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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108화 (108/387)

개미도 꿈은 꿀 수 있잖아! 

이 정도면 겸허한 야망이지! 

내가 바라는 건 오직 우리 가족의 부흥 뿐이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굴을 파다 보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마침내 새로운 땅에 도착했다. 

몬스터가 우글거리고 숲이 무성한 축복받은 대지였다. 

사방에서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 테고... 

그건 단 한 가지를 의미했다. 

바이오매스! 

지금 둥지는 굶주린 상태였다. 

우리에게는 식량이 필요했다. 

우리는 성난 악마처럼 리리아를 가로질러 야생의 대지에 도착했다. 

그동안 내내 유심히 뒤를 살폈지만 무척 놀랍게도 추격해 오는 인간은 하나도 없었다. 

내심 우리의 그랜드 테프트 코어를 응징하기 위한 추격대가 언제 덤벼들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던 나는 경계를 넘어서자 긴장을 풀었다. 

설마 인간들이 여기까지 쫓아올 리는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물론 일개미들은 그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곧장 몬스터의 흔적을 찾아 눈에 들어오는 모든 바위와 수풀에 대고 더듬이를 흔들 뿐이었다. 

우리와 마주친 지상의 몬스터들은 곧장 달아나거나, 아니면 거꾸로 공격해 왔다. 

달아나는 놈들은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산성 용액 세례를 받았다. 

덤벼드는 놈들은 그대로 분해되어 둥지에 양식을 제공했다. 

나 역시 굶주림을 달래기 위해 그런 몬스터들을 먹었다. 

새로운 바이오매스의 원천 덕에 보너스 포인트는 얻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지상의 몬스터들은 너무 약해서 나와 타이니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변이를 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던전으로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던전과 가까운 장소를 찾기 전에는 둥지를 만들 수가 없었다. 

여왕 개미의 생존을 위해서는 마나 밀도가 높은 던전의 공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 개미들은 던전 입구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목까지 차오른 불안감을 억누르며 이틀 동안 절박한 수색을 계속한 끝에... 

마침내 찾던 장소를 발견했다! 

틀림없이 던전과 이어진, 내가 처음 보는 개 머리의 이족 보행 몬스터들이 차지하고 있는 좁은 균열이었다. 

우리는 압도적인 머릿수, 약간의 중력 마법, 타이니의 무자비한 주먹을 앞세워 개 머리 몬스터들을 모두 제거한 뒤 즉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천 마리가 넘는 개미들이 얼굴을 땅에 처박고 작업에 몰두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던전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지상에서는 개미 언덕이 빠르게 지어졌다. 

여왕이 지하의 던전에 자리를 잡고 호위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분히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하자, 일개미들은 지상의 언덕 안에 알과 애벌레를 위한 보육실을 만들었다. 

드디어 집이 생겼군! 

타이니와 나는 바이브로부터 아주 약간의 도움을 받으며 개미 언덕의 입구 근처에 우리가 쓸 방을 만들었다. 

몬스터 코어를 벽 속에 안전하게 보관한 뒤, 우리 넷은 마침내 벼르던 휴식을 취했다. 

“우리는 왜 쉬는 거예요?” 

“조용히 해, 바이브.” 

··· 

흐압! 

잘 쉬었다! 

이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해 볼까!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결정하기도 어려웠다. 

일단 제일 중요한 것부터··· 

나는 타이니에게 다가가서 녀석이 깨어날 때까지 다리로 쿡쿡 찔렀다. 

[일어나, 덩치! 배가 터질 때까지 먹으러 갈 시간이야!] 

먹는다는 소리를 듣자 타이니가 벌떡 일어났다. 

그 눈빛이 사납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거의 1주일 넘게 배불리 먹지 못한 뒤라, 아마 그 어느 때보다 배가 고플 터였다. 

더구나 오늘은 지상이 아니라 새로 발견한 던전 안을 돌아다닐 예정이었다. 

그건 곧 운이 좋으면 전투다운 전투를 할 상대를 만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했다. 

나는 인간 여왕을 심문하면서 몬스터 지대 아래의 던전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여왕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의 던전은 끝없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하 통로였다. 

가장 큰 통로에서 뻗어 나온 작은 가지들이 서로 교차하는 복잡한 구조였다. 

인간들의 주된 사냥터는 이런 통로들이 아니라 개활지라고 부르는 장소였다. 

땅 밑에 존재하는 불가능한 크기의 공동을 의미하는 개활지에는 항상 스폰 지점들과 기이한 식물들, 희소한 광물과 강력한 몬스터가 가득했다. 

리리아 왕국 지하의 던전에도 “숲 개활지”가 있었다. 

