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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47화 (47/387)

이 녀석들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굴러다니겠군!

이게 애벌레야, 볼링공이야?

한번 굴려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자칫 너무 많이 굴러가면 아래쪽 통로로 떨어질 지도 몰랐기 때문에···

이봐, 일개미 친구들.

유충들이 많이 먹고 빨리 크기를 바라는 마음은 알겠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배가 빵빵한 애벌레들은 움직이기도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유모 일개미들이 한 마리 한 마리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있었다.

유모 일개미의 배를 보니, 사교 위가 가득 차 있는 듯했다.

애벌레들이 먹은 걸 소화하자 마자 곧바로 다시 음식을 먹이려는 듯했다.

···

행운을 빈다, 애벌레들아!

빨리 자라서 튼튼한 개미가 되렴!

지난 번에 여기 있던 애벌레들은 이제 대부분 번데기가 됐거나, 변태를 마치고 개미로 부화했을 터였다.

새로운 동료는 언제나 환영이지!

나는 바글바글한 양육실을 빠져나와 둥지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갔다.

그러자 왼쪽에 생긴 새로운 통로가 눈에 띄었다.

나와 타이니는 호기심을 안고 새로운 통로를 따라갔다.

원래 있던 육아실이 가득 차서 하나를 더 만들기로 한 모양이었다.

지난 전투로 획득한 먹이를 섭취한 여왕이 또 알을 엄청 낳았구나···

새롭게 만들어진 어두운 방 안에서는 일개미 열 마리가 거대한 알 무더기를 보살피고 있었다.

알의 숫자는 2백, 아니 3백 개는 족히 되어 보였다!

그래, 내가 둥지를 전투에 끌어들인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아까 본 유충들 그리고 저 알들은 둥지에 엄청난 기회를 가져올 터였다.

전부 무사히 부화하면···

지금은 2백 마리 정도인 일개미의 수가 8백 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노동력이 늘면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의 성장도 빠르게 도모할 수 있을 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개미 수 천마리를 거느린 거대한 둥지가 되겠지.

그때는 누가 감히 우리를 막을 수 있을까?

인간의 위협

대격변의 시대에 남겨진 기록물은 모두 허무맹랑하거나 신빙성이 아주 낮다. 라나레스 탑의 학자들은 수 십년 간 오래된 기록물을 해석하며, 당시의 세상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연구했다.

그 연구 결과는 종종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학자들이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주장은 판게라의 환경 마나 레벨이 크게 올라, 대격변 직전에는 평소의 거의 두 배가 되었다는 가설이다.

대격변 직전에는 마법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했고, 그에 따라 의존도도 높아졌다. 그래서 학자들이 ‘황금기’라고 부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라나레스 탑의 학자들은 이 시기에 이미 지하의 던전들이 대부분 완성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이는 다른 학파에서 매우 반대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거가 되는 논리를 들어보면 설득력이 있다. 

대격변이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엄청난 힘을 가진 강력한 몬스터들이 지상에 나타났다. 던전에서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서로 싸우며 진화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런 몬스터들이 출현할 수 있었을까?

올리앤더의 역사학 논문, “위대한 야수들의 기원”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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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세계 정복의 꿈은 잠시 미뤄 놓고···

그 전에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나는 타이니 옆에 서서 잠시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고민했다.

선택지가 몇 가지 있었기 때문에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벌인 전투는 결과적으로 둥지에 이득이었다.

하지만 일개미가 서른 마리나 희생되었고, 하마터면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

만약 내 마나 구체가 거대 악어를 한 번에 날려버리지 못했다면··· 

전장은 놈이 토해내는 파이어볼로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열 마리 정도는 개미 통구이가 되었겠지.

이번에는 좀 더 조심해서 그런 실수를 피해야 했다.

엄마한테 또 맞기는 싫었으니까!

첫 번째로 신경이 쓰이는 문제는 여왕 개미의 방에서 더 아래 쪽으로 이어진 통로였다.

광전사들이 거기로 침입해 왔으니까 말이다.

내가 제때 끼어들지 않았다면 훨씬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그 내려가 보기는 좀 무서웠다.

