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속 중간보스에 빙의했다-59화 (60/60)

EP.59 아테르

[오늘 오전 열시경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게이트가 발생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게이트는 인구가 밀집해있는 도심지역에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게이트의 발생 조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졌습니다.]

충격적인 뉴스 보도.

인구 밀집 지역. 그것도 학교 인근에서의 게이트라니.

약한 괴물 하나라도 사람이 밀집된 장소에 나타나면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텐데 중형괴물이 도심지역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원래대로라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어야 했지만.

[한편 이런 사고에도 기적적으로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재산상의 피해도 미미하다고 합니다.]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가면을 쓴 이능력자들이 괴물을 토벌하고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하나의 집단으로 추정되는 이능력자들이 가면을 쓴 채 나타나 시민을 구하고 괴물을 토벌했다.

일사불란하게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압도적인 실력으로 거대한 덩치의 괴물을 순식간에 해치워버린 이능력자들.

당연하게도 이들의 정체에 대해 뉴스와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제대로 된 답이 나올리 만무.

그들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갔고.

[당일 오후 인터넷에 가면의 사람들이 자신들이라 주장하는 집단의 영상이 퍼졌습니다.]

그들의 호기심은 얼마 가지 않아 풀릴 수 있었다.

[자신들을 '아테라'라고 소개한 그들은 자신들이 흑탑의 후신이고 얼마 전 테러로 이름을 알린 흑탑은 사칭이라 주장했습니다.]

얼마 전 각국의 이능력자 협회를 테러하며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흑탑.

그 이후 떠들기 좋아하는 이능력자들에 의해 흑탑이 침공 이전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졌다.

그런데 갑자기 협회를 테러한 이들은 흑탑을 사칭했다고, 자신들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오후부터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한 영상이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알림과 동시에 자신들의 의견을 뒷받침할만한 증거 또한 동시에 퍼트렸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리고 증거를 퍼트린 당사자들.

파불라 엑시티움의 사장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던 알렉스가 맞은편에서 같이 뉴스를 보던 누리에게 물었다.

"안 괜찮을 거 뭐 있어. 본명을 밝힌 것도 아니고."

흑탑주가 죽은 자들의 왕을 사칭했던 당시의 영상.

이것을 흑탑주의 장로들의 행태에 대한 문서와 같이 인터넷에 퍼트린 것이다.

"숙청이 끝나면 교회가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흑탑의 부탑주였기에 교회의 무서움에 대해 누구보다 확실히 알고 있는 알렉스는 걱정스레 말했다.

"상관없어. 어차피 우릴 찾고 싶어도 못 찾을 테니까."

필드 보스를 해치우고 사라질 때 일부로 포탈을 사용하면서 복귀했다.

다행히 의도대로 그 모습까지 포함하여 퍼지게 된 당시의 영상.

"그 모습을 봤다면 장소 특정을 못 하겠지."

한국에서 활동한다 해도 공간이동을 제약 없이 행할 수 있다면 굳이 한국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은신처를 만들 수 있다.

교회 쪽 또한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고.

"물론 한국을 가장 의심하겠지만 지들이 어쩔거야."

이런 상황을 대비해 삼주를 전부 포섭해둔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실렌이 있는데 걱정할 거 뭐 있어. 그렇지?"

알렉스의 옆에 앉아 같이 뉴스를 보고 있던 실렌을 보며 말했다.

"기대하지 마셈. 성녀가 교황 자리에 앉으면 어떻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름."

그녀의 일축에도 누리는 그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스파이 역할을 제외해도 그녀의 능력은 충분히 유능하니까.

"그리고 이것만으로 흑탑의 인식이 바뀔지 모르겠음."

일반인이면 모를까 이능력자들은 겨우 이번 한 번으로 뿌리 깊게 박힌 흑탑의 편견이 바뀔 리 없었다.

"당연히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야지."

그래도 인터넷에 뿌린 증거들로 흑탑의 구성원들도 같은 피해자들이었고 주범들은 진작에 죽었다는 것을 알렸으니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거기에 이번 같은 구조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인다면 언젠가 가면을 벗고 다닐 날이 오겠지.

"그러니 앞으로 좀 바빠질 거야. 알렉스."

"저희가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누리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람들의 누리, 정확히는 죽은 자들의 왕에 대한 관심.

이능력자들 중에서도 알지 못하고 있던 죽은 자들의 왕에 대한 존재가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다.

일반인들은 인터넷에 퍼진 동영상을 제외하면 이능을 접하기 힘들었기에 이능의 인식 또한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실제로 별 차이가 없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보게 된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힘.

-미친.

-이게...이능이라고?

-아니. 이능 이전에 사람이 맞긴 함?

-군대 따윈 상대도 안 되겠네.

