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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25화 (25/387)

어쨌든 지금은 산성 용액과 턱으로 사냥을 성공해야 했다.

사실 미리 생각해 놓은 사냥감은 있었다.

어쩌면 내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듯한 상대였고, 아마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하지만 놈들은 결코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이 없었다.

지네들···

호숫가에서 나는 발톱 지네들이 뭉쳐 있는 덩어리를 목격했다.

그 중 한두 마리가 따로 떨어져 있는 걸 찾는다면··· 어쩌면 세 마리까지는··· 사냥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주위에 더 크게 진화한 지네들이 없는지 주의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 거대 지네와 마주치면 의심할 여지없이 죽음이었다.

결정을 내린 나는 크게 돌아서 호수 쪽으로 다가갔다.

혹시라도 인간 사냥꾼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놈들이 야영지에 돌아갔을 때 어떤 얼굴일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흐흐흐.

나는 은신 상태로 호수, 정확히는 인간들이 몬스터들을 학살했던 기슭의 맞은편에 도착했다.

거대 악어가 아직도 엎드려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쪽이었다.

이 친구는 왜 이러는 걸까?

나가서 사냥을 하지 않아도 괜찮나?

어쩌면 내가 호숫가를 떠나 있는 동안 이미 사냥을 하고 왔을지도 모르기는 했다.

그래도 상당한 시간을 휴식을 취하며 보내는 것만은 분명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지네 한 무리가 보였다.

정말이지··· 나는 놈들이 서로 엉켜서 계속 꿈틀거리는 꼴이 보기 싫었다.

지네들은 서로의 몸으로 매듭이라도 지을 기세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거대한 악어 주위를 빙 돌아서 기슭으로 다가간 나는 호수의 물을 몇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마나를 가득 채운 채 지네들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지네들의 덩어리가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모든 지네들이 일제히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지면 위를 미끄러지는 것처럼 빠른 속도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거의 놈들을 시야에서 놓칠 뻔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따라갔다.

이 놈들 정말 빠르잖아!

다행히 이제는 멀리서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은신 상태를 유지한 채로 가까이 붙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몸을 드러내고 빠르게 달려서 지네 무리를 쫓아갔다.

이런 속도로 움직이면 근처의 적들로부터 몸을 숨길 수가 없다는 생각에 조금 불안했다.

저 빌어먹을 지네들은 떼로 뭉쳐 다니지만 나는 혼자니까 말이다.

다행히 지네들을 그리 오래 따라갈 필요는 없었다.

놈들의 목적지는 호수와 가까운 숲 속의 언덕이었다.

2미터 높이의 언덕 바깥쪽에는 몇 개의 구멍이 나 있었다.

내가 쫓던 지네 무리는 거의 속도를 늦추지도 않고 곧장 그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오호라.

놈들의 둥지를 발견한 것 같은데?

나는 안전한 거리를 유지한 채 둥지 주위를 돌아보며, 특히 구멍을 주의 깊게 살폈다.

유독 큰 구멍이 없는 걸 보면 저 안에 거대 지네로 진화한 개체는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나는 둥지와 숲을 동시에 경계하려고 노력했다.

사냥에 나갔던 지네들이 내 뒤쪽에서 갑자기 나타날지도 모르니 주의해야 했다.

둥지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나는 언덕이 대략 5미터 지름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마 지하로는 더 넓게 퍼져 있을 터였다.

이미 여덟 마리가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고, 둥지 안에는 아마 더 많은 지네들이 살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수많은 지네들이 뒤엉켜 있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정말 싫은 놈들이었다.

그러니 사냥해버릴 테다.

이제는 기다릴 차례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짜고짜 둥지로 쳐들어갈 수는 없었다.

소수의 무리가 호수로 향하거나 사냥에 나설 때를 노려야 했다.

수적으로 불리하다고 해도 2대1이나 3대1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인간의 지성이 있을 뿐더러 여러 차례 변이도 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둥지 근처의 나무 위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은신 상태를 유지하면서 둥지의 모든 방향을 감시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였다.

세 마리 안쪽의 지네들이 나타나면 곧바로 행동을 개시할 생각이었다.

