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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29화 (29/387)

자세히 알아보니 특정한 기능을 맡아서 수행하는 작고 독립적인 뇌를 추가할 수도 있는 것 같았다.

몇몇 동물들, 예를 들어 문어와 같은 경우 그런 식으로 각각의 다리를 움직이는 별개의 뇌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꽁무니에 별도의 뇌를 달아서 나 대신 산성 용액을 조준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자동 조준 기능이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영리함 능력치와 관련된 뭔가를 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러니 일단 지금으로서는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의지를 높이면 마나 조작이나 마나 재생의 효율이 증가하는데···

내 의지 역시 꽤 높은 편이라 당장은 올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모든 진화 능력치를 힘과 강인함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각 능력치의 선택지는 5대5로 조율하기로 했다.

만약 힘 능력치로 근육량만 늘린다면, 덩치가 너무 커져서 은신이나 정찰이 그만큼 어려워질 터였다.

그렇다고 밀도만 높이려니 가성비가 너무 나빴다.

그래서 근육량과 밀도를 균형 있게 올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강인함 역시 외부적인 단단함과 내부적인 저항을 고르게 올리기로 했다.

흠···

잘한 선택이겠지···?

그렇게 능력치 분배까지 마치자 수동 진화 과정이 모두 끝났다.

어··· 이걸로 된 건가?

[선택지를 확정하고 진화하겠습니까?]

그래.

드디어!

진화!

다음 순간 내 시야가 온통 어두워졌다.

체키라웃

몬스터는 진화할 때 꿈을 꾸는가?

나는 원래 신체 구조상 잠을 자기는커녕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진화 도중에는··· 

시간의 흐름은 물론이고 그 어떤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모든 선택지를 확정하고 나서···

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

내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

마치 뇌가 완전히 꺼진 듯한 기분이었다.

···

그리고 다시 켜졌다.

후아!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느낌이···

다르다.

음···

이상한 기분이다.

몸 속에서 코어가 점점 식어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마치 조금 전까지 불타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말 이상한 기분이다.

꼭··· 

인간으로 살다가 처음 개미의 몸에 들어왔을 때.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본능적으로 내 몸이 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우선 능력치부터 확인해 보자!

=====

레벨: 1 (코어)

힘: 31

강인함: 22

영리함: 25

의지: 18

HP: 50/50

MP: 0/20

스킬: 굴착 레벨 1; 향상된 산성 용액 발사 레벨 3; 잡기 레벨 4; 단단히 물기 레벨 2; 고급 은신 레벨 3; 깨물기 레벨 3; 터널 센스 레벨 4; 마나 조작 레벨 3

변이: 초점 겹눈 +5, 더듬이 +2, 구속 산성 용액 +5, 다리 +1, 턱 +4, 갑각 +1, 재생 분비선, 페로몬 분비선

종족: 성체 일개미 (포르미카)

스킬포인트:1

바이오매스:0

=====

흐음.

흐으으으음.

후후후···

하하하···

후하하하하하하하!!

보라!

내 힘을 보라!

나는 진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힘은 거의 두 배가 되었고 강인함도 상당히 증가했다.

이 세계의 몬스터에게 진화는 정말 중요한 일이 분명했다.

단 한 차례의 진화만으로도 능력치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물론 코어부터 형성하기로 했던 현명한 결정과, 인간들의 야영지를 털어서 진화 전에 코어를 최대로 강화할 수 있었던 행운 덕분이기도 했다.

성장한 코어가 제공한 보너스 에너지는 상당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화를 통해 이 정도로 강해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음 번에도 진화 전에 코어부터 한계까지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아직 내 변한 모습도 보지 않았는데 벌써 다음 번 진화를 생각하고 있군.

일단 밖으로 나가자!

나는 신이 나서 이제는 훨씬 더 좁게 느껴지는 은신처를 나와 다시 숲으로 향했다.

오호···

밖에 나와 다른 사물과 비교하자 내 크기 변화를 가늠할 수 있었다.

키가 전보다 적어도 두 배는 커진 것 같은데?

몸길이도 두 배 정도 늘어난 것 같고···

그럼 이제 높이 60센티미터에 몸길이 2미터 정도인 셈인가?

맙소사!

지구에 이만한 크기의 개미가 출현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날 거다!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게 아니었다.

턱은 전보다 훨씬 더 커졌을 뿐 아니라, 날카로워지기도 했다.

아마 적의 방어를 뚫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몸 속의 산성 분비선도 커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산성 용액을 최대 다섯 발, 혹은 어쩌면 여섯 발까지도 연속으로 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배가 커진 만큼 아마 먹을 수 있는 양도 늘었을 것이다.

이제 바이오매스를 한번에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거 정말···

신나는데!

나는 제자리에서 폴짝 뛰고 나서 한 바퀴 돌았다. 

뭐···

새로운 육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의 일환이었다.

정말이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기분이다!

얼른 내 강함을 시험해 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애써 흥분을 억누르며 차분해지려고 했다.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마나가 텅 빈 상태였다. 

