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바이오매스의 원천을 획득했습니다: 라피트 케르붐; 1 바이오매스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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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트 케르붐: 근육 사슴, 강력한 힘으로 공격에 특화된 근육질 몬스터로, 방어력은 취약한 편입니다. 머리에는 금속 뿔이 달려 있습니다]
근육 사슴?
시스템이 보기에도 근육이 장난 아니었나 보군?
다음 목표물을 찾는 도중에, 둥지에서 지원 병력이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 빠르잖아!
내가 먼저 좀 처리할 동안 둥지에서 기다리면 안 될까?
하지만 소용없었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였지만, 점점 더 많은 개미들이 홍수처럼 둥지에서 쏟아져 나왔다.
개미들은 눈 앞에 펼쳐진 아수라장을 보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전투에 뛰어들었다.
눈처럼 불어난 일개미들은 엉덩이를 내밀고 몬스터들을 향해 산성 용액을 발사했다.
둥지에 가까이 있던 몬스터들이 산성 용액을 뒤집어쓰고 괴로워하는 사이, 후속 병력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아니, 개미가 왜 이렇게 많아?
지난 번 전투 이후 내가 숫자를 확인했을 때에는 일개미 수 백 마리에 알 백여 개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쏟아져 나오는 갓 부화한 개미들의 숫자를 보니, 그 알들이 최근에 모두 변태를 마친 모양이었다.
이거 다 해서···
못해도 5백 마리는 되겠는데!
그 중 몇 마리는 벌써 내가 처리한 몬스터를 해체해서 둥지로 운반하고 있었다.
개미 언덕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개미들을 보다 보니, 문득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굳이 개미들을 전장으로 보내는 대신, 사냥감을 코 앞으로 가져다주면 어떨까?
나는 언덕 아래에서 조그만 몬스터들을 박살내고 있는 사자 오우거를 발견하고, 중력이 실린 턱으로 끌어당겼다.
이리 오너라!
오우거는 마치 대포알처럼 내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 몸을 살짝 피해서, 놈이 언덕에 그대로 처박히게 만들었다.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에 떨어진 사자 오우거는 분노한 표정으로 서서히 일어섰다.
하지만 이미 수백 마리의 개미들이 놈을 둘러싸고 있었다.
갓 부화한 일개미들이 곧바로 지근 거리에서 산성 용액을 발사하거나, 턱으로 놈을 깨물었다.
잘 가라, 사자 오우거.
네 죽음은 우리 둥지의 양분으로 삼아주마!
중력 분비선을 확인해 보니, 벌써 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였다.
즉 몬스터를 끌어당기는 데 꽤 많은 에너지가 든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몇 마리 더 골라서 개미들 앞에 가져다 놓으면 상황이 많이 나아질 텐데···
사자 오우거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 동안, 나는 다음 사냥감을 탐색했다.
아하!
저기 악어 괴물이 있군!
휘익-
악어 괴물은 한 마리가 영문도 모른 채 공중을 날아와 개미 언덕에 추락했다.
놈은 사자 오우거와 마찬가지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개미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대로 조금만 더 버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악어 괴물은 사자 오우거보다 쉽게 쓰러졌다.
둥지 입구에 몰려 있는 개미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아무리 사나운 몬스터도 반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악어 괴물이 자기보다 훨씬 작은 몬스터들에게 둘러 싸인 채 물어 뜯기고 산성 용액 세례를 받는 모습을 보니 측은할 정도였다.
나는 악어 괴물의 다리 한쪽에 갓 부화한 일개미 여섯 마리가 달라붙어 물어뜯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던전은 실전이야!
그렇게 불쌍하게 쳐다봐도 어쩔 수 없어!
사실 악어 괴물에게 미안할 새도 없었다.
다음 사냥감을 찾아야 하니까.
저기 성체 지네가 한 마리 있군!
휘익!
오, 근육 사슴도 보이는 걸!
휘익!
일개미들은 내가 언덕 위로 배달해 주는 몬스터들을 게걸스럽게 해체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체한 바이오매스를 부지런히 둥지 안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미난 기차놀이도 이제 곧 끝이었다.
