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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10화 (10/387)

내가 계속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넌 완전히 멈춰 있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는 두 번째 발사를 준비했다.

각도와 높이를 고려하고, 바람은 걱정할 필요 없고, 머리 속에 포물선을 그려본 다음···

발사!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산성 용액이 거미의 머리를 맞춘 다음 털투성이 몸뚱이로 흘러내리는 장면을 지켜봤다.

거미는 고통스러운 쉭쉭 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그리고 자기를 공격한 적을 찾기 위해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난 이미 거기 없지롱!

나는 산성 용액이 명중한 걸 확인하자 마자 서둘러 자리를 옮긴 뒤였다.

어디 한 번 나를 찾으러 와 보시지, 멍청한 거미 놈아!

거미줄을 벗어날 용기가 있다면 말이야!

...

말은 자신만만하게 했지만, 사실 나는 혹시라도 놈이 거미줄에서 내려와 내게 달려들지 않을까 벌벌 떨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갈림길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후퇴했다.

최악의 경우 늑대 도마뱀들이 있는 근처에 숨거나, 아니면 놈들의 어그로를 끌어서 거미와 싸움을 붙여 놓고 늑대 도마뱀 소굴을 지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거미는 나만큼이나 조심스러운 성격 같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놈은 그저 거미줄을 쳐 놓고 먹이가 걸려들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까.

심지어 거미줄에 걸린 사냥감이 제풀에 지치거나 죽을 때까지 기다리면, 굳이 싸울 필요도 없다!

사실상 공짜로 바이오매스를 얻는 셈이다.

거미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이 던전이 이지 모드가 되는 것이다...!

운 좋은 거미 놈을 향한 분노가 내 안에서 들끓었다.

내가 그 모든 고난을 겪는 사이 놈은 여기 편하게 앉아서 공짜 XP를 모았다는 말이지.

그 생각을 하니 분노와 억울함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거미 놈을 반드시 죽일 테다!

물론 신중하게 고려해본 결과 내가 이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그런 판단을 내린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지금 동굴 안은 이상할 정도로 밝았다.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라면 거미와 거미줄을 포착하기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두 번째로 거미의 크기는 예상보다 작았고, 그래서 어쩌면 나만큼 약할지도 몰랐다.

거미줄이 놈에게 주는 이점만 배제한다면 내가 이길 수도 있었다.

유일한 문제는 거미줄이 아닌 장소에서 놈과 싸워야 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1단계는 이미 완료했다.

두 차례의 산성 용액 공격으로 놈의 HP가 아마 5는 줄었을 것이다.

놈이 식량을 구해서 체력을 회복하지 않는 이상, 계속 그렇게 유인해서 원거리 공격을 하면 된다.

간단하다.

다만 내 계획의 약점은···

내가 거미를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매복 공격을 성공해야 하지만, 거미는 단 한 번만 내게 독니를 박아도··· 

끝이라는 사실이다.

더듬이, 앞으로!

눈, 크게 뜨고!

뇌, 정신 바짝 차려!

절대로 실수가 있어서는 안돼!

나는 혹시 거미가 숨어 있지 않을까 모든 틈새를 확인하며, 다시 한 번 거미줄을 향해 나아갔다.

거미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놈은 아마 거미줄 뒤에 안전하게 숨어서 상처를 핥고 있을 터였다.

···혀가 있다면 말이지만.

거미가 보이지 않으니,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거미줄을 흔들어 놈을 꾀어내야 했다.

나는 다시 돌 몇 개를 찾아서 가져다 놓고 하나씩 거미줄로 던졌다.

이번에는 놈이 틀림없이 먹이가 걸렸다고 생각하도록, 네 개의 돌을 던져 거미줄을 더 많이 흔들었다.

그리고 재빨리 어둠 속에 숨어서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렸다.

계속 기다렸다.

그렇게 삼십 분을 기다려도 털이 난 다리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안 나온다고?

쫄았냐?

나한테 완전히 겁먹은 거야?

뭐,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먼저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돌을 가져다가 턱을 이용해서 거미줄로 던졌다.

