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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167화 (167/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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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그 후 몇 시간 동안, 점점 더 많은 일개미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깨어난 일개미들을 여왕에게 보내서, 업무로 복귀하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간단한 설명을 듣도록 했다.

여왕과 대화를 나눈 뒤 코어를 가지고 있던 일개미 몇 마리를 살펴보고 나서야, 나는 다들 잠든 이유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시스템은 상태창에 표시된 종족명만 바꾼 게 아니라, 기존 개미들의 유전적인 구성도 최대한 새로운 종족과 유사하게 개조해 놓았다.

그 결과 모든 개미들이 새로 태어난 개미들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아도 상당히 비슷해졌다.

이제 모두에게 페로몬 언어 분비선이 생겼고, 크기가 작아지거나 신체 부위의 변이가 취소된 대신 두뇌가 다소 발달했다.

새로운 세대만큼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훨씬 영리해진 것이다.

내 생각에 몇 차례 진화를 거치면 기존 개미들과 새로 태어나는 세대 간의 차이가 완전히 사라질 것 같았다.

첫 스무 마리는 태어나자 마자 내 집중 교육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태어날 개미들이 모두 그런 특별 대우를 받지는 못할 테니까 말이다.

결국 나는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를 붙잡고, 죽는 것보다 살아있는 편이 둥지에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개념을 숙지하게 만들어야 했다.

여왕에게도 일개미들에게 그 점을 꼭 강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희생 정신이 투철한 일개미들에게 내 말이 얼마나 먹혀 들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노력을 통해, 내가 가르친 스무 마리의 어린 개미들이 본격적으로 둥지를 돕기 위해 나섰을 때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맞다, 어린 개미들.

이제 기존의 개미들이 슬슬 깨어나고 있으니, 어린 개미들이 첫 번째 진화에 도전하게 시켜도 될 것 같았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간 뒤 둥지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크리니스를 불렀다.

크리니스가 방에 도착했을 때에는 어린 개미 스무 마리가 내 앞에 반원을 그리며 모여 있는 상태였다.

타이니는 내 뒤쪽에 문지기처럼 서서 반쯤 졸고 있었다.

“얘들아, 이제 너희는 우리 개미를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기나긴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게 될 거야. 이번 진화가 너희들이 미래에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제공할 테니까.

내 목적은 언젠가, 너희들이 이 둥지가 발전하고 확장하기 위한 토대가 되는 거야. 모든 개미들이 태어나자 마자 너희와 같은 혜택을 얻을 수는 없어. 그러려면 너무 많은 자원이 필요하거든.”

어린 개미들은 눈을 빛내며 내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하는 소리가 녀석들에게 꽤나 와 닿는 모양이었다.

사실, 녀석들의 눈에 담긴 열정이 나를 다소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들을 필요는 없어, 얘들아!

“어··· 에헴. 첫 진화에서는 ‘신동 개미’ 선택지를 고르고, 추가 신체 부위로는 위장을 선택하는 편이 좋을 거야. 그러면 바이오매스를 더 효율적으로 얻어서 앞으로 변이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둥지의 자원 요구량도 줄어들 테니까.

그 밖의 능력치는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돼. 그리고 두 번째 진화부터는 너희가 군체를 위해 어떤 식으로 기여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원하는 선택지를 마음대로 고르도록 해. 다들··· 이해했지?”

“네, 선배님!”

스무 마리가 다같이 외치는 바람에 귀청이 떨어질 뻔했다.

아니··· 더듬이가.

“좋아! 그럼 시작해도 되겠지?”

어린 개미들은 빠르게 방의 한 구석으로 몰려갔다.

그리고 진화 메뉴에 진입하자 마자 가수면 상태에 돌입했다.

연구를 좀 해 본 결과, 위장은 진화 메뉴에서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변이가 가능했다.

나는 변이 선택지들 중 특히 유용해 보이는 몇 가지에 대해서 어린 개미들에게 조언을 해 줬다.

내가 그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건 코어 수술 스킬 덕분이었다.

코어 수술 스킬로 모든 진화 메뉴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보고 있는 코어가 접근 가능한 선택지들은 모두 살필 수가 있었다.

