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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오, 전지전능하고 자비로운 어머니 자연이시여···
제발 제가 살아서 던전에 도착하게 해주세요!
몸이 타 들어가는 것 같아요!
눈 앞이 흐려지고 있다고요!
영혼에서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아니 그 반대인가?
세상에···
의식이 혼미했다.
아직 마나가 완전히 바닥난 상태도 아닌데 이럴 줄은 몰랐다.
물론 쥐똥 만큼이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아직 남았는데···
아, 아니구나.
방금 바닥났네.
오··· 세상에.
너무 아팠다!
영혼이 질식사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해, 크리니스?]
[모르겠어요, 주인님. 저는 앞을 보지 못해요!]
젠장.
[타이니!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아?!]
[아파.]
[그건 나도 알아! 너보다 훨씬 잘 알고 있다고! 앞으로 얼마나 가야 하는지 감이라도 잡히는 게 없어?!]
[···없어.]
내가 진짜 맹세하는데, 타이니···
이번에 살아나면 네 팔이 가느다란 국수 가닥처럼 될 때까지 근육을 줄이고 그 에너지를 모두 두뇌로 몰아서 아인슈타인 두 명 분의 지능을 만들어 주겠어!
그럼 전투는 꿈도 못 꾸고, 차나 홀짝이면서 입자물리학에 대해 토론해야 할 거야.
그래야지 지금 내 분노가 좀 풀리겠다!
이렇게까지 멀 리는 없는데···
벌써 열 시간은 달린 것 같았다.
물론 워낙 당황하고 겁에 질린 상태라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실제로는 두 시간 정도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으으··· 맙소사!
아픈 부위가 제대로 쑤셨다.
텅 빈 코어의 통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마치 폐가 텅 빈 채로 진공 상태에 놓인 기분이었다.
마나를 흡수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지상의 공기에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었다.
던전 밖에 분포하는 마나로는 내 몬스터 코어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지하로 내려가야 돼, 빨리!
나는 고통을 잊어버리려고 최선을 다하면서, 여섯 개의 다리를 부러질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어서 빨리 던전으로 내려가서 이 고통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다리가 정말 부러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타이니 역시 나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중이었다.
크리니스는 아직 코어가 문제가 될 정도의 성장 단계가 아니지만, 조만간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터였다.
잠깐···
모렐리아가 말했던 표시 기둥이 혹시 저건가?
나는 기둥을 살펴보기 위해 가까이 달려갔다.
자갈길 한 켠에 3미터 높이의 돌 기둥이 서 있었다.
기둥 표면에는 뭔가 글자와 함께 여러 개의 화살표들이 새겨져 있었다!
좋아··· 거의 다 왔군!
나는 돌 기둥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본 끝에 근처 숲 속을 가리키는 화살표 하나를 찾았다.
이쪽인가 보군.
내가 이 세계의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타이니, 빨리 와! 이쪽이야!]
나는 타이니에게 소리친 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나뭇잎과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달려나갔다.
혹시나 코어에 무리가 갈까봐 질주는 사용할 수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달려야 했다.
HP 상태는 어떻지?
으악!
벌써 10%라고?!
말도 안 돼!
빨리, 빨리, 빨리!
···여긴가?
눈 앞에 돌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보였다.
숲 한복판에 만들어져 있는 작은 초소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칠 만큼 볼품없는 건물이지만···
지금은 소중한 마나를 품고 있는 생명의 샘이었다.
나는 곧장 초소로 달려가서 벽을 기어 올라갔다.
이끼로 뒤덮인 돌벽을 넘어가자 마자, 아름다운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벽 안쪽에 바닥이 갈라진 아름다운 틈이 있고, 그 안에서 희미한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소중한 마나였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벽에서 뛰어내려 틈을 향해 달려갔다.
타이니도 내 뒤를 따랐다.
이 초소는 규모가 무척 작았다.
갈라진 틈 역시 ‘던전 입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좁았다.
아마 인간들이 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이대로 내버려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나는 턱을 악물고 버텼다.
땅을 파야 한다!
갈라진 틈의 폭은 불과 30cm 정도에 불과했다.
