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미로 환생!-20화 (20/387)

MP 소모량을 확인하자 고작 2 포인트가 줄어 있었다.

겨우 2포인트를 쓰기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생각하니 좀 좌절스러웠다.

그래도 계속 연습하면 스킬 레벨이 오르겠지.

그리고 스킬 레벨이 오르면 연습도 더 쉬워질 테니, 훈련 속도가 빨라질 테고···

레벨이 낮을 때 부지런히 훈련해 두면, 반드시 나중에 도움이 될 거야!

나는 억지로 의지를 끌어 모아 다시 한 번 마나를 내뿜는 연습을 했다.

끄으으으응.

*파하*

맙소사 진짜 너무 어렵잖아?

이래서 과연 마법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세 차례 더 연습해서 MP를 모두 소모했지만, 마지막에는 정신 집중을 유지하지 못하고 마나를 끌어내던 도중 몸 안에서 흩어지게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너무 지친 나머지 휴식을 좀 취하기로 했다.

여기서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방법이 없어서 답답했다.

스마트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말이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그리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지 않았다.

아직 배가 다 꺼지지 않은 걸 보면 대략 세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듯했다.

커다란 악어 괴물을 완전히 소화시킬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바닥났던 MP는 6까지 다시 회복되어 있었다.

다시 10이 되기 전에 굳이 소모하려고 애쓰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 연습을 더 하면 정신적으로 탈진한 상태로 밖에 나가게 될 텐데, 그건 너무 위험했다.

가진 MP를 모두 소모할 때까지 연습했지만, 마나 조작 스킬의 레벨은 1도 오르지 않았다.

마법을 배우는 과정이 몹시 지난할 거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려면 우선 살아남아야겠지!

밖으로 나가서 탐사를 계속할 시간이다!

둥지 밖으로 나온 나는 흙과 식물을 옮겨서 입구를 가렸다.

이 둥지로 돌아올지 여부도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몇 군데 숨을 장소를 만들어 놓으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터였다.

작업을 마치고 나서 나는 주위를 재빨리 돌아봤다.

근처에 다른 생물은 보이지 않았고, 더듬이에 감지되는 진동도 없었다.

다행히 바이오매스를 소화시키면서, 잘렸던 더듬이가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앞으로 먹이를 더 섭취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 같았다.

지금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탓에 더듬이로 느끼는 감각이 예전의 7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 싸움으로 상당히 많은 걸 얻었으니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

지금 급선무는 사냥이 아니라 정찰과 정보 수집이었다.

정말 탐나는 사냥감이 아닌 이상은 정보 수집을 위해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다.

오늘치 위험은 이미 충분히 감수했으니까!

근처에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나는 땅에 바짝 붙어서 이동을 시작했다.

이 거대한 공동은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었다.

지하에 이만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구의 지하 동굴들이 얼마나 큰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안에는 도시 하나를 통째로 집어넣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천장보다 높은 고층 건물들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런 일이 자연적으로 가능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풀 속을 헤치고 나아가며, 모든 방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날개 달린 괴물들을 떠올리며 머리 위쪽을 주시했다.

곧 숲의 지형이 완전히 평평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여기저기 언덕이 있을 뿐 아니라 천장까지 닿는 커다란 종유석도 보였다.

아마 그런 장소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을 터였다.

더 안전한 장소 같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그런 곳 가까이는 접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렇게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자, 내 눈이 더 큰 약점으로 느껴졌다.

만약 인간의 눈처럼 멀리 있는 대상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면, 나무 위에 올라가서 멀리까지 살필 수도 있을 텐데···

내 겹눈은 동시에 모든 방향을 경계하는 목적에는 탁월했지만, 멀리 있는 대상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4까지 변이해서 볼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늘었는데도 말이다.

때문에 높은 곳에서 내다보는 방식으로 숲의 전체 형태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결국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머리 속으로 지도를 만들어야 했다.

[터널 센스 스킬이 레벨 3이 되었습니다.]

···이 스킬을 활용해서 말이다.

터널 센스로 인한 방향 감각 덕분에 나는 길을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터널 센스 스킬도 레벨이 오를 때가 되긴 했지.

어떤 스킬들은 다른 스킬들에 비해 유독 레벨 성장이 느렸다.

잠깐!

뭔가가 온다···

다리와 더듬이로 진동이 느껴졌다.