좋아.

언제든지 나와라.

···

좀 나와, 이 멍청한 벌레들아!

몇 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언덕 쪽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 많은 지네 놈들이 저 안에 처박혀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아니··· 별로 알고 싶지 않다.

십 분을 더 기다리자 마침내 무슨 기척이 들렸다.

나는 잔뜩 기대했지만, 숲 쪽에서 여섯 마리의 지네 무리가 둥지로 돌아오는 소리였다.

제기랄!

그 뒤에는 다섯 마리가 나와서 호수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일곱 마리가 사냥을 하러.

···

얼마 지나서 두 무리가 모두 둥지로 돌아왔다.

···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냐 이 지네 놈들아!?

대체 니들은 왜 그렇게 몰려다니는 거야?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을 때, 네 마리의 지네들이 언덕의 구멍에서 발톱을 딸각거리며 기어 나왔다.

그리고 한 덩이로 뭉쳐서 숲 쪽으로 움직였다.

기회다!

여기 며칠이고 앉아서 완벽한 기회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도무지 네 마리 이하로는 움직일 것 같지 않으니, 예상보다 불리한 상황이라고 해도 이 기회를 잡아야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나무에서 내려와 놈들을 쫓아갔다.

다행히 지네들은 호수에서 돌아올 때와 달리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으면서 사냥감을 물색하려는 것 같았다.

지네들이 둥지로부터 충분히 멀리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둥지 안에서 지원군이 몰려나와 나를 포위하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놈들이 사냥감을 발견하기 전에 공격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적과 싸우느라 약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둥지로 돌아가는 길에 덮쳐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보통은 기다리는 편이 더 낫겠지만···

지네들이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고 내가 상대할 수 없는 더 강한 몬스터에게 잡아 먹힐 수도 있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다.

나는 고민 끝에 더 어려운 길을 택하기로 했다.

저 네 마리의 지네들이 다른 몬스터와 마주치기 전에 공격하기로 한 것이다.

일단 결정을 내리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나는 속도를 높여 놈들의 측면으로 나아갔다.

네 마리의 지네들은 내 왼쪽을 일렬로 행진하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놈들을 앞질러 갔다.

좋아, 이쯤이면 되겠군.

돌아서서 조준을 하고···

푸슝.

내 꽁무니에서 발사된 산성 용액이 세차게 공중을 가르고 날아갔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움직이는 목표를 맞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스킬 레벨을 올린 덕분인지 가장 앞쪽의 지네를 정확히 맞출 수 있었다.

선두의 지네는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멈추더니 고통으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를 따라오던 지네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사납게 발톱을 딸각거렸다.

푸슝.

두 번째로 발사한 산성 용액이 또다른 지네를 맞추자, 놈 역시 지글거리는 액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땅 위를 뒹굴었다.

두 마리의 지네를 무력화한 나는 몸을 돌린 뒤, 턱을 사납게 벌린 채 숨어 있던 장소에서 나와 지네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덤벼라!

다윈을 위한 전투

두 마리의 멀쩡한 발톱 지네가 곧 내 도발을 눈치챘다.

갓 부화한 개미 한 마리가 혼자 있는 모습을 본 지네들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수많은 다리를 빠르게 놀리며 최대 속도로 내게 달려들었다!

내가 바란 대로였다.

나는 곧바로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멀리 달아나지는 않았다.

대신 미리 봐 둔 나무로 향한 다음, 발톱에 힘을 주고 위로 올라갔다.

두 마리의 화난 지네들은 내 뒤를 따라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집게 모양의 발톱이 내 뒤쪽 다리를 노리고 딸각거렸다.

멀리서는 내 산성 용액에 맞고 몸부림치던 다른 두 마리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는지, 역시 이쪽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내 바로 뒤에서 나무를 오르는 성난 몬스터를 시야에 담았다.

내 엉덩이 자태가 어때?

미안하지만 내 뒤태는 너무 ‘폭발적이라’ 함부로 가까이 다가오면 큰일나거든?

푸슝!

지근 거리에서 쏜 산성 용액이 지네의 얼굴에 그대로 명중했다!

