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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작
헉!
[크리니스! 크리니스! 내가 얼마나 오래 의식을 잃고 있었지?]
나는 정신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잽싸게 주위를 둘러봤다.
처음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다.
갓 태어난 개미들은 여전히 다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일개미들이 뭔가 이상했다.
하나같이 느릿느릿 움직였고, 몇몇은 아예 가만히 서 있었다.
가만히 있는 개미들은 아까 나와 마찬가지로 가수면 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주인님?! 괜찮으신 거에요?]
크리니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내가 말한 후로 얼마나 오래 지났냐고!]
[몇 초 안 됐어요! 아직 제가 주인님이 계신 곳까지 가지도 못했는 걸요!]
몇 초 안 됐다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시스템이 ‘새로운 종족’에 대해 언급했고···
나는 내 종족을 변경하겠다고 동의했다.
아무래도 상태창을 확인해 봐야겠군.
역시···
상태창을 열어보니 내 종족이 바뀌어 있었다.
더 이상 [포르미카]가 아니었다.
[포르미카 사피엔스]였다.
···
시간이 지나자, 점점 더 많은 개미들이 통로를 따라 내려왔다.
그리고 방 안에 들어오더니 즉시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잠깐!
나는 산란실에서 뛰쳐나가, 나를 찾아서 오고 있던 크리니스를 지나쳤다.
그리고 둥지의 중앙 통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혼란스러워하는 크리니스의 질문들이 머리 속에 울렸지만, 무시하고 여왕개미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바깥에서 일하던 개미들이 꾸역꾸역 둥지로 들어와서 동작을 멈췄다.
나는 마침내 여왕의 방에 들어섰다.
그러자 평소 끊임없이 움직이며 여왕을 보살피던 일개미들이 으스스할 정도로 가만히 있는 모습이 보였다.
늘 역동적으로 움직이던 둥지의 심장부가 이렇게 고요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일개미들을 조심스럽게 밀어내고, 안쪽에 있는 여왕을 찾았다.
어머니도 다른 개미들과 마찬가지로 가만히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오, 맙소사.
내가 뭔가 큰일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내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새로운 세대의 개미가 태어난 순간, 시스템은 아예 새로운 종족이 만들어졌다고 인식했다.
그런 다음 나한테 그 종족의 창시자라는 지위를 부여했고···
둥지 전부를 새로운 종족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까지 줬다고?
나는 여왕 개미의 방에서 누구라도 움직이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내 종족이 바뀌고 다시 깨어나는 건 금방이었는데, 다른 개미들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나는 이미 새로운 세대의 개미들과 비슷한 상태지만 나머지 개미들은 그렇지 않아서?
그럼 원래 있던 개미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새로 태어난 개미들처럼 바뀌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너무 혼란스럽다!
···맞다, 새로 태어난 개미들!
나는 서둘러 통로를 되돌아가면서, 둥지로 돌아오는 개미들을 막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내려오고 있던 크리니스와 다시 한 번 엇갈렸다.
산란실에는 스무 마리의 갓 태어난 개미들이 여전히 시끄럽게 구호를 외치는 중이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들을 보살피던 일개미들이 한 순간에 얼음이 되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럽던 나는 인내심이 바닥나서 외쳤다.
“모두 입 다물어!”
···
말은 잘 듣네.
내가 소리를 지르자, 스무 마리의 어린 개미들이 즉시 입을 다물고 나를 돌아봤다.
내가 이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인 줄은 몰랐는데···
나는 어쩐지 우쭐해져서 말했다.
“지금 둥지 상황이 약간 이상하니까, 상황 파악이 될 때까지 다들 조용히 있어주면 좋겠어.”
“네, 선배님!”
해츨링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타이니, 여왕의 방 아래에서 보초를 서. 크리니스는 둥지 입구를 지키고. 언덕 밖으로 나가지는 말고. 일개미들 말고 다른 놈들이 둥지 안으로 들어올 수 없게 해줘.]
[알겠습니다, 주인님.]
타이니는 그저 킁 소리를 냈다.
좋아···
당분간은 내 펫들이 둥지를 보호할 것이다.
이제 나는 일개미들이 깨어나기 전까지 여기 있는 스무 마리가 무슨 사고를 치지 않도록 잘 돌보기만 하면 된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둥지 밖에 있던 개미들까지 모두 복귀해서 수면 모드에 들어가자, 주위가 무서울 정도로 고요해졌다.
모든 방의 일개미, 알, 애벌레들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마치 끔찍한 전염병이 창궐한 끝에 나 혼자 살아남아, 한 때 가족이었던 이들의 시체에 둘러싸여 있는 기분이었다.
일어나 형제들아!
일어나세요 어머니!
이렇게 혼자 있는 건 싫다고요!