뭔가 큰 놈인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주위 지형을 살폈다.

여기저기 흩어진 바위 위에 커다란 버섯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사이 공간에는 기이한 모양의 나무들이 무성했다.

뒤틀린 나무 뿌리들이 그물처럼 지면을 뒤덮고, 심지어 바위까지 파고든 모습이 보였다.

저걸 이용할 수 있겠어!

나는 달아나려고 시도하다가 붙잡히는 대신, 은신 스킬을 활용하기로 했다.

상대의 청력이나 감각이 뛰어나다면 내가 도망치는 걸 알아차릴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혹시 발까지 빠르다면 그대로 붙잡힐 수밖에 없었다.

알 수 없는 일이니, 숨는 편이 나았다.

나는 조용히 나무 뿌리가 잔뜩 뭉쳐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 그 사이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흙으로 뿌리 사이의 빈틈을 메우고 몸을 숨겼다.

신중하게 자리를 잡은 덕분에, 눈 가까운 곳에 있는 구멍으로 바깥을 살짝 내다볼 수 있었다.

쿵.

쿵.

무거운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거대한 몬스터가 분명했다.

마침내 놈이 시야에 들어오자, 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대체 저게 뭐야!?

보디가드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손이 앞으로 뻗어나와 단단한 땅을 움켜쥐었다.

어두운 녹색의 비늘들은 숲이 발하는 빛을 반사시키며 반짝였다.

손가락마다 달린 무시무시한 손톱들은 휘어진 칼날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놀랍게도 손톱 하나하나가 내 머리통 만한 크기였다.

잠시 후 두껍고 강력한 근육질의 팔이 몬스터의 나머지 부분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날카로운 이빨이 즐비한 길고 뾰족한 턱 뒤로 차가운 눈알이 번뜩였다.

거대한 주둥이가 다물려 있는데도 이빨이 그대로 드러나 보여서 마치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괴물의 눈빛에 드러나는 잔인한 지성은 내게 공포심을 안겼다.

몬스터의 등 쪽에는 비늘을 뚫고 커다란 가시들이 튀어나와 있었다.

스파이크처럼 날카로운 가시는 하나하나가 족히 30cm 길이는 되어 보였다.

놈은 몸뚱이를 바닥에 밀착한 채로,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괴물이 내 눈 앞을 지나갈 때, 나는 뒤쪽에 달린 한 쌍의 더 짧지만 강력한 팔을 볼 수 있었다.

몸뚱이 중간에 달린 이 팔들이 낮은 자세를 지탱하는 듯했다.

그렇게 지나가던 괴물이 갑자기 으르렁거리더니 입에서 새빨간 불꽃을 뿜어내는 바람에, 나는 거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성대가 없어서 다행이지.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뒷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직립 보행도 충분히 가능할 만큼 두껍고 강력한 다리였다.

하지만 놈은 마치 지구의 악어처럼, 낮은 자세로 빠르게 움직이는 편을 선호하는 듯했다.

몬스터는 몸길이는 주둥이부터 꼬리까지 대략 12미터 정도였다.

12.

미터.

농구 골대 네 개를 위로 쌓아 놓은 정도의 길이다.

거의 볼링 레인에 육박하는 길이기도 했다.

물론 길다란 꼬리까지 포함한 길이지만, 그래도···

너무 큰 거 아냐?!

도저히 싸워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크잖아!

대체 어째서 여기 저렇게 커다란 놈이 돌아다니는 건데?!

그러니까, 생긴 모양으로 볼 때 놈은 분명 그 악어 괴물의 성체였다.

아직도 그 커다란 몬스터들이 유생체라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성체 역시 악어와 비슷한 모습을 했지만, 팔이 한 쌍 더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입에서 불을 뿜는 데다가 말도 안 되게 크다는 점도 마찬가지로 예상 밖이었다.

크기 차이가 너무 심해서, 악어 괴물이 저렇게 변한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다.

혹시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진화해서 성체가 되는 걸까?

비늘의 크기로 볼 때 내 산성 용액으로는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할 만큼 두꺼울 듯했다.

저 괴물은 살아 있는 탱크나 다름없었다.

무게만 해도 몇 톤은 나갈 거야!

만약 여기 저렇게 크고 무시무시한 놈들이 더 있다면 차라리 위로 돌아가서 인간들을 상대하는 편이 낫겠어!

