 있느라 보지 못했던 국회의사당까지.

거기에 시간이 남아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뉴욕까지 날아가 일주일 일정을 꽉꽉 채워서 미국 관광을 즐겼다.

물론 누리는 영어를 할 줄 모르기에 유시윤에게 통역을 붙여달라 하려 했지만,

"응? 통역?"

"통역이 왜 필요해?"

'아. 얘네 공부 엄청 잘했지. 참.'

이 둘이 한국대에 들어갈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관광을 즐기는 일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

그렇게 따로 수행원도 없이 셋이서 여행을 즐기다 한국으로 열흘 만에 귀국,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다.....

"일 줄 알았는데 말이지."

[뉴스 속보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일어나.....]

"안심하고 있을 때 시간차 공격이라니. 머리 좀 썼군."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가 일어났다.

목표는 아직 통합절차를 밟고 있는 각국의 이능협회.

누리가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어느 단체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잘 썼다는 점.

"겁먹은 게 아니라 타이밍을 재고 있던 거네."

세계이능협회 설립 회의를 직접 테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회의주체자와 참가자들이 과연 그것을 모를까.

당연히 어마어마한 방비가 이루어졌고 그런 방비 속에서 테러를 저지르면 성공하기 절대 쉽지 않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겠지.

즉 테러단체는 일부로 당일에는 조용히 있다가 며칠 지나고 방비가 느슨해졌을 때쯤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이 새끼들 심지어 규모가 큰 곳은 건들지도 않았어."

미국, 중국, 영국, 이탈리아 등. 이능력자의 전력이 큰 곳은 전부 쏙 빼놓고 테러를 저질렀다.

이러면 테러를 당하지 않은 국가들은 움직임이 소극적이겠지.

물론 세계협회가 세워지면 이런 일도 없겠지만.

"회장 선출로 대차게 치고박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 보군."

세계협회설립 진행 상황은 나름대로 기밀 사항인데 스파이라도 심어둔 건가?

"아니면 협회 참가자 중에 테러범이 있을지도."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지만, 너무 정보가 적다.

심지어 테러이유조차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황.

"근데 무슨 자신감이지? 어차피 교회한테 잡힐 텐데."

흑탑처럼 교회와 거래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선 교회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교회의 정보력은 진짜다. 이는 게임 속 설정으로 추측하는 것이 아닌 다년간 실렌을 통해 피부로 직접 느낀 부분.

하지만 테러를 저지른 방법을 보면 아예 생각이 없지는 않은 것 같으니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말인데...

"교회에 들키지 않고 테러를 일으킬만한 단체가....."

똑똑.

[사장님.]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 나름대로 고심하고 있을 때 노크와 함께 사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들어와."

철컥.

질질질.

털썩.

사영이 문을 열고 들어와 기절한 사람 하나를 끌어 누리의 앞에 던져놨다.

"이놈이야?"

"네. 하이에나의 수장, 밍입니다."

방금 전 말했던 데로 이능력자의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들이 주로 공격당했고 안타깝게도 테러당한 국가에서 한국이 빠지지 않았다.

"정보는 불었어?"

"일단 의뢰자는 모른다며 잡아떼고 있습니다."

하이에나는 주로 한국에 거주하는 동남아소속 빌런들이 모인 청부의뢰집단으로.

한국에서 테러를 저지른 것이 바로 이 하이에나라는 놈들이다.

테러를 일으킨 놈들은 용의주도하게 테러마저 직접 벌이지 않고 각국의 빌런들을 이용한 것이다.

"어때. 진실 같아?"

"거짓을 말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흐음."

다행히 한국협회의 테러는 큰 피해 없이 막을 수 있었지만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당연히 곧바로 수색에 들어갔다.

그것도 무려 삼주가문의 합동 수색.

하지만 이 하이에나놈들은 빌런 조직답게 숨는 것 하나는 기똥차게 잘해서 좀처럼 잡히지를 않았다.

몇 번 단서를 잡아도 전부 꼬리자르기를 당할 뿐.

그때 나선 것이 바로 누리. 정확히 말하자면 누리의 부하 사영.

지금은 누리의 밑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름 한국 3대 청부조직중 하나였던 어둑시니를 이끌던 수장이었다.

"그래도 용케 하이에나의 안가를 알고 있었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경쟁자의 정보수집은 청부조직으로서 기본입니다."

진작에 하이에나의 안가를 파악하고 있던 사영은 알렉스까지 이끌고 하이에나의 안가를 습격했고 하이에나의 수장을 납치해 온 것이다.