이와중에 떠벌리기 좋아하는 이능력자들이 이번에도 입을 열어 흑마술사의 예언을 퍼트렸고.

-예언?

-내용 존나 심각한데.

-멸망 떡밥은 한물갔지 않았나.

-잠깐. 설마 저 멸망이 침공을 말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영상에서 죽은 자들의 왕을 모신다고 했지.

첫 영상에서 말한 '모신다'라는 말.

-어쩌면 이 모신다라는 의미가 윗사람이 아닌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이들은 종교이며 죽은 자들의 왕은 어쩌면 저들의 신이라는 가설이 튀어나왔다.

-에이. 설마.

-그건 너무 갔다.

-사이비네.

하지만 교회가 이능집단이란 것이 밝혀졌을 때도 신의 존재는 믿지 않았던 무신론자들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신의 존재를부정했다.

그렇게 종교설과 무신론자들 그리고 이것저것 잡다한 의견들이 충돌하며 첨예하게 대립했고,

그럴수록 누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는 만큼 아테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점이랄까.

그리고 끝도 모르고 높아져 가는 관심은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를 불러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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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됐을까요?”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누리.

“설마 그걸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그런 누리를 유시윤이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자 누리는 시선을 피하며 변명한다.

“이 정도일줄은 몰랐죠.”

누리에게도 억울한 점은 있었다.

드라칸 이벤트는 스토리상의 경각심을 심어주는 이벤트였기에 어느 정도 관심을 끌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시너지효과를 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지랄. 확실히 이번 게이트 사건에 맞물려 화제성이 몰리기는 했다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 정도 관심은 충분히 받았을거다.”

하지만 그런 누리의 변명에도 단호하게 부정하는 유시윤.

“나는 네가 당연히 이럴 것을 예상하고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 했다만….”

말끝을 늘리며 누리를 빤히 바라보는 유시윤과 그녀의 눈빛에 더욱 쪼그라드는 누리.

“하아. 그래. 확실히 타이밍이 안좋긴 했어.”

이능력자가 사회에 나선 지 아직 1년조차 되지 않은 상황.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마스터 급의 권능을 보게 되고 난 후 였다면 이 정도의 파급은 없었겠지.”

상위의 이능력, 특히 마스터 급의 이능력을 일반인이 접할 일이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보게 된 누리의 능력은 가히 충격적 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답해줄 사람이 없으니 조금 지나면 잠잠해지겠지만 한동안은 자중해라.”

“그래야겠죠. 생각 이상의 관심을 끌어버려서 교황청도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고.”

그냥 관심을 끈 것도 아니고 ‘신’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흑마술사들에게만 숭배받는 것과 일반인에게도 신 취급받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심지어 기존의 교황청 수뇌부들이 전부 숙청되고 있는 상황이니 행동패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한동안은 외국을 주로 활동하게 하려구요.”

전 흑탑원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일을 겨우 소문에 겁먹고 그만둘 수도 없으니 최대한 추적을 방해하기 위해 한동안은 해외에서 활동하게 한다.

“과연 통할지 모르겠지만……뭐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군.”

유시윤은 여전히 마음에 안드는 듯 했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이 이상의 방법은 없는지 별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현창식씨는 요즘 뭐하시나요?”

“응? 그놈은 갑자기 왜?”

“저번에 부탁 좀 드리려고 가니까 강태씨한테 가문과 그룹의 전권을 맞겼다고 하더라고요.”

아테르의 활동을 시작하기 전, 정보의 교란을 위해 부탁을 가장한 통보를 하기위해 환현그룹을 찾았을 때.

누리를 맞은 것은 현창식이 아닌 현강태였다.

알고보니 얼마 전부터 현창식은 전권을 현강태에게 맞기고 가문의 처소에 은둔하고 있다고 한다.

“글쎄. 나도 그놈 보는 건 삼주 회의 때 말고는 없어서.”

삼주의 회의도 안건이 있을 때만 모일 뿐.

그 외에 삼주끼리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가장 최근에 만난 것도 세계협회의 안건 때문에 모였을 때.

“그래도 그때는 있었으니 가주자리를 넘기진 않았나 보네.”

“흐음.”

아무래도 아직 자신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을 현창식이었기에 신경이쓰인다.

‘조만간 한번 테스트 해봐야겠군.’

괜히 방심하다가 뒷통수 맞는것 보다는 나으니 조만간 한번 찾아가기로하고 유시윤에게 인사를 하는 누리.

“아무튼 오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됐다. 하도 화려하게 일을 벌리기에 무슨 생각인지 궁금했을 뿐이니까. 그럼 간다.”

그렇게 유시윤이 떠나고 홀로 남은 자리.

잠시간 생각을 정리한 누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했으니 우선 환현그룹부터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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