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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1화 (1/387)

개미로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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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에서 던전 속 몬스터 개미로 환생했다!

[인외물/성장(진화)물/영지... 아니 둥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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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Chrysalis

원작: Ryan McGrath

팀 YAGI 

번역/번안: 정현정/정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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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는 온통 눈부신 하얀 빛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장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영한다.]

어··· 감사합니다?

굉장히 따스하고 친절한 목소리였다.

[너는 죽었다.]

젠장.

...

내가 죽었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그리고 이 목소리의 정체는 대체 뭐야?

정말로 내가 죽었다면, 어떻게 이 목소리를 듣는 거지?

지금 나한테 귀가 있기는 한가?

그럼 여기는 천국?

뭐, 지금 상태도 편안하기는 하지만··· 

영원히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있어야 한다면 좀 심심할 것 같은데?

[안심해라, 넌 곧 새로운 세계에서 깨어나 다시 삶을 살게 될 테니.]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안정시켜 줬다.

깊고 부드러운 음색이 편안하면서도 지혜롭게 들렸다.

[넌 판게라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곳에서 새로운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어···

소설 같은 데서 봤던 것처럼 이계로 전생하는 건가?

정말?!

잠깐만.

침착하자.

집중해서 설명을 들어보자고!

[넌 다음과 같은 상태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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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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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스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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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힘 15 

강인함 12 

영리함 25 

의지 18 

HP: 30 

MP: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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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어쩐지 강해 보이는데?

하지만 MP가 0이라는 건 좀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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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땅파기 레벨 1

산 쏘기 레벨 1

잡기 레벨 3

물기 레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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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스킬이로군!

그런데···

물기?

산 쏘기?

검술이나 마법이 아니라?

스킬들이 뭔가 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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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 갓 부화한 일개미 (포르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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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잠깐만.

이게 무슨 소리야?!

개미?

그냥 개미도 아니고 갓 부화한 일개미?!

이건 내가 생각했던 이계 전생이 아니잖아!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벌을 받는 건가?

벌레로 태어날 만큼 나쁜 짓을 한 기억은 없는데...?

[너에게는 하나의 스킬 포인트와 하나의 바이오매스가 주어진다.]

[가서 네 운명을 개척해라.]

운명을 개척하라니, 무슨... 

개미의 운명?

헛소리하지 마!

다음 순간, 나는 주위의 하얀 빛이 변화하는 걸 느꼈다.

빛은 점점 더 응축되더니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내 새로운 몸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몸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섯 개의 다리, 두 개의 더듬이, 좌우로 벌어지는 턱과 단단한 외골격.

갓 부화한 탓인지 아직 희끄무레한 색이기는 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개미의 몸이었다.

나는 한 마리의 개미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라고?

유리 상자에 든 애완용 개미를 기른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개미가 뭘 해야 하는지 아는 건 아니다.

...설마 그것 때문인가?

개미를 기른 적이 있어서 개미로 전생한 거야?

상자 안에 갇혀 살던 개미들의 저주라도 내린 건가?

...

어쨌든 주위 상황부터 파악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처음으로 알아차린 건, 내 시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이었다.

주위가 온통 어두운 가운데 앞쪽 벽면이 희미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이상은 더 자세히 보려고 해도 시야가 온통 흐릿하기만 했다.

마치 고개를 돌릴 때마다 눈에 보이는 장면이 산산이 흩어졌다가, 잠시 뒤에야 다시 자리를 잡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개미는 시력이 극도로 낮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심지어 몇몇 종들은 완전히 장님이었다.

적어도 난 그 정도로 운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 거지 같은 시력을 보완하려면 다른 감각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더듬이!

내 기억이 맞다면, 개미는 더듬이를 이용해서 냄새를 맡고 공기의 흐름을 파악해서 근처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을 터였다.

나는 아직 색이 하얀 더듬이를 부지런히 흔들며 감각을 시험했다.

오오... 