하이에나의 수장도 나름 마스터 급이었지만, 흑마력을 익히며 경지가 오른 사영과 알렉스의 합공에는 맥을 추지 못했다고 한다.

"깨워봐."

"네."

대답하자마자 어디선가 단도를 꺼내더니 망설이지 않고 손을 찍어버리는 사영.

푹.

"크악!"

'깨우는 방법 한번 살벌하네.'

효과는 확실했지만.

"어둑시니 네놈....."

"닥치고 묻는 말에 대답하도록."

콰득.

"크윽...."

일어나자마자 사영에게 입을 여는 밍이라는 남자는 꽂혀있는 단도를 한 바퀴 돌려주자 입을 신음을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신문까지 이쪽에 일임하며 관리가 철저한 억제 수갑까지 대여해 준 유시윤.

'뭐 굳이 더러운 일에 손대기 싫어서 그런 거겠지.'

전문가가 따로 있는데 굳이 더러운 일에 손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가 모토이기에 굳이 태클 걸지 않는다.

"사장님."

사영이 정중하게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는 남자에게 물었다.

"그래서 의뢰자는 누군지 모른다고?"

".....모른다."

사영에게 어지간히 시달렸는지 순순히 대답하는 밍.

"의뢰 수주는 어떻게 했지?"

"약속된 방법으로 호출이 와 나가봤더니 골렘이더군. 그 골렘이 가지고 있던 통신 마도구로 의뢰가 들어왔다."

"골렘과 통신마도구라...."

만약 이 남자의 말이 사실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고 가정했을 때.

"상당히 돈이 많나 보군."

골렘과 통신마도구를 저런 식으로 써버리면 회수할 수 없을 테니까.

어지간히 돈이 많지 않고서야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넌....누구지?"

이외에 이것저것 필요한 질문을 한뒤 고심하고 있으려니 밍이 엎드린 채로 물어왔다.

"글쎄. 누굴까?"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하겠지만 대충 필요한 정보는 얻었고 죽여도 딱히 상관없겠지.

'이번엔 딱히 변덕도 들지 않고.'

사영이나 알렉스 때처럼 변덕이 들려나 했지만 이 남자는 그닥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 고민해봤지만 역시 말 그대로 변덕이었을 뿐.

"가지고 가도 돼."

"네."

"자, 잠깐!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다!"

퍽!

"닥쳐라."

질질질.

철컥.

"흐음. 정보는 확인 작업이 끝나고 넘겨주면 되고 현재로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이쪽의 정보통인 사영과 실렌이 모르는 것은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다.

아무 정보 없이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으니 무언가 알아내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는 게 좋겠지.

"화려하게 저질렀으니 조만간 무언가 발표라도 하겠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며칠 뒤 누리의 예상대로 한 가지 출처불명의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영상이라도해도 별건 없었다.

그저 아마 테러단체의 수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얼굴을 가리고 나와 말하는 것뿐.

내용도 예상대로 세계이능협회의 설립을 반대하고 계속 진행하면 또 테러를 일으키겠다는 내용.

"그래. 여기까지는 예상대로 인데...."

[...협회의 설립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며.....]

검은 배경에 검은 천을 뒤집어쓴 인물이 화면에서 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그래 여기까지는 별문제 없다. 테러리스트들이 협박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테러리스트가 괜히 테러리스트이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이 뒤.

[우리 흑탑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허. 진짜 뭐 하는 새끼들이지?"

너무 어처구니가 없으려니 실소가 터져 나온다.

저번엔 흑탑주가 나를 사칭하더니 이번엔 왠 테러리스트 놈들이 흑탑을 사칭하고 있다.

"아니. 설마 그거 못봤나?"

퍼질 대로 퍼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퍼지지도 않은 흑탑주가 죽는 순간의 영상.

그 영상을 보지 못했다면 저런 어처구니 없는 사칭을 하는 것도 이해 못할 건 없지만.

"그 정도로 멍청하겠어?"

설립 회의에 첩자를 심어둘 정도의 테러리스트집단이 겨우 그 영상 하나 확보 못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잠깐. 설마...."

그때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예상.

숨어버린 흑탑.

분노한 교회.

흑탑을 사칭하는 테러리스트.

이것들을 조합하니 한 가지 뚜렷한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지만.

"...일단 실렌과 사영이 돌아오길 기다려야겠군."

함부로 속단하지 않는다.

이런류의 판단은 정보를 다루는 둘이 훨씬 나을 테니까.

하지만.

"불안한 예상은 늘 맞는단 말이지."

둘의 의견을 듣지 않아도 자신의 예상이 맞을 것이란 예감이 드는 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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