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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182화 (18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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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평가

“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군.”

문에서 떨어져 나온 아이작 버드가 중얼거렸다.

자신이 본 물줄기는 몬스터를 두부처럼 자르고 지나갔다.

새로 등장한 몬스터들도 원래 있던 몬스터들을 빠른 속도로 처치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어떤 대마법사 겸 몬스터 조련사가 자신들의 곤경을 듣고 구하러 오기라도 한 건가?

그건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저렇게 강력한 펫을 둘이나 데리고 다니는 대마법사가 흔치도 않을 뿐 아니라, 그런 쉬하신 분이 고작 창고에 갇혀 있는 마을 주민들과 경비병을 구하기 위해 행차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이작은 창을 힘껏 움켜쥐었다.

이유가 뭐든, 몬스터들이 죽기 전에 주민들이 먼저 죽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문에서 당장 떨어져, 이 멍청이들아!”

아이작이 소란스러운 전투 속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틈 사이로 들어오는 물대포를 정통으로 맞기라도 하면 몸이 조각날 거라고!”

창고 문을 지탱하고 있던 주민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문의 틈새로 물보라가 튀는 걸 보기는 했지만, 아이작처럼 몬스터들이 절단나는 장면을 목격한 건 아니라서 얼마나 강한 위력인지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느릿느릿 물러나자, 아이작은 답답한 마음에 앞으로 나서서 직접 사람들을 뒤로 잡아당겼다.

자신들이 물러나면 문이 바로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움찔했지만, 우려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너, 그리고 너.”

아이작이 지저분한 생존자 둘을 가리켰다.

“뒤쪽으로 나가서 양동이로 물을 퍼다 날라. 건물 안에 불씨가 남아 있으면 안돼.”

아이작의 지시를 받은 두 남녀는 결혼할 나이도 아직 먼 애송이들이지만, 지난 한 주 동안 지옥을 경험한 뒤였다.

둘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움직였다.

나머지 주민들은 창고 문 근처에 모여서 아이작의 지시를 기다렸다.

“지원이 도착한 것 같군.”

아이작이 말하자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이 싹텄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소음으로 미루어 볼 때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몬스터들의 포효와 비명이 끊임없이 귀청을 때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이대로 기다리나?

지원군이 승리하기를 바라면서?

“쥐새끼 마냥 숨어 있을 수는 없지!”

아이작이 으르릉거렸다.

“대열을 유지해라, 애송이들아! 벌써 다 끝난 줄 아나? 밖에 몬스터가 수천 마리다! 살고 싶으면 정신차리고 줄을 맞춰! 창을 앞으로 하고 싸울 준비를 해라!”

아이작은 대부분 어부나 상점 주인들로 이루어진 오합지졸을 나란히 세웠다.

하나같이 엉성하기 그지없는 자세였지만, 그럼에도 아이작은 빌어먹게 뿌듯했다.

살면서 몬스터를 보거나 무기를 잡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일주일만에 모두 손에는 강철을 들고, 눈에는 불꽃을 담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도 나가서 싸움을 거들어야 한다. 몬스터들이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아서 정신이 팔렸으니 우리가 뒤에서 들이치면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다. 다들 자리에 제대로 서! 내가 저 문을 열고 나야 정신을 차릴 건가?!”

그렇게 한참 더 욕을 퍼붓고 나서야 제대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아이작은 지붕 위로 사람을 보내서, 자신들이 밖으로 나갈 테니 엄호해 달라고 궁수들에게 전했다.

그리고는 어린 소년 둘에게 각각 문 한 쪽을 열도록 맡긴 뒤, 자신도 창을 앞으로 겨누고 돌진할 준비를 했다.

아이작은 마지막으로 창의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부러뜨린 창만 벌써 네 개였다.

부디 이게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창이기를 바랐다.

“좋아. 놈들의 낯짝을 그대로 찔러버려! 돌진!”

아이작이 소리쳤다.

창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갑작스러운 햇빛 때문에 앞이 잠깐 안 보였지만, 주민들은 아랑곳 않고 악을 쓰며 돌진했다.

흐렸던 시야가 맑아지자 눈 앞에 끔찍한 곰 몬스터가 나타났다.