뭔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정확히 뭔지 분간할 수 없는 몇 가지 냄새를 감지할 수 있었다.

주위 공기는 조금 퀴퀴했는데, 아무래도 지하라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잠깐.

개미들은 분명 페로몬과 후각으로 동료와 의사 소통을 할 텐데...

내 동료 개미들은 다 어디 있는 거지?

다른 개미들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새로 태어난 동료를 환영해야 맞는 거 아냐?!

왜 아무도 없지?

잠깐!

근처에서 뭔가 냄새가 느껴졌다.

나는 왼쪽으로 몸을 돌리고 더듬이를 맹렬하게 움직였다.

이거다.

나 자신과 아주 비슷한 냄새가 나는 뭔가가 근처에 있었다.

여러 감각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내가 길다란 동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동굴의 벽에서는 희미한 푸른 빛이 맥박치듯 뿜어져 나왔다.

돌로 된 부분과 흙으로 된 부분이 뒤섞인 벽이었다.

아주 천천히, 나는 동족의 냄새를 쫓아서 움직였다.

처음에는 여섯 개의 다리가 어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다.

통로가 꺾이는 모퉁이에 다가가자 뭔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뭐가 부서지는 소리인가?

걱정하지 말라고 친구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나도 함께 도울 테니까.

개미 둥지의 영광을 위하여!

나는 더듬이를 맹렬하게 흔들며 모퉁이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뭔가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개미 한 마리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서, 여섯 개의 다리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집게 모양의 턱은 부질없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위로 길다란 주둥이가 활짝 열린 채,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두 개의 강력한 손이 발버둥치는 개미를 붙잡고 그 주둥이로 가져갔다.

주둥이가 닫히자, 아까 들었던 부서지는 소리가 터널 안에 울려 퍼졌다.

개미는 침묵 속에서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무시무시한 포식자는 턱을 몇 차례 더 움직이더니 고개를 홱 젖히고 뜯어낸 살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

야야야야.

뭐야 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두 발로 걷는 악어라니, 무슨 몬스터 같은 건가?

나는 놈의 몸 뒤쪽에서 땅을 쓸며 흔들리는 거대한 꼬리를 볼 수 있었다.

강해 보이는 두 개의 손이 먹잇감인 개미를 짓눌렀다. 

내 동족은 여전히 꿈틀거리며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곧 힘이 다할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악어 괴물은 내게 등을 보인 채였다.

날 그렇게 보지 마, 친구!

나보고 어쩌라고?

저 거대한 악어 괴물을 상대로 싸우기라도 하라고?

나보다 네 배, 아니 다섯 배는 더 큰 놈인데!

여기는 개미 둥지가 아니었다.

다른 개미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무리도 없고 지원도 없었다.

우리 같은 어린 일개미들을 보호해야 할 병사들은 한 마리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도망치는 거다!

몬스터가 식사를 마치고 날 발견하기 전에 달아나야 돼!

나는 내 자신의 다리에 걸려서 넘어지며, 황급히 뒤로 돌아서 왔던 방향으로 터널을 되돌아갔다.

달려, 달려, 달려!

잠깐!

이렇게 무작정 달리다가 반대편에서 또다른 몬스터와 마주치면 어쩌지?

그럼 게임 오버라고, 게임 오버!

생각하자.

개미처럼 생각해!

너무 급하게 멈춰 서는 바람에 다리가 뒤엉켜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달아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난 개미니까.

개미가 하는 일이 뭘까?

그야 굴을 파는 거지!

나는 더듬이와 앞다리를 이용해서 근처의 벽을 최대한 빠르게 살폈다.

여기다!

찾았어!

이 부분의 벽은 돌이 아니라 부드러운 흙이야!

목숨을 걸고 파야 돼!

정말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나는 앞발을 들어서 미친 듯이 벽을 긁기 시작했다.

내 다리들은 여전히 하얀색이었고 살짝 투명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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