내가 비집고 들어가기도 좁으니, 타이니는 어림도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판다!
나는 개미니까!
나는 쉴 새 없이 턱으로 땅을 팠다.
몸을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흙과 돌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갈라진 틈이 넓어졌다.
흙을 한 번 파낼 때마다, 달콤한 마나가 던전에서 흘러나와 내 메마른 코어를 적셨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원하는 것을 ‘거의’ 손에 넣었는데 완전히 가지지는 못할 때의 괴로움이 새롭게 나를 고문했다.
파자! 파자! 파자!
타이니도 커다란 손으로 흙을 한 덩어리씩 파낸다음 어깨 뒤로 던졌다.
순식간에 타이니와 내가 땅 밑으로 고개를 들이밀 수 있을 만한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우리는 원래 나 있던 틈을 따라 아래 쪽으로 좁은 통로를 만들어 나갔다.
충분히 깊이 들어간 뒤에 통로를 방으로 넓힐 생각이었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마나가 코어 안으로 스며들었고, 마침내 달콤한 안도가 우리를 찾아왔다.
그제서야 우리는 정신을 놓고 쓰러졌다.
몇 시간이 지난 뒤, 모렐리아가 우리를 찾아냈다.
나는 모렐리아가 우리의 임시 통로 안으로 얼굴을 불쑥 들이미는 모습을 보고 잠에서 깨어났다.
으어.
마치 숙취처럼 온몸이 아프고 쑤셨다.
그래도 기절해 있는 동안 코어 안의 마나가 정상 수준으로 채워졌다.
내 다리들은 던전 입구에 발을 들인 직후부터 열심히 바닥에서 마나를 흡수하며 코어 충전을 돕고 있었다.
여섯 개의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쭉 펴자, 관절에서 뚝 소리가 났다.
코어가 비어 있는 상태로 내달렸던 피해가 아직 좀 남아서 통증을 일으키는 듯했다.
정확히 무슨 이유로 이런 고통이 생기는 건지 궁금했다.
마나가 없으면 몸이 세포 단위로 쪼개지기라도 하나?
텅 빈 코어가 내 세포 안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흡수하기라도 하는 건가?
흥미롭구만···
[타이니, 좀 어때?]
커다란 원숭이가 끙 소리를 내며 커다란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내리쳤다.
[나아졌어.]
[잘됐네.]
내가 기지개를 켜자, 모렐리아가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켰다.
이봐, 난 거의 죽을 뻔했다고...
이 정도는 좀 쉬게 놔둬?
지금 이렇게 된 게 내 잘못이야?
···그치, 내 잘못이지.
나는 내 단점인 ‘멍청함’을 인정하고, 개선할 방법을 고민해보기로 했다.
내 머리에 ‘상식’을 탑재할 수 있는 진화 선택지가 있을지 궁금했다.
있다면 정말 유용할 텐데 말이지.
나는 지친 한숨을 내쉬며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모렐리아에게 이었다.
[안녕 모렐리아. 무슨 일이야?]
거꾸로 매달려서 나를 보던 모렐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잘 잤어, 앤서니? 이제 그 게으른 엉덩이를 좀 움직여야지?]
[무슨! 내 엉덩이가 얼마나 부지런한데! 여기서 나오는 걸로 녹여버린 몬스터가 한 무더기라고!]
모렐리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언제나처럼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어. 어쨌든 우리는 이제 아주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해. 북쪽으로 향하고 있는 몬스터 무리의 흔적을 찾았거든.
흔적으로 볼 때 거대한 가라로쉬 형태의 몬스터가 끼어 있는 것 같아. 서두르면 놈들이 리리아에 도착하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오호라···
흥미로운 소식이기는 했다.
엄마 악어가 낳은 커다란 자식들 중 한 마리가 지상을 휘젓고 다니는 건가?
···
맛있겠군!
타이니와 크리니스 그리고 나는 우리의 임시 거처에서 나와, 지상에서 기다리던 모렐리아와 합류했다.
[미둠의 생존자들은 어떻게 됐어?]
내가 물었다.