우선 호수의 물을 마셔서 MP를 보충하기로 했다.

호수에 도착하니, 거대한 악어 괴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가 진화하는 사이 숲 속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이 중립 지대를 벗어난 곳에서 놈과 마주치지 않도록 아주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삼십 분에 걸쳐 다섯 차례 호수의 물을 들이켰다.

천천히 마나를 회복하는 사이사이 새로운 육체에 적응하는 연습을 했다.

자, 그럼···

이제 뭐부터 해야 할까?

나는 진화를 통해 몬스터 코어의 가치를 알게 됐다. 

이제 더 많은 몬스터 코어를 확보하는 일이 전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니까 첫 번째로 할 일은··· 

내가 숨겨 놓은 보물들을 되찾는 거였다.

호수 주위를 돌아 인간의 야영지 근처로 가는 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계속 은신 상태로 움직였고, 인간들의 야영지와 호수를 직접 잇는 길에는 되도록 접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아무 일 없이 내가 코어를 묻어 놓은 나무 아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코어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네 개의 코어를 모두 파낸 다음, 즉시 흡수해서 MP를 28까지 늘렸다.

지난 번에는 다섯 개의 코어를 흡수하자 한계에 도달했다.

그럼 진화의 이번 단계에서는··· 

열 개? 

아니면 스무 개까지 흡수할 수 있으려나?

몇 개가 됐든, 진화를 하기 전에 모두 얻어서 흡수해야 했다.

코어 성장이 주는 진화 보너스가 너무 달콤하니까 말이다.

코어 흡수를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 남은 건 전투에서 새로운 육체의 성능을 시험하는 일이었다.

음···

솔직히 그다지 내키지는 않지만···

지네 둥지야말로 내 전투력을 시험할 완벽한 대상이었다.

진화하기 전에도 놈들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던 만큼, 위험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좋아!

일단 가서 내 능력을 확인해 보기로 하자.

나는 한 시간쯤 걸려 지네들의 언덕 근처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곁의 정찰용 나무에 다시 올라갔다.

전보다 훨씬 무거워진 탓에 나무를 오르기가 조금 더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히 무게가 늘어난 만큼 근력도 늘어서, 익숙해지자 다시 능숙하게 몸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자···

이제 내가 지네를 몇 마리까지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까?

진화 전에도 세 마리는 거뜬했다. 

그리고 네 마리일 때는 약간 고전했다.

다섯 마리일 때에는··· 

보자 마자 도망을 쳤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

음.

그럼 네 마리부터 시험해 볼까?

내가 그 동안 습격으로 꽤나 죽였는데도, 지네들의 수가 크게 줄어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둥지가 예전보다 더 활기차 보였다.

많게는 열 마리에 이르는 대규모 무리가, 얼마 전 내가 지켜봤을 때보다 더 잦은 빈도로 둥지를 드나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그새 지네 둥지에 베이비 붐이라도 일어난 건가?

그렇게 한참 기다린 끝에, 마침내 숲으로 향하는 네 마리의 무리를 포착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즉시 나무에서 내려와 놈들의 뒤를 따라갔다.

다리가 길고 튼튼해진 덕분에 이동 속도도 전보다 빨라졌다.

그래서 지네 놈들을 쉽게 앞지를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과거에 놈들을 쫓을 때와 같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제 나는 저 지네들보다 훨씬 더 컸다.

한때는 눈높이가 비슷했지만 이제 편안하게 내려다볼 정도였다.

뭔가 나보다 작은 놈들을 괴롭히는 기분마저 들었다.

아니··· 지네를 동정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곧장 놈들의 앞을 막아섰다.

죽을 자리를 찾아온 걸 환영한다!

푸슝!

놀랄 만큼 정확하게 날아간 구속 산성 용액이 맨 앞에 있는 지네의 등을 맞추고 한쪽 옆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그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재빨리 조준을 변경한 다음 두 번째를 발사했다.

푸슝!

어떠냐!

동료가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앞으로 나서던 두 번째 지네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어서 덤벼 보라고, 작은 벌레들아!

하지만 나머지 놈들은 전과 달리 곧바로 내게 돌진하지 않았다.

크고 진화한 개미와 마주친 지네들은 주저하는 기색으로 부상을 당한 동료들 주위에 머물며, 집게 발톱을 위협적으로 딸각거렸다.

아직 산성 용액을 세 발은 더 쏠 수 있겠지만, 나는 원거리 공격을 계속하는 대신 놈들과 근접전을 벌이기로 했다.

이대로 계속 산성 용액만 쏜다면 새로운 육체의 성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내가 앞서 공격한 두 마리의 지네들은 움직이기 위해 버둥거렸지만, 어느새 단단하게 굳어버린 산성 용액이 놈들의 다리와 관절을 고정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러면서 계속 타 들어가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적어도 한동안은 저 두 마리가 싸움에 참여할 걱정은 없을 듯했다.

좋아, 그럼···

네놈들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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