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미로 환생!-181화 (18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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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방전

나는 던전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연구를 계속해 왔다. 백 년 전, 탑은 계명 연합의 영토 아래에 존재하는 던전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스코피오넴 종족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코피오넴 종족은 그 자취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놈들이 사라진 이유는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다. 단순히 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몬스터는 적응력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능이 낮은 종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빠른 속도로 습성을 바꾸거나, 새로운 변이를 시도하곤 한다.

그렇다면 스코피오넴 몬스터는 왜 사라진 걸까? 몇몇 동료 학자들은 놈들이 집중적으로 사냥을 당한 끝에 멸종되었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연구에 따르면 스코피오넴은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 던전의 넓은 구역을 장악했던 몬스터였다. 그런데 놈들이 지상 종족의 사냥으로 박멸되었다고? 던전의 몬스터가 지상의 간섭에 의해 멸종된 사례는 여태까지 단 한 건도 기록된 바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던전 내부의 몬스터 생성을 막거나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특정 지역에 한 몬스터의 개체 수가 많아지면, 그 안에 생성 지점이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몬스터 밀도는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다. 어떤 지역에서 특정한 몬스터의 모든 개체를 죽여도, 여전히 해당 몬스터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스코피오넴이 사라진 사례는 오히려 던전이 자의적으로 생성을 멈춘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스코피오넴이 원래 만들어진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아니면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실패작이라서? 이 지점에서 나는 던전의 본질에 대한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어떤 몬스터가 어디에 생성될지는 던전이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는 무시무시한 의미를 내포하는 일이다.

- 싱키의 ‘던전 내 생물군의 다양성이 가지는 목적에 대한 연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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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가가는 동안, 미덤 시는 계속해서 불타고 있었다.

도시에 가까워지자 시끄럽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울부짖는 몬스터, 소리지르는 사람들, 발톱과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도시의 성문은 몬스터들이 이미 부숴 놓은 상태였다.

우리는 석조 성벽의 경첩에 겨우 매달려 있는 부서진 나무 문을 지나, 도시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가까이서 본 성벽은 그다지 볼품이 없었다.

리리아 왕국의 성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겨우 4미터 높이에 2미터 두께의 성벽이 몬스터 무리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성벽의 용도는 원래 던전 몬스터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지상의 약한 몬스터들이나 노상 강도들, 심해야 인근 국가의 공격을 고려했을 테니까.

던전 몬스터가 지상까지 나와서 공격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

성벽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발에 밟혔다.

사방이 전투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엉망으로 부서진 건물, 뜯겨져 나간 문, 불타서 내려앉은 지붕···

하지만 시체는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야 그렇겠지.

몬스터에게 죽은 인간은 소중한 바이오매스, 즉 식량이니까.

으스스한 장면이었다.

마치 얼마 전에 방문했던 폐허가 된 농가를 1000배 크기로 늘려 놓은 듯했다.

한창 몬스터와 싸움을 벌이는 도시가 아니라 이미 오래 전 폐허가 되어버린 장소 같았다.

살아 있는 생명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손님들과 웃음 소리로 가득했을 여관은 완전히 박살이 난 상태였다.

간판이 떨어지고, 벽과 가구들도 모두 엉망으로 부서져 있었다.

무너진 여관을 지나가면서 안쪽을 슬쩍 들여다보자 뒤집어진 채로 흩어진 탁자와 의자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역시나 죽었건 살았건, 사람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왠지 사람들이 순식간에 당한 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리 여기저기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가구 따위로 벽을 쌓고, 그 사이에 궁수들이 활을 쏠 수 있는 공간도 뚫어 놓았다.

실제로 지나가면서 바위 위에 떨어지거나 나무에 박혀 있는 화살들이 자주 보였다.

성벽이 뚫린 뒤에도, 시민들이 치열한 전투를 계속하며 살아남기 위해 애쓴 모양이었다.

나는 깨져서 자갈이 된 도로의 잔해들을 밟으며, 무너진 집 사이로 빠르게 이동했다.

도시 중심부로 다가갈수록 싸우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도중에 모렐리아를 흘긋 돌아보자,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굳게 다문 입매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 잔뜩 긴장한 근육에서 모렐리아의 분노가 그대로 느껴졌다.

아마 적과 마주치는 순간 클래스 특성을 발동시키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감정을 조절 중인 듯했다.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에 도착했다.

어떤 건물의 모퉁이를 돌자 마자, 드넓게 펼쳐진··· 호수? 바다? 가 보였다.

물가의 부두에서 커다란 창고들이 불타느라 그을음과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도시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여기서 버티고 있는 모양이었다.

대부분 돌로 만들어진 창고의 문 주위는 시민들이 급조한 자재로 몇 차례나 보강되어 있었다.