[짐을 챙겨서 최대한 빨리 남쪽으로 내려가라고 앴어. 하지만 아마 출발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도시 전체를 털어야 할 테니까.]
모렐리아가 씩 웃으며 말했다.
[도시에 쓸 만한 물건들이 많이 남아 있을까? 도자기나 보석 같은 것들을 잔뜩 들고 와 봤자 마을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을 텐데. 아직 화폐도 사용하지 않고 있잖아.]
[보석 같은 걸 챙기는 머저리도 분명히 있겠지만,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들은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걸 가져오겠지. 난 꽤 흥미로운 물건들이 많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는 중이야.]
모렐리아의 눈빛이 위험하게 반짝이는 걸로 보아, 내가 모르는 뭐가 있구나 싶었다.
둥지에 영향을 미치지만 않는다면 인간들이 무슨 짓을 하든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서···]
내가 모렐리아의 말을 재촉했다.
[이제 네가 발견했다는 흔적에 대해 말해봐.]
[아, 그래. 네 자취를 따라서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몬스터 무리가 이 숲 속에 들어왔다가 다시 리리아 왕국 쪽으로 돌아간 흔적을 발견했어. 자국을 보니 덩치가 아주 큰 몬스터 한 놈이 섞여 있는 것 같더라고.]
[그렇군...]
내가 중얼거렸다.
[그 몬스터들도 코어에 마나가 떨어져서 다시 충전하려고 리리아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주변 지리를 잘 아는 인간이라도 데리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있는 조그만 던전 입구들을 안내하게 시키는 건 아닐 테니까.]
모렐리아가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래서 지상의 마나가 네게는 너무 희박한 거야? 네 코어가 그 정도로 진화했다고?]
내가 방어적으로 더듬이를 흔들었다.
[왜? 설마 내 코어를 우습게 보는 거야? 그래, 지상의 마나 농도는 나랑 타이니에게는 너무 희박해. 그게 그렇게 이상해?]
모렐리아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렇게 강력한 코어를 갖고 있는 것치고는 덩치도 별로 크지 않고, 많은 진화를 거친 몬스터처럼 보이지 않아서. 첫 번째 스트라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던전 밖으로 나와서 지상을 마구 돌아다녀도 별 문제가 없어.
물론 엄청난 예외가 있기는 하지··· 가라로쉬는 아마 지상에서 10분도 버티지 못할 거야.]
[가라로쉬가 첫 번째 스트라타에 서식하는 몬스터라고? 그 많은 몬스터들의 어미라면서, 던전의 가장 위쪽에 살기에는 너무 강하지 않나?]
모렐리아가 잠시 말을 멈추고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네 말이 맞아.]
한참 뜸을 들이던 모렐리아가 마침내 말을 이었다.
[가라로쉬는 지상에 가까이 살기에는 너무 강한 몬스터가 맞아. 더 깊게 내려가지 못하게 저지당하고 있는 거야.]
모렐리아의 어조로 볼 때 어쩐지 그 주제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것 같아서, 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남긴 흔적을 찾은 뒤 빠르게 추적하기 시작했다.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코어 때문이 아니더라도 좀 쉴 필요가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쉴 새 없이 뛰었으니까!
개미가 되어서 이런 말을 하기 좀 창피하긴 했지만, 정말 너무 힘들었다!
모렐리아는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었다.
특히 던전과 가라로쉬에 대해서···
하지만 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평생을 몬스터와 싸우며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몬스터에게 마음을 열고 비밀스러운 정보들을 털어놓기는 어려울 터였다.
그게 인간들의 안전에 관련된 정보라면 더 그렇겠지.
하지만 인간들이 그만큼 강력한 몬스터가 던전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걸 대체 어떻게 저지한다는 걸까?
그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일 텐데···
그 가라로쉬라는 놈이 그냥 땅을 파고 내려가면 되지 않나?
하긴 악어 괴물들의 조악한 손을 떠올려 보니, 땅을 파는 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파기의 즐거움을 평생 알 수 없는 몸이라니 불쌍하군.
추적이 시작되자 모렐리아는 순식간에 무뚝뚝한 전사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늑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모렐리아는 주위를 경계하며 쉴 새 없이 눈동자를 번뜩였다.