신나게 몬스터들을 끌어당기다 보니, 어느새 중력 분비선의 에너지가 20%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중력 분비선과 턱 사이의 연결을 끊었다.
여태껏 중력 마나 샘만 사용하느라 코어의 마나는 100% 그대로였다.
적들이 더 밀려오면, 턱에 마나를 주입해서 무는 힘을 향상시킬 생각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나는 고개를 돌려 상황을 살폈다.
시야에 들어온 장면은 말 그대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개미 언덕 아래는 무법 천지였다.
수많은 몬스터의 바다 속에서 거대한 몬스터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거대 악어, 폭군 곰, 죽음의 토끼들이 모두 한 데 뒤엉켜 싸우는 중이었고, 그 발치에는 전기 원숭이, 지네, 칼날 꼬리 쥐와 다른 조그만 몬스터들이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덤벼들고 있었다.
정말 처참한 장면이었다.
하필 웨이브가 시작되기 직전에 이런 난투가 벌어지다니···
나는 어서 여왕 개미와 둥지의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이런 바보 같은 난투극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내 주변의 일개미들은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녀석들의 눈에 저 몬스터 무리는 둥지로 운반할 바이오매스 덩어리에 불과했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을 내가 어떻게 막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개미들은 바로 전투에 뛰어드는 대신, 언덕 아래의 몬스터 무리에게 계속해서 산성을 용액을 발사했다.
몬스터들이 워낙 많아서 어떻게 쏴도 백발 백중이었다.
수 백 마리의 개미가 쏘는 산성 용액이 마치 소나기처럼 몬스터들 위로 쏟아져 내렸다.
세상에!
5백 마리의 개미가 한꺼번에 산성 용액을 발사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타이니가 맞으면 안 되는데···
나는 일개미들과 함께 꽁무니를 앞으로 내밀고, 덩치가 큰 녀석들을 골라서 산성 용액을 쏘기 시작했다.
푸슉!
맞아라, 악어야!
푸숙!
또 맞아라, 악어야!
난 너희들이 정말 싫어!
푸슉!
멍청한 곰 같으니!
내 정의의 산성 용액을 받아라!
진화를 하면서 산성 분비선의 용량도 늘어난 덕에, 열 번 이상 발사가 가능했다.
나는 계속해서 가장 크고 위협적인 놈들을 골라 구속 산성 용액을 발사했다.
놈들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산성 용액으로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입혀 놓고 근접전에 들어간다고 해도,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우리 쪽에는 갓 부화한 일개미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어린 개미들이 지금 죽어버리면, 웨이브가 왔을 때 둥지를 보호할 개미가 부족할 텐데···
나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다.
여태까지 둥지를 보호하려고 그렇게 애써 놓고···
서둘러 돌아온답시고 몬스터 떼를 둥지 앞까지 몰고 오다니!
이런 멍청한 자식!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하란 말이야!
내가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을 때, 갑자기 지진이 난 것처럼 개미 언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뭔가 커다란 것이 땅을 밀고 솟아오르는 것처럼 흙이 우수수 떨어졌다.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린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개미 언덕의 꼭대기에서 긴 더듬이와 커다란 개미 머리가 등장했다.
여왕 개미였다.
머리에 이어 몸까지 나타나자, 언덕의 꼭대기 부분이 우르르 무너졌다.
안 돼!
또 이럴 수는 없어!
여왕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나는 서둘러 여왕에게 달려갔다.
뭘 어쩌려고 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우선 진정하고 다시 둥지로 들어가라고 설득해야 할까?
“여왕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둥지 안에 계셔야죠?!”
내가 소리쳤다.
주위의 전투가 하도 소란스러워서, 페로몬으로 크게 소리를 친 것이다.
소리가 아닌 냄새가 소통 수단이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속삭이는 정도로 페로몬을 살짝 발산해도, 여왕은 내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터였다.
“둥지가 위험하다.”
여왕이 대답했다.
“둥지를 지켜야지.”
