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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186화 (186/387)

186

승리

내가 엄선한 고통의 향연이 연결 고리를 타고 악어에게 전해지자, 놈은 예상했던대로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코어가 텅 비었을 내가 느꼈던 공포와 절망은 정말이지 특별한 경험이었다.

나는 그 감정을 악어 괴물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아주 기뻤다.

다 이렇게 쓰라고 그 때 그런 고통을 겪었구나 생각하니 상당히 위안이 됐다.

그토록 밀도 높은 고통이 연결 고리를 통해 갑작스럽게 밀려들자, 악어 괴물은 잠시 동안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사악한 개미가 만들어낸 거짓 감각에 굴복했다.

정신 마나를 전투에 사용했던 경험상, 몬스터들은 보통 연결 고리를 통해 들어오는 공격에 ‘저항’하곤 했다.

이 저항력은 의지 능력치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됐다.

나보다 진화 수준이 높은 악어 괴물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내 정신 공격에 끄덕도 하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던 듯했다.

아무래도 악어 지휘관은 저렇게 어마어마한 체격을 얻기 위해 의지를 어느 정도 희생한 모양이었다.

타이니, 여기 네 영혼의 쌍둥이가 있어!

쇳덩이처럼 튼튼한 대신, 머리도 쇳덩이 같은 놈이 말이야!

악어 괴물은 예상치 못한 고통과 공포에 크게 비틀거렸다.

그러면서 타이니와 크리니스를 떨쳐내려고 팔을 흔들었지만, 내 펫들은 악어를 절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기회다!

나는 재빨리 다리를 움직여 악어를 향해 달려갔다.

불과 몇 초 사이에 거리를 좁힌 나는, 턱을 크게 벌리고 정의의 일격을 선사했다.

우직!

나는 턱 주위의 근육에 모든 힘을 집중해서 악어를 깨물었다.

하지만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한 방으로 끝내는 건 원래 개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는 물고, 물고, 또 물었다.

계속 코어의 마나를 소모하고 싶지는 않아서, 턱에 마나를 주입하지 않고 물리적인 힘으로만 공격을 가했다.

그러다 보니 위력이 다소 부족하기는 했다.

하지만 각종 스킬과 턱의 높은 변이 레벨 덕분에 어느 정도는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같은 이유로 마법 주문도 최대한 아끼는 중이었다.

코어가 텅 비었을 때의 끔찍한 기분을 느꼈던 게 불과 얼마 전이라, 또다시 그런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넣고 싶지는 않았다.

악어의 튼튼한 방어력을 뚫기 위해서는 깨물어 쪼개기 스킬을 사용해야 했다.

나는 기계적으로 턱을 벌렸다가 닫기를 반복하면서, 놈의 다리에 있는 두꺼운 비늘을 뚫고 그 아래의 근육에 구멍을 내려고 애썼다.

타이니는 여전히 악어에게 주먹 세례를 퍼붓고 있었다.

녀석은 화려하게 발을 놀리며, 매번 공격을 할 때마다 주먹에 온 체중을 실었다.

타이니가 악어를 강타할 때마다 전기 에너지가 번쩍였다.

그만큼 피해도 쌓여가고 있을 터였다.

크리니스는 촉수에 붙잡힌 팔 두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날카로운 가시로 톱질을 계속했다.

그러다 피해를 가중시키기 위해, 촉수로 본체를 당기더니 무시무시한 이빨로 악어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는지도 몰랐다.

갑자기 크리니스의 이빨이 어깨 깊숙이 박히자, 악어가 깜짝 놀라며 내가 주입한 환상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렸기 때문이다.

악어 괴물의 두 눈이 분노로 붉게 타올랐다.

놈은 크리니스에게 붙잡히지 않은 나머지 두 개의 팔을 휘둘렀다.

심상치 않은 기세를 감지한 타이니가 하려한 발놀림으로 그 공격을 피했다.

악어가 스킬을 사용했는지, 발톱이 할퀴고 지나간 허공에 반짝이는 빛의 궤적이 남았다.

세상에!

엄청 날카로워 보이는데...