이번에는 돌을 일곱 개나 던져서 거미줄을 쉴 새 없이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물러나서 지켜봤다.

나와라, 거미!

하지만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

내가 돌을 던지는 소리가 그치고 나자 동굴 안은 완전히 고요했다.

첫 번째 사냥을 통해, 나는 몬스터에게 있어 인내가 필수라는 사실을 배웠다.

죽음은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었고, 안전 장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이 거미 놈이 나와 인내심 싸움을 벌이려는 거라면, 기꺼이 받아줄 용의가 있었다.

나는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미는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하게 다쳤거나, 아니면 지난 번에 산성 용액으로 목욕을 한 기억 탓에 이쪽으로 오기를 꺼리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작전의 2단계에 돌입했다.

더듬이로 더 작고 가벼운 돌들을 찾아서, 내 얼굴에 달린 손 – 흔히 턱이라고 알려져 있는 – 을 이용해 거미줄 가까이로 옮겼다.

충분히 많은 돌을 확보한 뒤, 나는 다시 한 번 거미줄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까 던졌던 더 무거운 돌들과 달리, 작고 가벼운 돌들은 거미줄을 그리 세게 흔들지 못했다.

대신 무거운 돌들이 하지 못했던 일을 했다.

거미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 있었다.

휙, 휙, 휙.

나는 계속해서 거미줄에 작은 돌을 던졌다.

어떤 돌들은 튕겨져 나오거나 떨어졌지만, 상당수가 거미줄에 그대로 붙었다.

거미줄 전체를 돌로 뒤덮을 필요는 없었다.

그저 내가 붙들리지 않고 지나갈 만한 통로만 확보하면 된다.

적의 본거지로 침투할 수 있도록 말이다.

돌을 반쯤 던진 뒤, 나는 다시 한 번 물러나서 숨었다.

혹시나 계속 흔들리는 거미줄 때문에 놈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삼십 분을 기다리고 나서 작업을 재개했다.

거미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자, 나는 최대한 많은 돌을 거미줄에 던지기로 했다.

만약 저 빌어먹을 거미줄에 다리 하나라도 붙들리면 빠져나갈 수 없을 테니까.

결국 나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통로를 확보했다.

그리고 더듬이를 부지런히 놀리며 어떤 돌들을 밟고 지나갈지, 혹시 끈끈이가 남아 있는 곳은 없는지 신중하게 확인했다.

그런 다음 마침내 적의 소굴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게 싸움의 가장 위험한 단계였다.

비록 퇴로를 확보해 놓기는 했지만, 놈의 소굴 안에 숨겨진 거미줄이 더 있을지도 몰랐다.

아주 조심해야 했다.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나아가며, 눈으로는 끊임없이 벽과 천장을 살폈다.

한 순간만 집중력을 잃어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은신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어두운 그림자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었다.

동굴 벽을 따라 흐르는 푸른 빛은 지난 며칠 동안 눈에 띄게 강해졌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만 불리한 점이 아니었다.

적도 나만큼 숨기를 좋아하는 놈 같으니까 말이다.

거미 소굴 안으로 들어오자 여기저기 벽과 바닥에 거미줄이 보였다.

그 중 몇몇은 너무 가늘어서 빛이 밝은데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실수로 거미줄을 밟지는 않을까 거의 매 걸음마다 동작을 멈추고 아래를 살폈다.

···저게 뭐지?

벽 가까이 뭔가 형상이 보였다.

뭔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바위인가 아니면···

다리!?

이거나 먹어라 개자식아!

나는 번개처럼 산성 용액을 발사했다.

[산성 용액 발사 스킬이 레벨 3이 되었습니다.]

좋아!

명중했나 보군!

이제 할 일은 하나였다.

맞다, 줄행랑이다!

음하하하하!

넌 날 따라잡지 못할 거다, 거미 놈아!

나는 협곡을 달리는 바람처럼, 초원을 가로지르는 가젤처럼, 창공을 누비는 솔개처럼 내달렸다.

으앗, 거미줄이다!

걸렸어!

거미줄에 걸렸다고!

놈이 날 잡으러 올 거야!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건가?