여왕의 말에 따르면 애초에 도시를 그곳에 건설한 이유가 개활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거기서 나는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숲 개활지는 다른 개활지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지상과 가까이 위치한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타이니와 나는 바이브와 크리니스를 데리고 아래쪽 통로에서 졸고 있는 여왕과 그 호위병들을 지나쳐 더 깊은 던전으로 들어갔다. 

바이브는 그러는 동안에도 지칠 줄 모르고 질문을 퍼부어서 나를 괴롭혔다. 

새로운 던전이라! 

나도 모르게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이 세계에 환생한 뒤로, 새로운 장소를 탐사하고, 모르던 사실들을 배우는 일은 언제나 내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줬다. 

이번에는 또 뭘 찾게 될까! 

통로를 따라 더 깊이 내려가자, 던전의 시원한 불빛이 우리를 반겼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던전 탐험 그리고 앞으로 며칠 간의 목표는, 다음 진화로 인한 페널티에 대비해서 최대한 많은 바이오매스를 섭취해 놓는 거였다. 

진화를 할 때마다 낮은 진화 단계의 몬스터로부터 얻을 수 있는 바이오매스의 양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 더 진화를 하면 나는··· 

티어 4 몬스터가 되는 셈이다! 

홀로 던전을 헤매던 갓 부화한 개미가 이렇게 성장하다니, 감개무량한 기분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타이니 역시 바이오매스를 많이 섭취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녀석에게는 다음 진화까지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도 필요했다. 

여왕의 방을 통과하면서 대화를 통해 확인하자, 타이니는 아직 레벨 20이 되지 못한 상태였다. 

당분간은 타이니가 모든 경험치를 흡수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크리니스와 바이브도 데리고 가는 이유는 둘에게 바이오매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이브 또한 진화를 위해 경험치도 획득해야 했다. 

태어날 때부터 코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바이브는 첫 번째 진화부터 코어를 형성할 필요 없이 바로 성체 개미로 자라날 수 있었다. 

나는 바이브도 진화 전에 특별 코어를 만들기를 바랐다. 

내가 첫 번째 진화에서 놓쳤던 특수 선택지가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진화 당시에 나는 특별 코어나 추가 선택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어쨌든, 여기서 어떤 몬스터를 마주칠지 기대됐다. 

던전의 새로운 부분이니 새로운 몬스터가 나왔으면 좋겠다. 

솔직히 이제 지네와 싸우는 건 지긋지긋했다. 

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방이 지네투성이였다! 

더 이상 꽁무니에 가시가 달린 거대한 지네들과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놈들을 먹는 건 더 싫었고 말이다! 

지네가 한 마리라도 나오면 난 그냥 도로 올라가버릴지도 몰라··· 

우리가 내려온 통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많은 곁가지들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나는 벽 안에서 몬스터의 존재를 느꼈다. 

아직 웨이브가 끝나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하지만 왜 놈들이 벽을 뚫고 나오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웨이브가 시작된 직후 우리가 마주쳤던 놈들보다 성장 속도가 느린 듯했다. 

던전 안에서는 몬스터가 생겨나고 십여 분이면 바로 튀어나왔는데··· 

마치 기름에 도넛을 튀길 때처럼 금방 만들어졌다. 

마나 감지 스킬을 활성화하자, 벽 속에 잠들어 있는 몬스터들이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여기 몬스터들이 더 강하거나 더 복잡한가? 

그래서 던전이 생성하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웨이브가 끝나 가서 마나가 부족한 탓에 몬스터가 그때처럼 빠르게 생성되지 못하나? 

나는 앞다리로 살짝 머리를 긁었다. 

이쪽 통로는 일개미들이 여왕의 방을 만들면서 이미 한 차례 쓸어버린 뒤였다. 

우리의 주린 배를 채우려면 더 깊이 내려가야 했다. 

우리는 타이니를 선두로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적당한 사냥감이 없는지 계속 주위를 살폈다. 

그렇게 5분쯤 지나자 뭔가가 달라진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여기··· 

좀 초록색인데? 

여태까지 내가 경험한 던전과 달리, 벽에 진짜 넝쿨이 자라고 있었다. 

저기 저건 설마 꽃인가? 

언제부터 던전에 이런 알록달록한 꽃이 핀 거야? 

문제의 꽃은 벽의 바위틈으로 반쯤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붉은 꽃잎을 보니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생각이··· 

나는 꽃이나 보면서 감탄하려고 여기까지 내려온 게 아니야! 

식량을 구하러 왔다고!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통로를 따라 들어갈수록 초목이 더욱 무성해졌다. 

점점 넓어지는 통로를 따라서 끝까지 내려가니 던전보다는 열대우림에 더 가까워 보이는 풍경이 나타났다. 

언제라도 노래하는 곰이나 타잔이 튀어나올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노래하는 곰은 커녕 몬스터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넝쿨이 통로를 온통 뒤덮었고, 천장에서 자란 이끼는 눈 앞까지 늘어져 있었다. 