온몸의 근육에서 집중력과 의지가 느껴졌다.
앞으로 몸을 살짝 기울인 채 달려가는 모렐리아의 눈은 이전과 달리 일종의 굶주림으로 빛났고, 바람에 입술이 뒤집히며 이가 드러나서 마치 인간이 아니라 짐승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모렐리아는 몬스터 무리가 방향을 바꿨는지, 혹은 다른 놈들이 더 합류했는지 계속해서 확인해 가며 움직였다.
아마 우리가 쫓고 있는 몬스터 무리의 구성을 알아내려는 의도 같았다.
만약 몬스터들 중에 우리가 지난 번에 싸웠던 놈만큼 커다란 악어가 있다면, 마나가 부족해져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가 공격하기 가장 좋은 기회였다.
우리는 이미 코어가 가득 찬 상태일 때에도 놈들 중 하나를 쓰러뜨린 적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가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고, 무시무시한 광전사 아가씨도 같은 편이었다.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끊임없이 움직였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추적은 숲을 지나 탁 트인 평야 지대로 나와서도 계속 이어졌다.
꽤 많은 수의 가축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몬스터의 습격으로 울타리가 쓰러지거나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인간들이 기르던 소와 양이 풀려나서 세상을 자유롭게 탐험하고 있었다.
아마 가축들은 먹어도 바이오매스를 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몬스터들이 살려 놓았을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가축한테서는 왜 바이오매스가 나오지 않을까?
바이오매스는 몬스터의 고유 속성이라도 되는 걸까?
흥미로운 의문점이었다···
뭐 나보다 똑똑한 누군가가 알아내겠지.
우리는 계속해서 쉬지 않고 달렸다.
그렇게 네 시간 정도 흘렀을까, 타이니가 기진맥진할 때가 되어서야 멀리 우리가 쫓던 놈들이 보였다.
소규모의 몬스터 무리였다.
대부분이 가라로쉬의 새끼들이었고, 몇몇 다른 종족이 섞여 있었다.
예상한대로 그 중에는 다른 몬스터들보다 훨씬 거대한 몸집에, 숨 막힐 듯한 위압감을 뿜어내는 악어가 한 마리 눈에 띄었다.
지난번에 늪지대 개활지에서 맞서 싸웠던 가라로쉬 지휘관과 비슷한 크기였다.
무리에 가까워질수록, 무기를 쥐고 있는 모렐리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벌써부터 속으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모렐리아는 다른 몬스터들보다 저 악어들을 더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정말로 싫어한다는 의미였다.
[가라로쉬 지휘관 같네. 혹시 상대해 본 적 있어?]
모렐리아는 레이저 같은 시선을 목표물에 고정한 채로 고개만 저었다.
[입이 두 개니까 조심해. 각각의 입에서 내뿜는 불길이 다를 수도 있거든. 지난 번에 우리가 죽였던 놈은 한쪽 입에서 진짜 위험한 파란 불길을 내뿜었어.]
거대 악어를 죽인 적이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는지, 모렐리아가 분노도 잊고 나를 돌아봤다.
[저런 놈이랑 싸운 적이 있다고?]
모렐리아가 의심스러운 듯한 말투로 물었다.
[왜? 왜 자꾸 내 엄청난 힘을 과소평가하는 거야?! 싸우기만 한 게 아니라, 죽인 다음 바이오매스도 먹었다고! 놀랐어?]
모렐리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저 놈들은 이렇게 지상에 가까이 올라오지 않아. 절대로. 저런 놈이 지상에 나타난 건 정말 이상한 일이야. 보통은 어미인 가라로쉬 근처에 머물거든. 그런데 놈이 여기 있다는 건 아마도···]
[어미도 이 근처에 있다는 거야?]
내가 모렐리아의 말을 대신 마쳤다.
우리는 잠시 침묵 속에 그게 뭘 의미하는지 생각했다.
[만약 초거대 악어를 보잖아··· 그럼 도망쳐.]
내가 모렐리아에게 충고했다.
왜냐면 난 그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