내 동족들을 만나보기도 전에?

너무 많은 후회가 남는다!

지금 죽기에 난 너무 어리다고!

그러니까··· 아직 부화하고 나서 한 달도 지나지 않았어!

[레벨 1 푸에르 아라니아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제발 날 죽이지 마 거미야!

난 아직 할 일이 많아.

내가 포켓몬처럼 진화할 수 있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멋지겠어?

너도 내가 그 점을 확인하기 전에 죽기를 원하지는 않지?

그리고··· 그리고···

···

뭐라고?

주위를 살피자 내 다리 하나가 바닥의 거미줄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힘을 줘서 다리를 당기자 쉽게 떨어졌다.

나는 아까 거미를 봤던 곳으로 돌아갔다.

작은 거미는 산성 용액 때문에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바닥에 등을 대고 하늘로 향한 여덟 개의 다리를 움츠린 채 널브러져 있었다.

···

미안 거미야.

내가 널 너무 과대평가했구나.

고속도로

[새로운 바이오매스의 원천을 섭취했습니다: 푸에르 아라니아. 1 바이오매스를 얻었습니다.]

[푸에르 아라니아의 기초 정보가 잠금 해제됩니다.]

[1 바이오매스를 얻었습니다.]

[푸에르 아라니아: 새끼 거미. 갓 태어난 거미 몬스터로, 거미줄을 이용해 먹이를 사냥합니다.]

나는 아주 부끄러웠다.

내가 이 거미를 향해 느꼈던 분노, 경멸···

놈이 거미줄에 편안히 앉아서 바이오매스를 잔뜩 얻고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오해였다.

녀석은 레벨 1짜리 아기 거미 몬스터였다.

아마 태어나서 한 번도 바이오매스를 얻어본 적조차 없었을 것이다.

가엾어라.

네 존재가 너무 가엾구나!

그리고 네 최후는···

미안하다 새끼 거미야!

내 산성 용액 두 발은 녀석에게 이미 심한 부상을 입혔다.

녀석은 산성 용액을 뒤집어쓴 탓에 거의 바닥난 HP를 회복할 방법도 전혀 없었다.

내가 싸움을 계속하기 위해 둥지로 쳐들어왔을 때, 녀석은 이미 빈사 상태였다.

그래서 산성 용액을 한 발 더 맞자 그대로 죽어버린 것이다.

고작 레벨 1이니, 아마 내가 얻은 경험치는 소량에 불과할 터였다.

하지만 녀석의 시체를 먹자 (맛은··· 상상에 맡기겠다) 2 바이오매스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눈 +3이 될 때가 멀지 않았다.

일단 멀쩡한 시력을 얻고 나면, 내 몸의 다른 측면에도 신경을 쓸 수 있을 터였다.

어쩌면 드디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얻게 될지도 몰랐다.

아니, 성급하게 행복 회로를 돌리지는 말자.

우선 적어도 성체 개미가 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갓 부화한 개미가 아니라 말이다.

레벨을 더 올려야 하는 걸까?

그러려면 사냥터부터 찾아야 할 텐데···

불쌍한 거미를 해치운 탓에 최소한 앞으로 나아갈 길은 뚫렸다.

내게는 계속 전진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나는 작은 돌과 흙으로 둥지 반대편에 있는 거미줄에 길을 만든 다음 그 위로 지나갔다.

은신 모드 진입!

다시 천장으로 올라간 나는 조심스럽게 통로를 따라 나아갔다.

그리고 머지 않아 뭔가를 발견했다.

어둠 속을 향해 수직으로 내려가는 통로였다.

터널 한가운데 뚫린 구멍은 지름이 4미터 정도였고, 그 안까지 뻗어 있는 푸른 혈관에도 불구하고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깊은 거지?!

그 너머로도 동굴이 계속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처했다.

깊은 곳일수록 더 위험하다고 가정하면, 이 구멍에 대한 탐사는 나중으로 미루는 게 맞았다.

그래도 나는 더듬이로 구멍 주위를 세심하게 살피며, 혹시 동족이 남긴 자취가 없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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