창고 지붕 위에서 궁수들이 사방에 득실거리는 몬스터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 곁에서는 창을 든 시민들이 몬스터가 지붕 위로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막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네와 거미 등 온갖 몬스터들이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벽을 타고 올랐다.

건물의 입구는 모두 닫힌 채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지만, 악어와 늑대 그리고 곰처럼 강인한 몬스터들은 안쪽에서 찌르는 창에도 아랑곳 않고 문에 돌진했다.

건물이 그 공격을 오래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어마어마한 몬스터 무리가 완력으로 밀고 들어오자, 건물은 그 이빨과 발톱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길을 내주기 시작했다.

외벽의 돌이 부서져 내렸고, 두꺼운 나무로 만든 문이 이미 쪼개지고 있었다.

거기다 멍청한 악어 괴물들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태워버릴 기세로 불길을 내뿜었다.

벌써 사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이었다.

건물을 공격하는 몬스터들이 눈에 들어오자 마자, 모렐리아는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지옥에서 기어 나온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온 힘을 다해 질주했다.

눈 깜박할 사이에 모렐리아는 쌍검을 뽑아 몬스터들을 향해 휘둘렀다.

[가자, 타이니! 서두르지 않으면 네가 해치울 몬스터가 남아나지 않을 거야!]

내가 타이니에게 소리쳤다.

녀석은 콩알만한 두뇌로 내 말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두 주먹으로 바닥을 어찌나 세게 짚는지, 녀석이 앞으로 나아갈 때 마다 도로가 부서졌다.

이윽고 타이니의 온몸에 전기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수가 많아, 크리니스. 미안하지만 너도 같이 싸워줘야겠어.]

나는 타이니의 속도에 맞춰 달려가며, 앞을 보지 못하는 크리니스를 위해 상황을 설명했다.

[걱정 마세요, 주인님.]

크리니스가 나를 안심시켰다.

[주인님 가시는 길을 막는 저 더러운 놈들에게 진정한 절망을 맛보게 해주겠어요!]

분명 그렇겠지···

그리 강력한 몬스터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가 워낙 많았다.

어림잡아 천 마리 정도?

이렇게 많은 수를 상대하기에는 크리니스의 촉수가 가장 제격이었다.

물론 내게도 적당한 마법이 몇 가지 있지만.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창고를 공격하고 있는 몬스터 뒤쪽으로 다가가는 사이, 모렐리아는 이미 교전을 개시했다.

모렐리아의 얼굴에 증오로 잔뜩 일그러진 미소가 떠올랐다.

한 쌍의 검이 눈에 안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자, 눈부신 빛의 칼날이 모여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모렐리아는 광폭화 상태에서도 몬스터 무리 한복판으로 뛰어들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대신 무리의 가장자리를 따라 빠르게 움직이며 쌍검을 쉴 새 없이 휘둘렀다.

십여 마리의 몬스터가 쓰러지자, 건물을 공격하던 나머지 놈들도 마침내 새로운 위협을 알아차리고 뒤로 돌아 모렐리아에게 덤벼들었다.

그때 타이니가 도착했다.

쾅!

타이니는 마치 천둥 번개처럼 요란하고 산사태처럼 강력하게 몬스터들 위로 착지했다.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가, 온 힘을 모아 진화한 버전의 늑대 드래곤을 내리친 것이다.

늑대는 타이니의 두 주먹 아래에서 그대로 곤죽이 되어버렸다.

타이니는 멈추지 않고 커다란 주먹을 휘두르며, 나머지 놈들을 피떡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팼다.

[가자, 크리니스! 인간은 죽이지 않도록 해!]

크리니스가 대답 대신 촉수 두 개를 뻗어서 내 더듬이를 붙잡더니, 몸을 뒤로 한껏 당겼다.

크리니스 새총 장전 완료!

발사!

안타깝게도 내 더듬이만 가지고는 크리니스를 그리 멀리까지 날릴 수 없었다.

애초에 더듬이의 용도가 그런 게 아니니까···

하지만 크리니스는 가까스로 몬스터 무리 근처에 착지했다.

그리고 땅에 닿자 마자 폭발하듯 촉수들을 뻗어서 주위에 무방비한 상태로 있던 몬스터들을 붙잡았다.

불쌍한 놈들.

나는 거의 녀석들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

아이작 버드는 살면서 온갖 역경을 겪어왔다.

아이작이 겪었던 첫 번째 고난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했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일이었다.

불쌍한 아이작의 어머니는 ‘더러운 쥐’라는 이름의 여관에서 냄비를 닦고 술잔을 나르며 뼈가 빠지게 일해야 했다.