“여왕님이 직접 나서실 필요는 없어요!”
내가 간청했다.
이 일로 여왕이 죽는다면 나는 엄청난 후회에 시달릴 터였다.
“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단다!”
여왕이 자식을 지키려는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을 마친 여왕 개미는 곧바로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점점 더 가속도가 붙어서 엄청난 속도로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일개미들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적들을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이제는 정말 막을 수 없었다···
개미 언덕의 일개미들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신나게 전장으로 달려갔다.
여왕이 앞서서 전투를 이끄는 이상, 그 무엇도 일개미들을 막을 수 없었다.
나는 녀석들이 사람이 아니라 개미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주저할지 몰라도···
개미들은 언제라도 둥지를 위해 기쁘게 목숨을 바칠 수 있었다.
이제 개미들을 보호하는 방법은 내가 나서서 싸우는 것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 있는 몬스터들을 전부 죽여버리면 내 동족들이 위험할 일도 없겠지!
해보자!
공겨어어어억!
나는 엄청난 속도로 개미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가속도가 붙어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나는 여왕개미도 지나친 뒤, 개미들의 가장 선두에 섰다.
저 멀리서 전기 주먹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적을 하나씩 해치우는 타이니가 보였다.
언덕 아래의 몬스터들이 점점 가까워지자, 나는 코어의 마나를 턱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마나를 머금은 턱이 점점 밝게 빛났다.
더 빨리!
적들이 동료들을 해치기 전에!
나는 근접전의 첫 상대로 거대한 폭군 곰을 골랐다.
얼룩덜룩한 초록색 줄무늬가 번쩍번쩍 빛나며, 몸에 난 상처들을 엄청난 속도로 재생시키고 있었다.
나는 턱을 크게 벌리고 곰을 향해 돌진했다.
날-봐-라!
개미무쌍
이 방법밖에 없었다.
둥지의 개미들을 최대한 많이 살리려면, 내가 앞장서서 싸워야 했다!
덤벼, 곰탱이!
어디 네가 얼마나 잘 싸우는지 보자!
나는 여섯 다리로 땅을 박차고 곰의 등 위로 점프했다.
폭군 곰은 워낙 힘이 세고 재생 능력까지 있어 골치 아픈 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진화 전에도 놈을 해치운 적이 있었다!
나는 마나를 머금어 빛나는 턱을 곰의 등에 꽂았다.
깨물어 뚫기!
얼굴 근육을 총동원해 마나 주입 턱으로 곰의 털가죽을 파고들었다.
크어엉!
갑작스러운 공격에 잔뜩 화가 난 폭군 곰이 거대한 몸을 뒤틀었다.
등에 뭐가 달라붙었는지 보려는 것 같았다.
그야 개미지, 멍청아!
깨물어 뚫기!
[깨물어 뚫기 스킬이 레벨 5가 되었습니다]
나는 멈추지 않고 턱에 마나를 주입한 후 다시 깨물기를 시전했다.
곰의 두꺼운 가죽에 내 턱이 더욱 깊이 박혔다.
곰은 이제 정말로 분노한 상태였다.
두 번째 깨물기는 놈의 가죽을 깊이 파고 들어 제법 큰 피해를 입혔다.
그러자 초록색 에너지가 빛나더니, 곰의 등에 난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놈은 등에 붙어있는 나를 앞발로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어림없지!
나는 의지력을 발휘해 더 많은 마나를 코어에서 끌어냈다.
그리고 턱이 아플 때까지 주입했다.
물어 부수기!
이번에는 이미 상처가 나 있는 부분을 집중 겨냥했다.
처음에는 턱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가죽에 박혔지만, 곧 빠른 속도로 살을 파고들며 근육을 찢고 뼈를 부수기 시작했다.
어떠냐!
곰은 고통 속에 울부짖으며 몸을 바닥으로 던졌다.
아무래도 나를 그대로 깔아 뭉개려는 의도 같았다.
순순히 당해줄 수는 없지!
나는 잽싸게 곰의 등에서 뛰어내려, 근처의 바닥에 착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