두꺼운 털가죽 아래에 무시무시한 근육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놈은 아이작 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아이작은 마음 속으로 신과 ‘길’에게 감사 기도를 올렸다.

“흐아아아앗!”

아이작이 우렁차게 외치며 온 힘을 다해 앞으로 창을 찔렀다.

“으아아아아!”

시민들이 아이작을 따라 기합을 외치며, 몬스터들이 다른 쪽을 보고있는 틈을 타서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위쪽에서 활시위를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몬스터들의 등과 어깨에 화살이 꽂혔다.

궁수들이 전갈을 제대로 받은 모양이었다.

아이작은 부디 이 정도면 충분하기를···

누가 도우러 온 건지 몰라도, 함께 싸우면 승산이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잡념을 떨치며 눈 앞의 싸움에 집중했다.

찌르기!

어깨도 안 아프고, 다리도 안 아프고, 숨도 차지 않는다고 아이작은 스스로를 세뇌했다.

쉬는 건 죽고 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이작은 그 한 가지 생각에만 집중하며, 시스템에게 배운 뒤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갈고 닦은 본능에 따라 창을 반복적으로 찔렀다.

허리가 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회전하며 무게중심을 발에서 엉덩이로, 어깨에서 팔로, 그리고 창으로 옮겼다.

그러다 위험한 순간에는 질주 스킬을 사용했다.

경비대 교관이었던 개자식 윌리엄이 ‘새끼 질주’라고 표현하는 짧은 질주였다.

아이작의 창끝은 마치 총알처럼 날아가서 몬스터의 가죽을 꿰뚫고, 근육과 뼈를 헤집었다.

마침내 곰이 길게 울부짖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작은 새로운 공격 대상을 찾기 위해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남아있는 몬스터가 없었다.

대신 아이작의 눈 앞에는 가죽 갑옷 차림에, 몬스터 피를 뒤집어 쓰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여전사가 서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아이작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

슬슬 내가 정말 멍청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도 내가 살짝 충동적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

평소 내가 뭔가를 결정하는 ‘과정’을 아무리 길게 풀어서 써도, 우표 한 장 크기조차 나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내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뭐···

몬스터 개미의 몸을 하고서 인간 병사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가갔던 순진한 시절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대체 어떻게 그런 무모하고 멍청한 생각을 했나 싶다.

아직 이 세상을 잘 몰라서 그랬던 거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변명할 여지조차 없었다.

이건 단순히 충동적인 실수가 아니었다.

그냥 멍청한 짓이었다.

밑 빠진 독처럼 코어에서 마나가 줄줄 새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몬스터 무리와 싸울 생각을 했을까?

처음에는 전의를 마구 불태우며, 강력한 물대포를 사용해서 창고 주위의 몬스터를 싹 쓸어버릴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나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내 마나를.

나는 마나가 필요한데 말이다!

마나는 내가 살아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소와도 같은 존재였다!

미둠에 도착했을 때 벌써 코어의 마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마나를 왕창 꺼내 물의 마나로 변환한 뒤 압축까지 해서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

이런 멍청한 놈!

마나가 10퍼센트 정도 남자, 코어가 헐떡이는 게 느껴졌다.

이 10퍼센트의 마나가 지금 내가 가진 마지막 에너지였다.

해가 질 때쯤이면 마나가 바닥나고, 고통이 시작될 것이다.

몹시 안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까운 던전 입구를 찾아서 달려가기 전에 여기 상황이 모두 정리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어차피 가까운 던전 입구를 파악하려면 모렐리아에게 물어봐야 하고···

그건 곧 소통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또 다시 마나를 소모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으억.

나는 마나를 최대한 아끼며 조심조심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한 방울의 MP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모든 의지력을 발휘했다.

역시 절박하면 다 해내게 마련이었다.

[시간이 없어, 모렐리아. 마나가 떨어지고 있어. 이제 괜찮아? 광전사 상태는 끝난 거야?]

무시무시한 광전사는 창고 근처에 서서 한 손에 창을 들고 있는 덩치 큰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내 목소리를 들은 모렐리아가 고개를 돌리더니 끄덕여 보였다.

[잠깐만 기다려.]

모렐리아가 말했다.

[생존자들의 리더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야. 창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미둠의 마지막 생존자들 같아. 귀족과 부자들은 몬스터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마자 배를 타고 탈출했대.]