발톱 지네는 괴성을 지르며 나무에서 떨어지더니, 흙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이제 나무 위에는 한 마리의 지네만 남았다.

1대1의 대결이었다.

개미 대···

역겨운 벌레 놈의 싸움이다.

나무 위는 나에게 조금 유리한 환경이었다.

지네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인 꼬리 독침을 사용하기가 훨씬 어려웠기 때문이다.

놈이 독침을 머리 위로 날리기 위해 다리의 절반 이상을 놓고도 수직에 가까운 나무 표면에 계속 매달릴 수 있을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아닐 터였다.

그럼 이건 사실상 집게 발톱 vs 턱의 대결이었다.

마지막 지네는 계속 내 쪽으로 올라오며, 나를 향해 발톱을 찌르고 위협적으로 딸각거렸다.

평범한 지네보다 집게 발톱이 좀 더 큰 걸로 볼 때 아마 변이를 거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몸을 돌려 놈과 당당히 맞섰다.

잠시 나와 지네는 서로를 견제하며 기 싸움을 벌였다.

한 쪽이 전진하면 다른 쪽은 뒤로 물러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놈에게 다가가던 내가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적은 내가 살짝 비틀거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놈의 눈에서 승리에 대한 확신을 읽을 수 있었다.

승리감 그리고 타오르는 분노를 말이다.

지네는 치명타를 가할 의도로, 이빨과 발톱을 앞세워 내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놈은 텅 빈 허공을 때렸을 뿐이다.

하핫!

완전히 속았군!

내 연기 스킬은 레벨 9000이다, 멍청한 지네 놈아!

나는 지네가 공격했을 때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잡기 스킬과 강화된 다리가 이 전장을 완벽한 내 편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공격이 빗나간 지네는 균형을 잃었고, 나는 턱을 크게 벌린 채 놈에게 달려들었다.

분노의 물기를 받아라아아아아!

다시 한 번 내 턱이 빛나더니 엄청난 힘으로 다물렸다.

깨물기 스킬이 지네의 갑각을 과자처럼 부쉈다.

내 턱은 놈의 머리를 완전히 짓이겨 버렸다.

목숨을 잃은 지네가 그대로 나무에서 떨어졌다.

[레벨 3 발톱 지네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이제 한 마리.

다행히 나머지 부상을 당한 사냥감들은 내 위용에 겁을 먹고 물러나는 대신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놈들의 단순한 생각으로는 아직 3대1의 싸움이고, 상대는 작은 개미 한 마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세 마리의 발톱 지네들이 각각 다른 방향에서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위험한데!

나는 재빨리 근처의 가지 위로 자리를 옮겼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포위를 당해서는 안 된다!

가지가 충분히 굵지 않아서 단단히 잡기가 어려웠다.

겨우 매달려 있는 게 고작이었다.

다행히 적들 중 한 마리만 나를 따라 가지로 이동했다.

나머지는 나무의 몸통 부분을 휘감은 채 나를 향해 쉿쉿거릴 뿐이었다.

우지끈.

이런 젠장···

가지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한 소리와 나와 지네가 모두 동작을 멈췄다.

그래도 내 쪽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죽어라, 지네!

나는 또다시 턱을 크게 벌렸다가 지네의 머리를 물었지만, 이번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뚝.

가지가 완전히 부러졌고, 나는 괴물 지네의 대가리를 입에 문 채 자유 낙하를 시작했다.

떨어지는 동안, 나는 몸을 틀며 지네를 나보다 아래쪽으로 가게 했다.

우리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면과 충돌했다.

으아!

아무래도 어디가 부러진 것 같은데···

나는 옆구리를 땅에 세게 부딪혔지만, 다행히 다리는 모두 보호할 수 있었다.

얼른 일어서!

멍하게 있을 여유가 없어!

겨우 추락으로 인한 충격을 털어내며 다리를 폈다.

발 밑에 함께 추락한 지네의 몸뚱이가 느껴졌다.

충격을 줄이지 못하고 땅에 부딪힌 지네의 다리 몇 개가 부서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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