광전사 같은 강한 몬스터들이 도망칠 정도라면, 내가 직접 정찰을 나서기는 무리였다.

혹시 한 번 더 진화를 하고 나면 그 아래까지 탐험할 용기가 생길지도···

지금 상태라면 일반적인 진화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저 아래에 무엇이 있든, 내가 생존할 가능성도 높아질 터였다.

내가 그만큼 성장하기 전까지는 여왕개미와 호위 병사들이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위협들을 잘 막아 내기를 바랄 수 밖에···

다음 선택지는 둥지를 계속해서 성장시키는 방안이었다.

페로몬을 사용해서 일개미들을 전투에 끌어들이는 계획이다.

일개미들이 경험치를 쌓을수록, 둥지의 전체적인 힘도 강해질 테니까.

하지만 이쪽도 우려되는 점이 있었다.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모든 변수를 계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전투 상황을 만드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다.

얼마 전에 벌어진 전투가 그 예였다.

개미들이 섣불리 싸움을 벌이면, 그 소란과 바이오매스 냄새에 이끌린 다른 몬스터들이 하나 둘 몰려들 게 분명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너무 위험했다.

그러니 이 선택지도 패스.

그럼 뭘 해야 하지?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니, 타이니?

작은 유인원 친구는 멍한 표정으로 다리를 긁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 커다란 눈이 텅 비어 보였다.

내가 자기를 먹이로 인도해줄 거라는 믿음과 자신감은 느껴졌지만··· 

딱히 독창적인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그래,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일개미들이 보통 둥지를 위해서 하는 일들이 뭐가 있지?

새끼들을 돌보는 일?

딱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유모 개미들이 많다고···

둥지 방어?

내가 둥지에서 제일가는 전사인 건 확실하지만, 멍하니 서서 누군가 공격해 오기만 기다리기는 싫었다.

정찰?

정찰이라면 멀리까지 나가서 먹이를 찾고,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한 뒤 둥지로 돌아와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었다.

나처럼 멋지고 강력하고 훌륭하게 성장한 개미에게 썩 어울리는 일 아닌가?

적극적으로 둥지를 방어하면서, 위험에 빠진 일개미와 마주치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개인적으로 사냥을 하면서 재미도 볼 수 있고 말이다.

거대한 전투를 벌이는 대신 내가 목표한 적들만 사냥하면서.

솔직히, 가능하면 빨리 진화부터 하고 싶었다.

전보다는 덜했지만 여전히 비대한 코어 때문에 가슴 부위가 아팠다.

마치 지속적인 치통이 정신을 갉아먹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만 아프면 좋겠다고!

그래, 결정했다!

타이니와 함께 수색 부대를 꾸려서, 넓은 세상으로 용감한 모험을 떠날 테다.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고 적들을 쓰러뜨리는 거다.

오직 둥지를 위하여!

나는 둥지를 나서기 전에 우선 여왕 개미의 방을 찾았다.

예상대로 여왕은 수면 중이었다.

전투에서 활약하고 돌아와 곧바로 알까지 낳았다 보니 피곤한 듯했다.

별 일 없네.

가자, 타이니!

나는 타이니를 데리고 언덕 밖으로 이어지는 터널을 기어올랐다.

더 이상 타이니를 내 등에 태우고 갈 수 없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여태까지 무임승차를 하던 녀석이 직접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둥지 안을 지나는 동안, 새로 얻은 적외선 더듬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더듬이가 내게 전하는 정보를 이해하는 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인간의 몸이 열을 감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피부였다.

그런데 개미가 된 나는 피부 대신 갑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열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하지만 이제 내 더듬이가 열 감지 센서처럼 작동했다.

눈으로도 볼 수 없는 열의 원천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근처에 있는 일개미가 발산하는 열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모퉁이 뒤나 다른 방에 있는 개미의 열이 감지될 때면 아주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겠지.

조금만 경험이 쌓이면 이 새로운 감각이 전해주는 정보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을 터였다.

마침내 타이니가 매우 지친 모양새로 개미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다.

하핫!

앞으로 무임승차는 없어, 꼬마 친구!

체력을 단련할 필요가 있겠는걸!