악어는 곧바로 목표를 바꿔서, 위쪽 주둥이로 크리니스를 물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크리니스, 조심해!]

내가 뒤늦게 소리쳤다.

하지만 다행히 내 경고 없이도, 크리니스는 몸의 형태를 바꾸며 멋지게 악어의 공격을 피했다.

그림자 피부가 놀라운 유연성을 발휘해 악어의 주둥이에 닿을 만한 부분만 쏙 들어간 것이다.

[잘했어, 크리니스! 계속 조심해야 돼!]

내가 응원했다.

마는 방금 그게 크리니스가 고른 스킬의 효과인지 궁금했다.

저런 움직임과 속도를 이전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크리니스의 몸이 언제나 유연하기는 했다.

매번 거대한 죽음의 구체가 되었다가, 조그만 공으로 몸을 압축해서 내 등에 올라타곤 했으니까.

하지만 악어의 주둥이가 다가왔을 때, 나머지 부분의 크기와 형태는 그대로 두면서 물릴 것 같은 자리만 쏙 들어가는 저런 움직임은 처음 봤다.

모르고 보면 마치 악어 괴물이 이미 크리니스를 한 입 베어문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악어가 문 건 크리니스의 살점이 아니라 허공이었지만.

펫들이 저렇게 열심히 싸우는데, 내가 뒤쳐질 수는 없지!

하앗!

나는 뒤쪽으로 잠시 물러섰다가 앞으로 돌진하며, 깨물어 쪼개기 스킬을 사용했다.

듣기 좋은 ‘우직’ 소리와 함께 내 턱이 악어의 다리에 있는 비늘을 깊숙이 뚫고 들어갔다.

가라로쉬 지휘관은 으르렁거리며 한 쪽으로 몸을 비틀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놈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리를 꽉 문 채로 바닥을 발톱으로 잡았다.

그리고 내 체중을 한쪽으로 실어서 놈을 잡아당겼다.

넘어간다!

처음에는 느리게, 하지만 점점 더 빨리, 가라로쉬 지휘관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바닥에 쓰러졌다.

쿵!

악어의 거대한 몸뚱이가 바닥에 닿는 순간,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그 밑에 깔리지 않기 위해 재빨리 도망치던 내 다리에도 진동이 느껴졌다.

하하!

이제 끝이로군!

나는 타이니가 방금 그 장면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날뛰었는데 결국 내가 놈을 쓰러뜨렸으니 꽤나 약이 오르겠지.

음하하하하.

“하아아아앗!”

누군가 고함을 질렀다.

어?!

모렐리아?!

벌써 잔챙이들을 모두 정리한 거야?!

겹눈의 360도 시야를 통해 확인해 보자 과연 그랬다.

모렐리아는 온 사방에 널린 몬스터 시체를 뒤로 한 채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누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고, 안면 근육은 사납게 뒤틀려 있었다.

모렐리아는 쌍검을 낮게 들고 가라로쉬 지휘관을 향해 돌진했다.

질주 스킬을 사용했는지, 엄청난 속도였다.

이제 와서 그렇게 멋있게 등장한다고?!

우리가 거의 다 처리한 상태에서?!

뭐, 상관은 없었다.

이렇게 강력한 몬스터는 설사 심하게 다친 상태라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니까.

그리고 실제로 악어는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한참 동안 몬스터의 팔과 어깨를 공략하던 크리니스는 이제야 그 결실을 보고 있었다.

비늘이 여기저기 떨어져 나왔고, 크리니스의 촉수 사이로 피가 흘렀다.

악어의 한쪽 팔 두 개는 곧 완전히 잘려 나갈 듯했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엄청난 효과의 치유 능력이 아니라면 저 팔들을 다시 쓰지는 못할 정도였다.

타이니의 성과는 그보다 더 훌륭했다.

적어도 내 예상 보다는 훨씬 잘해줬다.

녀석의 주먹은 그 자체로도 파괴적이었지만, 전기 에너지를 실려 있어서 악어 괴물의 거죽은 물론 몸 속까지 무참히 유린했다.

아마 우리 셋 중에서 저 고릴리가 악어의 HP를 가장 많이 깎았을 것이다.

