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님, 회개해주세요!-562화 (562/925)

성검펜스의 등장으로 1회차인 줄 알았던 [성검의 주인]이 2회차로 밀려난 지금.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아니, 성검펜스의 입에서 '인형술사 아니마 프루이토'라는 말이 나왔으니. 가능성을 넘어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

성검펜스 시기, 아니마는 악숭 세력에 붙어 '인형술사'라 불리며 대륙의 공적이 되었을 거다.

'그렇게 된 계기는 분명 에드나의 죽음일 테고.'

에드나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인형놀이 마법을 발전시켜 시체를 움직이게 한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시체를 이용하는 마법은 금기 중의 금기. 자료는 오직 악숭 세력의 흑마법뿐이다.

또한, 아무리 아니마라 하여도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내는데 시행착오가 없을 리가 없다.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 제 발로 악숭 세력에 들어간 것이든.

혼자서 흑마법을 연구하다 들켜서 어쩔 수 없이 악숭 세력에 들어가게 된 것이든.

이도 저도 아니면, '연습'을 위해 사람들을 죽이다가 들켜서 그렇게 된 것이든.

악숭이들이 사용하는 리빙 데드 마법은, '그 시기' 아니마가 발전시킨 인형 놀이 마법의 열화판이 분명하다.

그리고 아까 성검펜스가 '장난'을 운운했던 건.

'나와 유지스, 에드나, 윈스톤이 성직자 복장을 한 게, 인형 놀이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서겠지.'

그 전에 자신의 복장부터 살펴줬으면 좋겠는데.

좀 더 상황을 지켜보다가 넌지시 얘기해 봐야겠다.

"인형술사? 그게 뭔데?"

휴마누스의 연이은 질문에 성검펜스가 노골적으로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인형술사가 '인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존 상태가 좋은 시체'가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리 없는 자들까지 이렇게 인형으로 만든 것을 보면,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설명을 하는 성검펜스의 목소리에 어딘가 가시가 돋쳐 있다.

성검펜스의 시선이 선택의 날 이전에 죽었을 '시온 리벨론'에게 잠시 머물렀다. 그리고 잠시 유지스를 향한 후, 눈을 질끈 감았다.

'도대체 유지스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 그보다 유지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나는 고개를 돌려 유지스를 바라보았다.

유지스는 당황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귀를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유지스의 취향이 떠올랐다.

나도 성검펜스처럼 눈을 질끈 감으며 유지스를 못 본 체하기로 했다.

"그리고 인형술사는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아니···.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현 상황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엉?"

휴마누스가 멍청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멍청한 소리를 냈다.

청자가 이해를 하거나 말거나. 성검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인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까처럼 말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여전히 '내가 아는 세르펜스'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제가 죽였던 인형술사 또한 인형일 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시체 없이도 인형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마법을 발전시켰다면. 신성력을 다루는 인형을 만들어내지 못할 거란 보장도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성검펜스는 휴마누스를 향해 성검을 휘둘렀다.

그 궤적을 따라 은빛의 신성력이 쏘아져, 휴마누스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쪽이 '진짜'라는 보장이 없음에도 지키려 하는 건, 제국의 황제가 죽었을 때 찾아올 대륙의 혼란 때문입니다. 그러니 폐하께서 인형이 아니시라면, 대륙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잠자코 목숨을 보전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저들을 처리할 때까지."

이는 명백한 협박이다.

성검펜스의 마지막 발언에 모두가···. 설렘을 느끼고 있는 한 사람 때문에 모두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지만.

여하튼 대부분 인원이 긴장하며 성검펜스를 바라보았다.

상처도 심하고 많이 지쳐 보였다.

하지만 성검펜스는 세르펜스와 휴마누스, 두 사람이 함께 싸워도 버거워하던 악마들을 손쉽게 해치웠다.

모두가 힘을 합쳐 달려들어도 성검펜스를 제압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게다가 그를 제압하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에게 찾아올 미래는 죽음뿐이다.

'리에나에게 신성력을 써 보라고 해 봤자 악효과만 생기겠지?'

그땐 협박이 아니라, 정말로 휴마누스의 목을 베려 할지도 모른다.

세니어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이건 네가 나에게 만들어 준 신성석이다!'라고 외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성검펜스가 하는 짓을 보면 일단 나를 죽여 놓고 확인할 것 같다.

"시온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고 계시는 거죠?"

유지스가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성검펜스를 보고 헤벌쭉하며 즐기느라, 상황 파악은 뒷전인 줄로만 알았거늘.

지금도 그녀는 귀를 파닥거리고 있었으나 비상한 눈치는 여전한 모양이다.

"혹시 저 세르펜스는 저희가 아는 세르펜스와 다른 세르펜스인가요? 가령 예를 들어, 성검의 선택을 받은 세르펜스라던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를 위한 깜짝 이벤트라는 가능성밖에 남지 않는데,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살벌한 데다가 제 생일은 아직 멀었는걸요?!"

3월 태생 유지스가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예리할 거면 예리하기만 하고, 즐길 거라면 혼자 조용히 즐길 것이지.

나는 연신 파닥거리는 유지스의 귀를 붙잡아 멈추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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