통로의 벽은 수풀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사방을 가득 메운 거대한 꽃들과 양치 식물들이 산들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잠깐··· 

여기는 지하잖아. 

바람이 불 리가 없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에는 이미 수많은 식물과 넝쿨들이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놈들은 날카로운 이빨이 늘어선 주둥이를 벌리고 우리를 위협했다. 

젠장. 

[“식물들을 조심해, 놈들은 몬스터야!”] 

내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타이니는 이미 신나게 울부짖으며 앞으로 나아가서··· 

식물 한··· 마리? 의··· 목? 을 붙잡았다. 

그리고 커다란 주먹을 연속해서 날렸다. 

무시무시한 주먹에 가격당한 식물 몬스터의··· 얼굴? 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주위의 넝쿨들이 채찍처럼 날아와서 나를 때리는가 하면, 날카로운 잎사귀로 베려고도 했다. 

이런 놈들에게는 불 마법이 아주 잘 먹힐 텐데, 미리 배워 놓지 못해서 안타깝군! 

지금은 턱으로 만족해야겠지. 

*깨물어 가르기!* 

내 생명력을 주입하자 빛나는 턱이 만들어졌다. 

물어 깨뜨리기를 사용하면 폭이 넓고 녹슨 톱처럼 생긴 에너지 턱이 나타나서, 마치 바이스처럼 다물어지며 적을 분쇄하고 압착했다. 

깨물어 뚫기를 업그레이드한 깨물어 가르기는 좀 더 관통력이 높은 형태의, 길고 뾰족한 가시가 달린 칼날 같은 에너지 턱을 만들었다. 

에너지 턱은 나를 향해 덤벼드는 넝쿨을 잘라버리고 그 몸통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지금은 얼굴에서 1미터 정도 길이까지 늘어날 뿐이지만, 스킬 레벨이 오르면 에너지 턱이 더 커질 뿐 아니라 위력도 강해질 터였다. 

물어 깨뜨리기의 레벨을 올렸을 때 그랬으니, 이 스킬도 마찬가지겠지? 

토막난 넝쿨과 잘린 잎사귀가 우수수 떨어졌다. 

나는 새로 얻은 또 하나의 스킬인 질주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히얍! 

[질주: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체력 소모가 늘어난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폭발적인 속도로 통로를 달렸다. 

머리 위에 타고 있던 바이브가 갑작스런 질주에 신이 나서 깔깔거렸고, 크리니스는 촉수를 뻗어서 나를 꼭 붙들었다. 

세상에! 

스킬 레벨이 1에 불과한데도 최고 속도가 거의 30%는 늘어났다! 

그만큼 체력이 빠르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스킬이었다. 

나는 넝쿨들을 헤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식물의 본체를 향해 다가갔다. 

넝쿨들이 나를 때렸지만, 갑각으로 어렵지 않게 튕겨냈다. 

머리 위로 거대한··· 

어째서인지 몰라도 화나 보이는 식물이 주둥이를 크게 벌린 채 나를 굽어봤다. 

나를 통째로 삼킬 셈인가? 

어림없지! 

*물어 깨뜨리기!* 

나는 턱으로 식물의 줄기를 물었다. 

채소를 좀 다듬어 볼까!

채식

식물의 줄기를 턱으로 자르자, 꼭대기의 거대한 꽃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놈은 죽기 직전까지도 우스꽝스러울 만큼 거대한 주둥이를 벌린 채 나를 삼키려고 애썼다. 

[레벨 6 플로스 플라메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음하하! 

동물의 왕국을 재패하고 나서, 이제 식물계로부터 바이오매스를 뜯어낼 차례로군! 

통로 안에서는 열 마리도 넘는 식물 몬스터들이 가지 각색의 방법으로 이 싸움에 참여하고 있었다. 

몇몇 식물들은 넝쿨로 사냥감을 자르고 감아서 동굴처럼 커다란 입으로 가져가려 했고, 나머지는 또다른 방법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때 저 뒤쪽에 다른 몬스터들과 전혀 다르게 생긴 식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둥글 납작한 받침 위에 기다란 관 모양의 꽃이 얹혀 있는 모양인데, 길쭉한 꽃은 마치 주위의 움직임을 좇는 것처럼 받침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러다 그 꽃이 갑자기 나를 향해 액체를 발사했다! 

점프! 

나는 여섯 개의 다리로 힘껏 뛰어올라 가까스로 액체를 피했다. 

어쩐지 익숙한 공격이었다. 

내가 이미 쓰러뜨린 식물을 덮친 액체는 그 몸뚱이를 빠르게 부식시켰다. 

강력한 산성 용액이었다! 

빌어먹을 꽃이 또다시 나를 조준했다. 

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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