나는 중간중간 갓 태어난 개미들을 조용히 시키면서, 초조하게 둥지에 무슨 움직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가장 먼저 깨어난 건 아니나 다를까 바이브였다.
“선배! 무슨 일이에요? 완전 이상해요, 그쵸? 던전에서 사냥을 마치고서 식량을 갖고 돌아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나게 강력한 느낌이 찾아왔어요. 그래서 둥지로 서둘러 돌아오느라, 들고 있던 식량까지 떨어뜨렸다고요. 둥지에 도착하자 마자 너무 졸려서 잠깐 낮잠을 잤다가 깨어났더니, 글쎄 새로운 종족이 되어 있네요. 너무 이상하지 않아요? 어, 얘네는 누구죠? 새로 태어난 개미들이네요! 그런데 너무 작아요. 왜 이렇죠? 어디가 아픈 건가요? 영양이 부족했나? 요즘 제가 식량을 굉장히 많이 구해왔는데, 영양이 부족했을 리가 없어요! 아, 선배는 밥 좀 먹었어요? 엄청 신경이 날카로워 보이는데요. 배고픈 건 아니죠?”
“오 맙소사··· 닥쳐!”
“넵!”
한숨.
“둥지의 개미들 전부 종족이 바뀌었어. 얼마나 오래 잠들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 동안 네가 둥지를 좀 지켜봤으면 좋겠어. 할 수 있겠지?”
“그럼요! 문제없죠!”
“좋아. 네가 그래 준다면, 나는 방금 태어난 개미들을 교육하려고 해. 시급한 일이기도 하고, 내가 여기 있는다고 해서 개미들이 깨어나는 데에 무슨 도움이 되지도 않을 테니까.”
“알았어요, 선배. 파이팅!”
바이브가 명랑하게 더듬이를 흔들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새로 태어난 개미들을 데리고 농장으로 내려갔다.
+
“좋아, 그럼 다시 해보자. 저 아래에 적이 있어. 우리는 놈들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위치도 유리하지. 놈들은 우리에게 반격할 수 없어. 모든 이점이 우리에게 있는 셈이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작전이 좋겠어?”
나는 스무 마리의 어린 개미들과 함께 처음 만든 네 개의 농장들 중 하나에 들어와서,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몬스터 한 마리를 농장의 입구 근처로 꾀어낸 다음 중력 화살로 묶어 놓은 상태였다.
불쌍한 몬스터가 우리 바로 아래의 땅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버둥대는 동안, 나는 갓 태어난 개미들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치려고 시도하는 중이었다.
내 질문을 받은 어린 개미 한 마리가 몸을 움찔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들은 나를 약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내가 나이가 더 많고 몸집도 커서 그런가···
“음, 저 아래에 몬스터가 보여요.”
“그래.”
“그리고 우리가 수적으로 우세하고요.”
“맞아!”
어쩌면 이번에는 성공할지도···?
“그리고 위치도 유리해요. 우리는 적을 공격할 수 있지만, 적들은 우리에게 반격할 수 없어요.”
“그렇지, 그래서?”
정답이 코앞이다!
“그래서 저는 바로 몬스터에게 돌진한 다음, 제 몸으로 놈의 주둥이를 막을 거예요! 그럼 제 희생으로 동료들이 다치지 않고 놈을 공격할 수 있겠죠!”
젠장.
그러자 다른 개미들이 즉시 반응했다.
“오오, 좋은 생각이야!”
“젠장! 난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그게 정답이 분명해. 허점이 없잖아.”
동료들이 칭찬하자, 대답을 한 녀석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나를 쳐다봤다.
돌겠군.
“틀렸어!”
찰싹!
나는 더듬이로 녀석의 머리를 때렸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돼?! 너희는! 죽으면! 안 된다고!”
“아아아, 맞다.”
어린 개미들이 합창했다.
머리가 아프다···
“그런 식의 자살 행위는 절대로 금물이야. 항상 둥지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너희는 아무도 죽지 않고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어, 그것도 쉽게! 그러니까 그렇게 해야지!”
어린 개미들은 내가 무슨 외계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쳐다봤다.
정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같이 죽지 못해 안달이 난 녀석들 같았다.
무려 30분 동안 스스로의 목숨과 안전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가르치는데···
도통 이해를 하지 못했다.
단지 자신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길 뿐 아니라···
둥지를 위해 목숨을 내놓지 못하는 걸 개인적인 실패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둥지를 위해 죽을 기회만 노린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좀 다른 식으로 가르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아끼라고 해 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으니, 다른 이유를 제시하는 편이 나을지도···
“다들 집중해봐!”
내가 소리쳤다.
그러자 스무 쌍의 작은 눈과 더듬이가 일제히 나를 향했다.
···귀여워 가지고 말이야.
쯧.