내 공격은 좀 더 보조적인 경향이 강했다.

적을 느리게 만들고, 구속 산성 용액으로 움직임을 방해하고, 방어력을 낮추고, 정신 공격을 가해서 펫들이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사실 내 성향에는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었다.

나는 전장 한복판을 누비며 턱을 마음껏 휘두르는 쪽이 훨씬 더 적성에 맞았다.

아무래도 다음 번 진화에서는 지금 가진 육체적인 약점들을 좀 보완해야 할 것 같았다.

뭐, 당장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진화 이전에 남아 있는 희귀 코어를 모두 흡수할 걱정부터 해야 했다.

마치 강철의 폭풍처럼 달려온 모렐리아는 쓰러져 있는 가라로쉬 지휘관을 향해 맹렬한 공격을 개시했다.

한 쌍의 검은 좀처럼 놈의 비늘을 깊이 파고들지 못했지만, 저런 속도라면 빠르게 HP를 깍아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다 모렐리아가 막타를 칠 수도···

···

자, 잠깐!

저 경험치는 내 거라고!!!

[타이니! 네 쪽에 있는 악어 팔 좀 붙들어봐. 아예 깔아 뭉개도 돼! 크리니스! 촉수로 놈의 턱을 감아서 벌리지 못하게 해!]

[오래 버티지는 못할 수도 있어요, 주인님! 팔을 붙잡고 있느라 이미 힘이 빠졌어요!]

[그냥 내 말대로 해! 잠깐만 붙들고 있으면 되니까! 모렐리아가 경험치를 차지하게 둘 수는 없잖아!]

[뭐라고요?!]

크리니스가 그 말에 머리 속으로 사납게 포효했다.

[감히 저 여자가 주인님으로부터 경험치를 훔친다고요?! 그럴 수는 없죠!]

크리니스는 마치 악마가 빙의한 듯한 움직임으로 촉수를 뻗어, 악어의 두 턱을 모두 휘감고 벌리지 못하게 꽉 쥐었다.

[잘했어, 크리니스!]

내가 칭찬했다.

그 사이 타이니는 내가 명령한 대로 악어의 다른 쪽 팔들을 육중한 몸으로 눌러서 바닥에 고정시켰다.

가라로쉬 지휘관은 놈을 바닥에 묶어 놓으려는 내 펫들의 노력에 맞서서 온몸을 비틀며 발버둥을 쳤다.

만약 놈의 체력이 만반의 상태였다면 이 정도로 쓰러뜨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나가 희박한 여기 지상에서라면?

놈은 이제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지금이 기회였다!

팔 네 개가 모두 묶이고, 크리니스에게 주둥이 두 개를 봉쇄당하고, 꼬리 세 개는 놈 스스로의 몸뚱이에 깔려 있는 상황···

놈을 마무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다.

온몸이 몬스터의 피에 뒤덮인 모렐리아는 여전히 무시무시한 기세로 쌍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딱히 막타를 차지하려고 저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분노에 휩싸여서 정신없이 공격할 뿐···

하지만 그렇다고 경험치를 양보할 수는 없지!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나는 서둘러 코어에서 마나를 끌어내 턱에 주입한 뒤, 버둥거리는 악어 괴물의 가슴 위로 올라갔다.

개미가 자신을 밟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는지, 악어는 더욱 사납게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내 턱은 이미 마나로 빛나기 시작했다.

놈은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바로 멱을 따주마!

물어 깨뜨리기!

물어 깨뜨리기!

마나로 이루어진 반투명한 턱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악어의 비늘을 부수고 들어갔다.

아직이야!

더 공격해야 했다.

물기!

물기!

물기!

그렇게 물 때마다 악어의 몸부림은 서서히 약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레벨 53 가라로쉬 지휘관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 27이 되었습니다, 1 스킬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28이 되었습니다, 1 스킬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29이 되었습니다, 1 스킬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30이 되었습니다, 1 스킬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좋았어!

경험치는 내 차지다!

어떠냐 모렐리아···

그때 저 멀리서 무시무시한 포효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그롸롸롸롸롸롸!”

···

이게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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