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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122화 (122/387)

주위의 몬스터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지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놈들은 계속해서 타이니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다음 순간 타이니가 두 주먹으로 바닥을 힘껏 내리쳤다. 

타이니의 주먹이 땅에 닿는 순간 동굴 전체가 흔들렸고, 그 기세에 주위의 몬스터들이 넘어졌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주먹에 실린 전기 에너지가 폭발하더니, 번개가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번개는 마치 파도처럼 바닥을 휩쓸며 몬스터들을 감전시켰다. 

눈부신 번개가 통로 안을 가득 채웠다. 

번개의 파도는 눈부신 빛 속에서 열 마리도 넘는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학살했다. 

미친··· 

쩔잖아. 

타이니··· 

이 멋진 녀석! 

내가 타이니의 멋진 번개 파도 기술(내 맘대로 이름을 붙였다)에 마음껏 감탄할 새도 없이, 통구이가 되어 쓰러진 시체들 위로 더 많은 몬스터가 밀려들었다. 

젠장! 

대체 얼마나 더 있는 거지? 

나는 타이니가 벌어준 틈을 타서 최대한 많은 바이오매스를 입에 우겨 넣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지! 

스킬에 무슨 변화는 없는지 잠깐 상태창도 확인했다. 

지금은 그야말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흠··· 

물어 깨뜨리기의 레벨이 하나, 고급 외골격 숙련의 레벨이 둘 올랐다. 

몬스터 무리에게 둘러싸인 채 두들겨 맞느라 괴롭긴 했지만, 덕분에 스킬 경험치가 쌓인 모양이었다. 

아마 곧 다시 또 두들겨 맞아야 할 것 같았다. 

눈 앞에 그림자 야수들로 이루어진 다음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아, 그리고 내 레벨도 2가 올랐다.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일단 좋은 소식이었다. 

[주인님!] 

[크리니스? 왜 그래?!] 

[준비됐어요!] 

··· 

이 순간에도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준비됐다니 뭐가?!] 

[싸울 준비요!] 

[싸우다니?] 

아무래도 요점부터 말하는 법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 단계가 끝났어요.] 

크리니스가 내게 설명했다. 

[적이 있는 방향을 알려주시면 제가 가서 싸울 수 있어요!] 

오··· 오오오! 

좋았어! 

[빨리 잡아!] 

나는 크리니스가 붙잡을 수 있도록 더듬이를 내밀었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테니스 공 크기인데··· 

[확실해?!] 

내가 물었다. 

[네, 주인님.] 

[좋아, 그럼··· 가라!] 

나는 더듬이를 휘둘러, 다가오는 몬스터 무리를 향해 크리니스를 던졌다. 

타이니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을 날아가는 크리니스를 멍하니 쳐다봤다.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크리니스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는 작은 테니스 공 크기였지만, 포물선의 정점에서는 농구공 크기로 변했다. 

그리고 아래로 떨어지면서 점점 더 커졌다. 

몬스터 무리 한복판에 떨어지기 직전, 크리니스의 둥근 본체가 펼쳐지더니 수십 가닥의 날카로운 촉수들이 사방을 찔렀다. 

촉수들의 한복판에는 크고 무시무시한 입이 자리잡고 있었다. 

내 새끼지만 멋지다··· 

나는 기대감에 가득한 채로 벽을 타고 올라가서, 크리니스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커다란 모습으로 변한 크리니스가 몬스터들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 몇 초 뒤··· 

지옥도가 펼쳐졌다. 

크리니스는 촉수를 마구 휘두르며 핵파리의 진정한 위력을 선보였다! 

촉수들은 낫처럼 몬스터를 베어 넘기거나, 공중으로 들어올려 땅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나서 무시무시한 입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크리니스는 주위의 몬스터들을 계속해서 집어 삼켰지만, 크기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몬스터들이 대체 어디로 들어간 건지 몰라도··· 

나는 조용히 놈들의 명복을 빌었다. 