거대한 괴수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 때문에 내 작은 다리들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숨어 있던 장소에서 나와 거대한 악어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건 지구의 빨판상어였다.

빨판상어는 고래나 상어처럼 더 큰 생물에게 붙어 다니면서 숙주가 남긴 찌꺼기를 먹었다.

큰 고기들은 빨판상어가 기생충도 잡아먹기 때문에 그런 공생 관계를 허락했다.

물론 이 괴물에게 협력을 제안하거나 놈의 이빨을 청소해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한동안 아주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물론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주변의 거의 모든 몬스터는 이 거대한 괴물을 피하려고 들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어떤 놈이든 나를 노리려면 먼저 이 커다란 친구를 상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저 악어의 눈에 띄지만 않으면, 난 엄청나게 안전한 셈이다!

상급 은신 스킬을 사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테고···

놈의 그림자에 숨어서 주위를 정찰하는 동시에 은신 스킬의 레벨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위험성이 있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였다.

나는 거대한 괴물의 뒤를 조심조심 따라갔다.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걸음을 딛을 때마다 움직이는 거리도 길었고,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놈이 내는 소리가 워낙 커서 내 발소리는 내 귀에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다음 한 시간 동안 나는 거대한 괴물을 경호원 삼아 숲 속을 누볐다.

그리고 그러면서 숲의 기이한 풍경에 계속해서 놀랐다.

한 번은 화려한 색의 꽃잎 한복판에 내 머리통 만한 보석이 매달려 있는 거대한 꽃을 지나치기도 했다.

거대 악어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바람에 그 꽃을 오래 감상할 여유는 없었지만··· 

나는 그 옆을 지나치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커다란 꽃잎들은 바닥에 겹겹이 쌓이듯 펼쳐져 있었고, 한복판의 보석은 똑바로 위를 향했다.

바닥에 늘어진 두꺼운 꽃잎들은 어쩐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자리하고 있는 중심부로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환영 카펫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은 거대 악어의 앞쪽에 있는 덤불에서 갑자기 커다란 지네가 나타나기도 했다.

위쪽에서 마주쳤던 지네들의 진화형으로 보이는 놈은 내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친구 거대 악어라면?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다.

거대 악어는 속도를 거의 늦추지도 않고, 앞발로 놈을 짓밟아 뭉갰다.

나는 거대 악어가 멈춰서 지네를 먹는 대신, 소중한 바이오매스를 그대로 두고 걸어가 버려서 놀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진화 메뉴에서 봤던 내용이 떠올랐다.

덜 진화한 먹이를 통해서는 바이오매스를 얻기 어렵다는 내용 말이다.

아마 거대 악어에게는 이 지네가 아무 소용도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소용이 있지!

으깨진 거대 지네의 시체를 보고 신나서 달려가다가, 문득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네의 시체는 엄청난 무게에 눌려서 사방으로 내장이 튀어나온 상태였다.

으음···

아무리 나라도 이건 식욕이 떨어지는군···

하지만 바이오매스를 포기할 수는 없지!

내가 지금 식욕을 따질 때냐!

[새로운 바이오매스의 원천을 섭취했습니다: 아둘투스 웅귀부스 스콜로펜드라. 1 바이오매스를 얻었습니다.]

[아둘투스 웅귀부스 스콜로펜드라의 기초 정보가 잠금 해제됩니다.]

[아둘투스 웅귀부스 스콜로펜드라: 성체 발톱 지네. 이 계통의 진화를 선택한 발톱 지네는 완력이 증가하지만 그다지 영리해지지 못합니다.]

흥미롭군.

그러니까 여러 계통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재빨리 한 입을 더 삼켰다.

[1 바이오매스를 얻었습니다.]

좋아!

나는 지네를 채 4분의 1도 먹지 못하고 다시 거대 악어의 뒤를 쫓아가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든든한 보디가드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 직전에, 지네의 잔해 속에서 뭔가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지네의 머리 바로 뒤쪽에 작고 반짝이는 보석 같은 구체가 드러나 있었다.

저건···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턱으로 구체를 움켜쥐었다.

[호환하는 몬스터 코어를 발견했습니다. 코어를 강화하거나 몬스터를 재구성하겠습니까?]

맞네!

몬스터 코어다!

거대 악어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메시지의 내용을 자세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코어 강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