[고상하기도 해라.]

[잠깐 기다려봐.]

모렐리아는 남자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어쩐지 녀석이 몸을 모렐리아 쪽으로 좀 지나치게 기울이는 것 같았다.

잠깐···

아예 창을 어깨에 올리고 이두박근이 잘 보이게 뽐내고 있잖아?

설마 모렐리아를 꼬시려는 건가?

정말 용감한 자로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도 모렐리아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통 몬스터의 피로 뒤덮여 있는데 말이다.

광전사 스타일로 근접 전투를 벌인 결과였다.

[저 자가 네게 반한 모양이지, 모렐리아?]

내가 낄낄거리며 물었다.

10미터쯤 뒤에 서 있는데도, 모렐리아의 어깨가 처지는 게 보였다.

[그런 것 같네.]

모렐리아가 투덜거렸다.

[내 도움이 어지간히 고마웠나봐.]

[열심히 싸우긴 했으니까. 우리 몬스터들 칭찬은 안 해?]

[글쎄···]

모렐리아의 목소리가 왠지 음흉해졌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내가 엄청나게 부유한 모험가고, 너희 셋은 내 펫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음, 기분이 묘하네.

[그렇게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좋겠어. 일단 여기 사람들을 모아서 피난민 마을로 가라고 해. 도중에 개미와 마주쳐도 공격하지 말라고 일러 두고.]

모렐리아가 내게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자신의 팬을 돌아봤다.

남자가 어떻게든 멋있어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근데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아 맞다!

나 지금 죽어가는 중이지.

[혹시 가까운 던전 입구가 어디인지 알려줄 수 있어? 마나가 거의 다 떨어져서 곧 죽을 것 같거든.]

[뭐?!]

모렐리아가 깜짝 놀라서 돌아봤다.

[아까 말했잖아.]

[죽어간다고 하지는 않았잖아!]

[음··· 이무래도 곧 죽어갈 것 같아.]

[그게 그 소리였어?!]

모렐리아는 다음 마을까지 가는 길 중간에 있는 작은 던전 입구를 알려줬다.

나는 모렐리아에게 던전 입구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한 뒤, 펫들과 함께 최대한 빠르게 바이오매스를 섭취했다.

모렐리아 앞에서 잔뜩 멋을 부리던 남자는 그걸 보고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자리를 피했다.

아마 크리니스가 먹는 모습을 보고 그러는 것 같았다.

나는 나름대로 품위를 갖추고 식사를 하니까···

턱으로 시체를 먼저 갈기갈기 찢은 다음, 그 아래에 있는 입으로 삼키는 게 내가 식사를 하는 방식이었다.

지네 몬스터의 시체가 정말 많았다.

아마 나는 여태까지 저 끔찍한 벌레를 천 마리는 족히 먹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도 끔찍했고, 발톱 때문에 자꾸 찔리는 데다가 생긴 것도 역겨웠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저 괴물들이 본능적으로 싫었다.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그냥 싫었다.

내가 인종··· 아니 충종차별주의자일지는 몰라도, 싫은 건 싫은 거였다.

[1 바이오매스를 얻었습니다.]

[발톱 지네의 전체 정보가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맙소사, 시스템!

전체 정보라는 게 정말로 존재했어?

설마 내가 그걸 잠금 해제하는 날이 올 줄이야.

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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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정보: 언구이부스 스콜로펜드라.

발톱 지네, 강력한 발톱과 독침이 달린 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힘: 12

강인함: 15

영리함:8

의지력: 2

현재 평가:

언구이부스는 지네 몬스터의 일종으로, 현재 평가로는 던전의 가장 높은 층에서 생존하기 적합한 몬스터로 여겨집니다. 식량을 놓고 경쟁하는 능력과, 대부분의 위협에 맞서 영역을 보호하는 능력이 우수합니다. 이 종족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확정되었고, 현재 곤충 분류 중에서 상당히 선호되고 있습니다. 추가 생성, 진화 선택지와 경로가 개발되었습니다. 다음 평가는 2년 뒤에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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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라고···?

시스템이 몬스터들을 평가하고 있는 거야?

게다가 지네들을 좋아한다고?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그것보다···

죽기 전에 던전에 들어가서 마나를 충전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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