평소대로 한 무리의 일개미들이 언덕 주위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

보초 개미들은 이리 저리 움직이며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숲으로 향한 일개미들의 자취가 몇 군데 남아 있었지만, 나는 그 중 어느 길에도 합류하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

지난 번 전투에 난입한 지네들이 나타난 방향이었다.

그 많은 지네들이 그렇게 빨리 몰려든 걸 보면, 이 근처에 꽤 큰 지네 소굴이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나 혼자서 지네 소굴을 공격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둥지 가까이에 얼마나 많은 몬스터 무리가 서식하는지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숲은 여전히 몬스터로 들끓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가도 서로 싸우고 사냥하는 소리가 가득했다.

새로운 감각이 전해주는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쏟아져 들어왔다.

빠르게 해석하기에는··· 

열의 원천이 너무 많은 장소였다!

심지어 나무 위에서는 작은 몬스터들이 사냥을 위해 떼로 몰려다니며 내 감각을 어지럽혔다. 

나는 원하지 않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움직였다.

대부분의 몬스터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기는 했지만··· 

싸움을 벌이고 있으면 갑자기 어떤 몬스터가 나타나 뒤통수를 칠지 몰랐기 때문이다.

잠깐만···

이게 뭐지?

더듬이를 통해 조금 이상한 형태의 열이 느껴졌다.

나는 몸을 웅크리고 땅에 가까이 붙어서 최대한 집중했다.

여태까지 감지했던 몬스터의 열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저기 저 나무 뒤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데.

아직 열기라는 감각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이기로 했다.

나는 최대한 조용히 한 발 한 발 기어갔다.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고 본능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타이니를 보고 조용히 하라는 의미의 손짓, 아니 발짓을 했다.

하지만 타이니는 커다란 눈으로 멍하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빠르게 의사 소통을 포기했다.

그냥··· 

제발 조용히 있어다오!

나는 문제의 나무와 적당한 거리를 둔 상태에서, 뒤쪽에 뭐가 있는지 살짝 볼 수 있을 정도로 우회했다.

그러자 문제의 대상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

저건... 

손?

인간이라고?!

나무 뒤에 있는 건 분명 인간이었다!

인간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인간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심장에 소름이 돋았다.

물론··· 불과 얼마 전까지는 나도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 온 뒤로, 인간은 골칫덩어리일 뿐이었다!

옆으로 살짝 움직이자, 인간의 모습이 좀 더 제대로 보였다.

이전에 본 적 있는 검은 옷을 입은 병사들 중 하나 같았다.

지난 번에는 위쪽 동굴에서 여기로 나를 쫓아내더니··· 

기어코 숲까지 따라왔다!

니들 대체 뭐가 문제야?!

솔직히 내가 성격이 좋아서 망정이지, 아니면 좀 상처받을 뻔했다.

그저 몬스터라는 이유로 날 이토록 미워하는 거야?

이 깊은 곳까지 쫓아오다니!

문득 여기가 개미 언덕과 얼마나 가까운지 떠올리자, 심장이 얼어붙은 것처럼 차가워졌다.

설마 벌써 우리를 발견한 걸까?

여왕 개미든 일개미든, 인간을 당해 낼 재간은 없었다.

한 때 인간이었던 나는 문명화된 인간 사회가 이런 세계에서 얼마나 강한 힘을 모을 수 있을지 짐작이 갔다.

이미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온갖 종류의 스킬 조합, 마법 체계, 상호 작용 따위를 파악했겠지.

반면 우리 둥지는 너무 어렸다.

갓 부화한 상태를 벗어난 일개미도 얼마 없었고··· 

개체 수를 모두 합쳐도 천 마리가 안 되는 규모였다.

우리는 아직 약했고, 특히 훈련된 인간 병사들과 맞선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부족했다.

한 때 나와 동족이었던 인간에 맞서 싸우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병사가 둥지의 위치를 확인하고 돌아가서 다른 인간들에게 알리면 어쩌지?

그러도록 내버려둬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내가 정말 인간을 죽일 수 있을까?

아무리 둥지를 위해서라도?

으아!

생각하기 싫은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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