어린 개미들 전원이 위장 업그레이드를 선택하고 변이까지 마치면, 그 뒤로 모든 부위를 +10까지 올린 다음 두 번째 진화도 완벽하게 해내는 일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저장고에 보관해 둔 코어들을 세어 보니, 다음 번 진화까지 스무 마리 개미들의 코어를 최대치로 성장시킬 만한 수량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한 마리에 코어가 다섯 개씩 들어간다고 치면, 총 백 개의 코어가 필요했다.

거기다 융합으로 특별 코어까지 만들려면 예순 개가 추가로 필요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모았던 코어들이 겨우 몇 주 만에 동이 날 줄은···

이 코어들을 제공한 리리아의 왕실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음훼훼훼.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나는 둥지의 두뇌 역할을 이 어린 개미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터였다.

녀석들이 두 번째 진화를 마치고 나면 많은 일을 넘길 생각이었다.

그 때가 되면 나한테도 여유 시간이 좀 생기겠지.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녀석들이 진화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써야 했다.

여왕이 내게 희귀 코어를 흡수하라고 했으니 한 번 시도해 봐야겠지.

나는 다소 긴장하며 벽을 파냈다.

그러자 강력한 힘을 머금고 있는 희귀 코어가 내 앞으로 굴러 떨어졌다.

크기만 봐도 어마어마했다.

이걸 흡수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 안쪽이 따끔거리는 기분이었다.

이건 정말 아프겠는데.

나는 눈 앞의 휘귀 코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여태까지 내가 했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었다.

어린 개미들이 특별 코어를 억지로 흡수하게 만드는 일은 퍽 즐거웠지···

하지만 내가 직접 흡수하는 건 굉장히 고통스러울 터였다.

나는 이미 코어의 용량을 최대치까지 늘렸고, 특별 코어까지 추가로 흡수한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희귀 코어까지 흡수한다고?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코어가 안에서 폭발해서 몸이 갈기갈기 찢어지거나 하는 거 아냐?

으으···

좋아, 한 번 해 보자.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조심조심 더듬이를 뻗어서 차가운 코어의 표면을 만졌다.

[호환 가능한 희귀 코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코어를 강화하거나 몬스터를 재구성하겠습니까?]

그 끔찍한 악어를 내 펫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악어들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너무 많았다.

어림없지.

코어 강화!

그러자 보석같이 생긴 둥근 구체 안에 갇혀 있던 밀도 높은 에너지가 내게 밀려 들어왔다.

에너지는 내 몸 안을 한바퀴 순환한 뒤, 가슴에 있는 코어에 정착했다.

그리고 곧바로 고통이 느껴졌다.

그동안 커다란 코어가 가슴 부위를 팽창시키고 있는 감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고 지냈다.

고통에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내 신체가 코어의 크기에 맞게 늘어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희귀 코어의 엄청난 에너지가 밀려 들어오자, 다시 극심한 고통이 시작됐다.

애초에 내 육체로는 이렇게 커다란 코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아파!

세상에!

위가 퉁퉁 붓는다면 아마 이런 기분일 터였다.

물론 날 괴롭히는 건 위장이 아니라 마법의 에너지가 압축된 돌 덩어리였지만.

심지어 코어 주변만 아픈 것도 아니었다.

이전과는 달리, 코어에서 시작된 고통이 온몸의 말초 신경까지 퍼져 나갔다가 더 큰 고통으로 자라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신나는군!

젠장!

극심한 고통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참고 견디는 일 뿐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만둘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실 내가 이 코어를 꼭 흡수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환생한 뒤로 이미 충분히 고생을 겪었으니,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이 짐을 떠맡길 수도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여왕을 제외한 그 어떤 개미보다 둥지에 더 많은 기여를 했다.

그렇다고 강해져서 홀로 무쌍을 찍는 그런 류의 몬스터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런 힘을 독차지할 만큼 야심찬 개미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게으르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턱을 악물고 버텼다.

어쩌면 스무 마리 어린 개미들의 금욕적이고 이타적인 태도에 감화된 걸지도 몰랐다.

내 마음대로 둥지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는데도 순순히 받아들인 여왕의 배려에 감동한 걸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냥 내가 멍청해서 그런 걸지도.

결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이유가 뭐든, 나는 버텼다.

아프지만 버텼다.

고통스러웠지만 버텼다.

몸과 마음이 수 천 조각으로 부서지는 것 같았지만···

참고 견뎠다.

앞뒤가 안 맞기는 소리 같지만 어쩐지 평온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마치 코어로 인한 고통이 내 정신을 어지럽히는 모든 잡념과 의심을 불사르는 것 같았다.