몬스터들은 최선을 다해 반격하며, 크리니스의 촉수를 끊으려 들거나 본체를 물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 결과 크리니스가 뭔가 피해를 입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어떤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먹는 속도를 볼 때 아마 피해를 입는 즉시 치유를 해버리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타이니는 가만히 서서 자기 옆을 지나 도망치려는 몬스터들만 눌러 죽이고 있었다. 

아마 나와 마찬가지로 크리니스의 활약을 감상하는 듯했다. 

[어때 크리니스? 도움이 필요해?] 

내가 물었다. 

[괜찮아요, 주인님. 굳이 이런 쓰레기들 때문에 직접 나서실 필요는 없어요.] 

··· 

걔들이 들으면 상처받겠다. 

나는 중력장 주문을 거두고 중력 화살을 만들어서 발사하기 시작했다. 

내 어린 펫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한 행동이었다. 

뭐 그다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약한 몬스터를 해치우는 일에는 크리니스가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타이니는 비교적 커다란 몬스터들과의 싸움에 특화되어 있었다. 

새로운 번개 파도 기술이 그나마 잔챙이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수단이기는 했다. 

어쨌든 내가 크리니스를 두 번째 펫으로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타이니와 반대라서 균형이 맞거든! 

크리니스가 끝도 없이 몰려드는 몬스터 떼를 갈갈이 찢어버리는 모습을 보자 기특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금도 저렇게 치명적인데, 진화를 거치면 얼마나 대단해질까! 

이 순간만큼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크리니스의 가장 큰 약점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어디로 촉수를 뻗어도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크리니스의 촉수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처럼 움직이며 주위의 몬스터를 파괴했다. 

나는 보조 뇌들에게 중력 화살의 시전을 맡긴 채, 벽에 붙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일이 잘 풀리니 기분이 좋았다. 

[어··· 크리니스. 전부 다 잡아먹지는 말아줘. 여왕님께 식량을 좀 보내야 하니까.] 

[앗! 죄송해요, 주인님. 제가··· 조절할게요.] 

[고마워.] 

··· 

근데 엄청 배가 고팠나 보지? 

결국 심심해진 타이니가 크리니스와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다시 전투에 뛰어들었다. 

녀석은 성에 찰 때까지 몬스터들을 던지고 때렸다. 

나는 계속 벽에 붙어서 펫들이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참으로 평화로운 던전이로군··· 

20분쯤 지나자 마침내 몬스터들이 모두 쓰러졌다. 

나는 수북이 쌓인 몬스터의 사체를 보며, 우리가 대체 몇 마리나 죽인 건지 가늠해 보려고 했다. 

크리니스가 족히 백 마리는 먹어 치웠을 텐데··· 

그래도 아직 바이오매스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나저나 크리니스의 위장은 대체 어디 붙어 있는 거지? 

대충 계산을 해 보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우리가 죽인 몬스터는 최소한 천 마리에 달했다. 

만약 타이니와 내가 얼마 전에 진화를 하지 않았다면··· 

크리니스가 때마침 싸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몬스터들을 정면으로 상대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이어서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인간 여왕은 이런 종류의 현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는데··· 

하지만 곧 에니드가 내게 말한, 리리아에서 벌어졌다는 몬스터들의 침략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몬스터들은 뭔가에 의해 조종을 당하거나, 위협을 받았던 걸까? 

아니면 뭔가가 놈들을 원래 살던 곳에서 몰아낸 탓에 던전 위쪽으로 올라온 걸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일단은 배불리 먹을 때였다. 

크리니스의 배에는 더 이상 자리가 남아있을 것 같지 않지만··· 

나는 총 여덟 개의 바이오매스를 획득한 뒤, 전장을 돌아다니며 마나 감지로 몬스터 코어를 찾았다. 

그동안 타이니는 지름길로 이어지는 숨겨진 입구 앞에 여왕 개미에게 보낼 식량을 잔뜩 쌓아 놓았다. 