그리고 아이작이 충분히 나이를 먹어서 경비대의 수습으로 취직하고, 드디어 집안에 보탬이 될 수 있겠다 싶었을 때···

어머니는 병에 걸려 불과 3개월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건 아주 괴롭고 슬픈 일이었다.

여느 사람 같으면 그렇게 큰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작 버드는 아니었다.

아이작은 스스로를 추스리고 다시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3년 동안 고생하고, 훈련하고, 레벨을 올린 아이작은 마침내 수습 기간을 마치고 정식 경비대원이 될 수 있었다.

그 후로 뒤로 2년간 경비대로 일하면서, 아이작은 온갖 더러운 꼴과 마주쳐야 했다.

뇌물을 받는 경비병?

구렸다.

돈으로 선량한 시민을 괴롭히는 유전무죄의 상인들?

아주 고약했다.

괴로워하며 굶주리다가 결국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죽어서, 쓰레기 더미나 죽은 생선과 함께 썩어가는 가난한 자들의 시체?

정말이지 못 볼 꼴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지금 상황보다 심하지는 않았다.

던전 몬스터들이 성벽을 기어오르는 동안, 닻을 올리고 바르카 호수에 배를 띄운 귀족과 부유한 상인들은 남아 있는 어선들에 모조리 불을 붙였다.

그건 아이작이 여태 보아왔던 중 가장 더럽고 끔찍한 짓이었다.

시민들의 안전을 희생해서 제놈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다니.

저 쓰레기 자식들은 여태까지 가난한 자들을 짓밟으며 살다가, 마지막 순간에도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피하려 들었다.

솔직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이작은 오히려 자신이 그런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났다.

“안나! 대체 뭐가 타고 있는 건지 좀 알아봐!”

아이작은 따가운 눈으로 앞을 보려고 애쓰면서 부하에게 소리쳤다.

사방에 온통 연기가 자욱했다.

아이작은 연신 기침을 하면서도, 문에 난 틈으로 온 힘을 다해 창을 찔렀다.

[고급 창술 스킬이 레벨 31이 되었습니다.]

엄청난데.

죽지만 않는다면,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창술 전문가 클래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개 경비대원으로서는 꽤나 영예로운 일이었다.

일주일 내내 이어진 전투는 갈수록 힘들고 치열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성벽은 빠르게 함락되고 말았다.

공격이 갑작스러웠던 이유는, 리리아 왕국이 폐허가 됐다는 소식을 접한 도시의 영주 크란텐이 모든 정찰대를 성벽 안으로 불러들였기 때문이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성주가 몬스터들이 밤 사이 아무도 모르게 성벽을 타고 올라올 기회를 내어준 셈이다.

머저리 같은 놈!

“이리와, 이 겁쟁이들아!”

아이작이 뒤를 돌아보며 으르렁거렸다.

“뭘 꾸물대고 있어! 그러면 살 것 같아? 얼른 문 앞으로 튀어와!”

건물 안에 갇힌 미둠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아이작의 부름을 듣고 달려와, 점점 부서져 가는 문을 온몸으로 지탱했다.

이 문이 밖에 득실거리는 몬스터 무리를 막고 있는 마지막 장애물이었다.

아이작은 창을 힘껏 쥔 채 본능에 따라 문 사이의 틈을 한 번 더 찔렀다.

창끝이 뭔가를 찌르는 느낌과 함께 고통스러운 듯한 으르렁 소리가 들렸다.

쾅!

“저게 무슨 소리지?!”

아이작이 외쳤다.

엄청난 충격에 바닥이 흔들렸다.

몬스터들도 조금 전의 충격으로 문에서 밀려났을 거라고 짐작하며, 아이작은 창을 찔러 넣던 틈에 얼굴을 대고 밖을 내다봤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광경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창고 밖의 부두에는 여전히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서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거대한 고릴라 몬스터가 다른 놈들을 수수깡처럼 마구 부러뜨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 옆에서는 어둠 그 자체처럼 끔찍한 모습의 존재가 수많은 촉수를 뻗어서, 주위의 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크고 무시무시한 아가리에 던져 넣었다.

“저게 대체 무슨···”

아이작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중얼거렸다.

왜 몬스터들이 서로 싸우는 거지?

말이 안되잖아!

게다가 저 새로운 몬스터들은 어디서 온 거야?

그때 한 줄기 섬광이 문 주위의 몬스터들을 꿰뚫는 바람에, 아이작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빛줄기는 마치 풀을 베는 것처럼 문 앞에 모여 있던 몬스터들의 몸뚱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문에 부딪힌 빛줄기가 산산이 부서지며 일부가 얼굴에 튄 다음에야, 아이삭은 그게 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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