깨끗해지고 순수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고통을 견뎌낼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을 것이다.

여태까지 이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지 않았는가.

내게는 소중한 가족이 있었다.

나는 결코 가족이 고난이나 고통을 겪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가족을 위해 어떤 짐이든 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둥지의 누군가가 이 코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내가 가장 적임자였다.

이유가 뭐든 이 둥지에 나보다 더 발전한 개체는 없었다.

그러니 이 코어는 내가 흡수하는 게 맞았다.

그래서 나는 버텼다.

끝없는 고통과 앞에 놓인 희귀 코어.

지금 내 의식 속에는 그 두 가지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에너지는 얼음처럼 느릿느릿 움직였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희귀 코어에 들어 있는 에너지는 특별 코어의 열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아무리 흡수해도 줄어들지를 않았다.

고통이 이어졌다.

나는 계속 견뎠다.

이윽고 의식이 점차 흐려지며 눈 앞이 깜깜해졌다.

···

하앗!

기상!

아오 아직도 아프잖아!

의식을 되찾자 마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 몸이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야야야야!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들이 전날 헬스장에서 엄청나게 무리를 하고 났을 때의 근육처럼 느껴졌다.

전신 구석구석이 엄청나게 아팠다.

그리고 코어.

세상에. 코어!

마치 커다란 돌덩이를 삼킨 것처럼, 몸통 한 가운데에 코어가 자리잡고 있었다.

내 몸에 들어가기에는 지나치게 비대한 크기였다.

심지어···

내 앞에는 여전히 희귀 코어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전부 흡수하기 전에 고통을 이기고 못하고 기절해버린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게 다행인지도 몰랐다.

도저히 여기서 더 흡수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무작정 흡수하려고 들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이 뻐근함과 고통이 조금 덜해지면 그때 나머지를 흡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진화 바로 직전에···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온몸의 신경을 따라 통증이 전해졌다.

나는 조심조심 남은 코어를 한쪽 구석으로 굴려서, 다른 코어들과 함께 보관했다.

어린 개미들은 여전히 진화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좀 쉬면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인간 마을에 들를 필요가 있었다.

둥지에 일어난 변화가 혹시라도 인간들에게 어떤 오해나 갈등을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나는 심각한 관절염과 신경통을 앓는 늙은 개미처럼 절뚝거리며 중앙 통로를 타고 올라갔다.

내 상태가 영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둥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곳곳에 남겨진 페로몬 흔적이었다.

예전에는 “여기 식량”, “알을 돌봐야 함”, “채굴 도움” 같은 간단한 메시지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훨씬 복잡한 문장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더듬이를 공중에 흔들어 보자, 최근에 남겨진 여러 개의 긴 문장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내가 발견한 첫 번째 흔적은···

“안녕! 애벌레들은 이쪽에 있어. 애벌레들을 닦고 밥을 먹이는 일에 도움이 필요해. 지금은 식량이 충분하지만 곧 필요한 양이 확 늘어날 거야.”

거기에 이어진 흔적은···

“안녕-안녕! 곧 많은 식량이 필요할 거라는 말은 알아들었어! 큰일이지! 이 흔적을 따라서 지상으로 올라와서 지상 사냥에 합류해. 사냥을 할 때에는 꼭 다섯 마리 이상이 무리를 짓도록 하고! 죽지 말아!”

이건 분명 바이브로군.

녀석의 리더십 스킬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듯했다.

그밖에 개미들이 남기는 메시지는 대체로 친근하면서도 일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굴을 파는 일에 참여하려면 이쪽으로 와. 굴파기는 언제나 즐겁지!”

“보육실은 이쪽이야! 일손은 언제든 환영해. 최근 알이 많이 태어났거든! ^-^”

···

아니, 어떻게 그 사이에 벌써 페로몬 이모티콘을 발명해낸 거지?!

나는 천천히 둥지 밖으로 나가면서 수많은 안부 인사와 덕담을 접했다.

“안녕. 열심히들 하자고!”

“오늘도 다들 힘내서 일하자!”

“늘 건강하자 친구들아. 그래야 더 열심히 일하지!”

그래···

다들 참 일을 좋아하는군!

적어도 둥지를 위해 목숨을 바치자거나 하는 소리가 잔뜩 적혀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중에 무슨 위험이라도 닥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일이고.

일단 지금은 인간들의 마을로 가서 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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