내가 발견한 몬스터 코어는 총 스무 개였다. 

코어들을 크리니스에게 내밀자, 곧바로 몸 속의 알 수 없는 공간에 집어넣더니 다시 테니스 공만한 크기로 줄어서 내 등에 올라탔다. 

··· 

무거워! 

너무 무겁잖아! 

크기는 줄일 수 있지만 삼킨 바이오매스의 무게는 그대로인 모양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주인님?] 

내 등에 올라탄 작은 살인 구체가 순진무구한 목소리로 물었다. 

··· 

내 다리가 후들거리는 문제가 있지! 

[아무 것도 아니야, 크리니스.] 

내가 겨우 대답했다. 

“크리니스는 정말 끝내줬어요!” 

바이브가 더듬이로 크리니스를 마구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이제 이 식량을 둥지로 옮긴 다음 근처의 통로들을 조사해 보자. 우리가 놓쳐서 여왕의 방으로 올라가는 몬스터가 있으면 안되니까.”] 

[“네!”]

물장난

바이오매스를 지상으로 운반한 뒤, 그 위에 페로몬을 잔뜩 뿌려서 일개미들이 냄새를 맡고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다시 지름길로 돌아와 입구를 막았다. 

이 바이오매스들이 여왕의 산란 기관 업그레이드에 일조할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새로운 개미 세대의 탄생이 멀지 않았다! 

그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지금은 더 열심히 일해야 했다. 

가자! 

둥지를 보호하고, 침입자를 물리치자! 

다시 던전으로 내려온 우리는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면서, 곁가지 통로들을 다시 한 번 일일이 확인했다. 

거의 두 시간에 걸쳐서 꼼꼼히 살폈지만,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몬스터도, 그 흔적도 없었다. 

아무래도 그 무시무시한 몬스터 ‘웨이브’는 우리가 있었던 그 통로에서만 발생한 현상 같았다. 

하지만 우연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그 통로에 뭔가 있는 게 분명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크리니스를 바닥에 내려 놓고 다리 스트레칭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문제의 통로를 따라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기로 결심했다. 

여기는 지상과 비교적 가까운 편이었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거라면··· 

아마 더 아래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를 마친 우리 넷은 더 깊은 던전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아래로 내려가자 마나의 변화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웨이브가 시작되고 우리가 던전에서 도망칠 때보다 공기 중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농도가 훨씬 짙었다. 

아무래도 웨이브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어, 성숙할 때까지 더 오래 걸리는 강력한 몬스터들이 벽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곧 몇 분마다 몬스터가 벽에서 튀어나오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였고··· 

하지만 그러다가 뭔가가 나오면 아주 강한 놈일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굳이 따지자면 이전보다 좀 낫다고 할 수도 있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어쨌든 이런 변화는 던전 안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몬스터들이 더 강해졌다. 

심지어 더 높은 티어의 몬스터도 아닌데 말이다. 

같은 종류의 몬스터라도 깊은 곳에서 나오는 놈들의 레벨이 더 높았다. 

어쩌면 강해질수록 아래로 내려가는 게 몬스터의 본능인 걸까? 

물론 내 경우에는 던전 아래로 내려가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마나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 코어가 말라붙어서 죽어버릴 테니까. 

나는 이동하면서 물의 마나 변환 구조물을 형성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정신 마나의 경우보다 훨씬 단순해서 어렵지 않게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문득 인간 마법사들도 이런 식으로 연습을 하는지 궁금했다. 

빠른 속도로 주문을 사용할 만큼 능숙해질 때까지 이런 구조물을 반복적으로 형성하면서 말이다. 

아마 그렇겠지···? 

인간들 입장에서 보면 아마 내가 반칙을 쓰는 느낌일 거다. 

반복적인 훈련이 아니라 그냥 진화를 통해서 두뇌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하! 

그게 바로 몬스터 종족만의 특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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