“둥지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
내가 물었다.
“그럼요!”
“네!”
“둥지를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죽을 수 있어요!”
“워워, 거기 너는 너무 앞서 나가지 말고. 여튼 알겠어. 그리고 여왕님을 위해 봉사하고 싶지?”
“당연하죠!”
“어머니는 우리 둥지의 심장이십니다!”
“여왕님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어요!”
“좋아. 거기 너, 넌 옆으로 빠져서 머리 좀 식혀. 쉬이!”
나는 잠시 마음을 다스렸다.
“그럼 이제 내 질문에 대답해봐. 너희가 살아 있을 때와 죽었을 때, 둘 중 어느 쪽이 둥지와 여왕을 위해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
어린 개미들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아주 골똘히 고민 중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정말 우스운 상황이겠지만, 녀석들이 드디어 고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발전이었다!
“만약에···”
어린 개미 한 마리가 입을 열었다.
“한동안 둥지를 위해 일하다가, 둥지를 위해 죽는다면요?”
“그래도 계속 살아 있는 편이 둥지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네가 다른 동료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던 바이오매스와 경험치를 차지한 뒤라면? 그러고 나서 죽어버리면 이기적인 게 아닐까?”
나는 마치 치명적인 독약을 뿌리듯이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내뱉았다.
과연 어린 개미들은 곧바로 공포와 혐오를 드러냈다.
“이기적이라고요?!”
“절대요!”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바에야 죽고 말겠어요! 물론 이기적이지 않게···”
나는 현자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만약에 둥지가 너희들에게 바이오매스나 경험치 같은 자원을 투자했다면, 살아남아서 둥지에 보답하는 게 너희의 의무야. 의미없이 죽는 게 아니라.”
나는 어린 개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 뿐만이 아니야. 일개미 백 마리가 있는 둥지와 일개미 이백 마리가 있는 둥지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강력할까?”
어린 개미들이 잠시 고민하며 서로 수근거리더니, 일개미 수가 많은 둥지가 더 강력하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개미라서 그런지 수적인 우세라는 개념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맞아. 그런데 너희들이 쉽게 죽어버리면, 어떻게 둥지가 일개미 수를 불리지?”
"···"
좋아, 드디어 좀 알아듣는 눈치로군.
이제 마지막 한 방이다!
“사실 너희가 정말로 둥지를 위한다면,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 개인적인 영광을 위해 목숨을 던진다면···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닐까?!”
어린 개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둥지를 위한 영광스러운 희생이 이기적인 거라고?!
말도 안 되는 것 소리지만, 너무 논리적이었다!
궤변처럼 들리면서도 예시가 너무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혼란에 빠져서 고민하는 해츨링들을 가만히 지켜봤다.
이쯤이면 설득이 되지 않을까?
제발···
가장 처음 가르쳐야 하는 내용이 ‘제발 당장 죽으려고 들지 말아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이 녀석들을 태어나게 하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 노고를 한 순간에 날릴 수는 없었다!
설마 새로운 개미들이 태어날 때마다 이런 정신교육을 시켜야 하는 건 아니겠지···
잠시 후, 몇몇 어린 개미들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이번에는 좀 덜 멍청한 대답이 나오기를 바라며, 나는 개중 이해가 빠른 녀석에게 물었다.
“좋아. 다시 해보자. 적이 아래에 있어. 우리는 여기에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러자 어린 개미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해준 이야기와 본능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듯했다.
“그러니까··· 몸을 던져서 죽는 건··· 정답이 아닌 건가요···?”
녀석이 우물쭈물 말했다.
“당연하지!”
찰싹!
“간단하잖아! 동료들과 함께 멀리서 산성 용액으로 공격하는 거야! 그러면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 않고서도 놈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산성 용액을 충분히 쏘면, 몬스터에게 굳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도 놈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알겠어?
그럼 모든 일개미들이 살아남고, 사냥도 성공하고, 둥지도 이득을 보는 거지! 어떻게 이렇게 간단한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그러자 어린 개미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야 알았다는 듯 “오오오!” 하고 탄성을 질렀다.
이 멍청이들!
나는 단호하게 외쳤다.
“좋아! 줄 서! 열 마리씩 두 줄로. 두 줄이라고 했지! 이제 내 신호에 맞춰서 산성 용액이 바닥날 때까지 저기 있는 몬스터에게 되는 거야. 더듬이 내려, 질문 안 받을 거야! 스킬에 집중하고, 모두 명중시킬 수 있도록 집중해. 준비··· 발사!”
하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어린 개미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녀석들을 쳐다봤다.
나는 천천히 더듬이를 내려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내가 ‘발사’라고 하면 그게 산성 용액을 쏘라는 신호야. 알겠어?”
“오오오오...”
죽겠다.
진짜 죽겠어.
“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